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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겨울 No.51
에코토피아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맘이면 올해 결심했던 목표는 무엇인지 생각해봅니다. 올해부터는 택
시를 절대 타지 않겠다고 굳게 마음을 먹었지만, 역시나 처음 몇 달 뿐이었습니다. 가까운 사
람들 역시 마음먹은 결심을 지금까지 지킨 이들은 많지 않지만, 초심이 거짓은 아니었을 텐데
이런 결심은 왜 그렇게 지키기 어려운가 돌아보게 됩니다.
얼마 전, 가까운 분께서 돌아가셔서 3일간 빈소를 지킨 일 있습니다. 그 동안 눈에 들어온
것은 장례식장에서 소비되는 엄청난 양의 일회용품이었습니다. 정부의 규제를 피해 있다는 장
례식장에서는 식탁비닐, 그릇, 숟가락, 젓가락, 물컵과 소주잔까지 모두 비닐이나 종이로 된
것을 사용하고 있는 것. 음식물쓰레기 외에는 분리수거도 제대로 하지 않기에 몇 시간에 한번
씩 가득 찬 대형 쓰레기봉투가 나오고 있었지요. 그런 모습이 불편하기도 했지만, 한편 만약
이 모든 그릇을 다 설거지해야 한다면 인건비는 얼마나 더 필요할까 머릿속 계산기를 두드리
기도 보았습니다. 일회용이 무감각해져가던 마지막 날 아침, 한 무리의 청소년들이 문상을 왔
습니다. 여성환경연대의 이웃이기도 한 작업장학교의
‘죽돌’
들은, 각자 가방에서 수저집과 텀
블러를 꺼내들었지요. 그 모습은 거창한 이름의
‘실천’ 아니라 이미 자연스럽게 몸에 밴 라
이
이프스타일을 보여 주었습니다.
51호 겨울호 소식지에서는 1년간 환경현안 이슈를 살펴보고, 3가지 정도의 주제를 꼽아 특
집으로 실었습니다. (정부 발표가 사실인지는 의심스럽지만) 우리나라 전력 부족 사태를 해결
하기 위해서는, 송전탑 건설을 통한 발전량 증대 혹은 에어컨 사용 금지를 통한 전력소비량 감
소와 같이 주판알을 여기에서 저기로 옮기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삶의 트랙을 보다 근
본적으로 바꾸어야 하는 전환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난방비, 에너지 절감과 같은
‘숫자’ 위
를
해서가 아니라,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 즉 라이프스타일 자체를 바꾸려는 걸음이 필요한 때
입니다.
때로는 상황보다 마음이 앞서 마지막을 이야기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12월엔 그간 단편
적으로 결심하거나 실천했던 것들을 모아 하나의 큰 줄기로 연결해 소화할 수 있는 시기가 되
었으면, 그래서 다음 결심은 보다 지속가능한 것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정규리 여성환경연대 20대 으뜸지기
Korean Women’s Environmental Network

Contents
기획 특집 2013년 환경 현안
04 4대강 사업 _ 국책사업이라는 이름의 쿠데타에 책임을 묻는다
06 밀양 송전탑 _ 밀양, 인간적 삶을 지키는 연대
08 화평법(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
09 2013년 여성환경연대가 뽑은 10대 뉴스
에코피플
10 자급의 삶을 고민하는 마을공동체활동가
카페오공 조정훈님
핫이슈
12 도시에서 생태적으로 살기 원한다면

09

with U 캠페인 _ 여성환경 리더를 찾아서
14 문명의 전환, 생명의 소리에 귀기울이는 따뜻한 울림
윤정숙 선생님

2013년

슬로워크
16 땅의 여자들4 : 해남으로 내려간 세 여자의 귀농 정착기
18 피스 & 그린 보트에서 만난 사람들

여성환경연대가 뽑은
10대 뉴스

달팽이 식당
20 하미현님의
‘텃밭 스프’
화장품 읽어주는 녀자
22 화장품에 들이는 돈
‘지극히 적게’
나의 아날로그 이야기
23‘응답하라! 1984’
추억의 편지
밑줄긋는 여자
24 책 <플라스틱 바다>를 읽고
25 너에게 보내는 편지 _ 영화 <노라노>를 보고
달팽이 뉴스
26 마을 이야기
28 교육활동가 이야기
30 달팽이 뉴스

16

32 알립니다
33 힘을 더하는 참여

51호 2013년 겨울
발행일 2013년 12월 15일 발행처 (사)여성환경연대
발행인 남미정, 장이정수, 정규리 편집인 강희영, 이안소영, 강수현
주소 서울시 영등포구 영등포동 7가 94-59 여성미래센터 2층 201호
전화 02-722-7944 팩스 02-723-7215
이메일 kwen@ecofem.or.kr 홈페이지 www.ecofem.or.kr
디자인 일탈기획 070-4404-8447

27
기획 특집 _ 2013년 환경 현안

4대강 국민고발 _
국책사업이라는 이름의 쿠데타에
책임을 묻는다
글 | 황인철 녹색연합 4대강 현장팀장

“응답하라, 1994”
라는 드라마가 최근 화제다. X세대,

국사회에서 제대로 된 역사적 심판이 이루어진 적이 없었

서태지, 대학농구 등 90년대 중반의 사회와 문화를 반영하

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사건이었다. 잘못을 행한 자가

는 요소들이 불러일으키는 추억을 공감하는 이들이 많아

그에 맞는 책임을 진다는 것은, 사법정의의 기본 원칙이

서일 것이다.

다. 범법 대한 단죄만이 아니라, 추후 같은 범죄의 재발을

이 드라마 속에서는
‘모래시계’
라는 TV드라마가 등장
한다. 모래시계가 방영하는 월요일에서 목요일 저녁 서울

막기 위해서기도 하다. 과거에 대한 판단을 넘어 미래를
위한 교훈이기도 한 셈이다.

시내가 온통 한산했고, 거리의 술집이 텅텅 빌 정도로 그
인기는 대단했다. 이 드라마는 사회적으로도 이슈였으니,

그런데 22조원이라는 국민세금을 불법적으로 사용한

그것은 바로 삼청교육대, 5.18광주민주화운동 등 당시까

범죄자가 있다면 이를 어떻게 해야 할까? 2013년 7월 10

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역사적 사건들을 직접 배경으로 하

일 감사원은 4대강사업에 대한 감사결과를 발표하면서, 4

였기 때문이다.

대강사업이 실제 대운하사업의 전단계로 추진되었다는 점
을 인정하였다. 마스터플랜 수립과정에서
“추후 운하 재추

사실 1994년에서 1995년에 이르는 시기는 전두환, 노태

진 가능성에 대비” 위해 대운하와 유사하게 수심을 확
하기

우 두 전 대통령의 처벌 요구가 터져나오던 시기다. 1979

보하고 대형 보를 설치하도록 대통령실이 압력을 넣었다

년 12.12 쿠데타를 시작으로 1980년 5월 광주의 민주화운

는 것이다. 이로써 2008년 6월,
“국민이 원하지 않는다면

동을 무력으로 진압함으로써 정권을 탈취한 사건의 공소

대운하를 추진하지 않겠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약속
던

시효가 다가온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검찰은 전두환

은 모두 거짓말로 드러났다. 4대강사업은 변종 대운하임

과 노태우 등 쿠데타 세력을 불기소하면서
“성공한 쿠데타

을 주장했던 환경단체의 주장이 사실이었음을 국가기관인

는 처벌할 수 없다” 논리를 내세웠다. (그 때도 검찰은
는

감사원이 인정한 것이다.

권력의 눈치를 살피는데에 탁월한 감각을 지니고 있었다.)
김영삼 정부의 이런 조치는 국민들의 거센 저항을 낳았고

지난 5년간 이명박 정부는 4대강사업과 운하와의 연관

때마침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공개되면서, 여론은

성을 철저히 부인해왔다. 이름 또한
“4대강살리기” 붙
라고

더욱 악화되었다. 책임자 처벌에 대한 각계의 요구는 하루

였다. 준설을 해서 수심을 6미터로 만들고 16개의 대형 댐

가 다르게 번져갔고, 결국 1995년 12월 5.18 특별법이 제

을 건설하면 죽었던 강이 되살아난다는 어처구니없는 논

정되면서, 전두환과 노태우는 내란죄 및 내란목적살인죄

리를 내세웠다. 공사과정의 불법도 묵인되었고, 비리가 밝

등으로 재판정에 서게 되었다.

혀져도 솜방망이였다. 식수원이 녹조로 썩어가고, 물고기

전두환, 노태우의 재판은 친일파 청산을 실패한 이래 한
4

와 강변의 나무들이 죽어갔다. 침수로 농사를 망치고, 부
기획 특집 _ 2013년 환경 현안

실공사 콘크리트 보는 안전이 위협받는 지경이다. 하지만

니라 광범위한 국민들이 직접 고발인이 되어 책임을 묻기

정부는 이 모든 재앙이 4대강사업과의 무관함을 강변하기

위함이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참여한 시민들의 수

에 급급했다. 상식과 양심을 저버린 정부의 이런 행태 뒤

가 약 4만여 명에 달할 정도로 반응은 뜨거웠다. 거리서명

에는 바로 대통령이 있었다. 운하에 대한 정치권력자의 어

대에는 참여하는 시민들이 줄을 이었다. 종교계, 학계, 시

리석은 집착과 욕망, 그리고 거짓말이 그 배후였다. 그런

민사회, 생협, 해외동포 등 각 계 각 층의 시민들이 국민고

데, 감사원은 4대강사업의 실체가 운하였음을 밝히면서

발인단에 참여하였다. 10월 22일, 이들 4만여 명 국민고발

도, 국민을 상대로 한 사기극의 주범인 전직 대통령이나

인단의 이름으로 이명박 등 58명에 대한 고발장을 서울지

대통령실 관계자에 대해서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았다. 현

방검찰청에 접수하였다.

재까지의 4대강사업 관련 검찰의 수사도 건설사들의 비자
금과 담합 비리에만 국한되어 진행되고 있다.

이제 공은 박근혜 정부의 검찰에게 넘어갔다. 하지만 아
직 검찰은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진보당, 공무
원노조, 전교조 등을 향한 정치적 수사에서 보여줬던 발빠
른 행보와는 사뭇 대조적이다.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전
정부와 차별성을 보이는 듯하지만 4대강사업에 대해 진정
성 있게 다가가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 박근혜 정부가 4대
강사업을 검증하겠다며 출범시킨 국무총리실 산하 조사평
가위원회는 시작부터 신뢰를 잃고 있다. 애시당초 시민사
회의 요구를 무시한 채 소위 중립전문가들로만 구성했으
나 출범 직후 중립성 논란으로 위원장이 사퇴하는 등 제대

상황이 이러하니 시민들이 직접 나서게 되었다. 결국

로 된 조사를 시작조차 못하고 있는 것이다.

22조원짜리 국민사기극의 주범들에게 책임을 묻기 위한 4
20여 년 전 전두환, 노태우 등 쿠데타 장본인들을 재판

와 법조인 등이 제안하여 시작된 이 운동은 이명박 등 4대

정에 세운 것은 대통령도 검찰도 아닌 바로 일반 시민들의

강사업을 추진한 핵심인물들을 형사고발하기 위한 운동이

힘이었다. 4대강사업 또한 마찬가지다. 권력은 스스로 반

었다. 감사원 등을 통해 드러난 내용을 토대로 할 때, 이들

성할 줄 모른다. 4대강사업은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이 하나

에게 적용되는 혐의는 다음과 같다.

되어 일으킨 또다른 쿠데타였다. 국책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대운하추진 목적 4대강사업 예산 불법전용으로 인한

4대강의 수많은 생명들을 학살한 사건이었다. 환경파괴의

특경가법상 배임’
,
‘직권 남용죄’
,
‘수자원공사 이사들의

폐해는 현재만이 아니라 미래세대에까지 미칠 것이다. 이

특경가법상 배임’
,‘국토해양부 공무원들의 건설사 입찰

것을 바로잡는 첫 단추가 바로 잘못한 이들이 책임을 지는

방해방조죄’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 및 증거인멸죄’
,

것이다. 성공한 쿠데타도 처벌 했듯이, 성공한 국책사업도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그것이다.
이

그것이 잘못되었다면 처벌받아야 한다. 어느 나라 격언처

이를 위해서 9월2일부터 약 1달 반 동안 국민고발인을 모

럼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면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기”
때

집했다. 몇몇 단체와 사람이 고발의 주체가 되는 것이 아

Korean Women’s Environmental Network

대강사업 책임자“국민고발”운동이 그것이다. 환경단체

문이다. 4대강운동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5
기획 특집 _ 2013년 환경 현안

밀양,
인간적 삶을 지키는 연대

글 | 히옥스 하자작업장학교장

밀양에 대한 생각은 어쩐지 지난 7월 7일에 머물러 있었

찰 뒤에 숨어 있고, 정부와 경찰은 나라 뒤에 숨어 있다.

다. 그때 많은 분들과 함께
“우리가 밀양이다”
행사를 준

그 나라는... 국민들 정확히는 도시의 시민들 뒤에 숨어 있

비하고 진행했다. 그러나 마음속으로는“우리가 밀양이

는 것이다. 그때 밀양의 어르신들로부터‘모든 마을에서

다” 말은 감히 꺼내놓을 수 없는 말이라고, 서울에 사
라는

송전탑이 없어야 하는 겁니다. 소비지와 생산지로 멀리 떨

는 나로서는 그런 말을 할 준비가 안 되어있다고 생각했

어져있는, 중앙집중형의 국가의 에너지시스템이 분산형으

다. 게다가 이 모든 일에 학생들과 함께 있고, 이 모든 과

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 주장입니다’ 말을 들었
라는

정을 학생들이 살아가는 현실이며 학습의 여정으로 지내

다. 밀양주민들은 에너지소외계층도, 빈곤한 산촌이나 농

고 있기 때문에, 교사인 나는 매순간 생각을 멈출 수가 없

촌의 취약계층도, 단순무식한 농군도 아니었다. 밀양주민

다. 학생들의 생각도 살펴야 하고 안전하게 돌보기도 해야

들의 학습속도나 집중력은 생각 이상으로 빨랐고 정정당

한다.

당했다.
‘외부세력’ 따라잡기 어려울 정도로.
은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고 생각한 이유는, 밀양으로부터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지난여름, 전국적인 송전탑반대

의 문제제기는 곧
‘탈핵’ 문제로 직결된다는 생각이 컸
의

네트워크가 만들어졌고, 김정회∙박은숙 부부의 서울단식

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가 밀양이다” 같은 문장을 사
와

농성이 시작되면서‘서울대책위’ 꾸려지고 곧이어‘전
가

용해야 한다면 나는
“우리가 한전이다” 할 것 같았다.
여야

국대책위’ 전환이 되었다. 그리고 전국대책위의 구성은
로

우리가 한전/정부와 어떻게 결탁하여 국가성장논리로 일

이 문제를 좀 더 조직(운동)적인 차원에서 문제제기가 확

관한 삶을 살아왔는지
‘공모자’
로서의 우리 스스로를 깊

대되는 가능성으로 이어졌다. 나는 전국대책위는 당연히

이 들여다보지 않는다면 해결은 쉽지 않을 것이다. 밀양은

필요하지만 서울대책위 또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서울

아주 근본적인 차원에서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사람들을 상대로 한 뭔가, 어떤 활동이 필요한 것 같다. 그

여름방학이 되면서 몇 사람들과 강원도와 청양지역으로

리고 그런 생각을 깊이 해보기도 전에 (이 글을 쓸 수 있을

실사를 다닐 기회가 있었는데, 송전탑이 들어선 마을들에

지 고민하고 있을 때) 탈핵집회가 진행되었고 또 밀양으로

서 만난 주민들의 얘기를 들으며, 결국 서울시민의 삶의

의 희망버스가 운행되었다. 사회적 공론화기구를 마련하

양식이 바뀌지 않는 한 송전탑과 핵발전소라는 문제상황

자는 밀양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었고 추위는 금

은 반복해서 다른 형식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생각을 굳혔

세 목전으로 다가오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던 것 같다. 아,
‘어떻게 나라에서 하는 일을 이깁니까?’
라
는 말.

