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11 년의 세계와 소셜미디어
미디어의 역사
인간이 홀로 떨어져살지 않고 공동체로서 존재하기 시작한 이후, 사람과 사람, 사람과 정보를
연결하는 데에는 언제나 미디어가 필요했다. 그것은 말이나 노래, 춤과 같이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전달 뿐 아니라 그림이나 글씨처럼 보존이 가능한 형태로도 등장했다.
오랜 시간동안 세계는 다양한 권력구조를 경험하며 변화해왔지만 대부분의 인간을 둘러싼
세계는 소규모 공동체의 울타리를 넘어서지 못했으며 미디어의 형태와 역할 또한 그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Where is Everyone?” (by Baekdal, 20090427)
15 세기 구텐베르크의 금속활판인쇄술이 등장한 이후, 소수만이 누릴 수 있던 값비싼 미디어인
책이 급속히 대중화되었고, 사람들이 모이고 드나드는 시장을 중심으로 신문이라는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되었다.

2. 신문은 이전의 미디어와 다르게 일정한 정보를 짧은 시간 안에, 다수에게 전달할 수 있는 특성을
갖고 있었다. 바로 매스미디어의 등장이다. 매스미디어의 발전과정에는 기술이 연계되었다.
인쇄술과 이동수단의 발달로 신문이 등장했고, 전기 및 통신기술과 함께 라디오, 전화, TV 등이
차례로 등장해왔다. 이러한 매스미디어들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 뿐 아니라 국가와 사회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설정하거나 통제하고, 정보와 문화의 생산자와 소비자를 극명하게
구분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이러한 매스미디어가 지배적 역할을 하고 있던 20 세기 중반에 인터넷이 등장했다. 이후 컴퓨터,
통신회선이 점차 대중적으로 보급되면서 물리적인 공간과 거리, 시간의 제약을 뛰어넘을 수 있는
새로운 미디어로서 인터넷이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인터넷 이전과 이후의 세계
인터넷 이후의 세계는 일상의 모든 영역에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보고, 듣고, 말하고, 일하고,
교류하고, 소비하는 대부분의 행위가 인터넷을 매개로 이루어지고 있다. 구텐베르크의 활자
혁명에 견줄 수 있는 혁신이 불과 반세기만에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메모 [1]: one:
장하준은 세탁기가 인터넷보다
세상을 더 많이 변화시켰다고
주장한다. (책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 가지') 새로운 기술이 이전의
혁신보다 더 크고 가치있다고
여기는 선입견을 경고한다.
W3C10 Time Line Graphic (by W3C, 2004)
인터넷은 이메일, 뉴스그룹, 월드 와이드 웹 등 여러가지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통신망으로서,
그 중에서도 URL 을 가진 웹페이지와 링크로 구성되는 월드 와이드 웹(www, 줄여서 웹)이
1990 년대 이후 가장 대중적인 인기를 누려왔다. 링크와 검색으로 방대한 웹 공간을 항해할 수

3. 있도록 도와주는 디렉토리 및 검색서비스가 이 시기에 등장했다. 동시에, 인터넷 상에서의
개인정보유출, 감시와 통제에 대한 염려도 제기되었다.
인터넷에 그늘을 드리운 닷컴버블
인터넷, 특히 웹은 기존의 매스미디어가 갖고있던 중앙집중적, 위계적, 일방적인 정보 전달
방식에 균열을 일으키는 한편, 기존의 권위와 전문성의 틀에 속하지 않는 다양한 개인들의
목소리가 등장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가능성은 곧 새로운 시장의
형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되어 1995 년 부터 2000 년까지 전세계적인 닷컴열풍이
일어났지만, 곧 버블로 붕괴하면서 커다란 사회적 파장을 불러왔다. 인프라가 미흡하고
수익모델이 검증되지 않은 당시의 상황에 비해 이러한 투자열풍은 매우 성급한 것이었고, 그
실패의 영향으로 인터넷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면서 2000 년대 초반은 전반적으로 침체된
분위기 속에서 메이저 하드웨어(IBM)와 운영체제(Microsoft), 그리고 대형
검색서비스업체(Yahoo, Google)와 포털(Naver, Daum)이 주도하는 양상을 보였다.
웹의 가능성을 새롭게 하다
하지만 이미 그 시기에 조용히 웹의 가능성을 실현해온 몇가지 흐름이 있었으니,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생태계를 형성해온 리눅스, 모질라, 집단지성의 가능성을 보인 위키백과, 고객
평가와 연관정보를 통해 롱테일 (왼쪽 그림: 2006, by Hay Kranen / PD) 비즈니스 모델을 보여준
아마존닷컴과 같은 곳들이다. 이들은 처음 등장하고 수년간, 안정성과 지속가능성 등에서 비판과

