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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가가진질감과색,두께등에서오는뉘앙스.이최초의상태는수많은상상을불러일으킨다.그래서글을쓰거나,
137-070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동 1358-6 | TEL (02)3475-7200 | FAX (02)3473-2133 | URL www.hiper.com
                                                                                           그림을그리고디자인작업을할때는항상빈종이,아무것도채워지지않은종 를보 서작 한 .
                                                                                                                             이 면 업 다
CONTENTS




                                                          상상공감
                                                          04 상상 한마디 몰래 속닥이고 싶은 이야기 없어?
                                                                        ⊙



                                                          06 상상 스토리 내가 원하는 건 책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숨처럼 물처럼 살아 움직이게 하는 것
                                                                        ⊙



                                                          10 한국제지의 상상 제지회사의 무한상상이 지구를 살린다!
                                                                             ⊙




                                                          1%의 종이, 99%의 상상
                                                          12 무궁무진 속닥임의 세계. 하나 이토 다케시, 그 사람의 Generation Times
                                                                                          ⊙



                                                          16 무궁무진 속닥임의 세계. 둘 그 책이 내게 와 말을 걸었어.
                                                                                      ⊙



                                                          20 무궁무진 속닥임의 세계. 셋 낡은 종이 위, 손으로 눌러쓴 글자,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그들만의 Desire
                                                                                      ⊙




                                                          Book in Book
                                                          23 수다에는 간식이 필요해


“속닥속닥”                                                    한국제지
                                                          34 종이가 있는 풍경	 충무로 뒷골목에서 마주친 단상, 충무로 인쇄골목을 가다.
                                                                              ⊙



2009년의 두 번째 PAPER COMMUNICATION은 “속닥속닥”에 대해 이야기 하려 합니다.   38 내일의 종이 중성지의 시계는 미래를 가리킨다.
                                                                        ⊙



비밀을 나누는 친구처럼, 전래동화를 구수하게 풀어내는 할머니의 목소리처럼                  42 종이 연구소 ‘한 장의 마법’이라고 부르세요, 특수용지의 세계
                                                                        ⊙


                                                                        ⊙   종이 연구소의 친절한 Q&A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종이는 우리에게 차고 넘칠 정도의 이야기를 속닥입니다.
하얀 지면 위에 펼쳐지는 놀라울 만큼 넓고 깊은 세상.                            49 News
젊은 세대를 위해 Ito Takeshi가 전하는 Generation Times,              50 독자마당
우리를 사로잡은 북 디자인, 그리고 언제부터인지 모를 정도로 오래 전부터 전해지다
종이 위에 남은 이야기들까지…                                          PAPER COMMUNICATION • 계간지 | 등록일·2005년 6월 8일 | 발행인·전원중 | 발행일·2009년 4월 30일 | 통권 93호 | 발행처 한국제지주식회사_
귓가 언저리에서 종이의 속닥거림이 들리는 것 같지 않나요?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1358-6 사보편집실 02-3475-7255 기획 윤소정_한국제지 마케팅 TF팀 | 기획·디자인 디자인수목원 | 출력·인쇄 비.지.아이
                                                          • 한국제지 사외보는 CTP인쇄 방식을 채택하여 인쇄품질이 우수합니다. 한국제지 사외보 표지는 하이퍼 엑스프리아트 250g, 내지는 하이퍼 엑스프리
                                                            
PAPER COMMUNICATION에도 담겨 있습니다. “속닥속닥”, 시작해볼까요?             스노우화이트 150g을 사용하였습니다.
상
         상
         공
         감
⊙




         상
         상
         한
         마
         디
                                                                                            ★ 나는 아직도 구구단이 헷갈린다                  ★ 키라에겐 데스노트! 나에         남, 30대, 프로그래머




                                                                                            겐 뒤끝노트! 나한테 잘못한 인간들 천 년 만 년 기억할 거야~ 조심해!          ★                                        여, 20대, 디자이너




임 님귀
 금  는                 살다 보면 혼자만 알고 있기에는 입이 간질간질한 이야기가 하나쯤 생기기 마련입니다. 너무 재미있어서, 부끄러워서, 아니면
                                                                                            경력 5년차 영어강사, 실은 외국인 기피증이 있다. 외국인만 보면 피해다닌다

                                                                                            는 소문이...   ★ 남자친구 앞에서만 내숭 떠는 친구. 진짜 모습을 그녀의 남자친


                                                                                            구에게 속닥이고 싶다.
                                                                                                         남, 30대, 강사




                                                                                                                  ★ 내 마음을 설레게 한 그 사람 이야
                                                                                                                          여, 20대, 대학생




                      얄미운 마음에 어딘가 털어놓고 싶은 이야기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외침을 들어주던 대나무 숲처럼 숨겨 놓았던 비밀   기 여, 20대, 회사원 ★ 옷으로 잘 가리고 있지만 점점 무너지고 있는 내 몸매 어떡해 여, 20대, 회사원 ★ 그
                      들을 들어 드립니다. 어디 한 번, 그 속닥임 들어볼까요?
                                                                                            녀석과의 비밀스런                 데이트를 말하고 싶어서 입이 간질간질                                S라인
                                                                                                                                                                        여, 20대, 회사원   ★내



                      내얘 가
                        긴 ...
                                   당 귀귀
                                    나                                                       의 비밀은 사실 B사의 보정속옷이야.                                여, 20대, 회사원   ★ 나 정기적으로 보톡스 맞고

                                                                                            있다. 여, 20대, 회사원 ★ 맞선 볼 때 차인 적이 더 많은 나, 왠지 슬프다. 여, 30대, 프리랜서 ★ 결재 받으러

                                                                                            윗분의 방에 들어갔는데, 모니터에 떠 있는 덜 입은 서양처자, 달아오른 윗분의 얼굴.

                      몰 속 이 싶 이 기없
                        래 닥 고 은 야 어                                                         그냥 모른 척 할 수 밖에.            ★ 나는 화장을 지우면 울 엄마도 못 알아본다.
                                                                                                                                  남, 30대, 회사원                                                           여,




                                                                                                ★ 비싼 돈 들여 강남 모 병원에서 코 세운 내 친구...야 너! 모.기.같.아!
                                                                                            30대, 회사원




                      ?                                                                             ★ 사실, 지금 들고 다니는 프라다 가방, A급 짝퉁입니다.
                                                                                            여, 30대, 일러스트레이터




                                                                                            과장님, 죄송해요. 어제 아프다고 결근했지만 실은 술병 나서 그랬어요. 죄송
                                                                                                                                                ★                                          남, 20대, 백수




                                                                                                                                                                                                  여, 20대,




                                                                                              ★ 남편 몰래 친구들이랑 간 모피공장, 내게 남은 건 6개월 할부 카드영
                                                                                            회사원


04                                                                                                                                                                                                           05
                                                                                            수증 과 아름다운 나의 모피코트              ★ 이직 준비하는 팀원, 거짓말하고 면접
                                                                                                                                   인천시 사시는 조정현 독자
PAPER COMMUNICATION




                                                                                                                                                                                                             PAPER COMMUNICATION
                                                                                            보러 다닐 때는 팀장님한테 확 얘기해버리고 싶다.                                                      서울시 사시는 김영인 독자
상
                                          상
                                          공                                                                                                                   글·김이박 + 사진·김규식
                                          감
                           ⊙




                                          상
                                          상
                                          스                                                          간혹 어떤 디자이너들은 글이 가지는 권위 때문에 글과 디자인은 서로 완전히 다른 영역, 그래서 디자이너가 글을 침
                                          토                                                          범할 수 없다거나 디자이너는 디자인으로만 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글과 디자인은 결코 다르지 않다. 무엇을
                                          리                                                          말할 것인가,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라는 점에서 글과 디자인은 같은 맥락을 가지고 흘러야 한다.


       그                                      아   종
       림                                      티   이
       들                                      스   를
       은                                      트   통
       어                                      들   해
       떻                                      을
                                                  새
       게                                      만   로
       멋                                      나   운
       진                                      그   문
       결                                      들   화
       과                                      의   와
       로                                      작   예
       만                                      업   술
       들                                      과   을
       어                  삶                       창
       질                                          조
 까 ,그                                             해
  요 리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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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 드                                   뷰
                              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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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위
                    보 에                           주
                     세 서                          목
                      요 시                         받
                                작                 는
.




                                  된               디
                                    무             자
                                      수           이
                                        한         너
                                                  와
                                          낙


                                                      내 원 는건
                                                       가 하
                                            서
                                              와                     “속닥속닥”과 “책”이라는 말에 제일 먼저 떠오른 사람이 있다. 북 프로듀서 이나미, 스튜디오 바
                                                                    프의 대표. 하나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어내기 위해 필요한 모든 과정-읽고, 이해하고, 디자인
                                                      책 이 기 들 주 것
                                                       의 야 를 려 는    하고,만들어내는-을설명하기위해그녀는스스로자신의직업을“북프로듀서’라고이름지었다.

                                                      숨 럼물 럼
                                                       처 처          그리고 그녀의 스튜디오, 바프는 책 잘 만드는 디자인회사로 소문이 났다. 하나의 이야기가 글이
                                                                    되고, 글은 제 이야기에 꼭 맞는 그림과 글꼴로 종이를 채우고… 이렇게 만들어진 책 한 권이 누
                                                      살 움 이 하 것
                                                       아 직 게 는      군가에게 또 다른 이야기를 전하는 것. 그 마법 같은 이야기를 듣기 위해 그녀를 만났다.

                    06                                                                                                                                                          07
                            PAPER COMMUNICATION




                                                                                                                                                                                PAPER COMMUNICATION
                                                                    북 프로듀서•이나미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 3학년 재학 중 유학을 결정, 미국 캘리포니아 패사디나의 아트센터 컬리지 오브 디자인(Art Center College of Design)에서 대
                                                                    학과 대학원을 마쳤다. ‘책’을 무대로 글과 그림, 디자인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프로듀서’로서의 디자인을 지향하면서 1993년 귀국하여 편집장 겸 아트디렉터로 디자인하우스
                                                                    의 월간지 이브를 창간했다. 1995년에 스튜디오 바프(Studio Baf)를 시작하였고, 지금까지 전방위 디자이너, 프로듀서로서 다양한 분야의 실험적인 작업들을 하고 있다.
나에게 책 만들기 작업은 그 목적이 아주 분명하다. 어떻게 하면 설득력 있는 책을 만들 것인가. 내용과 형

                                                                                                                태를아우르는그무엇을통하여책이전달하고자하는내용을보다감동적인방법으로표현하고있는책…

                                                                                                                책을 통하여 나는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의 질문에 대하여, 나는 책이 스스로 무엇을 말하고 싶어하는가

                                                                                                                를 파악하여 그것을 최대한으로 가능하게 해주는 일이 바로 내가 원하는 일이라고 분명히 대답할 수 있다.

                                                                                                                *이나미, 나의 디자인 이야기 중에서




                                    최근에는 기록을 남기는 것에 대해서 자주 생각해본다. 스튜디오 바프와 내가 해 온 작업에 대해서 기록을 한다는 의미는 우리 디자
                                    인사의 한 부분을 채워 넣는 것과 같다. 지금까지 열심히 달려 온 시간들을 정리하면서 스튜디오 바프의 다음 세대를 준비하고, 또 디
                                    자인의 다음 세대를 준비할 필요를 느낀다. 그리고 이것은 디자이너로서의 나, 이나미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 북 프로듀서란 무슨 뜻인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가?            만 작업을 할 수 있고, 또 글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니               았다. 영화 사진집으로 의뢰 받기는 했지만 이 책이 또            대부분이더라.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서 특별히 어
                      한 마디로 말하자면, 책의 가치를 키우는 일이다. 책이              까. 그것 보다는 무언가 스스로 발생할 수 있는 일을 하               하나의 독립된 작업으로 남기를 바랬기 때문이다. 그래             딘가로 여행을 간다거나, 물리적으로 혼자일 필요는 없
                      라는 것은 단지 읽기 위한 것뿐만이 아니라 소유하는 기              고 싶었고, 책의 가능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총괄적으로                 서 영화 대신 전태일의 일기장과 평전, 그리고 유족들             다. 내가 “시간멈춤놀이”라고 부르는 나만의 놀이가 있
                      쁨도 큰 것이다. 북 프로듀서란 책에 디자인을 접목해서              아우르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 결과가 프로듀서로서의                 의 도움을 받아 그의 유품들을 직접 보았다. 그의 일기            는데, 이건 잠깐 내 속에 있는 어떤 스위치를 끄는 것이
                      책이 가지고 있는 본래의 가치를 잘 전달할 뿐만 아니라              북 디자인이었다.                                     는 전형적으로 잘 쓴, 수려한 문장력을 자랑한다거나              다. 그리고 내가 일을 잘 하고 있을 때 스스로에게 칭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도록 하는 일이다. 흔히 “책을 디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보다 훨씬 더 큰 감동이 있            찬과 보상을 한다. 예를 들어 3시간 예상한 일을 2시간
                                                                  ★ 작업할 때 어떤 점에 주의를 기울이는가? 원칙이나 기준 같은 것…
                      자인한다”고 하면 표지 디자인만을 생각하기 쉽다. 그래                                                            었다. 그가 가진 인간에 대한 존엄, 사랑, 그리고 그것           에 끝냈다고 하면, 나머지 1시간에 다른 일을 시작하는
                      서 우리나라 1세대 북 디자인들은 내용과 상관없는 표지              이 작업의 본질이 무엇인가, 즉 무슨 이야기를 전달하                 을 어떻게 실천하는가에 대한 것들. 나는 이것을 온전             게 아니라 나에게 선물로 준다. 1시간 동안 시간을 멈추
                      디자인들이 많았다. 내용은 글 쓰는 사람의 몫이고, 표              는가를 생각한다. What to say는 이미 책 안에 주어져            히 담아낼 수 있는 사진집을 만들기 위해 단 한가지의             고 노는 거다. 그 시간 동안 사진을 찍을 수도 있고, 예
                      지를 아름답게 보이도록 하는 것이 디자이너의 몫이라                있는 것이고, 디자이너는 what을 how로, 자신만의 방              서체만을 사용해서 책을 만들었다. 그의 글은 사치스러             전 작업물 폴더를 정리할 수도 있고, 글을 쓸 수도 있지.
                      고 생각한 결과였다. 나는 내용을 잘 보이도록 하는 것              법론으로 풀어내는 것이다. 간혹 어떤 디자이너들은 방                 울 수도 장식적일 수도 없었으니까. 대신 그가 마음 속            이게 나에겐 리프레시이자, 휴식이자, 상인데, 왜 사람
                      도 디자인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을 ‘북 디자인’이라             법론에만 충실해서 what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에 담고 있었던 것, 그가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었던 것            들은 모두 주말에 골프를 치러 나가는 걸까?
                      는 말로 설명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북 프로듀서라              디자이너로서의 역량을 보여주기 위해 다양한 방법과                   을 표현하기 위해서 본문 텍스트를 최소 20포인트부터
                      는 새로운 말을 만들었다. 책을 아름답게 하는 디자인뿐              실험을 해서 결과물을 만들어내지만, 정작 그것이 무슨                 최대 230포인트까지 과감하게 사용해서 디자인했다.              ★ 이나미에게 종이란 무엇인가?