희망버스에서는
“우리 모두가 밀양이다” 표어가 사
라는
용되었다. 물론 이 표어는 마을과 참여인원 규모에 따라

‘나라’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한전은 정부와 경
는
6

글자 수를 맞춰야 하는 이유도 있었기 때문에 채택된 것이
기획 특집 _ 2013년 환경 현안

었지만“우리 모두”
라는 단어가 마음에 걸렸다. 어째서

천막농성장/분향소가 만들어졌다. 밀양시가 불허하였기

‘모두’
라는 표현이 개방된 느낌이 아니라 닫힌 개념처럼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밀양의 노천분향소와는 아주 다른,

여겨졌을까?‘우리’
와‘그들’ 나누는 이분법의 회로가
을

제법 추위를 피할 수 있을 것 같은 이 분향소는 세 사람의

더욱 강하게 작동하게 되었다는 느낌. 희망버스의 집회에

동지들이 그야말로
‘순식간에’
능숙한 솜씨로 만든 것이

서 정권에 대한 강한 분노가 느껴져서 더더욱 그런 생각을

다. 서울광장으로 이동하는 길에 휴대폰으로 통화중이던

하게 되었던 것 같다. 밀양의 싸움이
‘정권투쟁’ 옮아
으로

취객 한 사람이 미끌~하고 만화처럼 넘어졌는데 이 동지

가는 것 같은 분위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버스를 준비

들이 성큼 다가가 단번에 일으켜 세워준 것도 잊을 수 없

하고 진행하는 스태프들을 보면서 경탄한 일 - 모두가 잠

다. 취객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정말 만화처럼 통화

도 안자고 애쓰면서 무엇을 해내려고 하는 것일까? 싸우

를 계속하면서 가버렸다.

면 싸울수록 적은 거대하게 등장하는 것 같았다. 조직운동
을 해왔던 분들이 대거 결합하면서
‘싸움’ 양상이 분명
의

취객에 대한 당연한 것 같은 그 반응도, 농성장을 꾸리는

해지고 그럴수록
‘우리 모두’ 얼굴에서 서울의 소시민
의

능숙한 솜씨도 새삼스럽게 보였다. 이 분들은 얼마나 많은

들은 멀어지는 느낌이 들어 안타깝기도 했다.

농성장을 꾸려왔던 것일까. 그 많은 농성장이 만들어지는
동안 어디에 있었을까. 능숙하게 농성장을 만들어주고는 긴
이야기도 없이 어두운 새벽길, 대한문 앞 횡단보도를 지나
총총 사라지는 세
‘동지’ 뒷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마음
들의
이 아팠고, 깊이 고마웠다. 지금껏 우리 사회가 좀더
‘인간
적인’
얼굴을 가질 수 있게 버텨온 분들이구나 하는 생각.

‘우리가 밀양이다’ 말 때문에 한동안 혼란스러웠던
라는
기분이 조금은 떨쳐지는 순간이었다. 그런 문장에 연연할
시간이 없다. 지난 시간을 돌이켜봐도 잠시 머뭇하는 동안
얼마나 많은 일들이 벌어졌던가. 나는 아마도 앞으로도 여
전히 삶(의 근본적인 형식)을 바꾸는 운동의 중요한 계기

드는 일들로 조금 정신이 없었다. 그만큼 도시에 사는 나

로서 밀양을 생각할 것이고, 서울시민들과 함께 할 수 있

(와 같은 사람)는 이토록 취약하구나 하는 자성, 그리고 희

는 일들을 더 찾아보고 일을 만들 생각이지만, 지난 시간

망버스에 대한 평가회를 하기도 전에 故유한숙 어르신께

동안 함께 손을 잡게 된 분들이 누구인지는 이제 좀 알 것

서 돌아가셨다. 서울에 시민분향소를 마련하자는 의견이

같다. 또 한 편으로는 서울시민들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

있었지만 가보지도 못했다. 시민분향소는 놓여지자마자

했지, 아 내가 바뀌었구나, 우리 학생들이 바뀌고 있구나

철거되었고 서울시청으로 옮겨가려다가 청원경찰들로 인

하는 것에는 더 마음을 쓰지 못했다. 지금은 거기서부터

해 폭력적인 사태가 빚어졌다. 서울시의 양해가 있었지만

생각도, 일도 시작하려고 한다. 아. 그나저나 이 갑작스레

언제 어떤 규모로 다시 시민분향소를 만들지 정해지지 않

추워진 겨울. 많은 농성장들이 조금은 더 따뜻했으면. 밀

은 그날 밤. 여러 사람들이 다시 모이게 되었다. 그리고 그

양의 송전탑 공사도 겨울은 좀 멈췄으면 좋겠다.
‘안녕들

때 대책위에서 만난 적이 없는 세 사람의
‘동지’ 와 있
들이

하십니까’ 걸어온 말들에 뭔가 대화가 시작되었으면.
로

었다. 정한 시각이 되자 서울광장으로 이동하고 순식간에

Korean Women’s Environmental Network

희망버스에서 돌아오자마자 학기말이고 연말이라 밀려

2013년 세밑에, 서울에서
7
기획 특집 _ 2013년 환경 현안

화∙평∙법
화학물질을 평생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법이기를
글 | 이안소영 여성환경연대 정책국장

실내공기를 건강하게 관리하려고 사용한 가습기살균제

월에 공표된 화평법의 실제 적용을 규정하는 시행령과 시

때문에 어린이와 임산부를 포함하여 145명이 사망하고,

행규칙을 제정하는 하위법령 협의회가 7차례 진행되었다.

피해자만 540여명에 이른 세계적으로 불행한 사건이 발생

화평법이 이미 제정되어 관심을 덜 가질 수 있지만, 하위

한 지 2년 반이 흘렀다. 가습기 살균제라는 지극히 일상적

법령을 마련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시행령과 시행규칙

인 생활용품 속에 PHMG, PGH라는 살균제용 화학물질

에서 보고∙등록해야 할 화학물질의 면제범위 등록시 제

이 들어갔고, 그 물질을 흡입할 경우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출해야 할 서류의 종류와 보고∙등록된 자료의 공개 범위

있다는 것을 누군가 인지 관리하기만 했어도 이렇게 억울

와 방법 등이 논의되기 때문이다.

한 죽음을 막을 수 있었을텐데, 많은 사람들이 탄식했다.

현재 화평법은 정부부처, 기업, 연구자와 시민단체 들이

‘적어도 제 2의 가습기살균제 사고만은 막아야 한다’ 간
는

하위법령 협의회에 참여하여 시행령, 시행규칙 제정을 거

절한 바람에 힘입어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

의 마무리해 가고 있지만, 역시 순탄하지 않다.
“신규물질

률(이하 화평법)>은 2013년 5월, 제정∙공표되었다. 요약

까지 모두 보고해야 한다면, 새로운 물질 개발하지 말라는

하자면 화평법은, 모든 화학물질은 시장에 출시되기 전에

거냐?”
,
“정보 공개 요구해서 영업비밀이 보장되지 않으면

그 독성과 용도를 보고∙등록해야 하고, 생태계와 인간에

경쟁력이 떨어지고 기업할 수가 없다” 로비성 기사가 연
는

게 독성이 심각할 것으로 우려되는 물질은 유해성 심사를

일 쏟아져 나와 환경부를 압박하고 있다. 이들은 하위법령

하여 용도를 제한하자는 취지의 법이다.

회의에서도 동일한 논리로 국민의 안전보다는 기업의 이

알려졌듯이 화평법은 유럽의 리치(REACH)를 본따 만

윤과 행정편의성를 우선시하고, 끊임없이 보고∙등록해야

들었으며, 여러 면에서 리치와 비교된다. 화학물질의 전생

할 화학물질의 수와 범위, 제출서류 등을 간소화하고 면제

애를 파악∙관리하고, 그 책임을 기업에게 부여하고, 대중

할 것을 요구한다.

의 알 권리를 보장하려는 리치의 취지를 한국의 화평법은
잘 살렸을까? 사실 산업계의 반발이 매우 거세었기 때문

시행령, 시행규칙안을 마련하여 공청회를 열 것이다. 정치가

에 애초의 법 취지에 비해 정부안은 자꾸 후퇴했다. 특히

움직이는 생물인 것처럼, 이미 제정된 법도 사회적 조건과

2012년 제정과정에서 문제가 됐던 쟁점들 중 하나는 관리

시민참여에 의해 변한다. 앞으로 있을 공청회에 발표되는 화

해야 할 화학물질의 범위였는데, 결국 기존물질은 1톤 이

평법 시행령, 시행규칙이 기존의 화학불질 관리체계에서 진

상으로 제한하게 되었다. 화학물질뿐 아니라 유럽 리치처

일보했는지, 과연 이것으로 제 2의 가습기살균제를 막을 수

럼 완제품 전체를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나,

있을 것인지, 오히려 화평법의 취지를 훼손하지는 않은지 매

결국 완제품이 아니라 화학물질만을 보고토록 하였다. 한

의 눈으로 감시하고 목소리를 내야 할 것이다. 화평법, 그 이

가지 화평법이 진일보한 점은 리치와는 달리 모든 신규화

름처럼 화학물질을 안전하게 관리하여 지구생태계와 인간

학물질을 대상으로 포함했다는 점이었다. 2013년 현재, 5
8

12월이 지나면, 하위법령 협의회도 마무리되고 환경부는

모두가 화평하게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기획 특집 _ 2013년 여성환경연대가 뽑은 10대 뉴스

2013년 여성환경연대가 뽑은

10

대 뉴스

다사다난했던 계사년이 저물어 갑니다. 올해는 많이 울고, 조금 웃었던 한 해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돌아보면 어떤 것도 지나치기 쉽지 않은 사건과 이슈였지만,
환경 분야에 한정하여 여성환경연대가 바라 본 10대 뉴스를 선정해봤습니다.
갑오년 새해에는 웃을 수 있는 일, 기운 북돋는 소식들이 많아지길 바래봅니다.

4만 여명의

합리성도 합의도 없는

국민고발인단 4대강사업

원전 29% 골자로 한

책임자 형사고발과

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재자연화를 위한 활동

중국발 스모그 영향,

화평법(화학물질등록과

서울에 첫
‘초미세먼지

평가에관한법률) 공표,

주의보’
발령

제2가습기 살균제 사건
막으려면
시행령 더욱 강화해야

765kv 밀양송전탑

기후변화의 현실,

건설 반대,

필리핀 초대형 태풍

밀양 희망버스,

하이옌

故유한숙 어르신
죽음으로 저항

일본 방사능 오염수 유출,

안전한 급식을 위한

먹거리 비상

조례 제정 촉구

시민사회∙여성계

남방큰돌고래 제돌이

대모이자 여성환경연대

바다로,

으뜸지기

동아시아 최초

故박영숙 선생님 별세

동물복지법 발의

Korean Women’s Environmental Network

시민방사능감시센터 발족

※ 10대 뉴스의 사진과 글의 배치는 무순입니다.

9
에코피플

바람에 겨울 내음이 실리기 시작하던 11월, 청년일자리허브의 창문카페에서
‘우리동네사람들(이하 우동사)’
이라는 이름의 주거공동체를 꾸리고, 이 사람
들과
‘우리마을카페오공(이하 카페오공)’
협동조합에서 활동하고 있는 조정훈
님을 만났습니다.

주거공동체 우동사는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처음에는 정토회에서 만난 귀촌을 꿈꾸는 6명의 친구들과 함께 공부모임으로
출발했다. 귀촌을 하는데 공감하고, 이후 함께 살기 위해 인천의 검암 지역에
집을 구했다. 이것이 우동사의 시작이다. 이후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현재는
총 19명의 친구가 3곳의 집에서 함께 살고 있다.

함께 살다보면 자연스럽게 살림에 대한 분업이나 이를 둘러싼 갈등이
자연스럽게 생기기 마련인데, 우동사에서는 공동체 구성원 간의 갈등을
어떻게 풀어 가는지...
성별 비율은 남녀 반반 정도이다. 같이 살다보면 가사노동에 대한 분업은 자
연스럽게 일어나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요리는 여자가 더 많이 하고 설거지나
고장 난 것을 고치는 일은 남자가 더 많이 하는 식이다. 역할을 고정해서 분담
하고 있지는 않지만 각자 살아온 습관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처음

자급의 삶을 고민하는
마을공동체활동가,
까페오공

조정훈 님을
만나다

우동사에서 공동체 주거를 시작하면서 가장 잘 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규칙을
만들지 않은 것이다. 살림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 어떤 규칙이 공평한지 논
의하고 고민하는 시간에 상대를 이해하는데 에너지를 쏟는 것이 현명하다는
결론에 모두가 동의했다. 그래서 우동사는 갈등이 생겨도 화를 내지 않거나
관계가 틀어지지 않는 것을 전제하고,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분위기
이다.

여전히 최종 종착지는 귀촌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우동사에 살면서 귀촌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하나의 이상적인 형태가 존재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게 되었다. 귀촌이 궁극적인 방향이 아니라 어떤 귀촌인
가, 왜 귀촌을 하는가라는 질문이 더 중요하다. 이것은 결국 어떻게 살 것인가
의 문제이고, 그 공간이 도시인지 시골인지는 부차적인 문제이다. 곰곰이 생
각해보니 귀촌을 고민하는 가장 큰 이유는 관계 속에서 안정적으로 살고 싶은

인터뷰 | 복코, 펭동
정리∙편집 | 복코

욕구 때문인 것 같다. 이 욕구가 형태보다 우선한다면 반드시 귀촌을 할 필요
는 없다. 현재는 서울에 기반을 두고 있는 청년이 많으니, 적게 벌어도 적게 쓰
면서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넓히기 위해 검암에 주거 공동체를 만
들게 되었다. 그 대안적 고민을 할 수 있는 연장선에서 카페 오공도 운영하고
있다.

10
에코피플

카페오공은 어떻게 운영 되나요

떨어지기 쉽다고 생각하는데 협동, 신뢰, 나눔, 돌봄 등의

오공이라는 이름은 100만원씩 50명이 출자금을 마련하자

공동체 정신을 구현하면 실제 삶의 질은 더 높아질 수 있

는 목표로 붙어진 이름이다. 우동사의 친구들과 독서모임,

다. 적게 벌어도, 적게 소비하기 때문에 오히려 하고 싶은

재능 나눔, 일자리를 상시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공간을 마

것들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늘려가는 일을 우동사와 카페오

련하자는 단순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카페를 시작하기

공을 통해 실험하고 있다. 이런 토대가 탄탄해진다면 개인

전에 3개월 정도 준비하면서 대안화폐, 기본소득, 협동조합

은 가난하지만, 사회는 풍요롭기 때문에 자원을 어떻게 조

등에 대해 공부했다. 지난 2012년 4월, 처음에는 2명으로

합할 것인가가 중요해 질 것이다.

시작해 지금은 43명의 출자자와 함께 하고 있다. 모집과정
에서 우여곡절이 있긴 했지만, 50명의 출자자를 채우는 것

마지막으로 여성환경연대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 급선무는 아니다. 먼저 삶의 방식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

카페오공과 여성환경연대는 큰 가치와 지향이 다르지 않

를 나누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다고 생각한다. 카페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관계가 없

경험이 없다보니 주위의 프랜차이즈 카페보다 잘 해야 한다

는 불특정 다수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비효율

는 압박감이 있었다. 그러나 당연히 잘 될 리는 없었고(웃

적인 비용이 생긴다는 것을 깨달았다. 신뢰와 관계가 없는

음), 우리가 왜 카페를 하려고 했는지를 다시 점검하게 되었

상황에서 발생하는 사회적인 낭비를 줄이는 것도 중요한

다. 그 때부터 심야식당, 재능 나눔을 거의 하루에 한 번씩

환경활동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성환경연대도 함께 고민

열게 되었고
‘적게 소비하며 삶의 질 높이는 법’ 대한 구
에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체적인 대안을 카페에 오는 사람들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카페오공의 다양한 활동이 알려지면서 현재는 은평구 청년
일자리허브의 카페를 위탁 운영하는 기회도 만났다.

4년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카페오공을 하면서 잘했다
고 느끼는 순간이 언제냐는 질문에‘늘’이라고 답하는 그

카페오공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는 살고 싶은 방향을 일상에서 구현하고 있어서 늘 좋고 편

카페오공은‘대안적인 삶을 꿈꾸는 청년의 실험지’
이다.