4. 의심을 받으며 외면당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꾸준한 참여와 혁신을 통해 스스로의 가치를
입증하는 데에 성공했다.
웹 2.0 과 미디어의 변화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서 2000 년대 중반, 웹은
플랫폼으로서 개방, 공유, 참여를 기반으로 하는
웹 2.0 으로서 새로운 가치를 부여받기 시작했다.
개인미디어이자 거대하고 중앙집중적인 언론의 대안으로 각광을 받은 블로그가 본격 확산되었고,
위키백과는 방대한 정보량 못지않게 정확성을 입증받아 저명한 백과사전 브리태니커를 능가하는
지위를 누리게 되었으며,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다양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등장, 각축과
발전을 거듭했다.
블로거들의 글이 집적되고 사용자들에 의해 선별되는 일종의 생태계를 형성하여 대안미디어로서
부상한 디그닷컴이나 허핑턴포스트, 그리고 짧은 문장으로 생각과 정보를 전달하는 핵심 기능만
갖추어 전세계적 미디어 플랫폼으로 성장한 트위터, 손쉽게 영상을 공유할 수 있는 채널로서
방송의 속보기능을 일부 대체할 정도로 미디어적 강점을 보여준 유튜브, 오프라인의 인맥을
온라인으로 옮겨 재조합하고 확장할 수 있게 한 페이스북 등의 서비스들은 여러가지 시행착오와
논란을 거치면서 치열한 경쟁 속에 자생력을 갖추어나갔고, 짧은 시간 내에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기존 미디어의 기반을 흔들어놓고 있다. 또한 아마존의 상품정보, 구글의 지도와 같은 기술과
데이터가 오픈 API 로 공개되어 이를 활용한 소규모 서비스와 프로젝트가 손쉽게 형성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였다.

5. 2006 년, 미국의 잡지 <타임>은 올해의 인물로 „You‟를 선정함으로써
인터넷을 통해 참여하고 공유하는 개인들의 역할에 주목했다.
그밖에도 다양한 사람들의 참여를 통해 형성되는 집단지성, 경제적 메모 [2]: one:
생물학 분야에서 제시되었던
동기를 넘어서는 자발적 참여가 실제로 실현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용어를 1994 년 피에르 레비가
사이버상의 개념으로 정리. 이후
있는 사례와 분석이 줄을 이었다. 사람들은 점점 더 소셜 미디어로
찰스 리드비터가 웹 2.0 과 연계해
몰려들었고, 정치권에서는 선거전략을 변경했으며, 실리콘 밸리에는 설명했고, 클레이 셔키는
'인지잉여'의 개념을 제시했다.
투자금이 쏟아졌다. 새로운 서비스, 새로운 기술이 발표될 때마다
메모 [3]: one: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었으며, 수많은 서비스가 나타났다 사라지고, 그러나 이런 현상은 일반적으로
다양하게 발생하기보다는 소수의
다시 나타나길 반복했다. 핵심참여자 그룹과 효과적인
플랫폼, 그리고 참여자들 사이에서
세심하게 다듬어진 공통의 규칙
존재여부 등의 조건에 따라
‘인터넷 강국’ 한국의 추락 제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섣부른 일반화를 염려하는
한국은 초고속 인터넷 보급율, 인구 중 인터넷 이용율 등 인프라에 있어서 전세계적으로 손꼽힐 목소리도 있다.
정도로 앞선 국가이다. 또한 눈에 띄는 새로운 서비스들이 처음으로 선을 보여 화제가 된 경우도
제법 있었다. 하지만 2000 년대 후반, 특히 웹 2.0 이 본격화되면서 한국은 정체와 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국내에서는 2000 년에 이미 오마이뉴스가 개인미디어를, 아이러브스쿨, 카페, 싸이월드
미니홈피 등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일찌감치 경험할 수 있게 해 주었지만, 일시적인
열풍으로 그치거나 폐쇄적인 운영방식 등으로 인해 글로벌 플랫폼으로서 발전하지는 못하였다. 메모 [4]: one:
이것을 규모의 경제로 보는 시각도
블로그는 독립적인 블로거들의 공간으로서의 블로고스피어를 형성하지 못한 채 포털의 컨텐츠 있다. 중국과 같은 단일국가나 특정
지역에서 거대하게 성장한
보충 수단과 광고 채널로 전락하곤 했고, 위키는 그 독자적인 문법과 연결구조로 인해 오랜동안
서비스들이 있기 때문이다.
게시판과 편집기에 길들여진 사용자들에게 외면당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와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독점으로 주요 웹사이트와 금융거래, 심지어
전자정부에 이르기까지 오직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만 가동되며 보안에도 취약한 Active X 가
무분별하게 남용되었다. 개인정보보호법 등의 법제가 미흡하고 주민번호와 같은 식별정보가
과도하게 수집되어 개인정보유출 사고가 대규모로 발생하는 반면, 인터넷 실명제와 심의 등
과도한 규제는 언로를 막을 뿐 아니라 형사처벌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으며, 정부의 소극적인
정보공개제도 운영으로 공적 정보의 공유와 활용이 어려운 상황이 이어져왔다.