                      만 아니라 책이 가진 가능성을 극대화해서 보여주는 것               이야기를 하는 건지 모르는 경우가 생긴다. what을 모                                                         빈 종이는 그 자체만으로 많은 것을 이미 담고 있다. 종이
                                                                  르면 how가 나올 수 없다. 그리고 이 what을 알기 위             ★ 디자인, 프로듀서, 회사 운영, 강의…이 많은 일들을 소화하기가 쉽   가 가진 질감과 색, 두께 등에서 오는 뉘앙스. 이 최초의 상
                      을 포괄하는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서 말이다.
                                                                                                                지 않을 텐데, 어떤 방식으로 쉬고, 어떤 방식으로 리프레시하는가?
                                                                  해서는 책에 대한 애정이 필요하다. 디자이너는 애정을                                                           태는 수많은 상상을 불러 일으킨다. 그래서 글을 쓰거나,
                                                                                                                일이 나에게는 큰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다. 시간이 남
                      ★ 어떻게 북 프로듀서를 하게 되었나?                       가지고 그 책이 가지고 있는 숨어있는 빛을 발견해야만                                                           그림을 그리고 디자인 작업을 할 때는 항상 빈 종이, 아무
08                                                                                                              을 때는 그 동안 시간이 없어서 접어두었던 다른 일을                                                  09
                      대학에서는 그래픽을 전공했는데, 대중과의 소통이나                 하고, 그 빛을 잘 보여지도록 해야 한다.                                                                 것도 채워지지 않은 종이를 보면서 작업한다. 그리고 종이
PAPER COMMUNICATION




                                                                                                                                                                                               PAPER COMMUNICATION
                                                                                                                생각한다. 그게 나에게는 놀이이자 휴식이다. 그리고
                      종이라는 작업 매체의 매력 때문에 미국에서 일러스트                                                                                                        는 마치 사람 같다. 사람처럼 눈에 보이고, 만질 수 있고,
                                                                  ★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은 무엇인가?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 일을 하면서 뭔가 안 풀리고
                      를 전공했다. 그런데 일러스트 자체는 좋았지만 새로운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우리와 함께 늙어간다.
                                                                  1997년 영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의 사진집으로 의               스트레스 받을 때가 있는데, 그건 일 때문이라기 보다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 일러스트가 작가에 너무나 종
                                                                  뢰 받은 프로젝트. 나는 아직까지도 이 영화를 보지 않                는 혼자만의 시간을 제대로 갖지 않아서 생기는 경우가
                      속적인 작업이라는 점이었다. 일러스트는 글이 있어야
상
                                                                          상
                                                                          공
                                                                          감
                                                                 ⊙




                                                                          상
                                                                          상
                                                                          스
                                                                          토
                                                                          리



                               과                                                 언        한                요즘은 멀티가 대세인가보다. 연예계에서는 만능엔터테이너, 축구      에서는 멀티플레이어, 엄
                               연                                                 제        국
                               어                                                 나        제
                               떻                                                 최        지
                               게                                                 초        의
                                                                                 와        새
                               만
                               들                                                 최        로                마들사이에서는알파우먼이         주름잡고 있으니. 이 멀티 바람이 어디까지 불었는지 모르겠
                               어                                                 고        운
                               졌                                                 를        도
                               을                                                 향        전
                               까                                                 한        에
                               요
?
                                                                                 노
                                                                                 력
                                                                                          관
                                                                                          한                지만, 이미 한국제지 쪽은 확실하다. 우선 PCC제조설비라고 들어봤는지? 배출가스 중에 포함되어
 한                                                                               을        이
   국                                                                                      야
     제                                                                           멈
                                                                                          기




                                                                                                 제 회 의
                                                                                                  지 사
       지                                                                         추
                                                                                 지        입
         의
           새                                                                     않
                                                                                          니
                                                                                          다                있는 이산화탄소를 다시 사용해서 온실가스 배출량도 줄이고 원가까지         절감하는 기특한
             로                                                                   았
                                                                                 습
                                                                                       . 1958




               운
                                                                                 니
                 상                                                               다        년
                   상
                                                                                          설
                     이                                                           우
                                                                                                           기술,          가 국내 최초란다. 국내 최초, 하나만 아니다. 국내 최초로 미생물을 이용한
                                                                       .




                                                                                 리        립
                       만
                         들                                                       생        이




                                                                                                무 상 이 구
                                                                                                 한 상 지 를
                           어                                                     활        후
                             낸                                                   속        한
                               재                                                 에        국
                                 미
                                   있
                                                                                 서        의
                                                                                          제
                                                                                                           ‘바이오 다이넥터’ 공법으로 물   살리기에 앞장섰다. ‘환경에 관한 자발적 협약’에 가입하여 연
                                                                                 빼
                                     는                                           놓        지
                                       종                                         을        역
                                         이                                       수        사
                                           이                                              와
                                                                                 없
                                                                                                           간 200만 달러나 에너지비용을 절약하고 대기오염물질도 확 줄였다. 한국제지는 환경부 종합평가


                                                                                                  살 다
                                                                                                   린
                                             야                                   는        함
                                               기                                          께
                                                 를                               무
                                                                                 수        해
                                                   들                             히        온
                                                     려
                                                       드                         많        한
                                                         립
                                                           니
                                                                                 은        국
                                                                                          제
                                                                                                           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자발적 협약 대상업체 1호’로 선정됐다. 친환경기업, 아니 환경기업이 되려
                                                                                 종
                                                             다                   이        지
                                                                                 들        는
.




                                                                                 은

                                                                                                           고 노력하다 보니 제품 한 쪽에 환경인증마크도       달게 됐다. 곧 환경보호 국제인증인


                                                                                                           FSC 인증도 획득, 생산과 판매과정 모두 친환경정신 아래 이뤄졌다는 것을 전세계로


                                                                                                           부터 인정받았다. 나무는 언제 심냐고? 매일매일 식목일처럼 심고 가꾸다 보니 국내 일등 조림기업


                                                                                                           이 되었다. 나무만 심는다고? 한국제지는 나무’도’ 심는다고!
                                              10                                                                                                                     11
                                                                 PAPER COMMUNICATION




                                                                                                                                                                     PAPER COMMUNICATION
1
 %의 종이

99%의 상상




                 무
                 궁
                 무
                          이 다 시
                           토 케 ,                                                                                                               ‘나 자신 = 세계’라는 관계성을 발견하고 거기서부터 ‘시대의 모습’을 생각하기 위한
                                                                                                                                               잡지. 자기자신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본 특집 ‘root’나, ‘주관이란 무엇인가?’를 테마




                          그사 의
                            람
                 진                                                                                                                             로 한 ‘I am the World’, 세계와 자신의 연결고리를 풀어 본 ‘65억 명의 교차점’ 등, 매
                 속                                                                                                                             호 일상과 사회에서 일어나는 것과의 ‘접점’을 찾아가는 특집 위주로 지면이 구성되어
                 닥                                                                                                                             있음. 현재 독자와 함께 생각하는 ‘장’으로 ‘GT 세미나’나 시대의 모습을 디자인하는
                 임




                        Generation
                                                                                                                                               연구 ‘LAB’ 등 종이 미디어를 넘어선 프로젝트도 전개하고 있다.
                 의
                 세




                       Times
                 계
    ―




                 하
                 나                                                                                 도쿄 젊은이들의 최신 트렌드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 하라주쿠. 1년 365일 잔뜩 멋을 낸 20대의 남녀들이 바글바글한
                                                                                                   쇼핑몰 라포레 하라주쿠는 그 한가운데에 있고, 그리고 Generation Times는 바로 이곳에서만 배포되는 책자다. 표지
                                                                                                   에는 정확히 “새로운 시대의 모습을 고민하는 저널 타블로이드지”라고 적혀 있다. 패션지도 아니고 스타 화보집도 아닌
                                                      것                            빨   지   평   요   저널 타블로이드. 놀랍게도 어떤 친구들은 단지 이 책자를 구하기 위해서 라포레를 방문한다. 하라주쿠에서 새로운 시
                                                      조                            라   구   온   즘
                                                      차                            내   의   했   갑   대의 모습을 고민하는 저널을 읽는 20대의 모습을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마치 빅뱅스타일의 어떤 이십대가 명동 한가
                                                      깨                            등   미   던   작
                                                      닫                            을   래   좋   스   운데서 전 지구적인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저널을 “무심한 듯 쉬크하게” 읽고 있는 모습과도 같은 것. 하지만 발행인 이




                                                                                           ,
                                                      지                            떠   를   았   럽
                                                      못                            밀   위   던   게   토 다케시는 “하라주쿠여야만 했다”고 말한다.
                                                      한                            며   해   옛   즐
                                                      다                            가   과   시   거




                                                                                       .
                                                                                   기   거   절   웠




                               . Generation Times, Issue 07, “Today is my life”
                                                                                   에   회   의   던
                                                                                   가   상   추   과
                                                                                   방   과   억   거
                                                                                   안   미   을   이
                                                                                   수   래   생   야
                                                                                   첩   예   각   기
                                                                                   에   상   하   아
                                                                                   는   도   며   니
                                                                                   연   는   시   면




                                                                                           ,
                                                                                   말   지   선   불
                                                                                   까   친   은   안
                                                                                   지   몸   저   한
                                                                                   계   을   먼   미
                                                                                   획   기       래
                                                                                           앞   에
                                                                                   을   분   날
                                                                                   빼   좋   을   대
                                                                                   곡   게       한
                                                                                           주
                                                                                   하   한   시   이
                                                                                   게   다   하   야
                                                                                   적       며   기   누구에게 이야기를 던질 것인가, 라든지 어떤 마음가짐을 갖게 하고 싶은가를 생각해 보았는데, 타겟은 역시 젊은이들.
                                                                                       하       를
                                                                                       .




                                                                                   어   지   어   하   젊은이들은 그야말로 미래 그 자체니까. 그랬을 때 패션 유행에 민감한 하라주쿠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젊은이에게도
                                                                                           ,




                                                                                   바   만   린
                                                                                   로           고
                                                                                       시   이       읽히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하라주쿠에서 세계를 변화시켜 나간다'라는 타이틀로 기획서를 만들어 라포레에서 배
                                                                                   앞   간   의   있
                                                                                   에   은       다
                                                                                           미   는   포하게 되었다. 하라주쿠에 있는 젊은이에게 전달되지 않을 걸 한다면 결국 “아는 사람들끼리만 이야기하는 것”이라는
                                                                                   있   언   래
                                                                                   는   제   를   걸
                                                                                               깨   생각을 처음부터 했다. 일부 사람만 아는 것을 만드는 것은 지루하고, 그건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중   나   위
 12                                                                                요   발   해   달                                                                                                            13
                                                                                   한   이       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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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것
                                                                                   을
                                                                                               .




                                                                                   읽
                                                                                   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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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
                 궁     이토 다케시는 사회적 기업가가 아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했던 몇 번의 강의 때문에 그는 대표적인 일본의 사회적                                          이토 다케시는 대학시절 유라시아 대륙을 몇 번이고 횡단할 만큼 여행을 좋아했고, 40번의 지원과 39번의 퇴짜 후에 입
                 무
                 진     기업가로 언론에 소개됐다. 그리고 실제로 그 강의를 들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감동받았다’고 말했고, 심지어 어떤 이                                        사한 광고대행사에서도 그만 두기 전에 8일간의 휴가를 얻어 아시아 여행을 떠났다고 한다. 광고대행사의 일도 재미있
                 속
                 닥     들은 왜 우리나라에는 이토 다케시같은 사람이 없느냐, 토로하기도 했다. 맞는 말이다. 우리나라에는 이토 다케시 같은                                         었지만, 만일 지금 회사에서 받은 명함을 잃고 세상에 방치되면 대체 나는 어떻게 생존할 수 있을까?라는 상상과 함께
                 임
                 의     사람은 없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어디에도 없다. 그가 사회적 기업가가 아닌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가 만                                        갑자기 새로운 세계에 대한 스위치가 들어와 버렸다고. 그래서 28살에 ASOBOT을 만들고 Generation Times를 발행
                 세     드는 Generation Times는 사회 다수를 위한 것이 아니라 그 자신을 위한 것, 또는 그와 함께 살고 있는 스무살의 누군                               했다. 그는 이 일에 대해서 “역할분담”이라고 말한다. 브라질 아마존에서 마을을 이루고 살고 있는 일본 이민자들이 그
                 계
                       가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들의 마을을 만들기 위해 했던 것처럼. 누군가는 농사를 짓고, 누군가는 선생님이 되고, 또 누군가는 다른 사람을 치료
    ―




                 하
                 나                                                                                                              해주어야 했던 것처럼. 그래서 그는 자신이 하는 일이 다른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더 의미가 있다거나 중요하다고 생각
                       우리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갈 멤버를 찾고 싶었어요. 우선 그런 계기를 만들 ‘현장’을 갖고 싶었고. 보통의 미디어처럼 ‘소
                                                                                                                                하지 않는단다. 이토 다케시에게 일이란 65억 명이 함께 살아가는 커뮤니티 안에서 각자가 살고 있는 의미를 찾아가는 것.
                       개하고 끝’이 아니라, ‘만남에서 다음 프로젝트로 이어나가기’라는 그야말로 ‘여행’같은 이미지를 그리고 있었지요. 그리
                       고 ‘공범자’ 만들기를 하고 싶었어요. 취재를 하면 여러 가지를 알게 되면서 포기하고 싶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이런 현실                                      어른들은 항상 “그 때가 좋았지”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우리 세대에는 고도경제성장도 학생운동도 버블도 없었으니까
                       앞에서는 “내가 미래를 바꾸는 것도 무리.”라고 생각하기 쉬워요. 결국 혼자서 다 안고 갈 수는 없다는 거예요. 그래서 “이                                    요. 확실히 당시의 학생운동을 보면 학생이 저렇게 뜨겁게 연대하다니 대단하다고 생각이 되요.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거 봐. 너도 모두 알아버렸네” 하면서 공범자를 만드는 미디어. “나도 고민하고 있는데, 너도 같이 고민해보자고”라고 말                                      저처럼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대 항해시대’는 여행의 보물창고수준이고, 굉장히 부러운 시대였죠. 누구에게나 ‘그
                       을 건네는 거죠. Generation Times표지에 ‘새로운 시대의 모습을 고민하는 저널 타블로이드지’라고 적혀 있듯 고민하                                 시대 재미있겠다’ 라고 생각하는 때가 있겠지만, 나는 겪어보지 못한 시절에 대해서 ‘그 때가 좋았다’라는 말을 들으면 좀
                       게 되는 계기가 되면 좋겠고, 미디어는 그 이상의 것은 못한다고 생각해요. 무관심에서 ‘무’(無)를 빼내는 작업이 바로 미                                     분하기도 해요. 그래도 시대는 고를 수 없잖아요. 살 수 있는 시대는 하나뿐이고, 그렇다면 ‘내가 살고 있는 시대가 가장
                       디어의 역할. 지나치게 가르치려고 드는 신문은 저도 읽고 싶지 않아요.                                                                  재미있었다’고 생각하고 싶어요. 그래서 내가 살고 있는 시대를 재미있게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을 하나씩 만들어 가고
                                                                                                                                있어요. Generation Times도 그런 생각에서 만들어졌죠.