안하다고 했습니다. 마치 저전력 냉장고처럼 에너지를 쓸데

카페오공의 가장 큰 키워드는 주거, 의료, 식량, 교육의 영

없는 곳에 쓰지 않고 필요한 곳에 집중하는 그의 모습에서

역을 아우르는
‘자립’
이다. 적게 소비하면 보통 삶의 질이

일과 삶이 즐거움으로 하나 되는 장면이었습니다.

Korean Women’s Environmental Network

11
핫이슈 _ 도시와 생태건축

도시에서 생태적으로
살기를 원한다면
- 도시와 생태건축-

아프리카 개미집과 아랍의 전통양식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된 신재생에너지 전문연구대학원 마스다르 과학기술원(MIST)

글 | 조윤석 10년 후 연구소 활동,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제공해드리려 고민하는 제공건축에서
일을 하고 있고 얼마 전 2집이 나온 아나킨프로젝트에서 베이스를 치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건축 일을 하고 음악도 하고 십년 후에는

이지요. 생태적이지 않을 방법이 없습니다. 원래부터 그런 것이

어떻게 살까 고민하고 있는 조윤석입니다. 지금까지 6장의 음

었으니까요.
‘자연’
이라는 단어처럼요. 하지만 도시에서 살면서

반에 참여했으니 음악가라고 소개하는 것은 그나마 자신 있는

생태적으로 살기를 원한다면 이야기는 많이 어려워집니다.

데, 건축가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생

도시란 무엇일까요? 도시라는 단어의 어원은 중국의 도성

태건축을 하겠다며 직접 설계해서 지은 건물은 딱 2채 밖에

(都城)에서 왔습니다. 여기서 도(都)란 천자(天子)가 거주하는

안 되거든요. 보통 건축가들은 내가 어떤 건물과 누구의 집을

궁성을 의미하고, 성(城)은 공간의 경계가 되는 성벽을 의미합

지었다라고 하잖아요. 그러니 제가 건축가라고 하기에는 매우

니다. 이후 도성의 도와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市場)의 시가

부끄럽지요.
‘건축가는 많이 건물을 지은 사람이 아니라 건축

합쳐진 도시(都市)라는 단어가 되었습니다. 즉, 도시는 정치,

에 대해서 오래 고민한 사람’
이라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대

행정기능과 공업, 상업을 기반으로 하는 경제활동의 중심지역

선배님의 말씀에 용기를 내어 이야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을 의미합니다. 또, 인구 규모로도 도시를 구분할 수 있습니

생태적으로 산다는 것은 어떻게 사는 것일까요? 우선 생태(生

다. 국가와 지역, 도시학자마다 다르지만 프랑스와 독일은 도

態)라는 단어를 들여다보면 생명 할 때 生, 모양 態를 사용하니

시의 최소 인구규모를 2,000명으로 보고 있고, 미국은 2,500

사는 모습, 사는 모양 정도겠네요. 잠시 농촌에서 살아보니 사

명, 영국은 10,000명, 한국과 일본은 20,000명, 중국은

람이나 소나 사는 것은 별반 차이가 없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100,000명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1개의 특별시(서

서 밥 먹고 일하다가 집에 돌아와서 씻고 잔다. 대대로 물려받은

울), 6개의 광역시(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울산), 1개의 특

땅에서 농사짓고 자신이 태어난 집에서 삽니다. 그 집은 아버지

별자치시(세종)와 75개의 자치시가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 생

나 할아버지가 주변의 나무와 돌과 흙으로 지었습니다. 생태적

긴 시는 2013년 9월 23일자로 시가 된 경기도 여주시입니다.

12
핫이슈 _ 도시와 생태건축

인구별로 보면 1위 서울 1024만, 2위 부산 354만, 3위 인

저도 너무너무 배가 아픕니다.

천 281만, 4위 대구 250만, 5위 대전 152만, 6위 광주 146

농촌이 아니면 생태도시에 사는 행운이라도 누릴 수 있

만, 7위 울산 113만, 8위 수원 110만, 9위 창원 109만, 10위

다면 참 좋겠지만, 자원의 한계 때문에 그런 기회가 누구에

성남 97만 명이고 인구가 가장 적은 시는 충남 계룡시로 4

게나 일반적으로 돌아오지 않지요. 하지만 내가 사는 집,

만 명이 조금 넘게 삽니다.

주거환경을 생태적으로 만드는 것은 작은 노력과 의지로도

지금까지 알려진 최초의 도시는 9000년 전 이스라엘 사

가능합니다. 처음부터 주변환경, 입지, 설계, 재료까지 선

람들이 고함쳐서 무너뜨린 여리고성입니다. 세계 인구에

택하여 생태적인 건물을 지을 수도 있고, 이미 살고 있는

대한 도시인구의 비율은 서기 100년에는 1% 미만이었는

집의 채광, 통풍, 에너지 손실 등을 점검하여 에너지효율을

데, 1800년에는 5%, 그리고 1965년에는 50%의 비율로 급

높이도록 개선할 수도 있습니다. 생태건축이라고 하면 혹

격하게 증가하였으며, 지금부터 17년 후 2030년에는 세계

시 친환경 고급 자재만을 사용한 건물이라고 여길 수 있는

인구의 67% 50억이 도시에 살게 될 것이라고 유엔 인간정

데,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건물 안에 재료, 설계, 공간,

주위원회 보고서는 예측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1960

배치 등에 지속가능한 관점과 지향이 있는가, 또 자연 환경

년 39.1%에 불과하던 도시화율은 이미 2005년 도시화율은

뿐 아니라 지역 공동체와 어울리는가 중요하다고 생각됩니

90.1%를 기록한 뒤 매년 0.1%~0.2%p 가량 상승하고 있습

다. 친환경주택이 아무리 생태적으로 의미 있다 하더라도

니다. 도시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고 그것이 우리나라의

지역사회, 공동체에 기여하지 못한다면 (주변 부동산 가격

문제만이 아니라 전 지구적 문제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

을 높이는)상품일 뿐이니까요.

습니다. 그리고 건축적으로는 어느 정도 해결방법이 있다

이제 마무리를 짓겠습니다. 도시에서 생태적으로 사는

는 것도 알려드립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브라질의 꾸리

방법! 소비를 줄이고 안 쓰는 물건은 지역장터에서 바꿔 쓰

찌바, 독일의 프라이부르크, 스웨덴의 알메르, 미국의 렉스

고, 가까운 거리는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집의 단열을 보강

턴과 같은 도시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계획되고 만들어지

해서 에너지를 아껴씁니다. 목공 등 간단한 기술을 배워 집

고 있으며 노만 포스터라는 영국의 건축가가 설계한 아랍

수리는 내가 합니다. 가까운 곳에 텃밭을 만들어 주위 분들

에미리트(UAE)의 세계최초의 탄소제로도시‘마스다르’

과 나눠 먹습니다. 함께 모여 살며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아

(화석연료 사용에 의한 탄소 배출이 없고 폐기물과 자동차

이들과 함께 캠핑이나 농촌 방문 등으로 자연과 생명에 대

가 없는 도시, http://masdarcity.ae/en)가 곧 준공을 앞

한 경험과 감수성을 일깨워줍니다. 생태적인 삶에 대한 이

두고 있다고 하더군요. 상주인구 4만, 통근인구 5만의 그

야기를 나눌만한 모임이나 소식지를 만듭니다. 그리고 선거

도시를 만드는 데 사용한 예산이 4대강 사업비보다 2조 2

때는 투표를 잘하고 할 수만 있다면 생태적인 도시를 만들

천억 원이나 적은 20조원이랍니다. 여러분, 약 오르시죠.

겠다는 후보를 우리 손으로 내보냅니다. 이상입니다.

�난방보다 온수를 사용할 때 보일러연비가 더
들어간다는 사실! 가스비를 절약하려면, 따뜻
한 물을 아껴쓰세요.
�보일러 전원을 껐다 켰다하면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어, 잠깐 외출하신다면 약하게 켜놓는
것이 좋아요.
�창문에 스프레이로 물뿌리고 뽁뽁이를 갖다

대면, 저절로 붙어요! 찬바람 들어오는 것을
막아, 열손실을 줄일 수 있답니다.
�다양한 종류의 문풍지(물먹는 항균테이프, P
형, V형, 투명테이프형)를 사용해보세요.
�단열벽지는 효과는 있으나, PVC재질이라는
게 흠이네요. (환경과 건강을 동시에 생각한
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Korean Women’s Environmental Network

시린 겨울
‘따숩게’
보내고 싶은 이들을 위한
‘워크샵’ 배운 노하우를 전해드려요~
에서

13
[with U 캠페인] 여성환경 리더를 찾아서

2013년 유한킴벌리와 함께 하는 with U 캠페인은, 다양한 세대와 분야, 지역에 걸쳐
생명과 돌봄 가치를 실현하고 있는 여성환경 분야 리더들을 만나 소개하고 사회적으로 확산하려 합니다.

문명의 전환,
생명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따뜻한 울림을 만나다

윤정숙 선생님
전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지난 11월 여성들의 유쾌한 사회상상 워크숍에서, 윤정숙 선생님을 모시고 기조발제를 들었습니다. 그 때 선생님에 대한 인상을
한 마디로 한다면, 있는 그대로 자신 앞에 정직하게 서 있는
‘겸손’ 자기 질문에 대한 답을 간절한 마음으로 찾는
과
‘열정’
이었
습니다. 30년 가까이 여성운동을 하셨고, 이제 한 숨 돌리며 인생의 전환을 맞고 있으신 윤정숙 선생님을 다시 만났습니다.
인터뷰 | 이안
정리∙편집 | 있슈

요즘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의 과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자연을 착취하며 자연과 사귀

작년 3월에 아름다운재단 일을 그만두고, 잘 쉬고 있다. 1년

는 방법을 잊어버리고 자폐증이 걸린 우리는, 자연을 친교와

10개월 정도 됐는데, 쉬면서 이 편안함이 어디서 오는 걸까

사귐의 대상으로 만나야 한다는 그 분의 책을 작년에 몇 번

생각했다. 시간과 관계를 나의 의지에 의해서 결정할 수 있

이나 읽으며 줄을 그었다.

다는 것이 이렇게 자유롭구나 싶다.‘바쁜 것=열정’
이라고
여겼는데, 지금은 바쁜 것의 속박에서 벗어난 셈이다.
요즘은 바쁠 때는 엄두도 못냈던 책을 읽으면서 전율을 느끼

듣고 싶어요

곤 한다. 프리초프 카프라의‘생명의 그물’
,‘히든 커넥션’

운동을 5년 했든, 10년 했든, 새롭게 다른 식으로 운동을 하

이라는 책을 읽었다. 과학자이지만 생태적 감수성의 눈으로

고 싶다. 운동이 내 삶에 생동감을 주는 걸까. 이 방식이 세

우리의 삶, 시민운동, 기업과 조직을 바라보는 것. 생명 간에

상에 변화를 주는 걸까. 운동 속에 있지 않고, 개인의 생동감

숨겨진 커넥션이 있다는 이야기였다. 토마스 베리의 위대한

과 변화를 줄 수는 없는 걸까.

과업(Great work)은 우리가 생태대로 가게 하는 것이 우리
14

문명 전환 시대에 여성운동의 방향과 전망에 대한 고민을

나의 20대는‘좌충우돌’
,‘첩첩산중’
,‘암중모색’ 30대는
,
[with U 캠페인] 여성환경 리더를 찾아서

한 마디로
‘열정과 불안’
이었다. 운동가는 가치를 선택한 삶

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된다.

인데, 내가 선택한 가치가 맞는 것인지, 그 가치를 구현하는
방법은 어떠한지, 끊임없이 질문하는 힘, 상상력, 용기가 필

살면서
‘이건 내가 참 잘했다’
여기는 것이 있으신가요?

요하다. 두 트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여성운동했던 것 참 잘했다고 생각한다. 보수적인 집안에서

제도화가 절박하고 시급했던 시절을 지난 이 때에, 제도 안

자라 가부장적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왔는데, 여성운동은 내

에서 제도를 바꾸는 한 트랙이 있다면, 다른 하나는 제도 바

인생의 네비게이션같은 역할을 했다. 자신감 없을 때도 의미

깥에서 주눅들지 않은 언어와 상상력으로 하는 운동이다.

있게 잘 살아야겠다고 힘이 되었던 것이 페미니즘이었다. 운

독일 정부가 노후화된 원자력발전소를 연장하는데 항의해

동이 진부하다고 느꼈을 때 거리를 둔 것도 잘했다. 민우회

독일 시민이 120km의 인간띠를 이어 발전소를 에워쌌던

사무처장 하다가 영국 2년 정도 공부하러 갔던 것, 재단 있

일이나, 96년 인도네시아가 영국에서 수입한 무기로 동티

을 때 1년 휴식, 지금이 세 번째 휴식이다. 숨을 크게 쉬면 자

모르 살상이 벌어졌을 때, 4명의 여성 활동가(Seeds of

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된다. 내게 쉼이 없었다면, 바쁜

Hope)가 가정용 망치를 가지고 격납고에 몰래 들어가 컴퓨

게 열정인줄로 착각하며 살지 않았을까 싶다.

터를 망가뜨려 살상 무기를 파괴했던 사건은 정말 충격이
고, 감동이었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으세요

여성운동가들과 당장이라도 고리원전 둘러싸고 싶은 마음이

김종철선생님이 생태는
‘지식’ 아니라
이
‘감수성’
이라고 하

다. 고리원전, 송전탑 주변의 발암 문제, 농작물 피해... 무슨

셨다. 생태문맹에서 벗어나 생태적 감수성을 갖는 것, 개인

논쟁이 필요한가. 독일하고 한국을 비교하니 햇빛의 여건이

의 삶과 세상을 보는 패러다임이 옮겨가는 것에 대해 그동안

한국이 더 좋다는 기사를 읽었다. 생명을 위한 최소한의 안

무지하고 막연했다가, 후쿠시마사고 이후 생각하게 됐다.

전장치를 뒤로 하고, 원전수급, 대체에너지 경제성 문제 말

생각의 구조에 균열을 낼 수 있는 작업, 내년에는
‘TED 에

하는 사기극같은 패러다임에 속지 말자.

코페미니즘’ 여성환경연대나 여성단체들, 관심 있는 친구
을
들과 해보고 싶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에코페미니스트가

‘여성주의 관점’ 생태적 삶이란 무엇이고, 어떤 차
에서

된다는 것은 뭘까. 젊은 에코페미니스트들의 이야기를 모으
고, 듣고 나누다보면, 통찰도 생기고, 상상력, 실천의 방법도

남성활동가였다면 아마도 Seeds of Hope 4명의 여성활동

얻게 될 것 같다. 차일드세이브 같은 엄마들이 풀뿌리에 많

가들처럼, 집에 있는 작은 망치로 수조원이 넘는 살상무기

이 생겼으면 좋겠고, 개인적으로 동네 생협에서 만나는 아줌

컴퓨터를 망가뜨리는 발상 못했을 거다. 여성과 남성은 생명

마들을 집에 초대해서 같이 놀고 싶다.

에 대한 감수성이 참 다른 것 같다. 생태적 삶, 반핵, 이런 걸

4가지 정도 정리된 생각을 기억하며 살기로 결심했다. 하나,

여성주의 관점으로 하는 것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나도 고민

살아 있는 것들에 대한 경외감을 잊지 말자. 둘, 인간이 자연

이다. 질문의 떨림도 중요하다. 그런데 운동을 하든, 개인으

과 137억년 된 우주의 일부라는 귀속감을 잊지 말자. 셋, 살

로 살든, 우리 사회는 여성에게 질문과 떨림에 대면할 수 없

아 있는 것에 대한 모든 폭력에 대한 저항감을 잊지 말자.

게 하는 사회라는 거다. 이제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

넷, 나의 인생에서 이분법, 도구적 사고 분절적 사고, 제도화

에 대해서 근원적인 질문을 해야하지 않을까. 에콜로지가 가

된 사고를 뛰어넘겠다.