6. 이처럼 한국이 정체상태에 머물러 있는 동안, 전세계적으로 웹의 발달은 계속되어
플랫폼으로서의 웹, 모바일 웹, 클라우드 컴퓨팅, pakaged internet 등 혁신의 물결이 확산되고
있으며, 2009 년 말 국내 휴대폰 및 통신업체들의 이해관계로 인해 막혀있던 아이폰 수입이
시작되면서 통신과 소셜미디어 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단시간에 커다란 지각변동을
경험하고 있다.
소셜 미디어의 성장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급성장으로 대단히 주목받고 있는 소셜 미디어는 실제로 보다 넓은 범위와
역사를 갖고 있다. 위계적으로 설계된 공간으로서의 홈페이지와 달리, 시간순으로 생각과 경험,
정보를 기록하는 블로그, 하나의 단어에서 출발해 수많은 내부링크로 연관된 개념을 설명해나갈
뿐 아니라 그 과정을 개인이 독점하지 않고 불특정다수에 열어놓을 수 있는 위키, 짧은 순간의
생각, 정보 링크, 속보, 토론과 대화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할 수 있는 마이크로블로그,
오프라인의 인맥을 온라인에서 재구성하고 확장할 수 있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사용자가 직접 제작하고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사진, 영상, 음성 등의 멀티미디어 컨텐츠.
그밖에도 위치정보, 전자출판, 협업시스템 등 광범위한 영역이 소셜 미디어를 기반으로
만들어져가고 있다. 그리고 개인미디어로서만이 아니라 기관, 정부, 기업의 소통과 수익창출에도
중요한 공간으로서 그 효용성이 높아지고 있다.

7. The Conversation Prism (by Brian Solis and Jess3)
TGIF
이러한 서비스들은 플랫폼으로서의 웹 환경, 그리고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의 기기와 모바일 통신
인프라의 발달과 함께 성장해가고 있다. 이는 기존의 매스미디어를 대체 또는 보완하는 차원에서
그치지 않고 전세계적으로 관계와 정보가 유기적으로 결합되는 생태계를 형성하는 단계에
다다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아이콘으로서, 변화의 핵심에 메모 [5]: one:
다음 단계는 소수의 거대
자리잡고 있는 서비스와 디바이스의 첫 글자를 모은 TGIF 라는 별칭이 사용되기도 한다. 플랫폼들과 디바이스, 패키지화된
인터넷으로 수렴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는 예상도 제시되고 있다.
● T: twitter
● G: google
● I: iphone
● F: facebook

8. 2011 년의 세계와 소셜미디어
2011 년, 소셜 미디어는 국가와 언어의 경계를 초월하고 있다. 거대 규모의 서비스가 있기
때문만이 아니라, 기획부터 글로벌 플랫폼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지는 서비스가 많기 때문이다.
최근 등장하는 서비스는 대부분 플랫폼으로서, 소규모의 단순한 서비스에서 출발하여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플랫폼으로 성장해간다. 사용자들은 서비스를 완결된 것으로 보지 않고
직접 활용하면서 규칙과 문화를 만들어내고 서비스를 발전시킨다. 더 이상 컴퓨터용 프로그램을
구입하지 않고 디바이스에 맞는 앱을 다운받고, 웹의 새로운 기능을 누린다. TGIF 뿐 아니라
아마존닷컴, 링크드인 등 주요 서비스와 디바이스 업체의 신제품 출시, 인수합병, 증시 상장과
같은 이벤트가 있을때면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주가가 요동을 치곤 한다.
2009 년부터 주기적으로 전세계에 걸친 인터넷 사용 현황을 조사해 자료를 공개하고 있는
소셜미디어 분석기관 globalwebindex 에 따르면, 상위 16 개국의 소셜미디어 이용자가 최소
40%에서 최대 80%에 달할 정도로 높으며, 그 수치는 시간이 흐르며 더욱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9. ● 영상: 소셜미디어 혁명 (한국어 자막) http://www.youtube.com/watch?v=gxilGOkIybg
논쟁
소셜미디어의 성장이 장점만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 등장 이후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고있는 요인들이 소셜미디어에서도 예외는 아니며, 그 엄청난 성장속도로 인해 더욱 다양한
사회문제와 논쟁거리가 생겨나고 있다. 이러한 이슈들은 기존 법제도를 통한 일시적 미봉책과
이용자 계몽을 넘어서는 근본적인 대안들이 요구된다.
● 프라이버시
● 감시와 통제
● 저작권
● 표현의 자유
● 디지털 디바이드
● 소셜미디어 피로감
마무리하며
소셜미디어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라는 누군가의 지적과
같이, 소셜미디어는 누구도 외면하기 어려운 중요한 미디어이자 마케팅, 캠페인을 위한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다. 조금 더 빨리 시작한 사람들은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는 대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경험과 노하우가 쌓이고, 뒤늦게 시작하는 사람들은 이런 노하우를 활용해 충분히
안정화된 서비스를 누릴 수가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시간이나 관계망의 크기에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 „신뢰‟를 쌓아나가는 일이다. 신뢰는 정보와 인맥을 매개로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연결되는 무수한 사람들 사이에서 하나의 메시지가 의미있게 공유되고, 지식이 집적되며,
변화를 위한 새로운 시도가 일어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요소이다. 이것을 위해 지금부터는
광활하고 열정적인 소셜미디어의 세계로 조금씩 들어가보기로 하자.
2011 년 9 월, 장상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