                                                                                                                                “다른 시대를 질투하고 싶지 않아서”라는 말로 ASOBOT과 Generation Times의 존재 이유를 설명하는 이토 다케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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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은 너무나 개인적인 이유에서 시작해 사회적인 결과물로 이어졌다.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를 즐겁게 만들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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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토 다케시 Ito Takeshi 1975년생. 메이지대학 법학부에서 국제법을 전공했고, 재학 중에는 아시아, 중동 각지를 돌아다니며 필드워크. 대      해서 너무 많은 정보로 인해 오히려 사고정지된 젊은 친구들에게 스위치를 켜고 싶었다는 이토 다케시의 메시지가 지금,
                                      학 졸업 후 40여 개의 기업에 지원했으나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2000년 광고대행사 하쿠호도에 입사했으나 2001년 12월 퇴사 후 독립하여 ASOBOT
                                      을 설립했다. 연 3회 발행하는 저널 타블로이드지 GENERATION TIMES의 편집장이며 2006년 9월 '시부야가 대학이 되다'라는 컨셉으로 세워진
                                                                                                                                우리에게도 유효한 것은 결국 우리 자신 또한 65억 명의 커뮤니티를 만들고 있는 1명의 사람이기 때문은 아닐까.
                                      시부야 대학 발기인으로, 현재 이사를 역임 중.                                                                * 본 기사에 사용된 이토 다케시의 인터뷰와 사진 출처 www.asobot.co.jp, 일하지 않는 사람(弘文堂,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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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책 내게와
                          이
                 무
                 궁
                 무
                 진
                 속
                 닥
                 임
                 의
                 세
                 계




                           말 걸었어
                            을
    ―




                 둘




                           모든 책들이‘나는이러이러한책이오.읽으면이런걸얻을수있지’이렇게수붙이고있
                            모든책들이 ‘ 는 이러이러한 책이오. 읽으면 이런 걸 얻을 써 있지’ 이렇
                                  나
                           게다면, 순식간에 책을 고르고 유유히 서점을고르고 유유히 서점을 빠져나가는 사
                            써 붙이고 있다면, 순식간에 책을 빠져나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볼 수 있겠지.
                           람들의 모습도 볼 수 있겠지.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내면을꽁꽁감싸고않아.
                            하지만세상은그렇게호락호락하지않아.책들은색색의표지로 호락호락하지 있

                           책들은 색색의 표지로훑어보며 어떤 책이 좋을지 고민도 하고 많은 상상도 하겠지. 훑
                            으니까. 이리저리 표지를 내면을 꽁꽁 감싸고 있으니까. 이리저리 표지를

                           어보며 어떤 책이 좋을지 고민도 하고 많은앞에서 빙글빙글 웃으며 재촉하겠
                            이 책은 이렇겠지, 이렇겠군. 이럴 거야. 표지는 당신
                                                           상상도 하겠지. 이 책은 이렇
                            지. 나는 어때? 마음에 들지 않아? 하며 끊임 없이 유혹하겠지. 그 속삭임에 넘어가서 어
                           겠지, 이렇겠군. 이럴 거야. 표지는 당신 앞에서 빙글빙글 웃으며 재촉하
                            떤책을손에들고왔는지,이야기해줄수있을까?
                           겠지. 나는 어때? 마음에 들지 않아? 하며 끊임 없이 유혹하겠지. 그 속삭
                           임에넘어가서어떤책을손에들고왔는지,이야기해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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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PER COMMUNIC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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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종이                 “ 지 감 고있 속 음 내귀 속 였 .델정 로뜨 운광
                       표 가 추 는 마 을 에 닥 지      도 거
99%의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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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많 감 들 여 에있 고한권 내 은나 는모 으 당
                          은 정 이 기 다 . 의 용 ‘ 라 습 로 신
                                            ’                                                       구본형의 THE BOSS(더 보스) : 쿨한 동행 ● 구본형
                 진
                 속
                 닥
                       을만 게된 고”
                          나 다 .                                                                     ‘대한민국 2천만 직장인을 구할 상생의 메시지’라는 거창한 부제와 함께, 변화경영전문가로 널리 알려

                 임                                                                                  진 구본형 씨의 이름이 적혀 있으니 30대 직장인이라면 손이 먼저 나갈지도. BOSS(상사)와 관련된 책
                 의
                                                                                                    이라는 점도 선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직장인+BOSS+쿨한 동행, 이보다 더 내 마음을 사로잡을
                 세
                 계                                                                                  수 있는 책 표지는 전무후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임영숙(34세, 기획자)
    ―




                 둘


                            미술관에는 왜 혼자인 여자가 많을까               ● 플로렌스 포크                             변신   ● 프란츠   카프카

                            아마도 혼자 미술관에 갈 기회가 있다면, 혼자 왔다는 사실은 너무나 자명한 것이어서 세상 사람들 모                 표지에 이끌려 무작정 사버렸다. 그런데 읽고 보니 이런! 내가 언젠가 읽었던 책이네 하고 한번 더 놀
                            두가 다 알 것만 같은 기분이 들 것이다. 중요한 건 세상 사람들이 그걸 알고 모르고가 아니라, 그런                라게 했던 책이다. 읽는 내내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이토록 잘 표현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과 질투
                            기분이 든다는 것이다. 책 표지를 보는 순간, 뭔가 속 깊은 게 들켰다는 느낌이 드는 건 그 때문이리라.              에 휩싸이게 한 책이기도 하다. 어둡고 해학적인 모습의 극치로 일러스트레이터라면 소유욕이 발동하
                            그런 점에서 사람을 확 잡아끄는 표지와 제목.                  김연수(40세, 소설가)                지 않을 수 없다. 아! 아무래도 나는 카프카의 어둠을 가지고 있나 보다.            박지민(33세, 디자이너)




                            체 게바라 평전      ● 장 코르미에                                                  The Blue day Book (누구에게나 우울한 날은 있다)   ● Bradley Trevor Greive

                            강렬한 붉은색 바탕에 검은 잉크로 형상화된 얼굴, 그리고 먼 산을 응시하는 이 분의 이름은 체 게바                 꽤 우울한 날이었고, 마음은 파도처럼 너울거렸었다. 혼자서 광화문 앞을 서성이다 추워서 서점에 들
                            라. 마치 예수를 연상케 하는 이 모습이 이 책 한 권에 담긴 인간 체 게바라의 뜨거웠던 인생을 대변하               어가 심드렁하게 돌아다니는데, 눈에 띄고 말았다. 심각한 표정으로 손발을 꼬고 앉은 침팬지의 모습
                            는 듯 하다.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에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라고 일갈 하던 그              을 보면 다들 피식 웃었을 테지만, 말 못하는 짐승이나 사람이나 똑같다는 생각에 가슴이 조금 짠했다.
                            의 모습이 눈에 그려지는 것 같지 아니한가?                 이명호(35세, 웹디자이너)                문장은 짧다. 하지만 페이지마다 담긴 흑백사진의 감동은 길었다.             강희정(28세, 기획자)




                            Warhol-basic Art Album (Paperback) : Commerce into Art ● Klaus Honnef   홈리스 중학생 ● 다무라 히로시

                            붉은 계열의 옷을 입은 잘 생긴 남성이 총을 들고 있다. 푸른 바탕 위에 데칼코마니처럼 배열된 그 모                이거 뭔가 누덕누덕한 이야기가 나올 법한 포스가 확 풍기는 것이, 구미를 당겼다. 후르르 넘기는데
                            습이 강하게 나의 이목을 끌었다. 이미지를 반복 사용하여 새로운 이미지를 만드는 팝 아트의 선두주                  손으로 그린 듯한 작은 약도와 삽화까지 뭔가 없어 보여서 살짝 안심도(너무 번듯한 책은 머리가 아플
                            자 워홀의 책이었다. 그만이 사용할 수 있는 색감, 그리고 그것이 주는 순간의 인상은 아직도 강렬하                 것이라는 선입견이 문제다). 일본에서 잘 나가는 개그맨의 눈물 겨운 자서전이라는 사실에 위트 넘치
                            게 기억된다.     맹준재(30세, 공연기획자)                                             는 이 표지가 조금 슬퍼지기도 했다.   윤형복(31세, 컴퓨터 프로그래머)




                            이런 사랑 ● 이언 매큐언                                                          책벌레들 조선을 만들다 ● 강명관

                            소설책의 표지는 그 녀석이 그 녀석이다, 책 내용이 중요하지 언제 닳아 없어질지 모를 껍질이 대수냐.                ‘책’과 ‘조선’이라는 두 코드를 잘 연결시킨 표지 디자인이 아닌가 싶다. 조선은 책 문화가 그리 발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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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한 내 마음이었지. 이 책을 보기 전까지는. 의미 없는 일러스트였어. 검정 아크릴과 펜으로 그린                 국가는 아니었지만, 왕이나 귀족이 보는 몇몇 책들은 세상에서 가장 고급스럽고 아름답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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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PER COMMUNICATION
                            거친 그림과 함께 빨간색으로 적힌 제호. 일러스트레이터 이우일은 소설 속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을                   그런 ‘조선의 책’을 상정하고 흉내 낸 디자인인데, 색감이 부드럽고도 세련돼서 눈에 확 띄었다. 표지
                            뽑아낸 재주꾼이라 할만 해.           한영화(28세, 회계사)                                 의 제목과 ‘冊’도 옛 글자체 그대로는 아니지만 고풍스럽게 디자인했다.              천정환(40세, 문화사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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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종이

99%의 상상




                 무
                 궁
                       낡 종 위손 로눌 쓴글 ,
                        은 이 , 으 러 자
                                              누 가 게
                                               군 에                         코덱스 기가스




                       들 주 싶 던
                        려 고 었
                 무




                                              Desire
                                                                                                   하멜보고서
                 진
                 속
                 닥                                                                                                                                 보이니치 필사본
                 임


                            그 만
                             들 의
                 의
                 세
                 계
    ―




                 셋

                        완전히텅빈종이든뭔가가쓰여있는종이든.종이가있고,펜이나연필까지갖춰져있다면사람들은종이위 이
                                                                     에

                        것저것끄적거리기시작한다.심심한사람은낙서를하고,사랑에빠진사람은길고긴편지를쓰고,열정에사 잡
                                                                      로

                        힌사람은그림을그린다.그리고,시간과공간을초월해자신이원하는바를전하고싶은사람은한글자씩손 로
                                                                     으     내가 알고 있는 전부를 담고 싶어.
                        꾹꾹눌러쓴필사본을만든다.                                      세상 사람들을 ‘지식’이라는 키워드로 나누면 아마 세 가      필사(筆寫)한 것이다. 이렇게 엄청난 양이니 의욕에 차서

                                                                           지 유형쯤 나올 것이다. 알고 싶어하는 사람, 알고 있는      쓴 첫 번째 글자와 좀 지칠 만도 한 지점, 예를 들어 33페

                                                                           사람, 알려주고 싶은 사람. 이렇게 나눴을 때 필사자는 알     이지쯤 되는 곳의 글자가 다를 법도 한데 변함 없이 정갈

                                                                           고 있는 사람이자 알려주고 싶은 사람에 속할 것이다. 그      한 라틴어 뿐이다.

                                                                           래서 그들은 머리 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잡학다식의 세       전설에는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은 수도승

                                                                           계를 전인류와 공유해야겠다는 강한 의지를 불사르며 후        이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 하룻밤 만에 완성을 했다고 하

                                                                           대에도 길이 남을 초대형 필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는데, 그 둘의 거래는 성공적이었던 것 같다. 수도승이 가

                                                                           다. 이렇게 만들어진 필사본은 전쟁의 불길 속에서 비명       진 지식의 전부는 ‘악마의 성경’이라는 이름으로 지금까지

                                                                           횡사를 하거나, 이리저리 팔려 다니다 잊혀지지 않는 한       전해지고 있으니까.

                                                                           언젠가 그 모습을 드러내 모두를 놀라게 한다.            * 코덱스 기가스(The Codex Gigas)
                                                                                                                세계에서 가장 방대한 필사본으로 세계 8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13세기
                                                                           중세 모처의 수도원 지하 감방에서 쓰여진 어느 수도승의       초 포드라이셰(Podlažice)의 베네딕트 수도원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세로 92cm, 가로
                                                                                                                50cm, 두께 22cm에, 그 무게는 75kg에 달한다.
                                                                           역작 ‘악마의 성경’처럼. 땡땡이 무늬의 팬티를 입은 악마
                                                                           가 해맑게 웃고 있는 삽화 때문에 ‘악마의 성경’으로 불리     타국에서의 고단했던 시간을 알아줘.
                                                                           지만 진짜 이름은 ‘거대한 크기의 필사본’이라는 의미의 ‘코    잊지 않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종이
                                                                           덱스 기가스* (Codex Gigas)’이다.            에 적어서 두는 것이다. 머리에 담는 것은 한계가 있는 법,
                                                                           이름처럼 한 뼘이 넘는 두께에 세로 92cm, 가로 50cm의   특히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사람들에게는 꼭 피해야 할 저
                                                                           크기를 가져, 뭇 사람들은 ‘이것이 세계 8대 불가사의’라고    장방법이다. 지금은 금방이라도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말할 정도. 필사자였던 수도승은 이 필사본에 신·구약성       기억하고 있지만 길고 긴 시간이 지난 후 남는 것은 얼마
 20                                                                        경, 어원사전, 유태민족의 고대사(무려 20권짜리), 보헤미    되지 않으니까. 그래서 하멜은 마음이 놓이자마자 필사본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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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의 명부, 마법의 약전, 간질과 열병을 치료하는 처방과      함께 날아가 버릴까 봐.
                                                                           도둑을 찾아내는 방법까지 빠짐없이 기술했다.             13년 28일 간의 억류생활을 마치고 기록한 ‘하멜보고서’* ,
                                                                           말 그대로 필사(必死)적으로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우리에게는 ‘하멜표류기’로 잘 알려진 필사본이다. 하멜은
1
 %의 종이

99%의 상상




                 무
                 궁
                 무
                 진
                 속
                 닥
                 임
                 의
                       13년 28일 동안 생활하던 조선을 이방인의 날카로운 시                  들의 표현을 빌면 ‘손발이 오그라들 만큼’ 재미있는 과
                 세
                 계     선으로 자세히도 적어 내려갔다. 듣고, 보고, 경험했던                   정이다. 그렇다면 까마득한 옛날부터 필사되어 전해 내
    ―