장 기초적인 질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에콜로지와 페
미니즘이 만났을 때 거기서 분노와 사랑이 나오는 것이 아닐

마지막으로 여성환경연대나 회원, 활동가들에게 한 말

까. 국제원자력 기구의 기만적 통계, 원자산업국가 마피아들

씀 부탁드려요

의 결탁, 반생명적 가부장적 세력과 연결되는 것을 보면서,

특별한 것은 없고... 자기 인생과 사회에 질문을 멈추지 않는

한국에서 에코페미니즘은 어떤 담론을 형성하며, 어떤 실천

Korean Women’s Environmental Network

별성이 있을까요?

삶, 용기 있고 아름다운 삶을 기대하고 응원한다.
15
슬로워크Ⅰ_ 땅의 여자들 4

‘함께’
농사짓는다는 건, 옆을 보지 않으면서 옆을 보는 일
글 | 혜성 어려운 시골살이를 튼튼한 몸과 맘으로 버티며
부모님께 새삼 감사함을 느끼고 있는 초보농부

한동안 가을을 겪었습니다. 꿈꾸던 봄을 보냈고, 무더위

싶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의 한해는 아직 끝나지 않았

를 견디려 노력했던 여름이 지나 결실의 계절인 가을이 되

고 그 결실이 어떤 식으로 맺어질 지는 여전히 진행중입니

고 보니 제게는 그동안 그렇게 애써 보지 않으려고 했던 어

다.

려움과 미움, 불만과 같은 어려운 감정들이 풀씨처럼 묻혀

저희의 가을은 대략 고구마와 배추로 꼽아볼 수 있습니다.

있다 문득문득 고개를 내밀곤 했습니다. 그런 마음이 당황

올해 봄에 심었던 고구마를
‘구마구마 에오라’
라는 이름

스러워 다시 묻어도 보고, 잘라도 보고 파내어보기도 했지

으로 축제를 열어 친구들을 초대해서 함께 캤습니다. 거의

만 한동안은 더 이상 대화하려 시도하지 않는 굳어진 마음

열흘이 걸렸습니다. 미세마을의 보름달은 정말 아름다워서

과 감정들이 남아 있었습니다. 아직도 정리되지 않은 거친

친구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어 수확 날짜도 일부러 보름을

마음으로 다시 시도하고, 부딪히고 어려워하면서 그렇게 한

염두에 두고 잡았습니다.

발 한발 나아가는 중입니다.

그 환한 보름달을 조명삼아 배추밭을 위한 음악회도 열었

한해의 삶의 결실을 이런 식의 맺을 수는 없다는 절박함

습니다. 고구마를 위한 살풀이 무용과 무반주 샹송, 시골 인

과 올해의 농사로 삶이 판가름나지 않는다는 희망을 붙잡고

디가수를 꿈꾸는 떨리는 무대를 비롯해 급하게 결성한 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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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워크Ⅰ_ 땅의 여자들 4

밴드의 공연까지 저희만 보기 아까운 음악회였습니다. 서

친구들과 농사일을 함께한다는 것이 큰 힘이 됩니다.

울에서 해남까지 다섯 시간, 왕복 열 시간을 들여서 이곳

넓은 밭은 우선 눈으로 압도당하기 때문에 이 넓은 밭을

까지 일하러 온 (저희 엄마 말로는 이상한) 친구들과 함께

언제 다 끝내랴 하는 마음은 사람의 맥을 빠지게 합니다.

한 음악회와 고구마 캐기는 잘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러나 내 옆에 함께하는 다른 사람이 있다면 얘기가 달

그중에서 가장 고마웠던 것은 고구마 캐랴, 초대받고

라집니다. 우선 이 많은 일을 내가 다하지 않아도 되고 옆

온 친구들 밥해주랴 평소보다 두 배 세 배의 능력을 발휘

사람을 따라(혹은 함께) 가다보면 어느새 일은 쑥쑥 줄어

해준 함께 사는 다섯 명의 친구들의 마음씀이었던 것 같

들어 있습니다. 함께하는 것에 어려움도 있습니다. 당연

습니다.

히 있어야 할(혹은 있어야한다고 생각하는) 옆 사람이 보
이지 않을 때, 옆 사람이 자신이 맡은 바를 제대로 하지 못

배추농사는 그야말로 드라마틱했습니다. 배추모종은

해 내가 짊어질 짐이 늘어난다고 생각(!)될 때 내 마음에는

이렇게 약한 애들이 어떻게 이 세상의 모진 풍파를 딛고

여러 가지 감정들이 올라옵니다. 아직 서투른 초보 농사

살아갈 지 걱정스러울 정도로 여리여리했습니다. 그리고

꾼인 우리들에게는 자기 한 몸 추스르기도 벅차 옆 사람

그 모종을 심을 때 저는 사정상 조금밖에 함께하지 못하

의 무게까지 감당할 여유는 아직 많지 않나봅니다. 그래

여 그 넓은 밭의 무게를 더 딛고 견뎌야 했을 친구의 원망

서 자꾸 옆을 보게 되는 시선을 막고 싶을 때도 많습니다.

을 받았습니다. 그만큼 농사는 녹록치 않은 일이었습니
다. 비교적 날씨가 좋았던 올해 이 여린 배추 모종들에게

동네 할머니들과 마늘을 심은 적이 있습니다. 마늘은

닥친 가장 큰 장애물은 배추를 공격하는 각종 벌레들이었

보통 13-16개의 구멍이 뚫린 비닐을 깔고 그 구멍에 마늘

습니다.

을 한 알씩 찔러 넣어가며 심습니다. 비닐의 넓이가 한 사
람이 감당하기에는 조금 넓기에 두 명이 반씩 맡아 심으

배추가 보이지 않게 만드는 거세미 나방 애벌레의 공격을

며 앞으로 나아갑니다. 우리 같으면 정확히 여섯 구멍만

받았습니다. 점차 사라지는 배추들이 늘어나자 더 이상

넣고 앞으로 나아갔을 텐데 할머니들은 당신들이 조금 빠

참을 수 없게 된 저희는 며칠간 배추를 하나하나 샅샅이

르면 옆의 구멍으로 침범하여 가차 없이 찔러 넣어주고

뒤졌습니다. 애벌레를 발견하고 죽이는 건 그리 유쾌한

앞으로 가며 속도를 맞추십니다. 그런 얼굴에 불편한 기

일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한 포기의 배추가 구원받을 수

색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그만큼 익숙한 일이고

있다는 것에 희열을 느끼며 벌레를 잡았습니다.

여유가 있어서겠지요. 아마도 내가 조금 더 성장해야, 때

그렇게 몸살의 성장기를 거치고 힘겨운 가을 가뭄을 거
친 배추들은 가을의 막바지가 되자 부쩍 쑥쑥 자라났습니

론 모자란 옆을 보고서도 때론 나보다 잘하는 옆을 보고
서도 불편함이 생기지 않을 수 있을 듯합니다.

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요즘은 배추를 수확해서 포장하고

그런 면에서 우리의 갈 길은 아직 먼 것 같습니다. 뭐

절이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배추는 무거워서 허리도 아프

내년은 올 해보다는 조금 더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만

고 힘도 좀 들지만, 이 배추가 김치가 되어 많은 사람들의

품을 뿐입니다. 그리고 아주 조금이겠지만, 꼭 옆사람의

겨울 밥상에 함께 하리라고 생각하니 조금 더 힘을 내야

요청에 응답하기 위한 여력을 남겨두고 싶습니다. 그것이

되겠다는 생각입니다.

Korean Women’s Environmental Network

저희 집 배추들은 작은 잎을 하나하나를 똑똑 따먹어서

제가 지금 이곳에서 살고 있는 이유일 것 같습니다.
17
슬로워크Ⅱ

피스 & 그린보트1)에서 만난 사람들
글 | 있슈
‘진지’ ‘주책’ 넘나들며, 중간 지대를 모색 중
와
을
여성환경연대 활동가

해외여행이 전면자유화 된지 20년도 넘은 요즘같은 세상

춤추는 정적 속에서 나도 어쩌지 못하는 상념이 튀어나왔다.

에도, 바다 건너 남의 땅을 밟아본 일 별로 없는 순수 국내파

그러다가 오래 씹어 입에서 녹아내린 껌처럼, 솟아난 생각이

역마. 돈 한푼 없이 떠난다는 배낭여행은 오랜 옛말~ 내게는

수평선과 만나 사라지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그 자리에는 배

돈이 없으면 몸으로 때울 시간이라도 넉넉해야 가능한 것이

를 타기 전에 읽었던 신영복 선생님의 글이, 바다 위 그려진

여행이었다. 정념과 한숨이 피고지는 찌질한(?) 생활 속에서

배의 자국처럼 남았다. 觀於海者難爲水(관어해자난위수)2)

단념을 그대로 실천할 수 있다면, 그 틈으로 여행하듯 일상
을 보낼 수 있으련만... 나는 어느 때라도 생각이 참 많다. 그

세계 일주에서 피스&그린보트까지, 재일교포 3세
‘이화’

러던 어느 날 내게도 뜻밖의 기회가 주어졌다. 지난 10월, 여

넷째날 같은 방 우정씨를 통해서 이화라는 친구를 알게 됐

성, 환경 분야 활동가 20명과 함께 9박 10일 동안 피스&그

다. 이화는 일본에서 조선학교 교사로 있다가 올해 그만 두

린보트를 타게 된 것이다.

고, 3개월 동안 피스보트로 세계 일주를 했다. 이어서 다시
이 배를 탔다고 했다. 긴 시간 배 안에서 지내면서 지루하거

배 멀미 너머 바다명상

나 힘들지 않았을까, 다시 배를 탄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

부산 영도터미널에서 아파트보다도 큰 배(크루즈)와 정면

화는 앞으로 한국에서 살고 싶다고 했다. 할아버지부터 아버

으로 마주친 순간! 고래 뱃 속으로 들어가는 피노키오처럼 선

지, 어머니, 동생들도 그렇지 않은데, 자기는 왠지 모르게 한

상에서 보낼 낯선 재미를 기대하고 있었다. 부산으로 오는 버

국이 좋고, 한국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몇 해전 조선학교를

스에서 핸드폰을 잃어버리고 오줌 눌 곳 찾는 강아지처럼 쫄

배경으로 한
‘우리학교’ 영화 이야기를 나누면서, 영화
라는

쫄거리긴 했지만, 숙소에 짐을 풀고 아홉 밤을 함께 지낼 우

에서 흐르던 노래‘하나’ 이화와 함께 불렀다. 마주앉아
를

정씨(환경정의), 민영샘(사이버또래상담센터)과 인사하며 설

노래하며 드문드문 잊어버린 가사의 공백을 허밍으로 대신

레는 마음을 나누었다. 갑판 위에서 출항을 축하하는 폭죽을

하는 사이, 붉어진 얼굴엔 어느새 투명한 눈물이 흐르고 있

터뜨릴 때까지도, 앞으로 닥칠 나의 상태를 예상하지 못했다.
배 위에서 올려다 본 달빛은 참 그윽하고 은은했다. 달달한
첫날밤의 낭만은 간 데 없고, 다음날부터 시작된 나의 울렁증
은 난간에 붙어버린 자석으로 바꿔놓았다. 휴가철이면 비박
하며 산행할 만큼 단단한 체력이라고 나름 자부했는데, 저질
몸뚱이(?)로 역전된 시간이었다. 어지러운 속을 달래려 바다
끝 하늘과 닿는 데까지 시선을 두었다. 출렁이는 바다와 나,

1 피스&그린보트는 아시아의 화해와 화합을 가로막고 있는 역사 문제를 비롯하여, 동북아시아의 사회, 문화, 환경 문제를 열린 시민사회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그 대
안을 찾기 위하여 만들어졌다. 한국과 일본의 대표적 NGO인 환경재단과 피스보트가 공동으로 주최하여
‘배’ 특수한 공간에서 한국과 일본의 각계 인사와 시
라는
민들이 함께 어울리며 서로를 이해하고, 고민하며, 토론할 수 있는 특별한 여행이다.
2 바다를 본 사람은 물을 말하기 어려워합니다. 큰 것을 깨달은 사람은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함부로 이야기하지 못합니다.

18
슬로워크Ⅱ

었다. 힘겨운 상황에서 학교를 사랑하고 지켜가는 선생님

큰 언니 정미례 선생님의 이야기

들과 학생들을 떠나온 것에 대한 미안함, 빚진 마음 같은

작은 체구에 거침없는 말투, 카랑카랑한 목소리. 같은

것을 이화에게서 느낄 수 있었다.

건물에 있으면서도 인사만 했지, 잘 알지 못했다. 성매매
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정미례 선생님. 20명의 활동가

여성들의 공감의 연대, 이용수 할머니 그리고 일본의

들과 함께 워크샵하고 교제하면서, 우리나라 성매매의 역

중년 여성들

사, 정미례 선생님의 30년 운동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환경운동 내에서 탈핵운동이 대중화되기 어려웠던 것처
럼(후쿠시마 사고가 있기 전까지는), 여성운동 안에서도
성매매문제는 관점이나 입장이 조금씩 다르기도 하고, 가
시적인 변화나 성과가 드러나지 않는 영역이었다. 봉건제
에서 근대화되는 과정에서 국가에 예속된 기생이 개인 신
분으로 바뀌고, 일제강점기 공창제를 거치면서, 우리나라
성매매 역사가 국가, 식민화, 근대, 여성의 문제가 다층적

피스&그린보트에는 유명 인사들을 게스트로 초청하기

으로 얽혀있다는 점도 나의 무지를 깨웠다.

도 하는데, 일본 측에서 이용수 할머니(위안부 피해자)를
모셨다. 그 때를 떠올리면 아직도 피가 거꾸로 솟는다고
하시며, 다소 격앙되고 떨리는 목소리로 경험을 증언해주
셨다. 증언을 통해 알 수 있는 진실과 무관하게 여성들의
언어는, 겪었던 사건, 상황에 자신이 밀착되었다는 생각
이 들었다. 그래서 어떤 맥락이나 배경을 모르는 이들이
그 이야기를 처음 듣게 된다면, 혹여
‘주관적이고 감정적’
이라는 반응이 돌아올 수 있을까 기우 섞인 슬픔과 미묘
하고 복잡한 마음이었다.

2002년 군산 개복동 화재로 윤락업소 여성 15명이 사
망한 사건이 있었다. 정미례 선생님은 81학번, 광주 출신
으로 학생운동, 노동 현장에서 자기의 삶을 빚어가던 분

테이블에 앉게 되었다. 그 분들도 이용수 할머니 증언의

이셨다. 그러던 중, 군산 화재 사건이 자신을 여성운동으

자리에 함께 있었다고. 그 중 한 분은 국제사회에서 한

로 호명했다고 하셨다. 암울한 시대를 통과하여 이름을

일 간 어떤 이슈가 생길 때마다, 위안부 문제를 마음에

날리는 훌륭한 어른들은 참 많지만, 자신에게 어떤 것도

서 잊은 적 없다고 하셨다. 순간 울컥했다.
‘가해국-피

남기지 않으시면서 마르지 않는 열정으로 걸어오신 선생

해국, 민족을 넘어 일본의 여성들도 같은 심정이구나,

님의 인생에 대해 존경하는 마음이 들었다.

여성으로의 공감은 실처럼 연결되어 있구나, 상황을 잘

성난 파도와 태풍은 기대했던 기항지 오키나와를 지나

설명하는 언어보다 삶과 존재가 중요하구나’복잡한 슬
,

치게 했지만, 춤추는 배 안에서 때로는 거머리가 되고 싶

픔은 금세 잊혀졌다.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 피해자를

었지만, 바다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이야기에 피어난 감

기리며 평화의 마음으로 사람들과 종이학을 접으신다

동은 아쉬움을 상쇄하고도 진한 여운으로 남아 있다. 소

고, 자신들의 방으로 초대해서 유인물과 색종이를 나눠

중한 만남과 추억으로 지금 여기에서, 더 깊고, 더 가뿐한

주기도 하셨다.

Korean Women’s Environmental Network

그날 저녁 식사 때 일본의 중년 여성 4명과 함께 같은

내가 되고 싶다.
19
달팽이 식당

51호 소식지에는 농부와 요리사, 수공예작가와 함께 만드는 도시형 음식장터
마르쉐@혜화에 참여하는 음식팀의 레시피를 싣습니다.