                 셋     모든 것들을 생각나는 대로, 시간의 순서대로 적어 자                    려온 이 암호에 도전해보는 것은 어떨지?
                       신을 고용한 동인도회사에게 보여줄 생각이었다. 꼬레                     셜록홈스나 포와로, 소년탐정 김전일의 할아버지가 살
                       라는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모두가 얼마나 고생을 하                    아 돌아온다 해도 풀기 힘들 정도의 암호, ‘보이니치 필
                       고 몇 명의 동료를 잃어야만 했는지에 대해, 하지만 표                   사본’* 이다. 그 어려움이 어느 정도냐 하면, 100년 동
                       류기간도 업무의 연장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일 했음을                     안 그 어떤 암호학자도 단 한 단어의 해석조차 하지 못
                       보고하기 위해, 그러니까 13년 28일 동안의 급료를 받                  해 암호학 역사의 성배라고 알려진 정도? 밝혀낸 것이
                       아야겠다고 말하기 위해. 몇 권이 필사되었는지는 알려                    라고는 15세기경 필사되었으며, 지금까지 알려진 그 어
                       지지 않았지만 그 중 한 권이 동인도회사를 거쳐 네덜                    떤 문자와도 비슷하지 않다는 것, 현재의 인류가 사용
                       란드의 어느 출판사를 통해 출판되었다.                            해온 언어보다 발달된 3차원의 언어로 추측된다는 점.
                       표류, 조선에서의 강압적인 체류, 탈출과 귀환. 그 사                   그러나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수 천 년 동안 필사되
                       이사이에 ‘뻥’ 약간 섞인 내용이 더해지며 ‘하멜표류기’                  며 지금까지 전달되지 않았을까 하는 학자들의 견해와
                       는 유럽 전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덕분에 꼬레는                    무엇을 위해 그 긴 시간 동안 필사에 필사를 거듭하며
                       유럽에 처음으로 소개되었지만, 그 ‘뻥’ 섞인 내용 덕분                  전한 것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만큼 중요한 내용
                       에 본의 아니게 유럽인들의 환상을 자극해버렸다. ‘식                    이 담겨 있지 않겠냐는 추측이다.
                       인악어가 사는 미개척지’, ‘금과 보석의 나라’라고. 뒤늦                 이쯤 되면 오랜 시간 옮기고 옮겨 적는 사이에 언어의
                       게 하멜이 처음 쓴 정본 필사본이 발견되어 꼬레, 즉 한                  의미는 차츰 잊혀져 갔지만, 훗날 누군가는 꼭 문자를
                       국에 대한 오해는 풀어졌지만 말이다. 그렇게 흥미진진                    해독하고 안에 담긴 뜻을 이해하기를 바라며 더 오래된
                       했던 한 권의 모험서는 하멜의 고단했던 꼬레 보고서로                    사본에서 정성스레 텍스트를 옮겨 적는 필사자의 모습
                       밝혀지며 사료로 애용되고 있는데, 정작 하멜은 이 필                    이 떠오를 법도 하다. 그 필사자의 바람이 이뤄지는 때
                       사본으로 밀린 급료를 받았을까?                                는 언제가 될지, 누군가가 지금은 예일대학교 베이네크
                       * 하멜보고서                                          희귀장서 도서관에 보관되어 있는 이 필사본의 진짜 가
                       네덜란드인 하멜이 1953년 조선에 표착하면서 있었던 13년 28일 간의 기록을 담
                       은 보고서이다. 외국인의 눈으로 바라본 조선의 풍속, 정치, 교역 등이 상세하게     치를 알아줄 때는.
                       기록되어 있어 당시 조선의 모습을 아는 데 중요한 사료가 된다.
                                                                        * 보이니치 필사본(Voynich Manuscript)
                                                                        약 600년 전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문서이다. 1912년 보이니치라는 사람이
 22                    누군가는 이 오래된 암호를 풀겠지.                              입수하며 ‘보이니치 필사본’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알 수 없는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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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와 삽화 때문에 현재까지 밝혀진 바가 거의 없는 미스터리 문서이다.
                       추리소설을 읽다 보면 범인을 맞추기 위해 꼭 풀어야
                       하는 암호들이 있다. 그 부분을 해결하지 못하면 범인도,
                       명탐정의 호칭도 날아가버릴 위기. 회색뇌세포를 열심
                       히 채찍질하며 암호를 맞춰나가는 과정은 추리 마니아
수다에는
간식이필요해
오랜만에 만난 친구, 그리고 여유 있는 시간. 누
구든 수다쟁이가 될 수 밖에 없는 조건이 갖춰졌
다. 그동안 지낸 이야기에 주변 친구들 근황을
술술 풀어내다 보면, 밥 먹은 지 얼마 안 되는데
도 허기가 지기마련이다. 그렇지, 간식이다. 상
큼 달콤한 에이드부터 시작, 살짝 허기지는 속을
달래주며 수다를 이어나가자. 우리에게는 친구
가 필요하듯, 수다에는 간식이 필요하다.
http://www.super-recipe.co.kr
이 책에 실린 간식들은 수퍼레시피로 만들어졌습니다.




수퍼레시피란?
메뉴개발전문업체에서 만든 월간 요리책. 직접 만들어보며 찾
아낸 최적의 레시피 50여 가지를 4단계 테스트까지 거쳐 요리
초보부터 주부9단까지 쉽게 이용할 수 있다. 값비싼 재료, 어려
운 재료가 아니라 냉장고에 있는 재료로 요리사 못지 않은 실력
을 뽐내고 싶은 사람들에게 인기리에 판매 중.
수다에는 간식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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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 May




초 릿과 타 트
 콜 일 르
[재 료]	 시판 타르트 틀 3개(지름 7~8cm 타르트 틀 기준)  물엿 1큰술  땅콩가루(굵게 다진 것) 1큰술  초콜릿 소스*  장식용 과일 *
       •                                 •         •                •         •
	      * 초콜릿 소스 : 다진 초콜릿(카카오 72%이상) 80g, 우유 60ml, 설탕 10g, 무염버터 15g
	         * 장식용 과일 : 키위 1개, 딸기 3개, 오렌지 1/2개, 바나나 1/3개, 설탕 약간
[만들기]	    
          ➊ 냄비에 우유, 설탕을 넣고 중간 불에 끓이다가 끓어오르면 약한 불로 줄여 다진 초콜릿을 넣고 고루 섞는다. 초콜릿이 완전히 녹으

          면 불에서 내려 버터를 넣고 젓는다. ➋ 바나나는 한입 크기로 어슷하게 썰어 표면에 설탕을 약간 뿌려 갈변을 방지한다. ➌ 키위는 껍
          질을 벗기고 세로로 6등분한다. ➍ 딸기는 4등분한다. 오렌지는 껍질을 벗기고 과육만 떠서 준비한다. ➎ 평평한 접시에 각각 물엿과
          땅콩가루를 펼쳐 담는다. 타르트 틀을 뒤집어 물엿을 찍듯이 묻히고 땅콩가루도 찍듯이 묻힌다. ➏ 타르트 틀에 초콜릿 소스를 반 이
          상 채우고 준비한 과일을 올려 장식한다.
수다에는 간식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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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 June




홍 소 웰 냉 스
 초 스 빙 파 타
[재 료]	 쇼트 파스타(푸실리 150g) 소시지 2개  미니 파프리카 3개  방울토마토 8개  파스타 소스*
       •                          •            •           •
	      * 파스타 소스: 홍초 3큰술, 꿀 1작은술, 올리브유 6큰술, 다진 양파 1큰술, 다진 마늘 1/2큰술, 소금 1작은술, 후춧가루 1/4작은술
[만들기]	 소시지는 끓는 물에 살짝 데쳐 0.5cm 두께로 썬다. ➋ 미니 파프리카는 0.5cm 두께의 링 모양으로 썬다. ➌ 방울토마토는 먹기 좋
       ➊

        은 크기로 썬다. ➍ 파스타 삶을 물(물 1ℓ+소금 1큰술)을 올린다. ➎ 파스타 소스 재료는 모두 섞어 냉장고에 넣어둔다. ➏ 물이 끓으면
        파스타를 넣고 11분 정도 삶는다. ➐ 면이 다 삶아지면 얼음물에 담가 차갑게 한 뒤 파프리카, 방울토마토, 소시지를 넣고 파스타 소스
        에 버무려 먹는다.
수다에는 간식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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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 July




스 클 키 주
 파 링 위 스
[재 료]	 탄산수(스파클링 워터) 2와 1/2컵(500ml)  골드키위 10개  오렌지 주스 1ℓ
       •                            •          •
	      * 파스타 소스: 홍초 3큰술, 꿀 1작은술, 올리브유 6큰술, 다진 양파 1큰술, 다진 마늘 1/2큰술, 소금 1작은술, 후춧가루 1/4작은술
[만들기]	   ➊ 골드키위는 껍질을 벗겨 2~3등분한 후 믹서에 오렌지주스와 함께 간다. ➋  에 탄산수를 붓고 가볍게 저어 완성한다.
                                                     ➊
수다에는 간식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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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 August




오 로감 연 롤
 이 싼 어
[재 료]	    • 밥 1공기  훈제연어 슬라이스 7조각  오이 2개  크림치즈 4~5큰술  무순 약간  초밥 양념*  와사비 간장 *
                  •                  •       •         •       •        •
	         * 초밥 양념: 식초 1큰술, 설탕 1큰술, 소금 1/4작은술
	         * 와사비 간장: 양조간장 2큰술, 와사비 1/2작은술
[만들기]	 뜨거운 밥에 초밥 양념을 섞어서 살짝 식힌다. ➋ 오이는 앞뒤 꼭지를 자르고, 필러를 이용해 길게 슬라이스해 14장을 만든다. 힘을
       ➊

          조절해가며 최대한 얇게 슬라이스한다. ➌ 연어 슬라이스도 반으로 잘라 14조각을 만든다. ➍ 깨끗한 도마에 오이 슬라이스를 깔고
          그 위에 연어를 얹은 뒤 밥을 놓고 크림치즈를 1작은술씩 올린다. ➎ 마지막으로 무순을 4~5개 정도 얹고 돌돌 만다. ➏ 그릇에 초밥롤
          을 담고 와사비 간장을 곁들인다.
한
         국
         제
         지
⊙




         종
         이
         가
         있
         는
                      충 로 뒷 목 서 마 친단
                       무   골 에   주 상
                      충 로 인 골 을가 .
                       무   쇄 목 다
         풍
         경




                      이른아침,해가떠오르기도전에여기저기서셔터문이올라가고,음식냄새가진동하고오토바이시동소리
                      가요란하다.출퇴근시간으로서울시내가혼잡스러울때이곳은이미본격적인업무태세에돌입한다.충무
                      로.이름난영화감독과배우,화려한조명들과의상,진한분향이레드카펫을따라흐를것같은그이름뒤에
                      는쉴새없이돌아가는인쇄기의소리가쟁쟁하다.우리나라인쇄물량의70%.주차된차위의찌라시부터베
                      개보다두꺼운전문서적까지만들어지는이곳은종이에게는제2의고향이고,우리에게는복닥거리는삶의
                      냄새가진하게묻어나는몇안되는현장중하나이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은 교차한다.
                                 매일경제의 빌딩과 충무로타워, 멀티플렉스로 바뀐 거대한 극장 뒤쪽으로 아기자기한 일
                                 본식 건물들이 길게 골목을 이룬다. 충무로 인쇄골목이라 불리는 이 곳에서는 어울릴 것 같
                                 지 않은 두 개의 모습이 사이 좋게 동거 중이다. 검은 세단이 지나간 길을 짐 잔뜩 실은 삼
                                 륜 오토바이가 지나가고 구루마라고 불리는 손수레가 차례로 지나가며 그렇게 과거와 현
                                 재는 완벽하게 교차한다.
                                 이 거리에는 인쇄관련 공장만 어림잡아 3천여 개가 자리하고 있다. 다닥다닥 모여 있는 인
                                 쇄관련 공장. 이 애매모호한 말에는 몇 억짜리 인쇄기가 돌아가는 인쇄소부터 손으로 접고
                                 붙이는 영세업체까지 다양한 업종과 업태가 포함된다. 그래서 충무로만큼 향수를 자극하
                                 는 곳도 없는 것이다. 한 쪽에서는 컴퓨터로 0.0001mm까지 계산된 종이들이 인쇄에 들어
34                               가지만, 또 다른 곳에서는 무릎을 맞대고 앉아 풀칠을 한다. 맥도날드, KFC와 같은 다국적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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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스트푸드점 바로 맞은 편에는 30년, 40년 이상 된 원조 맛집과 오래된 선술집이 버티고
                                 서 있다. 인쇄골목 사람들은 2차선 도로를 건너가 듯이 과거와 현재, 오래됨과 새로움, 아
                                 날로그와 디지털을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충무로는 그런 곳이다. 사람들은 일상처럼 그 시
                                 간의 묘한 교차를 살아간다.
한
         국
         제
         지
⊙




         종
         이
         가
         있            일상은 독특한 모습으로 기억된다.
         는
         풍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한솥밥을 먹는 모습뿐만 아니다. 인쇄라는 키워드로 특화된 이 거리                      지 장인의 눈을 거치면 완성. 단단히 포장된 후 전국으로, 운이 좋으면 전세계로 전해지면 인쇄골목 사람들은 비로서 안
         경
                      는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모습들을 만들어낸다. 가게 입구마다 쌓여 있는 종이부터, 편의                   도의 한숨을 쉬는 것이다. 이 곳에서 종이는 더 이상 종이로 남지 않는다. 5만 인쇄 고수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
                      에 따라 만들어져 어디에 쓰이는 것인지 알 수 없을 만큼 독특한 기계들, 가로수나 벼룩시                    에 어깨가 무겁다. 색색의 잉크와 활자가 새겨진 채 누군가에게 보여지기 위해 곳곳으로 배달되기도 한다. 여차하면 불
                      장이 아닌 인쇄신문이 전봇대 아래에 놓이는 모습들, 길가에 주차되어 있는 지게차. 처음                     량이라는 멍에를 쓰고 빛도 못 본채 버려질 수도 있다. 인쇄골목 사람들은 종이에게 최고의 운명을 부여하기 위해 고군
                      보는 사람들은 혼이 쏙 빠질 만큼 신기한 풍경들이 매일 같이 펼쳐진다.                              분투하고 종이는 이 곳에서 종이 이상의 의미를 얻어 나간다.
                      한 집 건너 한 집이 맛집인 곳도 충무로 인쇄골목뿐이다. 일이 고되니 먹는 것은 푸짐하고
                      맛깔 나게 먹자는 이 곳 사람들 때문에 보통 국밥집도 이 곳에서는 맛집으로 변할 수 밖에
                      없다. 맛집들은 이른 아침부터 김이 모락모락 나는 솥에서 족발을 꺼내 물기를 빼고, 분주
                      하게 만두피를 밀거나 배추를 다듬어 겉절이를 준비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음식들은 하루
                      세 끼 인쇄골목 사람들의 허기진 속을 달래준다. 그리고 충무로에 밤이 내려 앉으면 소주
                      한 잔, 맥주 한 잔 걸칠 수 있는 술집이 되어 인쇄골목과 함께 하루를 정리한다.
                                                                                           인쇄소의 하루가 충무로의 세월이 된다.
                      하지만 인쇄거리에서 찾아 보기 힘든 것도 있다. 이 곳에는 경적이 없다. 여기저기 사람 키
                                                                                           이렇게 변할 것 같지 않은 충무로에 인쇄타운이 들어선다. 인쇄 중심 중 하나인 세운상가의
                      만큼 쌓여 있는 종이 더미와 시도 때도 없이 밀고 들어오는 리어카, 어디서 나타날지 모를
                                                                                           재건축이 결정되면서 많은 인쇄소들이 저마다 구미에 맞는 자리를 찾기 위해 조금씩 이동
                      지게차 그리고 바삐 뛰어 다니는 사람들 때문에 좁은 길이 막혀 있어도 모두가 느긋하다.
                                                                                           중이다. 인쇄소 웰던애드도 마찬가지. 인쇄골목 끄트머리에 새로 자리 잡은 지 2년이 다 되
                      알고 있으니까. 종이와 잉크냄새, 지분 날리는 이 거리는 인쇄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을.
                                                                                           었다. 신식건물과 최신형 기계가 들어서고 충무로 인쇄소답지 않은 세련됨마저 갖추고 있
                      잠시 길을 빌려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 규칙에 맞게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지만 역시 인쇄골목의 일부, 이 곳의 하루는 고스란히 충무로의 역사가 된다.
                                                                                           15명이 일하고 있는 곳. 한참 경기가 좋을 때는 밤낮 없이 종이를 돌렸지만 요즘은 아침 8
                                                                                           시에 하루 업무가 시작된다. 인쇄기 두 대가 쉴 새 없이 찍어내는 것은 DM. 시즌별로 대세
                                                                                           인 인쇄물이 있는데, 연말이 달력 특수라면 지금과 같은 봄, 그리고 경기가 어려울 때에는
                                                                                           DM이 대세이다.
                                                                                           트럭에서 내려진 종이는 지게차를 이용해 인쇄소 한 켠에 차근차근 쌓는다. 국산종이는 스
                                                                                           노우지가, 고급종이는 랑데부가 많이 들어오고 중요한 기획물에는 수입지도 쓰인다. 딱히
                      종이는 종이 이상의 의미를 얻는다.                                                  클라이언트의 주문이 없을 때는 한국제지 종이를 사용한다. 백색도가 다른 종이보다 낮아
                      나름의 규칙 안에서 이 곳 사람들은 활기차다. 입김이 풀풀 나는 한겨울에도 반팔을 입고 인쇄골목을 활보한다. 오랜 경    눈도 덜 피로하고 색감이 고급스러운 느낌이 나기 때문이다. 한창 때는 하루 800연의 한국
                      력만큼 쌓이는 것은 아는 얼굴들, 지나치는 오토바이 운전수도 잡아서 인사할 만큼 살갑기도 하다. 기계와 씨름하고 잉     제지가 들어왔다 인쇄기를 통해 밖으로 나간다. 불량률도 낮아 인쇄하는 사람도 받아보는
                      크가 묻는 작업 속에서도 그 모습들은 변함이 없다.                                         사람도 만족도가 높다. 인쇄 경력 35년 차의 베테랑은 한국제지 제품 10개 중 1개 정도 불
                      인쇄골목 사람들은 하루 아침에 나타난 것이 아니라 서서히 모였다. 처음에는 강호의 고수를 찾듯 자신을 이끌어줄 사부     량이 난다고 말한다. 불량률 제로는 아니지 않느냐는 물음에 다른 종이는 10개 중 3개가 불
36                    를 찾기 위해 이 곳을 찾았던 사람들이 이제는 젊은 사람들을 제자로 받아들여 인쇄기술을 전한다. 줄잡아 5만 명이 인    량이라고 말을 덧붙인다.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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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PER COMMUNICATION
                      쇄기술을 연마하고, 그 기술로 삶을 영위하며 새로운 사람에게 자신이 가진 것들을 전수한다. 그렇게 저마다 자신만의      규칙적인 소리를 내며 돌아가던 인쇄기가 멈추는 것은 12시쯤이다. 다같이 어울려 점심을 먹
                      기술을 가지고 인쇄골목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인쇄골목 고수들은 지업사에서 칼같이 종이를 자른다. 잘린 종이들을 자      는 시간, 기계도 거친 호흡을 달래며 휴식에 들어간다. 한 시간의 휴식이 끝난 후 인쇄기는 다
                      전거나 오토바이 짐받이에 산처럼 쌓고 거리를 달리는 사람들은 이미 달인의 경지. 실려온 종이는 차곡차곡 인쇄기 앞      시 분주하게 오후를 보낼 것이고, 퇴근 후 인쇄소 사람들은 황황한 불빛이 있는 충무로 거리
                      에 앉아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다 순서대로 인쇄기를 통과한다. 컬러가 잘 맞는지, 초점은 잘 맞았는지, 다른 문제는 없는   에 앉아서 소주잔을 기울일 것이다. 충무로의 하루는 언제나처럼 그렇게 저물어간다.
2009 한국제지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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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종이가가진질감과색,두께등에서오는뉘앙스.이최초의상태는수많은상상을불러일으킨다.그래서글을쓰거나, 137-070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동 1358-6 | TEL (02)3475-7200 | FAX (02)3473-2133 | URL www.hiper.com 그림을그리고디자인작업을할때는항상빈종이,아무것도채워지지않은종 를보 서작 한 . 이 면 업 다
  • 2. CONTENTS 상상공감 04 상상 한마디 몰래 속닥이고 싶은 이야기 없어? ⊙ 06 상상 스토리 내가 원하는 건 책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숨처럼 물처럼 살아 움직이게 하는 것 ⊙ 10 한국제지의 상상 제지회사의 무한상상이 지구를 살린다! ⊙ 1%의 종이, 99%의 상상 12 무궁무진 속닥임의 세계. 하나 이토 다케시, 그 사람의 Generation Times ⊙ 16 무궁무진 속닥임의 세계. 둘 그 책이 내게 와 말을 걸었어. ⊙ 20 무궁무진 속닥임의 세계. 셋 낡은 종이 위, 손으로 눌러쓴 글자,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그들만의 Desire ⊙ Book in Book 23 수다에는 간식이 필요해 “속닥속닥” 한국제지 34 종이가 있는 풍경 충무로 뒷골목에서 마주친 단상, 충무로 인쇄골목을 가다. ⊙ 2009년의 두 번째 PAPER COMMUNICATION은 “속닥속닥”에 대해 이야기 하려 합니다. 38 내일의 종이 중성지의 시계는 미래를 가리킨다. ⊙ 비밀을 나누는 친구처럼, 전래동화를 구수하게 풀어내는 할머니의 목소리처럼 42 종이 연구소 ‘한 장의 마법’이라고 부르세요, 특수용지의 세계 ⊙         ⊙ 종이 연구소의 친절한 Q&A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종이는 우리에게 차고 넘칠 정도의 이야기를 속닥입니다. 하얀 지면 위에 펼쳐지는 놀라울 만큼 넓고 깊은 세상. 49 News 젊은 세대를 위해 Ito Takeshi가 전하는 Generation Times, 50 독자마당 우리를 사로잡은 북 디자인, 그리고 언제부터인지 모를 정도로 오래 전부터 전해지다 종이 위에 남은 이야기들까지… PAPER COMMUNICATION • 계간지 | 등록일·2005년 6월 8일 | 발행인·전원중 | 발행일·2009년 4월 30일 | 통권 93호 | 발행처 한국제지주식회사_ 귓가 언저리에서 종이의 속닥거림이 들리는 것 같지 않나요?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1358-6 사보편집실 02-3475-7255 기획 윤소정_한국제지 마케팅 TF팀 | 기획·디자인 디자인수목원 | 출력·인쇄 비.지.아이 • 한국제지 사외보는 CTP인쇄 방식을 채택하여 인쇄품질이 우수합니다. 한국제지 사외보 표지는 하이퍼 엑스프리아트 250g, 내지는 하이퍼 엑스프리 PAPER COMMUNICATION에도 담겨 있습니다. “속닥속닥”, 시작해볼까요? 스노우화이트 150g을 사용하였습니다.
  • 3. 상 공 감 ⊙ 상 상 한 마 디 ★ 나는 아직도 구구단이 헷갈린다 ★ 키라에겐 데스노트! 나에 남, 30대, 프로그래머 겐 뒤끝노트! 나한테 잘못한 인간들 천 년 만 년 기억할 거야~ 조심해! ★ 여, 20대, 디자이너 임 님귀 금 는 살다 보면 혼자만 알고 있기에는 입이 간질간질한 이야기가 하나쯤 생기기 마련입니다. 너무 재미있어서, 부끄러워서, 아니면 경력 5년차 영어강사, 실은 외국인 기피증이 있다. 외국인만 보면 피해다닌다 는 소문이... ★ 남자친구 앞에서만 내숭 떠는 친구. 진짜 모습을 그녀의 남자친 구에게 속닥이고 싶다. 남, 30대, 강사 ★ 내 마음을 설레게 한 그 사람 이야 여, 20대, 대학생 얄미운 마음에 어딘가 털어놓고 싶은 이야기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외침을 들어주던 대나무 숲처럼 숨겨 놓았던 비밀 기 여, 20대, 회사원 ★ 옷으로 잘 가리고 있지만 점점 무너지고 있는 내 몸매 어떡해 여, 20대, 회사원 ★ 그 들을 들어 드립니다. 어디 한 번, 그 속닥임 들어볼까요? 녀석과의 비밀스런 데이트를 말하고 싶어서 입이 간질간질 S라인 여, 20대, 회사원 ★내 내얘 가 긴 ... 당 귀귀 나 의 비밀은 사실 B사의 보정속옷이야. 여, 20대, 회사원 ★ 나 정기적으로 보톡스 맞고 있다. 여, 20대, 회사원 ★ 맞선 볼 때 차인 적이 더 많은 나, 왠지 슬프다. 여, 30대, 프리랜서 ★ 결재 받으러 윗분의 방에 들어갔는데, 모니터에 떠 있는 덜 입은 서양처자, 달아오른 윗분의 얼굴. 몰 속 이 싶 이 기없 래 닥 고 은 야 어 그냥 모른 척 할 수 밖에. ★ 나는 화장을 지우면 울 엄마도 못 알아본다. 남, 30대, 회사원 여, ★ 비싼 돈 들여 강남 모 병원에서 코 세운 내 친구...야 너! 모.기.같.아! 30대, 회사원 ? ★ 사실, 지금 들고 다니는 프라다 가방, A급 짝퉁입니다. 여, 30대, 일러스트레이터 과장님, 죄송해요. 어제 아프다고 결근했지만 실은 술병 나서 그랬어요. 죄송 ★ 남, 20대, 백수 여, 20대, ★ 남편 몰래 친구들이랑 간 모피공장, 내게 남은 건 6개월 할부 카드영 회사원 04 05 수증 과 아름다운 나의 모피코트 ★ 이직 준비하는 팀원, 거짓말하고 면접 인천시 사시는 조정현 독자 PAPER COMMUNICATION PAPER COMMUNICATION 보러 다닐 때는 팀장님한테 확 얘기해버리고 싶다. 서울시 사시는 김영인 독자