하미현님의
텃밭 스프
글 | 하미현 도시텃밭과 시골텃밭으로 제철 밥상을 짓는 도시녀

“선생님, 텃밭 채소 뭐가 있어요? 허브는요? 감자 있나요?”
“허브도 있고, 감자도 조금 있어요.”
“그럼 땅콩은요?”
“땅콩은 한,,. 두 줌 정도 될 거에요.”
“네. 그럼 되는대로 다 주세요.”
“호박은 필요 없어요? OO텃밭에서 나왔는데, 이번에 음식
에 한번 써 보세요.”
“좋지요! 그럼 2시에 텃밭에서 뵈요. 허브도 수확해 갈게요.”

이렇게 텃밭에서 채소를 살 때는 이런저런 이야기가 곁들
여지다 보니 주문이 길어집니다. 때로는 텃밭에 직접 가서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지 않으니, 가을에 수확해 둔 채소와

수확을 해야 하니 그 과정도 간편한 건 아니지요. 가까운

겨울 배추 등으로 밥상을 준비합니다. 사계절에 이모작이

마트에서 예쁘게 포장된 채소를 살 수도 있는데 굳이 텃밭

쉽지 않은 한국의 농업 상황에 다채로운 한국 음식들이 발

채소를 고집하는 데는, 밥상 차리는 사람의 마음도 포함되

달한 걸 보면,
‘결핍’ ‘창의력’ 풍부하게 만들어 낸 게
이
을

어 있습니다. 음식 맛이 손맛이니, 재료부터 정성이 깃든

아닌가 싶습니다. 생산물이 넉넉하지 않은 제철 채소로 식

채소를 쓰고 싶은 사심(私心)이랄까요? 텃밭에서 나는 채소

단을 차리다 보면, 온갖 정보와 상상력으로 식단을 개발해

는, 사람들과 일상을 나누고 음식을 나누는 즐거움이 있어,

가게 되는데 의외로 많은 조리법을 생각해 내어 즐거울 때

음식의 맛뿐만 아니라 인생의 맛을 더해 주는 재료가 되기

가 많습니다.

도 합니다.

그 중 많은 사람들과 나누기에 좋은 음식이 텃밭 스프입니

도시 텃밭은 옥상과 공원 언저리를 밭으로 사용하다 보니

다. 각종 채소와 허브를 넣어 푸욱 끓어 빵과 함께 곁들이

수확물이 적을 수밖에 없지요. 그래서 텃밭 채소로 밥상을

면 그만한 일용할 양식도 없답니다. 만들기도 간단하니 제

차릴 때는, 완성된 음식이 아닌 작물 위주로 메뉴를 정하게

철 채소로 한 솥 끓여
‘내 영혼을 위한 텃밭 스프’ 즐겨
로

됩니다. 겨울에 만들 수 있는 텃밭 밥상은 제한적이니까요.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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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 스프 레시피

1 양파를 잘게 썰어 기름을 둘러(보통은 버터를 쓰

준비 재료 (10인분)

는데 저는 포도씨유나 카놀라유를 사용합니다.)
양파가 투명하게 변할 때까지 볶습니다. 양파를

감자, 고구마, 호박, 브로컬리, 양파, 시금치 등 제

볶다가 마늘 다진 것을 넣어 조금 더 볶습니다.

철 채소, 올리브유 1스푼, 포도씨유나 카놀라유 2
스푼, 조청(맛을 본 후 원하는 만큼 더하세요.), 견
과류(호두, 땅콩, 호박씨 등 견과류면 다 좋습니

2 다른 모든 채소는 찜기에 쪄서 갈아서 준비해 둡
니다.

다.) 간 것으로 5스푼, 우유 혹은 두유 1000ml, 파

3 양파가 다 익었다면 냄비에 우유나 두유를 붓습

마산 치즈 3스푼, 허브 잘게 다진 것이나 말린 허

니다. 갈아둔 모든 채소와 견과류와 허브를 넣고

브로 3스푼, 감귤즙 5스푼, 레몬즙 3스푼, 레몬껍

함께 끓입니다. 채소 스톡(혹은 생수)을 넣어 뻑

질 1개, 간 마늘 1과 1/2스푼, 생강 1스푼, 후추 한

뻑한 스프를 부드럽게 마실 수 있는 농도로 조절

꼬집, 소금 1/2스푼, 표고버섯, 다시마, 파, 양파,

합니다.

통후추 및 기타 채소를 넣고 끓인 국물(채소 스톡)

※ 채소 스톡을 준비하기 어려우면, 생수도 괜찮
아요.

4 끓기 시작하면 감귤즙과 소금으로 박박 문지른
후 뜨거운 물로 헹구어 낸 레몬 껍질을 넣습니다.
물론 레몬도 즙을 내어 넣습니다. 충분히 끓여 채
소 맛들이 어우러지면 생강과 올리브유, 후추, 치
즈를 넣어 저어 끓이면 완성입니다.

Korean Women’s Environmental Network

600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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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읽어주는 녀자

화장품에 들이는 돈
‘지극히 적게’
글 | 금자 설탕에 켜켜이 절인 이 차를 다 마시고 봄날로 가자~‘브로콜리
너마저’ 노래
의
‘유자차’ 들으며 봄날을 기다리는 녀자
를
여성환경연대 환경건강팀장

『지극히 적게』 책이 잘 나가고 있다. 바로 화장품에
라는

진실’ 적나라하게 밝혔지만 여전히‘립스틱 탑 파이브’
이

목돈을 들이는 분들께 들려드리고 싶은 제목이다. 지극히

는 고가의 제품이 차지한다. 특히 한국에서 비싼 미국 화장

적게!

품 4위로 뽑힌 맥(MAC)의 매트 립스틱은 여기서는

올해 초 미국의 환경보건학술지에 시중에 판매되는 립스

27,000원이었는데, 미국에서는 17,000원이라는 사실!

틱과 립글로스를 검사한 결과가 나왔다. 검사한 32개의 모

허영과 브랜드를 버리면, 값도 저렴하고 건강에 좋은 화

든 제품에서 중금속이 나왔고 75%는 납을 포함하고 있었

장품이 눈에 들어온다. 예를 들면, 생활협동조합에서 판매

다. 이 중 절반은 사탕에 허용되는 납 기준인 0.1ppm을 초

하는
‘자연의 벗’
립스틱
‘연지(고구마색)’ 보자. 촌스러
을

과했는데, 화장품의 납 기준은 20ppm으로 이보다 훨씬 높

운 이름과 패키지를 넘어서면 식물성 성분과 천연 성분으

다. 입술은 점막이 얇아 유해물질이 흡수될 수 있고 립스틱

로 노력한 립스틱을 만날 수 있다.

이나 립글로스를 바르고 지우면서 직접 먹기도 한다. 그래
서 피부에 바르는 화장품의 중금속 기준보다 립제품의 기

연지의 전성분: 유기농피마자오일, 유기농코코넛오일, 유기농호

준은 더 강화되어야 하지만 아직까지 그런 소식은 들리지

호바씨오일, 유기농쉐어버터, 쌀겨왁스, 칸데릴라왁스, 적색산
화철, 코치닐추출색소/정제수/폴리글리세릴-3리시놀리에이트,

않는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립스틱에 중금속이 들어있는지 검출

카나우바왁스, 티타늄디옥사이드, 흑색산화철, 토코페롤, 비사
볼올, 알란토인, 당근씨오일, 라벤더오일

시험을 준비하면서 백화점 1층 화장품 코너를 산책했다. 모
든 립스틱을 검사할 수는 없으니 2013년에 가장 많이 팔린
상위 5개 제품을 구입했는데, 모두 백화점에서만 살 수 있

P.S 해피빈에서 립스틱 중금속 검출시험비를 모금하고
있어요. 검출결과는 한 달 후 발표됩니다.

는 고급 브랜드였다. 그 중 1개만 빼고 모두 해외 브랜드였
으며, 손가락 한마디보다 작은 용량의 립스틱이 30,000원
을 넘었다. 헉스! 7,000원짜리 저가 립스틱과 37,000원짜
리 고가 립스틱 전성분을 살펴보았다.

한 영문의

화학성분과 인공 색소가 듬뿍 써져 있고 그 사이에 간혹 천
연오일이나 왁스가 보인다. 포장과 가격의 태평양 같은 차
이에 비해 성분 차이는 크지 않았다. 올해 초 자석팩, 성형
화장품으로 불리며 돌풍을 일으킨 고가의 수입 화장품에서
도 중금속 크롬이 다량 검출되었다. 비싸다고 좋은 화장품
이 아니라는 사실은 KBS의
‘화장품회사가 알려주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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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의 유해물질 없는 만점 환경 만들기
‘여유만만’
‘여유만만’ 여성이 일상생활에서 노출되는 유해화학물질과
은
건강 영향을 알리고 화장대, 욕실∙세탁실, 부엌, 방∙거실 별로
유해물질 노출 저감 방법을 소개하고 있어요! 여성환경연대와
이화여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과가 작업하고, 환경부, 국립환경과
학원에서 편찬했답니다.
여성환경연대 홈페이지(www.ecofem.or.kr) 자료실에서 파일
로 보실 수 있어요.
나의 아날로그 이야기 _ 추억의 편지

글 | 김은령 여성환경연대 회원, 똘이(강아지)가 받는 아빠의 사랑이 부러워
다음 생은 강아지로 태어나고 싶은 행복할 수밖에 없는 코스모스

이제는 직접 펜을 들고 글을 쓰는 것조차 귀찮을 만큼 디지털 기기들이 보급되어 있지만 유
선전화와 손 편지로만 연락이 가능했던 시절이 있었다. 불과 30년 전, 그때 나는 주로 방바닥
에 엎드려 친구들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편지를 썼고, 받는 것이 참 즐거움이고 기다림이었
다. 모든 것이 바쁘게만 변한 요즘 그런 추억들이 새록새록 그리워지곤 한다.
연말이 다가오면 혹시 통화를 못하면 어쩌나, 어른들이 받으면 어쩌지, 겁내고 설레면서 상
대의 집에 전화를 했던 그때를 기억하십니까? 그리고 나는 군대 간 애인(지금의 남편)에게 봉
투에 번호를 매겨 가며 날마다 안부 편지를 보내곤 했었다. 지금은 처리 곤란한(?!) 아련한 30
년 전의 연애편지를 무려 라면상자 한 박스 분량으로 간직하고 있지만...
문자나 △톡이 아닌 이 겨울 누군가에게 정성스런 손 편지를 받고 싶다. 아!! 기다리기 전에
올 연말 먼저 정성스레 쓴 사랑을 담은 손 카드를 먼저 보내보리라.

회원님들의 <나의 아날로그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내 용 : 오래 사용한 물건 등에 얽힌 추억, 소소한 이야기 등 짧은 사연과 사진 2장
�분 량 : A4 용지 10-15줄, 글자 크기 10포인트
�마 감 : 2014년 2월 20일까지(홈페이지 추후 공지)
�주 소 : kwen@ecofem.or.kr
채택되시면 52호 소식지 <나의 아날로그 이야기>에 사연이 실리고, 감사의 마음을 담은 작은 선물을 보내드려요.

Korean Women’s Environmental Network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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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긋는 여자

<플라스틱 바다>를 읽고
글 | 미오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점점 더 많은 플라스틱을 소비하는 것이
불편하던 중, 이 불편한 진실을 회피하지 않을 결심을 하게 됐다.
2011년 청소년들에게 제시할 교육 자

섭식 때문에 죽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료를 조사하다가,‘플라스틱 아일랜드’

해양 동물의 플라스틱 섭식 문제 외에도

를 알게 되었다. 바다에 플라스틱이 군

플라스틱 쓰레기에서 발생하는 잔류성

락을 이루며 둥둥 떠다니는데, 크기가

유기오염물질 문제도 있다. 그 중 이 잔

호주만한 것도 몇 개나 있다는 것이었

류성 유기오염물질이 생산 공장 근로자

다. 인터넷에서 한 다국적 청소기업체의

의 노출에 맞먹을 만한 수준으로, 오염물

광고를 보았는데, 지속적으로 바다의 플

질과 관계없는 북서 그린란드 및 캐나다

라스틱을 수거하는 내용이었다. 당시에

의 토착민 거주지이라는 사실이다. 이 지

는‘효과적인 공익활동이다’
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돌아보니 일

역은 눈에 띄게 남녀아 출산 비율이 편향되어 있는데 그린란드

종의 친환경을 표방한 마케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정보들을

북서부에서는 남아 1명 당 2명의 여아가 출생하고, 이는 모성의

알게 됐으면서도 바다에 왜 플라스틱이 있는지, 바다에 떠다니는

PCB오염과 상관성을 보인다고 한다. 산업화된 지역에서 가장 멀

플라스틱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다지 궁금하지 않았다. <플

리 떨어진 곳에 사는 사람들, 산업지역 주민들보다 더 오염된 원

라스틱 바다>를 읽고 보니, 지금까지 나는 플라스틱이 무엇인지

인은 바다에 있다. 이들은 플랑크톤으로 시작되는 바다 먹이사슬

도 몰랐구나 싶다.

의 최상단에 위치하기 때문에 플라스틱과 화학물질로 오염된 바

책의 저자는 친구들과 유유자적 항해를 즐기던 어느 날, 바람

다의 생물 축적을 여과 없이 드러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한 점 없는 무풍지대에 플라스틱 수프(저자는 수프 속에 있는 건

‘플라스틱 아일랜드’ 처음 알았을 때 나의 소감은, 저자가
를

더기와 같다고 플라스틱 수프라고 표현했다)를 발견했다. 이를

플라스틱 바다의 문제를 파헤치고 드러내는 과정에서 만났던 수

계기로 플라스틱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플라스틱이 해양생태계

많은 사람들과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엄청나군요. 슬픈 일이네

에 미치는 영향, 플라스틱의 탄생배경부터 경제, 산업, 화학, 환경

요.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에 버려지지 않도록 노력해야겠어

을 넘나들며 광범위한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그의 활동기를 엿

요.’이 책을 읽고 난 후의 소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엄청나다.

보면서 미래 세대들이 겪게 될 현실과 불안을 가늠해볼 수 있었

슬프다. 한 가지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 쓰레기를 만드는 삶의

고, 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의 책임감이 느껴져 감사했다.

경제에서 벗어나야겠다는 다짐이다. 마지막으로 저자의 글을 인

플라스틱 문제는 일회용시대의 개막과 그 시작을 같이 한다.

용하며 마무리 하고자 한다.

저자는 일회용 시대 개막의 표상으로 우유배달을 이야기하고 있
는데, 내가 어릴 때도 우유는 유리병에 담겨 배달되었던 것으로

우리는 근본적인 모순에 직면해 있다.

기억한다. 우유병은 우유회사에서 다시 수거했는데, 저자의 말처

엄청난 부와 예상 못한 성장을 가져다준 이 경제 시스템은 삶과 노

럼 지금 보니 혁신적이고 친환경적인 시스템이라는 생각이다. 플

동, 충성심을 투자한 우리에게 건강한 지구를 되돌려주지 못한다.

라스틱은 심지어 종이로 보이는 시리얼 상자 안쪽에도, 분리수거

세계 무역은 현실이지만 우리가 지역 거래를 늘릴수록 일회용 포장

때마다 고민하면서 종이와 함께 버렸던 두유팩(테트라팩)도 포함

도 덜 필요하다.

되어 있다는 것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오염을 유발하며 성공을 누리고 있지만 멸망 직전에 놓여 있는 일회

플라스틱은 석유에서 유래한 탄화수소. 이 말은 플라스틱이

용 경제를 바꾸는 실용적 방법은 지역별 자립도를 높이는 것이다.

잠재적으로 유독성을 가진다는 뜻이다. 매년 약 10만 마리의 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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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오염을 멈추는 세대는 끝없이 쓰레기를 넣어 쓰레기는 만

이산앨버트로스 새끼가 죽어간다. 그 중 40퍼센트가 플라스틱

드는 경제로부터 멀어진 세대일 것이다.
밑줄 긋는 여자

너에게 보내는 편지
- 영화 <노라노>를 보고글 | 잇지 나를 소개하는 게 늘 낯선, 자기소개서 기고가
길이 아닌 길을 가는 사람을 동경해

여성은 더 드물었을 테니까. 나를 이

왔어. 잘 닦인 길을 뿌리치고 험난한

해해주는 사람도 없고, 나도 나를 이

그곳으로 몸을 내던지는 사람들 말야.