  • 4. 상 공 글·김이박 + 사진·김규식 감 ⊙ 상 상 스 간혹 어떤 디자이너들은 글이 가지는 권위 때문에 글과 디자인은 서로 완전히 다른 영역, 그래서 디자이너가 글을 침 토 범할 수 없다거나 디자이너는 디자인으로만 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글과 디자인은 결코 다르지 않다. 무엇을 리 말할 것인가,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라는 점에서 글과 디자인은 같은 맥락을 가지고 흘러야 한다. 그 아 종 림 티 이 들 스 를 은 트 통 어 들 해 떻 을 새 게 만 로 멋 나 운 진 그 문 결 들 화 과 의 와 로 작 예 만 업 술 들 과 을 어 삶 창 질 조 까 ,그 해 요 리 내 고 는 ? 상 일 크 [ 상 상 리 스 의 에 토 이 이 리 야 터 에 기 들 ] 서 를 과 의 그 들 인 숨 려 터 은 드 뷰 립 이 니 입 야 다 니 기 다 를 종 . 최 . 만 이 근 나 위 보 에 주 세 서 목 요 시 받 작 는 . 된 디 무 자 수 이 한 너 와 낙 내 원 는건 가 하 서 와 “속닥속닥”과 “책”이라는 말에 제일 먼저 떠오른 사람이 있다. 북 프로듀서 이나미, 스튜디오 바 프의 대표. 하나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어내기 위해 필요한 모든 과정-읽고, 이해하고, 디자인 책 이 기 들 주 것 의 야 를 려 는 하고,만들어내는-을설명하기위해그녀는스스로자신의직업을“북프로듀서’라고이름지었다. 숨 럼물 럼 처 처 그리고 그녀의 스튜디오, 바프는 책 잘 만드는 디자인회사로 소문이 났다. 하나의 이야기가 글이 되고, 글은 제 이야기에 꼭 맞는 그림과 글꼴로 종이를 채우고… 이렇게 만들어진 책 한 권이 누 살 움 이 하 것 아 직 게 는 군가에게 또 다른 이야기를 전하는 것. 그 마법 같은 이야기를 듣기 위해 그녀를 만났다. 06 07 PAPER COMMUNICATION PAPER COMMUNICATION 북 프로듀서•이나미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 3학년 재학 중 유학을 결정, 미국 캘리포니아 패사디나의 아트센터 컬리지 오브 디자인(Art Center College of Design)에서 대 학과 대학원을 마쳤다. ‘책’을 무대로 글과 그림, 디자인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프로듀서’로서의 디자인을 지향하면서 1993년 귀국하여 편집장 겸 아트디렉터로 디자인하우스 의 월간지 이브를 창간했다. 1995년에 스튜디오 바프(Studio Baf)를 시작하였고, 지금까지 전방위 디자이너, 프로듀서로서 다양한 분야의 실험적인 작업들을 하고 있다.
  • 5. 나에게 책 만들기 작업은 그 목적이 아주 분명하다. 어떻게 하면 설득력 있는 책을 만들 것인가. 내용과 형 태를아우르는그무엇을통하여책이전달하고자하는내용을보다감동적인방법으로표현하고있는책… 책을 통하여 나는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의 질문에 대하여, 나는 책이 스스로 무엇을 말하고 싶어하는가 를 파악하여 그것을 최대한으로 가능하게 해주는 일이 바로 내가 원하는 일이라고 분명히 대답할 수 있다. *이나미, 나의 디자인 이야기 중에서 최근에는 기록을 남기는 것에 대해서 자주 생각해본다. 스튜디오 바프와 내가 해 온 작업에 대해서 기록을 한다는 의미는 우리 디자 인사의 한 부분을 채워 넣는 것과 같다. 지금까지 열심히 달려 온 시간들을 정리하면서 스튜디오 바프의 다음 세대를 준비하고, 또 디 자인의 다음 세대를 준비할 필요를 느낀다. 그리고 이것은 디자이너로서의 나, 이나미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 북 프로듀서란 무슨 뜻인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가? 만 작업을 할 수 있고, 또 글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니 았다. 영화 사진집으로 의뢰 받기는 했지만 이 책이 또 대부분이더라.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서 특별히 어 한 마디로 말하자면, 책의 가치를 키우는 일이다. 책이 까. 그것 보다는 무언가 스스로 발생할 수 있는 일을 하 하나의 독립된 작업으로 남기를 바랬기 때문이다. 그래 딘가로 여행을 간다거나, 물리적으로 혼자일 필요는 없 라는 것은 단지 읽기 위한 것뿐만이 아니라 소유하는 기 고 싶었고, 책의 가능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총괄적으로 서 영화 대신 전태일의 일기장과 평전, 그리고 유족들 다. 내가 “시간멈춤놀이”라고 부르는 나만의 놀이가 있 쁨도 큰 것이다. 북 프로듀서란 책에 디자인을 접목해서 아우르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 결과가 프로듀서로서의 의 도움을 받아 그의 유품들을 직접 보았다. 그의 일기 는데, 이건 잠깐 내 속에 있는 어떤 스위치를 끄는 것이 책이 가지고 있는 본래의 가치를 잘 전달할 뿐만 아니라 북 디자인이었다. 는 전형적으로 잘 쓴, 수려한 문장력을 자랑한다거나 다. 그리고 내가 일을 잘 하고 있을 때 스스로에게 칭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도록 하는 일이다. 흔히 “책을 디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보다 훨씬 더 큰 감동이 있 찬과 보상을 한다. 예를 들어 3시간 예상한 일을 2시간 ★ 작업할 때 어떤 점에 주의를 기울이는가? 원칙이나 기준 같은 것… 자인한다”고 하면 표지 디자인만을 생각하기 쉽다. 그래 었다. 그가 가진 인간에 대한 존엄, 사랑, 그리고 그것 에 끝냈다고 하면, 나머지 1시간에 다른 일을 시작하는 서 우리나라 1세대 북 디자인들은 내용과 상관없는 표지 이 작업의 본질이 무엇인가, 즉 무슨 이야기를 전달하 을 어떻게 실천하는가에 대한 것들. 나는 이것을 온전 게 아니라 나에게 선물로 준다. 1시간 동안 시간을 멈추 디자인들이 많았다. 내용은 글 쓰는 사람의 몫이고, 표 는가를 생각한다. What to say는 이미 책 안에 주어져 히 담아낼 수 있는 사진집을 만들기 위해 단 한가지의 고 노는 거다. 그 시간 동안 사진을 찍을 수도 있고, 예 지를 아름답게 보이도록 하는 것이 디자이너의 몫이라 있는 것이고, 디자이너는 what을 how로, 자신만의 방 서체만을 사용해서 책을 만들었다. 그의 글은 사치스러 전 작업물 폴더를 정리할 수도 있고, 글을 쓸 수도 있지. 고 생각한 결과였다. 나는 내용을 잘 보이도록 하는 것 법론으로 풀어내는 것이다. 간혹 어떤 디자이너들은 방 울 수도 장식적일 수도 없었으니까. 대신 그가 마음 속 이게 나에겐 리프레시이자, 휴식이자, 상인데, 왜 사람 도 디자인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을 ‘북 디자인’이라 법론에만 충실해서 what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에 담고 있었던 것, 그가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었던 것 들은 모두 주말에 골프를 치러 나가는 걸까? 는 말로 설명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북 프로듀서라 디자이너로서의 역량을 보여주기 위해 다양한 방법과 을 표현하기 위해서 본문 텍스트를 최소 20포인트부터 는 새로운 말을 만들었다. 책을 아름답게 하는 디자인뿐 실험을 해서 결과물을 만들어내지만, 정작 그것이 무슨 최대 230포인트까지 과감하게 사용해서 디자인했다. ★ 이나미에게 종이란 무엇인가? 만 아니라 책이 가진 가능성을 극대화해서 보여주는 것 이야기를 하는 건지 모르는 경우가 생긴다. what을 모 빈 종이는 그 자체만으로 많은 것을 이미 담고 있다. 종이 르면 how가 나올 수 없다. 그리고 이 what을 알기 위 ★ 디자인, 프로듀서, 회사 운영, 강의…이 많은 일들을 소화하기가 쉽 가 가진 질감과 색, 두께 등에서 오는 뉘앙스. 이 최초의 상 을 포괄하는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서 말이다. 지 않을 텐데, 어떤 방식으로 쉬고, 어떤 방식으로 리프레시하는가? 해서는 책에 대한 애정이 필요하다. 디자이너는 애정을 태는 수많은 상상을 불러 일으킨다. 그래서 글을 쓰거나, 일이 나에게는 큰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다. 시간이 남 ★ 어떻게 북 프로듀서를 하게 되었나? 가지고 그 책이 가지고 있는 숨어있는 빛을 발견해야만 그림을 그리고 디자인 작업을 할 때는 항상 빈 종이, 아무 08 을 때는 그 동안 시간이 없어서 접어두었던 다른 일을 09 대학에서는 그래픽을 전공했는데, 대중과의 소통이나 하고, 그 빛을 잘 보여지도록 해야 한다. 것도 채워지지 않은 종이를 보면서 작업한다. 그리고 종이 PAPER COMMUNICATION PAPER COMMUNICATION 생각한다. 그게 나에게는 놀이이자 휴식이다. 그리고 종이라는 작업 매체의 매력 때문에 미국에서 일러스트 는 마치 사람 같다. 사람처럼 눈에 보이고, 만질 수 있고, ★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은 무엇인가?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 일을 하면서 뭔가 안 풀리고 를 전공했다. 그런데 일러스트 자체는 좋았지만 새로운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우리와 함께 늙어간다. 1997년 영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의 사진집으로 의 스트레스 받을 때가 있는데, 그건 일 때문이라기 보다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 일러스트가 작가에 너무나 종 뢰 받은 프로젝트. 나는 아직까지도 이 영화를 보지 않 는 혼자만의 시간을 제대로 갖지 않아서 생기는 경우가 속적인 작업이라는 점이었다. 일러스트는 글이 있어야
  • 6. 상 공 감 ⊙ 상 상 스 토 리 과 언 한 요즘은 멀티가 대세인가보다. 연예계에서는 만능엔터테이너, 축구 에서는 멀티플레이어, 엄 연 제 국 어 나 제 떻 최 지 게 초 의 와 새 만 들 최 로 마들사이에서는알파우먼이 주름잡고 있으니. 이 멀티 바람이 어디까지 불었는지 모르겠 어 고 운 졌 를 도 을 향 전 까 한 에 요 ? 노 력 관 한 지만, 이미 한국제지 쪽은 확실하다. 우선 PCC제조설비라고 들어봤는지? 배출가스 중에 포함되어 한 을 이 국 야 제 멈 기 제 회 의 지 사 지 추 지 입 의 새 않 니 다 있는 이산화탄소를 다시 사용해서 온실가스 배출량도 줄이고 원가까지 절감하는 기특한 로 았 습 . 1958 운 니 상 다 년 상 설 이 우 기술, 가 국내 최초란다. 국내 최초, 하나만 아니다. 국내 최초로 미생물을 이용한 . 리 립 만 들 생 이 무 상 이 구 한 상 지 를 어 활 후 낸 속 한 재 에 국 미 있 서 의 제 ‘바이오 다이넥터’ 공법으로 물 살리기에 앞장섰다. ‘환경에 관한 자발적 협약’에 가입하여 연 빼 는 놓 지 종 을 역 이 수 사 이 와 없 간 200만 달러나 에너지비용을 절약하고 대기오염물질도 확 줄였다. 한국제지는 환경부 종합평가 살 다 린 야 는 함 기 께 를 무 수 해 들 히 온 려 드 많 한 립 니 은 국 제 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자발적 협약 대상업체 1호’로 선정됐다. 친환경기업, 아니 환경기업이 되려 종 다 이 지 들 는 . 은 고 노력하다 보니 제품 한 쪽에 환경인증마크도 달게 됐다. 곧 환경보호 국제인증인 FSC 인증도 획득, 생산과 판매과정 모두 친환경정신 아래 이뤄졌다는 것을 전세계로 부터 인정받았다. 나무는 언제 심냐고? 매일매일 식목일처럼 심고 가꾸다 보니 국내 일등 조림기업 이 되었다. 나무만 심는다고? 한국제지는 나무’도’ 심는다고! 10 11 PAPER COMMUNICATION PAPER COMMUNICATION
  • 7. 1 %의 종이 99%의 상상 무 궁 무 이 다 시 토 케 , ‘나 자신 = 세계’라는 관계성을 발견하고 거기서부터 ‘시대의 모습’을 생각하기 위한 잡지. 자기자신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본 특집 ‘root’나, ‘주관이란 무엇인가?’를 테마 그사 의 람 진 로 한 ‘I am the World’, 세계와 자신의 연결고리를 풀어 본 ‘65억 명의 교차점’ 등, 매 속 호 일상과 사회에서 일어나는 것과의 ‘접점’을 찾아가는 특집 위주로 지면이 구성되어 닥 있음. 현재 독자와 함께 생각하는 ‘장’으로 ‘GT 세미나’나 시대의 모습을 디자인하는 임 Generation 연구 ‘LAB’ 등 종이 미디어를 넘어선 프로젝트도 전개하고 있다. 의 세 Times 계 ― 하 나 도쿄 젊은이들의 최신 트렌드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 하라주쿠. 1년 365일 잔뜩 멋을 낸 20대의 남녀들이 바글바글한 쇼핑몰 라포레 하라주쿠는 그 한가운데에 있고, 그리고 Generation Times는 바로 이곳에서만 배포되는 책자다. 표지 에는 정확히 “새로운 시대의 모습을 고민하는 저널 타블로이드지”라고 적혀 있다. 패션지도 아니고 스타 화보집도 아닌 것 빨 지 평 요 저널 타블로이드. 놀랍게도 어떤 친구들은 단지 이 책자를 구하기 위해서 라포레를 방문한다. 하라주쿠에서 새로운 시 조 라 구 온 즘 차 내 의 했 갑 대의 모습을 고민하는 저널을 읽는 20대의 모습을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마치 빅뱅스타일의 어떤 이십대가 명동 한가 깨 등 미 던 작 닫 을 래 좋 스 운데서 전 지구적인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저널을 “무심한 듯 쉬크하게” 읽고 있는 모습과도 같은 것. 하지만 발행인 이 , 지 떠 를 았 럽 못 밀 위 던 게 토 다케시는 “하라주쿠여야만 했다”고 말한다. 한 며 해 옛 즐 다 가 과 시 거 . 기 거 절 웠 . Generation Times, Issue 07, “Today is my life” 에 회 의 던 가 상 추 과 방 과 억 거 안 미 을 이 수 래 생 야 첩 예 각 기 에 상 하 아 는 도 며 니 연 는 시 면 , 말 지 선 불 까 친 은 안 지 몸 저 한 계 을 먼 미 획 기 래 앞 에 을 분 날 빼 좋 을 대 곡 게 한 주 하 한 시 이 게 다 하 야 적 며 기 누구에게 이야기를 던질 것인가, 라든지 어떤 마음가짐을 갖게 하고 싶은가를 생각해 보았는데, 타겟은 역시 젊은이들. 하 를 . 어 지 어 하 젊은이들은 그야말로 미래 그 자체니까. 그랬을 때 패션 유행에 민감한 하라주쿠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젊은이에게도 , 바 만 린 로 고 시 이 읽히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하라주쿠에서 세계를 변화시켜 나간다'라는 타이틀로 기획서를 만들어 라포레에서 배 앞 간 의 있 에 은 다 미 는 포하게 되었다. 하라주쿠에 있는 젊은이에게 전달되지 않을 걸 한다면 결국 “아는 사람들끼리만 이야기하는 것”이라는 있 언 래 는 제 를 걸 깨 생각을 처음부터 했다. 일부 사람만 아는 것을 만드는 것은 지루하고, 그건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중 나 위 12 요 발 해 달 13 한 이 았 PAPER COMMUNICATION PAPER COMMUNICATION 다 , 것 을 . 읽 은