해하기 힘든 상황. 이륙하는 미국행

사실 지금 가는 길이 내 길이 아니라고

비행기 안에서 20대 노라노는 어떤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잖아. 하지만 없

기분이 들었을까. 망망대해에 떨어진

는 길을 자신의 길로 만들어 가는 사람

기분, 사막을 홀로 걷는 기분, 혹시

들은 드물지. 그들은 어떻게 길을 낼

불안이라는 터널을 지나는 너와 나의

수 있었을까? 며칠 전 <노라노>라는 다

기분과 비슷하진 않았을까.

큐멘터리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생각
했어. 아직 질문은 대답을 찾지 못했

영화는 어린시절의 노라노부터 여

고, 대신 너와 나, 우리를 응시하고 있

든을 훌쩍 넘긴 현재의 노라노까지

었어.

보여주고 있어. 유독 초창기의 노라노
를 생각하게 되는 건, 그때 그녀와 내

이혼. 미국 유학. 패션디자이너.

모습이 자꾸 겹쳐보이기 때문일 거야.

1940년대 여성을 떠올렸을 때 저 단어

요즘 내 길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

들은 상상조차 못했어. 영화<노라노>를 보기 전까지는. 주인공

고 있거든. 훌륭하게 멋지게 자신의 길을 닦아온 노라노가 대단

노라노는 실존하는 한국 여성이야. 그녀는 1940년대 이혼을 했

하기도 하면서, 위인전의 어느 인물처럼 보이기도 했어. 불안,

고 패션을 배우러 미국 유학길에 올랐어. 귀국 후엔 한국에서

두려움, 주춤거리는 모습이 없는 영화 속 노라노에게서 자기계

숍을 내고 여성복을 만들었지. 여배우, 고관들의 부인, 여대생을

발서에 나올 법한
‘성공한 여성’ 보는 듯한 느낌도 들었어. 영
을

비롯해 많은 여성들이 노라노의 옷을 입고 싶어했대. 영화 속

화의 특성상 연출자 기획에 맞춰 노라노의 삶 일부를 편집해 영

그녀는 진정 희대의 패션디자이너였어. 그런데 어떻게, 우린 여

화에 담았기 때문이겠지. 그래도 그녀를 동경의 시선으로 바라

태 노라노를 몰랐던 걸까. 시대를 앞선 그녀의 파격적인 삶보다

보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나봐.

그녀를 기록한 역사가 없다는 사실이 더 놀라웠어. 왜 아무도
그녀를 기록하지 않았을까. 한 여성의 삶은 역사라는 무게를 지

너는 어떤 노라노를 보게 볼까? 네가 옷에 관심이 많다면 멋

닐 수 없다고 본 시대 탓일까. 자칫 잃어버릴 수도 있었던 역사

쟁이 노라노를 보고 올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흘러도 어색하지

를 지금에라도 알게 돼서 참 다행이야.

않을 만큼 세련된 노라노의 메이크업에 놀랄지도 모르겠네. 옷
을 통해 욕망을 표현하고자 했던 발칙한 언니들을 만나 한바탕

노라노는 그 시대 여성에게 주어진 길을 뿌리쳤어. 그렇다고

웃게 될지도 모르겠고. 영화를 보고 입이 간질간질거리면 내게

그녀가 쉽사리 다른 길을 찾을 수 있었을 것 같진 않아. 노라노

연락해.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너와 함께 <노라노>에 대해 얘기

는 자신을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변명할 언어조차 갖지 못했을

하고 싶어. 영화를 빌미로 우리의 길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싶어.

거야. 그땐 여성주의라는 개념 자체가 한국에 없는 거나 마찬가

바람이 제법 날카로워졌어. 감기 조심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만

지였으니까. 그녀에게 다른 길을 보여줄 멘토나 롤모델도 없었

나길 바래.

을 거야. 이혼하는 여성이 드물거니와,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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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뉴스

여성환경연대 마을이야기_서울동북여성환경연대 초록상상

아빠 요리 대회_
아빠들 요리솜씨 대박!!
글 | 도정아 신현초 에코맘

얘들아, 배추 뽑자!
글 | 박정남 면동초 에코맘

에코맘 모임에서 아빠 요리대회를 한다 해서 신랑을 설득설득(?)해서,
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상품인 압력밥솥이 탐나서 신랑에게 부탁했어
요.^^ 메뉴는 두부피자! 신랑이랑 딸을 협박해 연습도 시키고, 재료도 준
비했지요.
대망의 요리대회 날, 아침부터 치과에 다녀와서 진통제에 취해서 자고
있는 남편을 깨우면서, 가지 말까 하는 생각도 살짝 들었으나, 결심했으
니 출발! 중랑 여성인력개발센터가 동부시장 안에 있어 찾아가기가 어려
웠어요. 15분전에 도착했는데 다른 팀들은 벌써 거의 다 온 것 같았어요.
신랑과 딸을 격려해주고 재료도 정리해주고 드디어 시작! 요리대회가 진
행되는 동안 불안했어요. 남편이랑 딸아이가 요리를 거의 안 해봐서 다치
지는 않을까? 잘 끝낼 수는 있을까? 다른 아빠들의 요리 솜씨가 다들 장
난이 아니어서 은근히 걱정도 됐구요. 종료시간 다 되어서야 요리를 완성
했어요. 얼마나 다행스러웠는지...
심사위원 선생님들이 먼저 시식하고 그 이후에는 참가한 팀들이 서로

가을 텃밭의 매력은 이런 것인가 봅니다.
커다란 장미다발마냥 피어 있는
배추를 보며 탄성을 지르고

요리한 것을 먹어보고 투표를 해서 순위를 결정했어요. 두구두구두구~

촉촉한 흙 사이로 살포시 나와 있는

발표 시간! 기대도 안했는데 울 신랑이랑 딸이
‘건강아빠상’
대상을 받았

무를 보며 그 속은 어떨까 궁금해지고

어요! 완전 대박! 사춘기인지, 오학년 되면서 부쩍 예민해진 딸아이가 이
번 대회를 통해서 조금은 아빠랑 가까워진 것 같아 좋았어요. 대회를 기

배추 잎의 따가운 감촉을 느끼면서도

획하고 준비해주신 많은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해요. 아이들이 자랄

줄서서 수확한 배추를 신나게 나르고

수록 아빠와 보내는 시간이 부족해서, 더 멀어지는 것 같았는데, 이런 기

땅에 박힌 무를 뽑으며

회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어요.

호기심과 탄성에 재잘 재잘~
한껏 신이 난 아이들

가져온 봉지 가득 배추와 무를
담아 가는 뒷모습을 보니
가을걷이를 시작한 이후
가장 풍성한 하루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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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환경연대 마을이야기_서울남서지역모임 더초록

더, 초록과 함께한 3년, 그리고 2013년....
우연히 지인의 소개로 함께 하게 된 오류초 천연화장품 만들기 수업,
그리고 이어진 만남으로 시작되어

달팽이뉴스

나에게
더, 초록은

더, 초록 개소에서부터 지켜보고 있다!가 에코맘 교육 프로그램을 계기로
(나의 시선이 느껴지는가? 흐흐흐~)
회원가입을 하고 한걸음 더 들여놓고 2년여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 시간의 흐름 속에서 나도 변화하고 주변도 변화하고 있었다.
그리고 2013년의 더 초록은 흡사 해빙기의 강물에 비유해도 될 듯하다.

글 | 조은아

얼어붙어 멈춰버린 듯 보이는 해빙기의 강물이
사실은 얼음 밑에서 봄을 준비하고 여전히 흐르고 있듯이,
우아한 백조의 자태를 유지하기 위해
물 속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는 두 다리처럼 숨 가쁜 한걸음 한걸음이었고,
잡고 걷던 엄마 손을 놓친 어린아이의 빈 손아귀 마냥
허전함을 움켜진 그런 시간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안다. 우리 모두가 그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변화하고 성장해왔다는 것을.

회의를 위해 커피숍을 점령하고,
건강팀 선생님들과 도서관에 모여 책을 찾아보고 정리하고,
에코리더팀과 공부하고,
이제 보따리안과 함께 공부하면서 조금씩 여물어가고 있음을...

그 정점은 뭐니뭐니해도 오류역 캔들나이트 행사가 아니었을까 싶다.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리 선생님들과의 공동작업,
그리고 장이정수샘과 지역단체들의 협조 등
일련의 과정 속에서 부족함을 넘어 훌쩍 성장한 우리를,

이제 일보후퇴 후 전진을 가늠해야 할 때이고,
늘 정답 없는 삶을 사는 것이 인생이라지만
그래서 늘 묻고 고민하고 헤맬지라도 바람직한 성장을 꿈꾸며 함께 걸어갈...

나에게 더, 초록이란
그렇게 더불어 손잡고 걸어갈 친구이다.

Korean Women’s Environmental Network

또한 그렇게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바라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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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뉴스

여성환경연대 교육활동가 이야기

환경건강
교육활동가모임
보따리안
모임지기 유정영
김민재, 이선임,
채은순, 함정희

● 어려움 속에서도 빛을 발한, 어린이∙여성건강교육
‘에코라이프로 건강을 지켜요!’
첫째,
‘말랑말한 플라스틱 PVC’
교육은 PVC 동영상도 제작되어 교육할 때 좀 더 쉽게 이
해시켜 반복의 효과도 있었어요. 중국집에서 쓰는 랩도 PVC에요. 흐르지 않도록 여러겹
으로 돌돌 말아서 오는 음식들 맛은 있을지 몰라도 건강에는 좋지 않아요. 그릇에 흠집이
나지 않게 살살 설거지하고 일단 플라스틱은 되도록 사용하지 않도록 주방에서 퇴출시켜
봐요. 두 번째,
‘달콤한 향의 비밀’ 향이란 엄마 뱃속부터 직접 맡지 않아도 엄마의 표정
로
느낌으로 아기는 전달받을 수 있으며 아기 때부터 인공향을 맡으면 위험성이 더 커지고,
특히 유아뿐만 아니라 성장단계의 청소년들은 많이 노출되면 아토피 피부염 뿐 아니라 비
염, 천식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요. 향 또는 냄새는 코하고도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인공향
을 많이 맡으면 예민한 코가 둔한 코가 되어 냄새를 못 맡을 수 있어요. 우리의 노력으로
향기송도 제작되었어요. 열심히 불러보고 전파시켜 주세요. 마지막
‘머리가 나빠지는 전
자파’
요즘 남녀노소 어디서든 쉽게 손에서 뗄 수 없는 핸드폰으로 많은 피해들이 속속 나
타나고 있어요. 핸드폰을 사용할 때 이것만은 꼭 지켜요. 되도록 통화는 짧게 하고, 전철,
버스 안,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사용을 자제해요. 다른 곳보다 7배 이상 전자파가 나옵니
다. 사업이 잘 진행될 수 있게 힘을 모은 보따리안 샘들 모두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12월의 문턱을 들어서는 마지막 2013년을 뒤돌아봅니다. 올해는 소통이라는 큰 의미로 서
로 알아가는 작업 등을 통해 다시 한 번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을 세심히 보려했고, 다가가려
했고, 틀린 것이 아닌 다름을 인정했던 기억이 지금도 기분 좋았던 일로 여겨집니다. 어린
이, 학무모, 교사들과의 만남으로 한층 더 성숙하고 발전했을 보따리안 샘들. 한 해 사업들
을 서로 이끌어주시고 보이지 않게 배려해주신 덕에 잘 마무리 되고 성과도 있던 해였습니
다. 보따리안 샘들~ 많이 고생하셨고, 깊이 감사해요!

생태텃밭
교육활동가모임
이랑고랑
모임지기 공경민
김미성, 노미진,
박영란, 조미순

● 학교 텃밭
요상한 날씨! 배추 농사가 풍년이라는 기쁜 소식 뒤로 진딧물과 배추벌레까지 덩달아 풍년
이라는 사실에 바쁜 나날을 보냈습니다. 한 편으론 유기농 농사가 얼마나 힘든지 사람들이
알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아픈 허리를 붙들고 위안을 삼았으나 떠날 기미를 안 보이는 텃
밭의 벌레로 속 꽤나 태웠습니다. 언제나 풍년이여야 한다는 건 역시 욕심! 전교생들에게
배춧국을 먹이고 전도 부쳐 먹었으며 한 두 포기씩 집으로 가지고 갈 수 있었던 것만으로
도 만족!
● 공동체 텃밭
역시 요상시런 날씨! 쑥쑥 크는 배추가 쓰러질까 걱정한 것도 잠시 벌레가 슈퍼배추의 성장
을 멈추게 하는 사이. 부지런히 빗물 프로젝트 진행했습니다. 서울대 빗물 연구소 박사님께
강의도 듣고 머리 굴려 디자인도 해 보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옥상 계단식 상부 빗물 집수
시스템’
이라고 이름 짓고 뿌듯했는데 그냥
‘옥상 빗물통’
이죠~ 시기상
‘눈물통’ 될 가능
이
성이 큽니다. 김장의 계절! 문래동 옥상 텃밭 식구들과 주변 상인들, 예술가들이 모여 김장
잔치를 합니다. 이번 잔치의 하이라이트는
‘김장독 묻기’
입니다. 옥상에 김장독을 묻고 그
곳에 김치와 동치미를 저장할 계획입니다. 과연 성공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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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환경연대 교육활동가 이야기

달팽이뉴스

● 병원 텃밭
11월 22일 텃밭 음식 나누기를 마지막으로 올 해 이대 목동 병원의 환우 텃밭을 마무리했
습니다. 3년 연속 함께하는 환우들과 의사, 간호사 선생님들이 함께 모여 마음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내년에는 좀 더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길 바라며.

대사증후군
건강안내자
애지중지
모임지기 공병향
김주희, 우선영,

● 찾아가는 건강교실
9월, 10월 건강교실 신청이 쇄도하여 무척 바빴습니다. 적은 수의 인원으로 각지에서 일
당백의 활약을 한 샘들 수고하셨습니다. 서대문 보건소 4회 연속, 생협 회원들, 젊은 엄
마들의 모임 등등. 북가좌 보건지소에서 연속 4회 진행된 수업에서는 들쑥날쑥한 출석
률이 아쉬웠으나 참가자들이 화학물질이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서는

이보라, 이선임,

처음 들었다는 반응에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채은순, 홍민자

조리실습 시간, 채식 재료만으로도 맛있는 김밥을 만들 수 있다는 것에 놀라워하고 그동
안 꼭 햄, 소시지, 계란, 어묵 등이 있어야만 김밥을 만들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며 실제로 만들며 즐거워했습니다. 자연요법도 아주 인기가 많은
실습이었는데, 사람들이 조금만 아프면 병원이나 약국으로 먼저 달려가기보다 내 몸의
자연치유력을 살려내서 스스로 이겨내기를 바라지만 방법을 몰라 그렇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가지라도 더 알려주고 싶어 항상 시간 초과를 멈추지 못하는 샘
들의 열정과 수업에 참여한 참여자들이 한 번의 교육이라도 각자의 삶의 자리에 돌아가
실천하여 달라지는 생활 습관으로 이어져서 보람으로 남기를 소망해 봅니다.
● 서대문 자활센터 애지중지 실천단, 도봉구 애지중지 실천단
하반기에는 서대문과 도봉구에서 2개의 실천단을 운영했는데 구성원에 따라 진행방식
을 달리 해야 하고 그 결과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을 배운 기회가
되었습니다. 실천단 진행을 하며 이론적인 접근보다 저희들과 같이 직접 실천을 해보는
것에 중점을 두고, 매회 같이 밥을 먹고, 운동을 하고, 화장품을 만들어 보는 시간을 가
졌습니다. 우리가 그들에게 주려고 했던 것은 물질적인 것보다 이제까지의 삶을 살펴 생
활습관이 있다면 바꿀 수 있도록 도와서 질병에 덜 노출되고 또한 이를 계기로 자신의
몸에 깊은 관심을 갖기를 바랐는데 예기치 못한 일에 부딪혀 안내자로서의 정체성에 대
해 깊은 고민이 들기도 했습니다. 다양한 경험이 모이고 체험으로 쌓인다면 더 좋은 길
자나 날로 여유로워진다는 느낌이 듭니다. 여성 건강에 대한 분명한 관점과 관심이 넓어
지고 깊어지고 있다는 증거일는지.
● 독서모임
바쁜 가운데서도 격주로 독서모임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를
올해 안으로 마무리하고 내년에 읽을 책을 미리 2권이나 정해 놓기까지 하는 열정을! 단
순히 진도를 나가기보다 그에 따른 실제 사례를 나누며 더욱 풍부한 삶의 지혜를 쌓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내용 없는 공허한 수다가 아니라 주제를 살리는 많은 이야기들이 피

Korean Women’s Environmental Network

잡이가 될 것이라 믿으며 두해 째 진행되고 있는 애지중지 활동을 통해 저희들이나 참여

와 살이 되어 나날이 성장하는 애지중지 샘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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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뉴스

가을, 이렇게 보냈어요

서울의 유서깊은 텃밭 그리고 도심 속 텃밭공동
체를 찾아라! 텃밭비전투어

핸드메이드 소품들이 병원을 병원이 아닌 화사한 장터로 만

도봉산 자락의 무수골

오셨지요. :) 장을 보면서 노래도 듣고 가을 바람도 맞으며

주말농장, 먹골배로 유

행복한 순간을 보냈습니다. 이 날 마르쉐에서는 환우들께

명한 평화농장, 서울시

음식 재료와 조리방법에 대해 출전팀에서 친절하게 설명을

농업기술센터, 서초구

해주셨습니다. 물건보다 이야기와 사람의 얼굴이 오가는 마

의 화훼단지, 신정자연

르쉐 장터가 잘 만들어지고 있지요?

텃밭농원과 같은 서울

설거지와 행사부스, 안내 등을 도맡아주신 자원활동가 여러

의 유서깊은 텃밭 그리

분께 감사드립니다. 특별한 마르쉐는 이렇게 가을과 함께

고 옥상텃밭 홍대텃밭

깊어만 갑니다.

들었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쁘띠마르쉐@목동에 마실을 나

다리, 한강위 도시농업
공원 노들텃밭, 서울숲

“느리게걷기”
해방촌

커뮤니티 가든, 노원구

가을을 흠뻑 느끼

‘한신에코팜 공동체’ 강동지역의 둔촌텃밭과 상일 공동체
,

기에도 좋은, 오랜

텃밭, 도시농업지원센터 안에 위치한 로컬푸드 매장까지. 다

기억을 담은 해방

양한 서울 한복판의 공동체텃밭들을 둘러보고 앞으로의 방

촌의 구석구석을

향도 모색해 보았습니다.

함께 걸은 사람들,

도시에서 농사를 짓는 이들은 텃밭농사를 통해 재주를 나누

삶의 이야기를 솔

며 새로운 상상력을 키우기도 하고, 이웃을 만나며 따뜻한

직하고 담백하게

공동체를 만들기도 하고 있었습니다. 이 모든 실천은 일상

전해준 순수청년 하람, 모든 것들이 이르게 시작한 주말 아

과 지구에 건강한 변화를 만들어내는 일이기도 합니다.

침을 보상해줍니다. 피란민들의 정착, 산업화 속에 일자리를

2013년 한해의 마지막 텃밭투어를 마치며. 각자의 자리에서

찾으러 온 사람들의 터전이 된 곳, 지금은 다양한 국적의 사

열심히 일상을 일구며 녹색 상상을 실천하고 계신 모든 분

람들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내는 해방촌. 그곳에서 피어

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나는 이야기들에 마음이 향하고 발걸음이 향합니다. 목적과
수단에서 해방되어 마음가는대로 골목길을 누비는 슬로우

옥상정원의 만추를 즐긴 쁘띠마르쉐@목동
‘마르쉐@’ 이대목동병원에서 환우를 위한 특별한 마르쉐
가

라이프의 첫걸음, 혼자 걸어도 좋고 함께 걸어도 좋은 느리
게걷기로 초대합니다.

를 열었습니다. 총 13팀의 출전팀이 환우들에게 도움이 되
는 건강한 음식을 선보였으며, 오감을 자극하는 수공예팀의

학교텃밭활성화와 지속가능성을 위한 토론회
학교텃밭이 어떻게 하면 지속가능할 수 있을지 현장의 경험
과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듣고 나눌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토론회를 기획했던 취지는, 2007년부터 지금까지 학교텃밭
을 가꾸고 교육해왔는데 텃밭교육의 현장성, 장기성, 유동성
등으로 인해 들이는 품과 정성은 많지만 교사순환제, 예산
등 여러 이유로 해마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습니다. 그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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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새로 짜는 세상 51호 (소식지, 2013년)