  • 8. 1 %의 종이 99%의 상상 무 궁 이토 다케시는 사회적 기업가가 아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했던 몇 번의 강의 때문에 그는 대표적인 일본의 사회적 이토 다케시는 대학시절 유라시아 대륙을 몇 번이고 횡단할 만큼 여행을 좋아했고, 40번의 지원과 39번의 퇴짜 후에 입 무 진 기업가로 언론에 소개됐다. 그리고 실제로 그 강의를 들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감동받았다’고 말했고, 심지어 어떤 이 사한 광고대행사에서도 그만 두기 전에 8일간의 휴가를 얻어 아시아 여행을 떠났다고 한다. 광고대행사의 일도 재미있 속 닥 들은 왜 우리나라에는 이토 다케시같은 사람이 없느냐, 토로하기도 했다. 맞는 말이다. 우리나라에는 이토 다케시 같은 었지만, 만일 지금 회사에서 받은 명함을 잃고 세상에 방치되면 대체 나는 어떻게 생존할 수 있을까?라는 상상과 함께 임 의 사람은 없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어디에도 없다. 그가 사회적 기업가가 아닌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가 만 갑자기 새로운 세계에 대한 스위치가 들어와 버렸다고. 그래서 28살에 ASOBOT을 만들고 Generation Times를 발행 세 드는 Generation Times는 사회 다수를 위한 것이 아니라 그 자신을 위한 것, 또는 그와 함께 살고 있는 스무살의 누군 했다. 그는 이 일에 대해서 “역할분담”이라고 말한다. 브라질 아마존에서 마을을 이루고 살고 있는 일본 이민자들이 그 계 가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들의 마을을 만들기 위해 했던 것처럼. 누군가는 농사를 짓고, 누군가는 선생님이 되고, 또 누군가는 다른 사람을 치료 ― 하 나 해주어야 했던 것처럼. 그래서 그는 자신이 하는 일이 다른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더 의미가 있다거나 중요하다고 생각 우리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갈 멤버를 찾고 싶었어요. 우선 그런 계기를 만들 ‘현장’을 갖고 싶었고. 보통의 미디어처럼 ‘소 하지 않는단다. 이토 다케시에게 일이란 65억 명이 함께 살아가는 커뮤니티 안에서 각자가 살고 있는 의미를 찾아가는 것. 개하고 끝’이 아니라, ‘만남에서 다음 프로젝트로 이어나가기’라는 그야말로 ‘여행’같은 이미지를 그리고 있었지요. 그리 고 ‘공범자’ 만들기를 하고 싶었어요. 취재를 하면 여러 가지를 알게 되면서 포기하고 싶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이런 현실 어른들은 항상 “그 때가 좋았지”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우리 세대에는 고도경제성장도 학생운동도 버블도 없었으니까 앞에서는 “내가 미래를 바꾸는 것도 무리.”라고 생각하기 쉬워요. 결국 혼자서 다 안고 갈 수는 없다는 거예요. 그래서 “이 요. 확실히 당시의 학생운동을 보면 학생이 저렇게 뜨겁게 연대하다니 대단하다고 생각이 되요.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거 봐. 너도 모두 알아버렸네” 하면서 공범자를 만드는 미디어. “나도 고민하고 있는데, 너도 같이 고민해보자고”라고 말 저처럼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대 항해시대’는 여행의 보물창고수준이고, 굉장히 부러운 시대였죠. 누구에게나 ‘그 을 건네는 거죠. Generation Times표지에 ‘새로운 시대의 모습을 고민하는 저널 타블로이드지’라고 적혀 있듯 고민하 시대 재미있겠다’ 라고 생각하는 때가 있겠지만, 나는 겪어보지 못한 시절에 대해서 ‘그 때가 좋았다’라는 말을 들으면 좀 게 되는 계기가 되면 좋겠고, 미디어는 그 이상의 것은 못한다고 생각해요. 무관심에서 ‘무’(無)를 빼내는 작업이 바로 미 분하기도 해요. 그래도 시대는 고를 수 없잖아요. 살 수 있는 시대는 하나뿐이고, 그렇다면 ‘내가 살고 있는 시대가 가장 디어의 역할. 지나치게 가르치려고 드는 신문은 저도 읽고 싶지 않아요. 재미있었다’고 생각하고 싶어요. 그래서 내가 살고 있는 시대를 재미있게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을 하나씩 만들어 가고 있어요. Generation Times도 그런 생각에서 만들어졌죠. “다른 시대를 질투하고 싶지 않아서”라는 말로 ASOBOT과 Generation Times의 존재 이유를 설명하는 이토 다케시의 14 15 일은 너무나 개인적인 이유에서 시작해 사회적인 결과물로 이어졌다.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를 즐겁게 만들고 싶어서 PAPER COMMUNICATION PAPER COMMUNICATION 시작된 지극히 사적인 질문들과 호기심, 그리고 메시지는 지금 일본을 넘어 한국에 도착했다. Generation Times를 통 이토 다케시 Ito Takeshi 1975년생. 메이지대학 법학부에서 국제법을 전공했고, 재학 중에는 아시아, 중동 각지를 돌아다니며 필드워크. 대 해서 너무 많은 정보로 인해 오히려 사고정지된 젊은 친구들에게 스위치를 켜고 싶었다는 이토 다케시의 메시지가 지금, 학 졸업 후 40여 개의 기업에 지원했으나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2000년 광고대행사 하쿠호도에 입사했으나 2001년 12월 퇴사 후 독립하여 ASOBOT 을 설립했다. 연 3회 발행하는 저널 타블로이드지 GENERATION TIMES의 편집장이며 2006년 9월 '시부야가 대학이 되다'라는 컨셉으로 세워진 우리에게도 유효한 것은 결국 우리 자신 또한 65억 명의 커뮤니티를 만들고 있는 1명의 사람이기 때문은 아닐까. 시부야 대학 발기인으로, 현재 이사를 역임 중. * 본 기사에 사용된 이토 다케시의 인터뷰와 사진 출처 www.asobot.co.jp, 일하지 않는 사람(弘文堂, 2008)
  • 9. 1 %의 종이 99%의 상상 그 책 내게와 이 무 궁 무 진 속 닥 임 의 세 계 말 걸었어 을 ― 둘 모든 책들이‘나는이러이러한책이오.읽으면이런걸얻을수있지’이렇게수붙이고있 모든책들이 ‘ 는 이러이러한 책이오. 읽으면 이런 걸 얻을 써 있지’ 이렇 나 게다면, 순식간에 책을 고르고 유유히 서점을고르고 유유히 서점을 빠져나가는 사 써 붙이고 있다면, 순식간에 책을 빠져나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볼 수 있겠지. 람들의 모습도 볼 수 있겠지.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내면을꽁꽁감싸고않아. 하지만세상은그렇게호락호락하지않아.책들은색색의표지로 호락호락하지 있 책들은 색색의 표지로훑어보며 어떤 책이 좋을지 고민도 하고 많은 상상도 하겠지. 훑 으니까. 이리저리 표지를 내면을 꽁꽁 감싸고 있으니까. 이리저리 표지를 어보며 어떤 책이 좋을지 고민도 하고 많은앞에서 빙글빙글 웃으며 재촉하겠 이 책은 이렇겠지, 이렇겠군. 이럴 거야. 표지는 당신 상상도 하겠지. 이 책은 이렇 지. 나는 어때? 마음에 들지 않아? 하며 끊임 없이 유혹하겠지. 그 속삭임에 넘어가서 어 겠지, 이렇겠군. 이럴 거야. 표지는 당신 앞에서 빙글빙글 웃으며 재촉하 떤책을손에들고왔는지,이야기해줄수있을까? 겠지. 나는 어때? 마음에 들지 않아? 하며 끊임 없이 유혹하겠지. 그 속삭 임에넘어가서어떤책을손에들고왔는지,이야기해 줄 수 있을까? 16 17 PAPER COMMUNICATION PAPER COMMUNICATION
  • 10. 1 %의 종이 “ 지 감 고있 속 음 내귀 속 였 .델정 로뜨 운광 표 가 추 는 마 을 에 닥 지 도 거 99%의 상상 기 ,주 할수없 열 도아 면미 듯 웃 유 와위 ,그밖 도 제 을 정 , 니 칠 이 긴 머 트 무 궁 무 의많 감 들 여 에있 고한권 내 은나 는모 으 당 은 정 이 기 다 . 의 용 ‘ 라 습 로 신 ’ 구본형의 THE BOSS(더 보스) : 쿨한 동행 ● 구본형 진 속 닥 을만 게된 고” 나 다 . ‘대한민국 2천만 직장인을 구할 상생의 메시지’라는 거창한 부제와 함께, 변화경영전문가로 널리 알려 임 진 구본형 씨의 이름이 적혀 있으니 30대 직장인이라면 손이 먼저 나갈지도. BOSS(상사)와 관련된 책 의 이라는 점도 선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직장인+BOSS+쿨한 동행, 이보다 더 내 마음을 사로잡을 세 계 수 있는 책 표지는 전무후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임영숙(34세, 기획자) ― 둘 미술관에는 왜 혼자인 여자가 많을까 ● 플로렌스 포크 변신 ● 프란츠 카프카 아마도 혼자 미술관에 갈 기회가 있다면, 혼자 왔다는 사실은 너무나 자명한 것이어서 세상 사람들 모 표지에 이끌려 무작정 사버렸다. 그런데 읽고 보니 이런! 내가 언젠가 읽었던 책이네 하고 한번 더 놀 두가 다 알 것만 같은 기분이 들 것이다. 중요한 건 세상 사람들이 그걸 알고 모르고가 아니라, 그런 라게 했던 책이다. 읽는 내내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이토록 잘 표현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과 질투 기분이 든다는 것이다. 책 표지를 보는 순간, 뭔가 속 깊은 게 들켰다는 느낌이 드는 건 그 때문이리라. 에 휩싸이게 한 책이기도 하다. 어둡고 해학적인 모습의 극치로 일러스트레이터라면 소유욕이 발동하 그런 점에서 사람을 확 잡아끄는 표지와 제목. 김연수(40세, 소설가) 지 않을 수 없다. 아! 아무래도 나는 카프카의 어둠을 가지고 있나 보다. 박지민(33세, 디자이너) 체 게바라 평전 ● 장 코르미에 The Blue day Book (누구에게나 우울한 날은 있다) ● Bradley Trevor Greive 강렬한 붉은색 바탕에 검은 잉크로 형상화된 얼굴, 그리고 먼 산을 응시하는 이 분의 이름은 체 게바 꽤 우울한 날이었고, 마음은 파도처럼 너울거렸었다. 혼자서 광화문 앞을 서성이다 추워서 서점에 들 라. 마치 예수를 연상케 하는 이 모습이 이 책 한 권에 담긴 인간 체 게바라의 뜨거웠던 인생을 대변하 어가 심드렁하게 돌아다니는데, 눈에 띄고 말았다. 심각한 표정으로 손발을 꼬고 앉은 침팬지의 모습 는 듯 하다.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에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라고 일갈 하던 그 을 보면 다들 피식 웃었을 테지만, 말 못하는 짐승이나 사람이나 똑같다는 생각에 가슴이 조금 짠했다. 의 모습이 눈에 그려지는 것 같지 아니한가? 이명호(35세, 웹디자이너) 문장은 짧다. 하지만 페이지마다 담긴 흑백사진의 감동은 길었다. 강희정(28세, 기획자) Warhol-basic Art Album (Paperback) : Commerce into Art ● Klaus Honnef 홈리스 중학생 ● 다무라 히로시 붉은 계열의 옷을 입은 잘 생긴 남성이 총을 들고 있다. 푸른 바탕 위에 데칼코마니처럼 배열된 그 모 이거 뭔가 누덕누덕한 이야기가 나올 법한 포스가 확 풍기는 것이, 구미를 당겼다. 후르르 넘기는데 습이 강하게 나의 이목을 끌었다. 이미지를 반복 사용하여 새로운 이미지를 만드는 팝 아트의 선두주 손으로 그린 듯한 작은 약도와 삽화까지 뭔가 없어 보여서 살짝 안심도(너무 번듯한 책은 머리가 아플 자 워홀의 책이었다. 그만이 사용할 수 있는 색감, 그리고 그것이 주는 순간의 인상은 아직도 강렬하 것이라는 선입견이 문제다). 일본에서 잘 나가는 개그맨의 눈물 겨운 자서전이라는 사실에 위트 넘치 게 기억된다. 맹준재(30세, 공연기획자) 는 이 표지가 조금 슬퍼지기도 했다. 윤형복(31세, 컴퓨터 프로그래머) 이런 사랑 ● 이언 매큐언 책벌레들 조선을 만들다 ● 강명관 소설책의 표지는 그 녀석이 그 녀석이다, 책 내용이 중요하지 언제 닳아 없어질지 모를 껍질이 대수냐. ‘책’과 ‘조선’이라는 두 코드를 잘 연결시킨 표지 디자인이 아닌가 싶다. 조선은 책 문화가 그리 발달한 18 19 솔직한 내 마음이었지. 이 책을 보기 전까지는. 의미 없는 일러스트였어. 검정 아크릴과 펜으로 그린 국가는 아니었지만, 왕이나 귀족이 보는 몇몇 책들은 세상에서 가장 고급스럽고 아름답게 만들었다. PAPER COMMUNICATION PAPER COMMUNICATION 거친 그림과 함께 빨간색으로 적힌 제호. 일러스트레이터 이우일은 소설 속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을 그런 ‘조선의 책’을 상정하고 흉내 낸 디자인인데, 색감이 부드럽고도 세련돼서 눈에 확 띄었다. 표지 뽑아낸 재주꾼이라 할만 해. 한영화(28세, 회계사) 의 제목과 ‘冊’도 옛 글자체 그대로는 아니지만 고풍스럽게 디자인했다. 천정환(40세, 문화사연구사)
  • 11. 1 %의 종이 99%의 상상 무 궁 낡 종 위손 로눌 쓴글 , 은 이 , 으 러 자 누 가 게 군 에 코덱스 기가스 들 주 싶 던 려 고 었 무 Desire 하멜보고서 진 속 닥 보이니치 필사본 임 그 만 들 의 의 세 계 ― 셋 완전히텅빈종이든뭔가가쓰여있는종이든.종이가있고,펜이나연필까지갖춰져있다면사람들은종이위 이 에 것저것끄적거리기시작한다.심심한사람은낙서를하고,사랑에빠진사람은길고긴편지를쓰고,열정에사 잡 로 힌사람은그림을그린다.그리고,시간과공간을초월해자신이원하는바를전하고싶은사람은한글자씩손 로 으 내가 알고 있는 전부를 담고 싶어. 꾹꾹눌러쓴필사본을만든다. 세상 사람들을 ‘지식’이라는 키워드로 나누면 아마 세 가 필사(筆寫)한 것이다. 이렇게 엄청난 양이니 의욕에 차서 지 유형쯤 나올 것이다. 알고 싶어하는 사람, 알고 있는 쓴 첫 번째 글자와 좀 지칠 만도 한 지점, 예를 들어 33페 사람, 알려주고 싶은 사람. 이렇게 나눴을 때 필사자는 알 이지쯤 되는 곳의 글자가 다를 법도 한데 변함 없이 정갈 고 있는 사람이자 알려주고 싶은 사람에 속할 것이다. 그 한 라틴어 뿐이다. 래서 그들은 머리 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잡학다식의 세 전설에는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은 수도승 계를 전인류와 공유해야겠다는 강한 의지를 불사르며 후 이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 하룻밤 만에 완성을 했다고 하 대에도 길이 남을 초대형 필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는데, 그 둘의 거래는 성공적이었던 것 같다. 수도승이 가 다. 이렇게 만들어진 필사본은 전쟁의 불길 속에서 비명 진 지식의 전부는 ‘악마의 성경’이라는 이름으로 지금까지 횡사를 하거나, 이리저리 팔려 다니다 잊혀지지 않는 한 전해지고 있으니까. 언젠가 그 모습을 드러내 모두를 놀라게 한다. * 코덱스 기가스(The Codex Gigas) 세계에서 가장 방대한 필사본으로 세계 8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13세기 중세 모처의 수도원 지하 감방에서 쓰여진 어느 수도승의 초 포드라이셰(Podlažice)의 베네딕트 수도원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세로 92cm, 가로 50cm, 두께 22cm에, 그 무게는 75kg에 달한다. 역작 ‘악마의 성경’처럼. 땡땡이 무늬의 팬티를 입은 악마 가 해맑게 웃고 있는 삽화 때문에 ‘악마의 성경’으로 불리 타국에서의 고단했던 시간을 알아줘. 지만 진짜 이름은 ‘거대한 크기의 필사본’이라는 의미의 ‘코 잊지 않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종이 덱스 기가스* (Codex Gigas)’이다. 에 적어서 두는 것이다. 머리에 담는 것은 한계가 있는 법, 이름처럼 한 뼘이 넘는 두께에 세로 92cm, 가로 50cm의 특히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사람들에게는 꼭 피해야 할 저 크기를 가져, 뭇 사람들은 ‘이것이 세계 8대 불가사의’라고 장방법이다. 지금은 금방이라도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말할 정도. 필사자였던 수도승은 이 필사본에 신·구약성 기억하고 있지만 길고 긴 시간이 지난 후 남는 것은 얼마 20 경, 어원사전, 유태민족의 고대사(무려 20권짜리), 보헤미 되지 않으니까. 그래서 하멜은 마음이 놓이자마자 필사본 21 PAPER COMMUNICATION PAPER COMMUNICATION 아 연대기를 비롯하여 사망자 명부를 담은 달력, 수도사 을 만든 것이다. 안심한 순간, 뇌리에 남아 있던 기억들도 들의 명부, 마법의 약전, 간질과 열병을 치료하는 처방과 함께 날아가 버릴까 봐. 도둑을 찾아내는 방법까지 빠짐없이 기술했다. 13년 28일 간의 억류생활을 마치고 기록한 ‘하멜보고서’* , 말 그대로 필사(必死)적으로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우리에게는 ‘하멜표류기’로 잘 알려진 필사본이다. 하멜은
  • 12. 1 %의 종이 99%의 상상 무 궁 무 진 속 닥 임 의 13년 28일 동안 생활하던 조선을 이방인의 날카로운 시 들의 표현을 빌면 ‘손발이 오그라들 만큼’ 재미있는 과 세 계 선으로 자세히도 적어 내려갔다. 듣고, 보고, 경험했던 정이다. 그렇다면 까마득한 옛날부터 필사되어 전해 내 ― 셋 모든 것들을 생각나는 대로, 시간의 순서대로 적어 자 려온 이 암호에 도전해보는 것은 어떨지? 신을 고용한 동인도회사에게 보여줄 생각이었다. 꼬레 셜록홈스나 포와로, 소년탐정 김전일의 할아버지가 살 라는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모두가 얼마나 고생을 하 아 돌아온다 해도 풀기 힘들 정도의 암호, ‘보이니치 필 고 몇 명의 동료를 잃어야만 했는지에 대해, 하지만 표 사본’* 이다. 그 어려움이 어느 정도냐 하면, 100년 동 류기간도 업무의 연장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일 했음을 안 그 어떤 암호학자도 단 한 단어의 해석조차 하지 못 보고하기 위해, 그러니까 13년 28일 동안의 급료를 받 해 암호학 역사의 성배라고 알려진 정도? 밝혀낸 것이 아야겠다고 말하기 위해. 몇 권이 필사되었는지는 알려 라고는 15세기경 필사되었으며, 지금까지 알려진 그 어 지지 않았지만 그 중 한 권이 동인도회사를 거쳐 네덜 떤 문자와도 비슷하지 않다는 것, 현재의 인류가 사용 란드의 어느 출판사를 통해 출판되었다. 해온 언어보다 발달된 3차원의 언어로 추측된다는 점. 표류, 조선에서의 강압적인 체류, 탈출과 귀환. 그 사 그러나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수 천 년 동안 필사되 이사이에 ‘뻥’ 약간 섞인 내용이 더해지며 ‘하멜표류기’ 며 지금까지 전달되지 않았을까 하는 학자들의 견해와 는 유럽 전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덕분에 꼬레는 무엇을 위해 그 긴 시간 동안 필사에 필사를 거듭하며 유럽에 처음으로 소개되었지만, 그 ‘뻥’ 섞인 내용 덕분 전한 것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만큼 중요한 내용 에 본의 아니게 유럽인들의 환상을 자극해버렸다. ‘식 이 담겨 있지 않겠냐는 추측이다. 인악어가 사는 미개척지’, ‘금과 보석의 나라’라고. 뒤늦 이쯤 되면 오랜 시간 옮기고 옮겨 적는 사이에 언어의 게 하멜이 처음 쓴 정본 필사본이 발견되어 꼬레, 즉 한 의미는 차츰 잊혀져 갔지만, 훗날 누군가는 꼭 문자를 국에 대한 오해는 풀어졌지만 말이다. 그렇게 흥미진진 해독하고 안에 담긴 뜻을 이해하기를 바라며 더 오래된 했던 한 권의 모험서는 하멜의 고단했던 꼬레 보고서로 사본에서 정성스레 텍스트를 옮겨 적는 필사자의 모습 밝혀지며 사료로 애용되고 있는데, 정작 하멜은 이 필 이 떠오를 법도 하다. 그 필사자의 바람이 이뤄지는 때 사본으로 밀린 급료를 받았을까? 는 언제가 될지, 누군가가 지금은 예일대학교 베이네크 * 하멜보고서 희귀장서 도서관에 보관되어 있는 이 필사본의 진짜 가 네덜란드인 하멜이 1953년 조선에 표착하면서 있었던 13년 28일 간의 기록을 담 은 보고서이다. 외국인의 눈으로 바라본 조선의 풍속, 정치, 교역 등이 상세하게 치를 알아줄 때는. 기록되어 있어 당시 조선의 모습을 아는 데 중요한 사료가 된다. * 보이니치 필사본(Voynich Manuscript) 약 600년 전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문서이다. 1912년 보이니치라는 사람이 22 누군가는 이 오래된 암호를 풀겠지. 입수하며 ‘보이니치 필사본’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알 수 없는 문 PAPER COMMUNICATION 자와 삽화 때문에 현재까지 밝혀진 바가 거의 없는 미스터리 문서이다. 추리소설을 읽다 보면 범인을 맞추기 위해 꼭 풀어야 하는 암호들이 있다. 그 부분을 해결하지 못하면 범인도, 명탐정의 호칭도 날아가버릴 위기. 회색뇌세포를 열심 히 채찍질하며 암호를 맞춰나가는 과정은 추리 마니아
  • 13. 수다에는 간식이필요해 오랜만에 만난 친구, 그리고 여유 있는 시간. 누 구든 수다쟁이가 될 수 밖에 없는 조건이 갖춰졌 다. 그동안 지낸 이야기에 주변 친구들 근황을 술술 풀어내다 보면, 밥 먹은 지 얼마 안 되는데 도 허기가 지기마련이다. 그렇지, 간식이다. 상 큼 달콤한 에이드부터 시작, 살짝 허기지는 속을 달래주며 수다를 이어나가자. 우리에게는 친구 가 필요하듯, 수다에는 간식이 필요하다. http://www.super-recipe.co.kr 이 책에 실린 간식들은 수퍼레시피로 만들어졌습니다. 수퍼레시피란? 메뉴개발전문업체에서 만든 월간 요리책. 직접 만들어보며 찾 아낸 최적의 레시피 50여 가지를 4단계 테스트까지 거쳐 요리 초보부터 주부9단까지 쉽게 이용할 수 있다. 값비싼 재료, 어려 운 재료가 아니라 냉장고에 있는 재료로 요리사 못지 않은 실력 을 뽐내고 싶은 사람들에게 인기리에 판매 중.
  • 14. 수다에는 간식이 필요해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2009 May 초 릿과 타 트 콜 일 르 [재 료] 시판 타르트 틀 3개(지름 7~8cm 타르트 틀 기준) 물엿 1큰술 땅콩가루(굵게 다진 것) 1큰술 초콜릿 소스* 장식용 과일 * • • • • • * 초콜릿 소스 : 다진 초콜릿(카카오 72%이상) 80g, 우유 60ml, 설탕 10g, 무염버터 15g * 장식용 과일 : 키위 1개, 딸기 3개, 오렌지 1/2개, 바나나 1/3개, 설탕 약간 [만들기] ➊ 냄비에 우유, 설탕을 넣고 중간 불에 끓이다가 끓어오르면 약한 불로 줄여 다진 초콜릿을 넣고 고루 섞는다. 초콜릿이 완전히 녹으 면 불에서 내려 버터를 넣고 젓는다. ➋ 바나나는 한입 크기로 어슷하게 썰어 표면에 설탕을 약간 뿌려 갈변을 방지한다. ➌ 키위는 껍 질을 벗기고 세로로 6등분한다. ➍ 딸기는 4등분한다. 오렌지는 껍질을 벗기고 과육만 떠서 준비한다. ➎ 평평한 접시에 각각 물엿과 땅콩가루를 펼쳐 담는다. 타르트 틀을 뒤집어 물엿을 찍듯이 묻히고 땅콩가루도 찍듯이 묻힌다. ➏ 타르트 틀에 초콜릿 소스를 반 이 상 채우고 준비한 과일을 올려 장식한다.
  • 15. 수다에는 간식이 필요해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2009 June 홍 소 웰 냉 스 초 스 빙 파 타 [재 료] 쇼트 파스타(푸실리 150g) 소시지 2개 미니 파프리카 3개 방울토마토 8개 파스타 소스* • • • • * 파스타 소스: 홍초 3큰술, 꿀 1작은술, 올리브유 6큰술, 다진 양파 1큰술, 다진 마늘 1/2큰술, 소금 1작은술, 후춧가루 1/4작은술 [만들기] 소시지는 끓는 물에 살짝 데쳐 0.5cm 두께로 썬다. ➋ 미니 파프리카는 0.5cm 두께의 링 모양으로 썬다. ➌ 방울토마토는 먹기 좋 ➊ 은 크기로 썬다. ➍ 파스타 삶을 물(물 1ℓ+소금 1큰술)을 올린다. ➎ 파스타 소스 재료는 모두 섞어 냉장고에 넣어둔다. ➏ 물이 끓으면 파스타를 넣고 11분 정도 삶는다. ➐ 면이 다 삶아지면 얼음물에 담가 차갑게 한 뒤 파프리카, 방울토마토, 소시지를 넣고 파스타 소스 에 버무려 먹는다.
  • 16. 수다에는 간식이 필요해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2009 July 스 클 키 주 파 링 위 스 [재 료] 탄산수(스파클링 워터) 2와 1/2컵(500ml) 골드키위 10개 오렌지 주스 1ℓ • • • * 파스타 소스: 홍초 3큰술, 꿀 1작은술, 올리브유 6큰술, 다진 양파 1큰술, 다진 마늘 1/2큰술, 소금 1작은술, 후춧가루 1/4작은술 [만들기] ➊ 골드키위는 껍질을 벗겨 2~3등분한 후 믹서에 오렌지주스와 함께 간다. ➋ 에 탄산수를 붓고 가볍게 저어 완성한다. ➊
  • 17. 수다에는 간식이 필요해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2009 August 오 로감 연 롤 이 싼 어 [재 료] • 밥 1공기 훈제연어 슬라이스 7조각 오이 2개 크림치즈 4~5큰술 무순 약간 초밥 양념* 와사비 간장 * • • • • • • * 초밥 양념: 식초 1큰술, 설탕 1큰술, 소금 1/4작은술 * 와사비 간장: 양조간장 2큰술, 와사비 1/2작은술 [만들기] 뜨거운 밥에 초밥 양념을 섞어서 살짝 식힌다. ➋ 오이는 앞뒤 꼭지를 자르고, 필러를 이용해 길게 슬라이스해 14장을 만든다. 힘을 ➊ 조절해가며 최대한 얇게 슬라이스한다. ➌ 연어 슬라이스도 반으로 잘라 14조각을 만든다. ➍ 깨끗한 도마에 오이 슬라이스를 깔고 그 위에 연어를 얹은 뒤 밥을 놓고 크림치즈를 1작은술씩 올린다. ➎ 마지막으로 무순을 4~5개 정도 얹고 돌돌 만다. ➏ 그릇에 초밥롤 을 담고 와사비 간장을 곁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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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 국 제 지 ⊙ 종 이 가 있 는 충 로 뒷 목 서 마 친단 무 골 에 주 상 충 로 인 골 을가 . 무 쇄 목 다 풍 경 이른아침,해가떠오르기도전에여기저기서셔터문이올라가고,음식냄새가진동하고오토바이시동소리 가요란하다.출퇴근시간으로서울시내가혼잡스러울때이곳은이미본격적인업무태세에돌입한다.충무 로.이름난영화감독과배우,화려한조명들과의상,진한분향이레드카펫을따라흐를것같은그이름뒤에 는쉴새없이돌아가는인쇄기의소리가쟁쟁하다.우리나라인쇄물량의70%.주차된차위의찌라시부터베 개보다두꺼운전문서적까지만들어지는이곳은종이에게는제2의고향이고,우리에게는복닥거리는삶의 냄새가진하게묻어나는몇안되는현장중하나이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은 교차한다. 매일경제의 빌딩과 충무로타워, 멀티플렉스로 바뀐 거대한 극장 뒤쪽으로 아기자기한 일 본식 건물들이 길게 골목을 이룬다. 충무로 인쇄골목이라 불리는 이 곳에서는 어울릴 것 같 지 않은 두 개의 모습이 사이 좋게 동거 중이다. 검은 세단이 지나간 길을 짐 잔뜩 실은 삼 륜 오토바이가 지나가고 구루마라고 불리는 손수레가 차례로 지나가며 그렇게 과거와 현 재는 완벽하게 교차한다. 이 거리에는 인쇄관련 공장만 어림잡아 3천여 개가 자리하고 있다. 다닥다닥 모여 있는 인 쇄관련 공장. 이 애매모호한 말에는 몇 억짜리 인쇄기가 돌아가는 인쇄소부터 손으로 접고 붙이는 영세업체까지 다양한 업종과 업태가 포함된다. 그래서 충무로만큼 향수를 자극하 는 곳도 없는 것이다. 한 쪽에서는 컴퓨터로 0.0001mm까지 계산된 종이들이 인쇄에 들어 34 가지만, 또 다른 곳에서는 무릎을 맞대고 앉아 풀칠을 한다. 맥도날드, KFC와 같은 다국적 35 PAPER COMMUNICATION PAPER COMMUNICATION 패스트푸드점 바로 맞은 편에는 30년, 40년 이상 된 원조 맛집과 오래된 선술집이 버티고 서 있다. 인쇄골목 사람들은 2차선 도로를 건너가 듯이 과거와 현재, 오래됨과 새로움, 아 날로그와 디지털을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충무로는 그런 곳이다. 사람들은 일상처럼 그 시 간의 묘한 교차를 살아간다.
  • 20. 국 제 지 ⊙ 종 이 가 있 일상은 독특한 모습으로 기억된다. 는 풍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한솥밥을 먹는 모습뿐만 아니다. 인쇄라는 키워드로 특화된 이 거리 지 장인의 눈을 거치면 완성. 단단히 포장된 후 전국으로, 운이 좋으면 전세계로 전해지면 인쇄골목 사람들은 비로서 안 경 는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모습들을 만들어낸다. 가게 입구마다 쌓여 있는 종이부터, 편의 도의 한숨을 쉬는 것이다. 이 곳에서 종이는 더 이상 종이로 남지 않는다. 5만 인쇄 고수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 에 따라 만들어져 어디에 쓰이는 것인지 알 수 없을 만큼 독특한 기계들, 가로수나 벼룩시 에 어깨가 무겁다. 색색의 잉크와 활자가 새겨진 채 누군가에게 보여지기 위해 곳곳으로 배달되기도 한다. 여차하면 불 장이 아닌 인쇄신문이 전봇대 아래에 놓이는 모습들, 길가에 주차되어 있는 지게차. 처음 량이라는 멍에를 쓰고 빛도 못 본채 버려질 수도 있다. 인쇄골목 사람들은 종이에게 최고의 운명을 부여하기 위해 고군 보는 사람들은 혼이 쏙 빠질 만큼 신기한 풍경들이 매일 같이 펼쳐진다. 분투하고 종이는 이 곳에서 종이 이상의 의미를 얻어 나간다. 한 집 건너 한 집이 맛집인 곳도 충무로 인쇄골목뿐이다. 일이 고되니 먹는 것은 푸짐하고 맛깔 나게 먹자는 이 곳 사람들 때문에 보통 국밥집도 이 곳에서는 맛집으로 변할 수 밖에 없다. 맛집들은 이른 아침부터 김이 모락모락 나는 솥에서 족발을 꺼내 물기를 빼고, 분주 하게 만두피를 밀거나 배추를 다듬어 겉절이를 준비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음식들은 하루 세 끼 인쇄골목 사람들의 허기진 속을 달래준다. 그리고 충무로에 밤이 내려 앉으면 소주 한 잔, 맥주 한 잔 걸칠 수 있는 술집이 되어 인쇄골목과 함께 하루를 정리한다. 인쇄소의 하루가 충무로의 세월이 된다. 하지만 인쇄거리에서 찾아 보기 힘든 것도 있다. 이 곳에는 경적이 없다. 여기저기 사람 키 이렇게 변할 것 같지 않은 충무로에 인쇄타운이 들어선다. 인쇄 중심 중 하나인 세운상가의 만큼 쌓여 있는 종이 더미와 시도 때도 없이 밀고 들어오는 리어카, 어디서 나타날지 모를 재건축이 결정되면서 많은 인쇄소들이 저마다 구미에 맞는 자리를 찾기 위해 조금씩 이동 지게차 그리고 바삐 뛰어 다니는 사람들 때문에 좁은 길이 막혀 있어도 모두가 느긋하다. 중이다. 인쇄소 웰던애드도 마찬가지. 인쇄골목 끄트머리에 새로 자리 잡은 지 2년이 다 되 알고 있으니까. 종이와 잉크냄새, 지분 날리는 이 거리는 인쇄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을. 었다. 신식건물과 최신형 기계가 들어서고 충무로 인쇄소답지 않은 세련됨마저 갖추고 있 잠시 길을 빌려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 규칙에 맞게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지만 역시 인쇄골목의 일부, 이 곳의 하루는 고스란히 충무로의 역사가 된다. 15명이 일하고 있는 곳. 한참 경기가 좋을 때는 밤낮 없이 종이를 돌렸지만 요즘은 아침 8 시에 하루 업무가 시작된다. 인쇄기 두 대가 쉴 새 없이 찍어내는 것은 DM. 시즌별로 대세 인 인쇄물이 있는데, 연말이 달력 특수라면 지금과 같은 봄, 그리고 경기가 어려울 때에는 DM이 대세이다. 트럭에서 내려진 종이는 지게차를 이용해 인쇄소 한 켠에 차근차근 쌓는다. 국산종이는 스 노우지가, 고급종이는 랑데부가 많이 들어오고 중요한 기획물에는 수입지도 쓰인다. 딱히 종이는 종이 이상의 의미를 얻는다. 클라이언트의 주문이 없을 때는 한국제지 종이를 사용한다. 백색도가 다른 종이보다 낮아 나름의 규칙 안에서 이 곳 사람들은 활기차다. 입김이 풀풀 나는 한겨울에도 반팔을 입고 인쇄골목을 활보한다. 오랜 경 눈도 덜 피로하고 색감이 고급스러운 느낌이 나기 때문이다. 한창 때는 하루 800연의 한국 력만큼 쌓이는 것은 아는 얼굴들, 지나치는 오토바이 운전수도 잡아서 인사할 만큼 살갑기도 하다. 기계와 씨름하고 잉 제지가 들어왔다 인쇄기를 통해 밖으로 나간다. 불량률도 낮아 인쇄하는 사람도 받아보는 크가 묻는 작업 속에서도 그 모습들은 변함이 없다. 사람도 만족도가 높다. 인쇄 경력 35년 차의 베테랑은 한국제지 제품 10개 중 1개 정도 불 인쇄골목 사람들은 하루 아침에 나타난 것이 아니라 서서히 모였다. 처음에는 강호의 고수를 찾듯 자신을 이끌어줄 사부 량이 난다고 말한다. 불량률 제로는 아니지 않느냐는 물음에 다른 종이는 10개 중 3개가 불 36 를 찾기 위해 이 곳을 찾았던 사람들이 이제는 젊은 사람들을 제자로 받아들여 인쇄기술을 전한다. 줄잡아 5만 명이 인 량이라고 말을 덧붙인다. 37 PAPER COMMUNICATION PAPER COMMUNICATION 쇄기술을 연마하고, 그 기술로 삶을 영위하며 새로운 사람에게 자신이 가진 것들을 전수한다. 그렇게 저마다 자신만의 규칙적인 소리를 내며 돌아가던 인쇄기가 멈추는 것은 12시쯤이다. 다같이 어울려 점심을 먹 기술을 가지고 인쇄골목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인쇄골목 고수들은 지업사에서 칼같이 종이를 자른다. 잘린 종이들을 자 는 시간, 기계도 거친 호흡을 달래며 휴식에 들어간다. 한 시간의 휴식이 끝난 후 인쇄기는 다 전거나 오토바이 짐받이에 산처럼 쌓고 거리를 달리는 사람들은 이미 달인의 경지. 실려온 종이는 차곡차곡 인쇄기 앞 시 분주하게 오후를 보낼 것이고, 퇴근 후 인쇄소 사람들은 황황한 불빛이 있는 충무로 거리 에 앉아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다 순서대로 인쇄기를 통과한다. 컬러가 잘 맞는지, 초점은 잘 맞았는지, 다른 문제는 없는 에 앉아서 소주잔을 기울일 것이다. 충무로의 하루는 언제나처럼 그렇게 저물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