  • 2. 에코토피아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맘이면 올해 결심했던 목표는 무엇인지 생각해봅니다. 올해부터는 택 시를 절대 타지 않겠다고 굳게 마음을 먹었지만, 역시나 처음 몇 달 뿐이었습니다. 가까운 사 람들 역시 마음먹은 결심을 지금까지 지킨 이들은 많지 않지만, 초심이 거짓은 아니었을 텐데 이런 결심은 왜 그렇게 지키기 어려운가 돌아보게 됩니다. 얼마 전, 가까운 분께서 돌아가셔서 3일간 빈소를 지킨 일 있습니다. 그 동안 눈에 들어온 것은 장례식장에서 소비되는 엄청난 양의 일회용품이었습니다. 정부의 규제를 피해 있다는 장 례식장에서는 식탁비닐, 그릇, 숟가락, 젓가락, 물컵과 소주잔까지 모두 비닐이나 종이로 된 것을 사용하고 있는 것. 음식물쓰레기 외에는 분리수거도 제대로 하지 않기에 몇 시간에 한번 씩 가득 찬 대형 쓰레기봉투가 나오고 있었지요. 그런 모습이 불편하기도 했지만, 한편 만약 이 모든 그릇을 다 설거지해야 한다면 인건비는 얼마나 더 필요할까 머릿속 계산기를 두드리 기도 보았습니다. 일회용이 무감각해져가던 마지막 날 아침, 한 무리의 청소년들이 문상을 왔 습니다. 여성환경연대의 이웃이기도 한 작업장학교의 ‘죽돌’ 들은, 각자 가방에서 수저집과 텀 블러를 꺼내들었지요. 그 모습은 거창한 이름의 ‘실천’ 아니라 이미 자연스럽게 몸에 밴 라 이 이프스타일을 보여 주었습니다. 51호 겨울호 소식지에서는 1년간 환경현안 이슈를 살펴보고, 3가지 정도의 주제를 꼽아 특 집으로 실었습니다. (정부 발표가 사실인지는 의심스럽지만) 우리나라 전력 부족 사태를 해결 하기 위해서는, 송전탑 건설을 통한 발전량 증대 혹은 에어컨 사용 금지를 통한 전력소비량 감 소와 같이 주판알을 여기에서 저기로 옮기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삶의 트랙을 보다 근 본적으로 바꾸어야 하는 전환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난방비, 에너지 절감과 같은 ‘숫자’ 위 를 해서가 아니라,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 즉 라이프스타일 자체를 바꾸려는 걸음이 필요한 때 입니다. 때로는 상황보다 마음이 앞서 마지막을 이야기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12월엔 그간 단편 적으로 결심하거나 실천했던 것들을 모아 하나의 큰 줄기로 연결해 소화할 수 있는 시기가 되 었으면, 그래서 다음 결심은 보다 지속가능한 것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정규리 여성환경연대 20대 으뜸지기
  • 3. Korean Women’s Environmental Network Contents 기획 특집 2013년 환경 현안 04 4대강 사업 _ 국책사업이라는 이름의 쿠데타에 책임을 묻는다 06 밀양 송전탑 _ 밀양, 인간적 삶을 지키는 연대 08 화평법(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 09 2013년 여성환경연대가 뽑은 10대 뉴스 에코피플 10 자급의 삶을 고민하는 마을공동체활동가 카페오공 조정훈님 핫이슈 12 도시에서 생태적으로 살기 원한다면 09 with U 캠페인 _ 여성환경 리더를 찾아서 14 문명의 전환, 생명의 소리에 귀기울이는 따뜻한 울림 윤정숙 선생님 2013년 슬로워크 16 땅의 여자들4 : 해남으로 내려간 세 여자의 귀농 정착기 18 피스 & 그린 보트에서 만난 사람들 여성환경연대가 뽑은 10대 뉴스 달팽이 식당 20 하미현님의 ‘텃밭 스프’ 화장품 읽어주는 녀자 22 화장품에 들이는 돈 ‘지극히 적게’ 나의 아날로그 이야기 23‘응답하라! 1984’ 추억의 편지 밑줄긋는 여자 24 책 <플라스틱 바다>를 읽고 25 너에게 보내는 편지 _ 영화 <노라노>를 보고 달팽이 뉴스 26 마을 이야기 28 교육활동가 이야기 30 달팽이 뉴스 16 32 알립니다 33 힘을 더하는 참여 51호 2013년 겨울 발행일 2013년 12월 15일 발행처 (사)여성환경연대 발행인 남미정, 장이정수, 정규리 편집인 강희영, 이안소영, 강수현 주소 서울시 영등포구 영등포동 7가 94-59 여성미래센터 2층 201호 전화 02-722-7944 팩스 02-723-7215 이메일 kwen@ecofem.or.kr 홈페이지 www.ecofem.or.kr 디자인 일탈기획 070-4404-8447 27
  • 4. 기획 특집 _ 2013년 환경 현안 4대강 국민고발 _ 국책사업이라는 이름의 쿠데타에 책임을 묻는다 글 | 황인철 녹색연합 4대강 현장팀장 “응답하라, 1994” 라는 드라마가 최근 화제다. X세대, 국사회에서 제대로 된 역사적 심판이 이루어진 적이 없었 서태지, 대학농구 등 90년대 중반의 사회와 문화를 반영하 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사건이었다. 잘못을 행한 자가 는 요소들이 불러일으키는 추억을 공감하는 이들이 많아 그에 맞는 책임을 진다는 것은, 사법정의의 기본 원칙이 서일 것이다. 다. 범법 대한 단죄만이 아니라, 추후 같은 범죄의 재발을 이 드라마 속에서는 ‘모래시계’ 라는 TV드라마가 등장 한다. 모래시계가 방영하는 월요일에서 목요일 저녁 서울 막기 위해서기도 하다. 과거에 대한 판단을 넘어 미래를 위한 교훈이기도 한 셈이다. 시내가 온통 한산했고, 거리의 술집이 텅텅 빌 정도로 그 인기는 대단했다. 이 드라마는 사회적으로도 이슈였으니, 그런데 22조원이라는 국민세금을 불법적으로 사용한 그것은 바로 삼청교육대, 5.18광주민주화운동 등 당시까 범죄자가 있다면 이를 어떻게 해야 할까? 2013년 7월 10 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역사적 사건들을 직접 배경으로 하 일 감사원은 4대강사업에 대한 감사결과를 발표하면서, 4 였기 때문이다. 대강사업이 실제 대운하사업의 전단계로 추진되었다는 점 을 인정하였다. 마스터플랜 수립과정에서 “추후 운하 재추 사실 1994년에서 1995년에 이르는 시기는 전두환, 노태 진 가능성에 대비” 위해 대운하와 유사하게 수심을 확 하기 우 두 전 대통령의 처벌 요구가 터져나오던 시기다. 1979 보하고 대형 보를 설치하도록 대통령실이 압력을 넣었다 년 12.12 쿠데타를 시작으로 1980년 5월 광주의 민주화운 는 것이다. 이로써 2008년 6월, “국민이 원하지 않는다면 동을 무력으로 진압함으로써 정권을 탈취한 사건의 공소 대운하를 추진하지 않겠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약속 던 시효가 다가온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검찰은 전두환 은 모두 거짓말로 드러났다. 4대강사업은 변종 대운하임 과 노태우 등 쿠데타 세력을 불기소하면서 “성공한 쿠데타 을 주장했던 환경단체의 주장이 사실이었음을 국가기관인 는 처벌할 수 없다” 논리를 내세웠다. (그 때도 검찰은 는 감사원이 인정한 것이다. 권력의 눈치를 살피는데에 탁월한 감각을 지니고 있었다.) 김영삼 정부의 이런 조치는 국민들의 거센 저항을 낳았고 지난 5년간 이명박 정부는 4대강사업과 운하와의 연관 때마침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공개되면서, 여론은 성을 철저히 부인해왔다. 이름 또한 “4대강살리기” 붙 라고 더욱 악화되었다. 책임자 처벌에 대한 각계의 요구는 하루 였다. 준설을 해서 수심을 6미터로 만들고 16개의 대형 댐 가 다르게 번져갔고, 결국 1995년 12월 5.18 특별법이 제 을 건설하면 죽었던 강이 되살아난다는 어처구니없는 논 정되면서, 전두환과 노태우는 내란죄 및 내란목적살인죄 리를 내세웠다. 공사과정의 불법도 묵인되었고, 비리가 밝 등으로 재판정에 서게 되었다. 혀져도 솜방망이였다. 식수원이 녹조로 썩어가고, 물고기 전두환, 노태우의 재판은 친일파 청산을 실패한 이래 한 4 와 강변의 나무들이 죽어갔다. 침수로 농사를 망치고, 부
  • 5. 기획 특집 _ 2013년 환경 현안 실공사 콘크리트 보는 안전이 위협받는 지경이다. 하지만 니라 광범위한 국민들이 직접 고발인이 되어 책임을 묻기 정부는 이 모든 재앙이 4대강사업과의 무관함을 강변하기 위함이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참여한 시민들의 수 에 급급했다. 상식과 양심을 저버린 정부의 이런 행태 뒤 가 약 4만여 명에 달할 정도로 반응은 뜨거웠다. 거리서명 에는 바로 대통령이 있었다. 운하에 대한 정치권력자의 어 대에는 참여하는 시민들이 줄을 이었다. 종교계, 학계, 시 리석은 집착과 욕망, 그리고 거짓말이 그 배후였다. 그런 민사회, 생협, 해외동포 등 각 계 각 층의 시민들이 국민고 데, 감사원은 4대강사업의 실체가 운하였음을 밝히면서 발인단에 참여하였다. 10월 22일, 이들 4만여 명 국민고발 도, 국민을 상대로 한 사기극의 주범인 전직 대통령이나 인단의 이름으로 이명박 등 58명에 대한 고발장을 서울지 대통령실 관계자에 대해서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았다. 현 방검찰청에 접수하였다. 재까지의 4대강사업 관련 검찰의 수사도 건설사들의 비자 금과 담합 비리에만 국한되어 진행되고 있다. 이제 공은 박근혜 정부의 검찰에게 넘어갔다. 하지만 아 직 검찰은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진보당, 공무 원노조, 전교조 등을 향한 정치적 수사에서 보여줬던 발빠 른 행보와는 사뭇 대조적이다.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전 정부와 차별성을 보이는 듯하지만 4대강사업에 대해 진정 성 있게 다가가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 박근혜 정부가 4대 강사업을 검증하겠다며 출범시킨 국무총리실 산하 조사평 가위원회는 시작부터 신뢰를 잃고 있다. 애시당초 시민사 회의 요구를 무시한 채 소위 중립전문가들로만 구성했으 나 출범 직후 중립성 논란으로 위원장이 사퇴하는 등 제대 상황이 이러하니 시민들이 직접 나서게 되었다. 결국 로 된 조사를 시작조차 못하고 있는 것이다. 22조원짜리 국민사기극의 주범들에게 책임을 묻기 위한 4 20여 년 전 전두환, 노태우 등 쿠데타 장본인들을 재판 와 법조인 등이 제안하여 시작된 이 운동은 이명박 등 4대 정에 세운 것은 대통령도 검찰도 아닌 바로 일반 시민들의 강사업을 추진한 핵심인물들을 형사고발하기 위한 운동이 힘이었다. 4대강사업 또한 마찬가지다. 권력은 스스로 반 었다. 감사원 등을 통해 드러난 내용을 토대로 할 때, 이들 성할 줄 모른다. 4대강사업은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이 하나 에게 적용되는 혐의는 다음과 같다. 되어 일으킨 또다른 쿠데타였다. 국책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대운하추진 목적 4대강사업 예산 불법전용으로 인한 4대강의 수많은 생명들을 학살한 사건이었다. 환경파괴의 특경가법상 배임’ , ‘직권 남용죄’ , ‘수자원공사 이사들의 폐해는 현재만이 아니라 미래세대에까지 미칠 것이다. 이 특경가법상 배임’ ,‘국토해양부 공무원들의 건설사 입찰 것을 바로잡는 첫 단추가 바로 잘못한 이들이 책임을 지는 방해방조죄’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 및 증거인멸죄’ , 것이다. 성공한 쿠데타도 처벌 했듯이, 성공한 국책사업도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그것이다. 이 그것이 잘못되었다면 처벌받아야 한다. 어느 나라 격언처 이를 위해서 9월2일부터 약 1달 반 동안 국민고발인을 모 럼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면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기” 때 집했다. 몇몇 단체와 사람이 고발의 주체가 되는 것이 아 Korean Women’s Environmental Network 대강사업 책임자“국민고발”운동이 그것이다. 환경단체 문이다. 4대강운동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5
  • 6. 기획 특집 _ 2013년 환경 현안 밀양, 인간적 삶을 지키는 연대 글 | 히옥스 하자작업장학교장 밀양에 대한 생각은 어쩐지 지난 7월 7일에 머물러 있었 찰 뒤에 숨어 있고, 정부와 경찰은 나라 뒤에 숨어 있다. 다. 그때 많은 분들과 함께 “우리가 밀양이다” 행사를 준 그 나라는... 국민들 정확히는 도시의 시민들 뒤에 숨어 있 비하고 진행했다. 그러나 마음속으로는“우리가 밀양이 는 것이다. 그때 밀양의 어르신들로부터‘모든 마을에서 다” 말은 감히 꺼내놓을 수 없는 말이라고, 서울에 사 라는 송전탑이 없어야 하는 겁니다. 소비지와 생산지로 멀리 떨 는 나로서는 그런 말을 할 준비가 안 되어있다고 생각했 어져있는, 중앙집중형의 국가의 에너지시스템이 분산형으 다. 게다가 이 모든 일에 학생들과 함께 있고, 이 모든 과 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 주장입니다’ 말을 들었 라는 정을 학생들이 살아가는 현실이며 학습의 여정으로 지내 다. 밀양주민들은 에너지소외계층도, 빈곤한 산촌이나 농 고 있기 때문에, 교사인 나는 매순간 생각을 멈출 수가 없 촌의 취약계층도, 단순무식한 농군도 아니었다. 밀양주민 다. 학생들의 생각도 살펴야 하고 안전하게 돌보기도 해야 들의 학습속도나 집중력은 생각 이상으로 빨랐고 정정당 한다. 당했다. ‘외부세력’ 따라잡기 어려울 정도로. 은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고 생각한 이유는, 밀양으로부터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지난여름, 전국적인 송전탑반대 의 문제제기는 곧 ‘탈핵’ 문제로 직결된다는 생각이 컸 의 네트워크가 만들어졌고, 김정회∙박은숙 부부의 서울단식 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가 밀양이다” 같은 문장을 사 와 농성이 시작되면서‘서울대책위’ 꾸려지고 곧이어‘전 가 용해야 한다면 나는 “우리가 한전이다” 할 것 같았다. 여야 국대책위’ 전환이 되었다. 그리고 전국대책위의 구성은 로 우리가 한전/정부와 어떻게 결탁하여 국가성장논리로 일 이 문제를 좀 더 조직(운동)적인 차원에서 문제제기가 확 관한 삶을 살아왔는지 ‘공모자’ 로서의 우리 스스로를 깊 대되는 가능성으로 이어졌다. 나는 전국대책위는 당연히 이 들여다보지 않는다면 해결은 쉽지 않을 것이다. 밀양은 필요하지만 서울대책위 또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서울 아주 근본적인 차원에서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사람들을 상대로 한 뭔가, 어떤 활동이 필요한 것 같다. 그 여름방학이 되면서 몇 사람들과 강원도와 청양지역으로 리고 그런 생각을 깊이 해보기도 전에 (이 글을 쓸 수 있을 실사를 다닐 기회가 있었는데, 송전탑이 들어선 마을들에 지 고민하고 있을 때) 탈핵집회가 진행되었고 또 밀양으로 서 만난 주민들의 얘기를 들으며, 결국 서울시민의 삶의 의 희망버스가 운행되었다. 사회적 공론화기구를 마련하 양식이 바뀌지 않는 한 송전탑과 핵발전소라는 문제상황 자는 밀양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었고 추위는 금 은 반복해서 다른 형식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생각을 굳혔 세 목전으로 다가오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던 것 같다. 아, ‘어떻게 나라에서 하는 일을 이깁니까?’ 라 는 말. 희망버스에서는 “우리 모두가 밀양이다” 표어가 사 라는 용되었다. 물론 이 표어는 마을과 참여인원 규모에 따라 ‘나라’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한전은 정부와 경 는 6 글자 수를 맞춰야 하는 이유도 있었기 때문에 채택된 것이
  • 7. 기획 특집 _ 2013년 환경 현안 었지만“우리 모두” 라는 단어가 마음에 걸렸다. 어째서 천막농성장/분향소가 만들어졌다. 밀양시가 불허하였기 ‘모두’ 라는 표현이 개방된 느낌이 아니라 닫힌 개념처럼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밀양의 노천분향소와는 아주 다른, 여겨졌을까?‘우리’ 와‘그들’ 나누는 이분법의 회로가 을 제법 추위를 피할 수 있을 것 같은 이 분향소는 세 사람의 더욱 강하게 작동하게 되었다는 느낌. 희망버스의 집회에 동지들이 그야말로 ‘순식간에’ 능숙한 솜씨로 만든 것이 서 정권에 대한 강한 분노가 느껴져서 더더욱 그런 생각을 다. 서울광장으로 이동하는 길에 휴대폰으로 통화중이던 하게 되었던 것 같다. 밀양의 싸움이 ‘정권투쟁’ 옮아 으로 취객 한 사람이 미끌~하고 만화처럼 넘어졌는데 이 동지 가는 것 같은 분위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버스를 준비 들이 성큼 다가가 단번에 일으켜 세워준 것도 잊을 수 없 하고 진행하는 스태프들을 보면서 경탄한 일 - 모두가 잠 다. 취객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정말 만화처럼 통화 도 안자고 애쓰면서 무엇을 해내려고 하는 것일까? 싸우 를 계속하면서 가버렸다. 면 싸울수록 적은 거대하게 등장하는 것 같았다. 조직운동 을 해왔던 분들이 대거 결합하면서 ‘싸움’ 양상이 분명 의 취객에 대한 당연한 것 같은 그 반응도, 농성장을 꾸리는 해지고 그럴수록 ‘우리 모두’ 얼굴에서 서울의 소시민 의 능숙한 솜씨도 새삼스럽게 보였다. 이 분들은 얼마나 많은 들은 멀어지는 느낌이 들어 안타깝기도 했다. 농성장을 꾸려왔던 것일까. 그 많은 농성장이 만들어지는 동안 어디에 있었을까. 능숙하게 농성장을 만들어주고는 긴 이야기도 없이 어두운 새벽길, 대한문 앞 횡단보도를 지나 총총 사라지는 세 ‘동지’ 뒷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마음 들의 이 아팠고, 깊이 고마웠다. 지금껏 우리 사회가 좀더 ‘인간 적인’ 얼굴을 가질 수 있게 버텨온 분들이구나 하는 생각. ‘우리가 밀양이다’ 말 때문에 한동안 혼란스러웠던 라는 기분이 조금은 떨쳐지는 순간이었다. 그런 문장에 연연할 시간이 없다. 지난 시간을 돌이켜봐도 잠시 머뭇하는 동안 얼마나 많은 일들이 벌어졌던가. 나는 아마도 앞으로도 여 전히 삶(의 근본적인 형식)을 바꾸는 운동의 중요한 계기 드는 일들로 조금 정신이 없었다. 그만큼 도시에 사는 나 로서 밀양을 생각할 것이고, 서울시민들과 함께 할 수 있 (와 같은 사람)는 이토록 취약하구나 하는 자성, 그리고 희 는 일들을 더 찾아보고 일을 만들 생각이지만, 지난 시간 망버스에 대한 평가회를 하기도 전에 故유한숙 어르신께 동안 함께 손을 잡게 된 분들이 누구인지는 이제 좀 알 것 서 돌아가셨다. 서울에 시민분향소를 마련하자는 의견이 같다. 또 한 편으로는 서울시민들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 있었지만 가보지도 못했다. 시민분향소는 놓여지자마자 했지, 아 내가 바뀌었구나, 우리 학생들이 바뀌고 있구나 철거되었고 서울시청으로 옮겨가려다가 청원경찰들로 인 하는 것에는 더 마음을 쓰지 못했다. 지금은 거기서부터 해 폭력적인 사태가 빚어졌다. 서울시의 양해가 있었지만 생각도, 일도 시작하려고 한다. 아. 그나저나 이 갑작스레 언제 어떤 규모로 다시 시민분향소를 만들지 정해지지 않 추워진 겨울. 많은 농성장들이 조금은 더 따뜻했으면. 밀 은 그날 밤. 여러 사람들이 다시 모이게 되었다. 그리고 그 양의 송전탑 공사도 겨울은 좀 멈췄으면 좋겠다. ‘안녕들 때 대책위에서 만난 적이 없는 세 사람의 ‘동지’ 와 있 들이 하십니까’ 걸어온 말들에 뭔가 대화가 시작되었으면. 로 었다. 정한 시각이 되자 서울광장으로 이동하고 순식간에 Korean Women’s Environmental Network 희망버스에서 돌아오자마자 학기말이고 연말이라 밀려 2013년 세밑에, 서울에서 7
  • 8. 기획 특집 _ 2013년 환경 현안 화∙평∙법 화학물질을 평생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법이기를 글 | 이안소영 여성환경연대 정책국장 실내공기를 건강하게 관리하려고 사용한 가습기살균제 월에 공표된 화평법의 실제 적용을 규정하는 시행령과 시 때문에 어린이와 임산부를 포함하여 145명이 사망하고, 행규칙을 제정하는 하위법령 협의회가 7차례 진행되었다. 피해자만 540여명에 이른 세계적으로 불행한 사건이 발생 화평법이 이미 제정되어 관심을 덜 가질 수 있지만, 하위 한 지 2년 반이 흘렀다. 가습기 살균제라는 지극히 일상적 법령을 마련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시행령과 시행규칙 인 생활용품 속에 PHMG, PGH라는 살균제용 화학물질 에서 보고∙등록해야 할 화학물질의 면제범위 등록시 제 이 들어갔고, 그 물질을 흡입할 경우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출해야 할 서류의 종류와 보고∙등록된 자료의 공개 범위 있다는 것을 누군가 인지 관리하기만 했어도 이렇게 억울 와 방법 등이 논의되기 때문이다. 한 죽음을 막을 수 있었을텐데, 많은 사람들이 탄식했다. 현재 화평법은 정부부처, 기업, 연구자와 시민단체 들이 ‘적어도 제 2의 가습기살균제 사고만은 막아야 한다’ 간 는 하위법령 협의회에 참여하여 시행령, 시행규칙 제정을 거 절한 바람에 힘입어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 의 마무리해 가고 있지만, 역시 순탄하지 않다. “신규물질 률(이하 화평법)>은 2013년 5월, 제정∙공표되었다. 요약 까지 모두 보고해야 한다면, 새로운 물질 개발하지 말라는 하자면 화평법은, 모든 화학물질은 시장에 출시되기 전에 거냐?” , “정보 공개 요구해서 영업비밀이 보장되지 않으면 그 독성과 용도를 보고∙등록해야 하고, 생태계와 인간에 경쟁력이 떨어지고 기업할 수가 없다” 로비성 기사가 연 는 게 독성이 심각할 것으로 우려되는 물질은 유해성 심사를 일 쏟아져 나와 환경부를 압박하고 있다. 이들은 하위법령 하여 용도를 제한하자는 취지의 법이다. 회의에서도 동일한 논리로 국민의 안전보다는 기업의 이 알려졌듯이 화평법은 유럽의 리치(REACH)를 본따 만 윤과 행정편의성를 우선시하고, 끊임없이 보고∙등록해야 들었으며, 여러 면에서 리치와 비교된다. 화학물질의 전생 할 화학물질의 수와 범위, 제출서류 등을 간소화하고 면제 애를 파악∙관리하고, 그 책임을 기업에게 부여하고, 대중 할 것을 요구한다. 의 알 권리를 보장하려는 리치의 취지를 한국의 화평법은 잘 살렸을까? 사실 산업계의 반발이 매우 거세었기 때문 시행령, 시행규칙안을 마련하여 공청회를 열 것이다. 정치가 에 애초의 법 취지에 비해 정부안은 자꾸 후퇴했다. 특히 움직이는 생물인 것처럼, 이미 제정된 법도 사회적 조건과 2012년 제정과정에서 문제가 됐던 쟁점들 중 하나는 관리 시민참여에 의해 변한다. 앞으로 있을 공청회에 발표되는 화 해야 할 화학물질의 범위였는데, 결국 기존물질은 1톤 이 평법 시행령, 시행규칙이 기존의 화학불질 관리체계에서 진 상으로 제한하게 되었다. 화학물질뿐 아니라 유럽 리치처 일보했는지, 과연 이것으로 제 2의 가습기살균제를 막을 수 럼 완제품 전체를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나, 있을 것인지, 오히려 화평법의 취지를 훼손하지는 않은지 매 결국 완제품이 아니라 화학물질만을 보고토록 하였다. 한 의 눈으로 감시하고 목소리를 내야 할 것이다. 화평법, 그 이 가지 화평법이 진일보한 점은 리치와는 달리 모든 신규화 름처럼 화학물질을 안전하게 관리하여 지구생태계와 인간 학물질을 대상으로 포함했다는 점이었다. 2013년 현재, 5 8 12월이 지나면, 하위법령 협의회도 마무리되고 환경부는 모두가 화평하게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 9. 기획 특집 _ 2013년 여성환경연대가 뽑은 10대 뉴스 2013년 여성환경연대가 뽑은 10 대 뉴스 다사다난했던 계사년이 저물어 갑니다. 올해는 많이 울고, 조금 웃었던 한 해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돌아보면 어떤 것도 지나치기 쉽지 않은 사건과 이슈였지만, 환경 분야에 한정하여 여성환경연대가 바라 본 10대 뉴스를 선정해봤습니다. 갑오년 새해에는 웃을 수 있는 일, 기운 북돋는 소식들이 많아지길 바래봅니다. 4만 여명의 합리성도 합의도 없는 국민고발인단 4대강사업 원전 29% 골자로 한 책임자 형사고발과 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재자연화를 위한 활동 중국발 스모그 영향, 화평법(화학물질등록과 서울에 첫 ‘초미세먼지 평가에관한법률) 공표, 주의보’ 발령 제2가습기 살균제 사건 막으려면 시행령 더욱 강화해야 765kv 밀양송전탑 기후변화의 현실, 건설 반대, 필리핀 초대형 태풍 밀양 희망버스, 하이옌 故유한숙 어르신 죽음으로 저항 일본 방사능 오염수 유출, 안전한 급식을 위한 먹거리 비상 조례 제정 촉구 시민사회∙여성계 남방큰돌고래 제돌이 대모이자 여성환경연대 바다로, 으뜸지기 동아시아 최초 故박영숙 선생님 별세 동물복지법 발의 Korean Women’s Environmental Network 시민방사능감시센터 발족 ※ 10대 뉴스의 사진과 글의 배치는 무순입니다. 9
  • 10. 에코피플 바람에 겨울 내음이 실리기 시작하던 11월, 청년일자리허브의 창문카페에서 ‘우리동네사람들(이하 우동사)’ 이라는 이름의 주거공동체를 꾸리고, 이 사람 들과 ‘우리마을카페오공(이하 카페오공)’ 협동조합에서 활동하고 있는 조정훈 님을 만났습니다. 주거공동체 우동사는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처음에는 정토회에서 만난 귀촌을 꿈꾸는 6명의 친구들과 함께 공부모임으로 출발했다. 귀촌을 하는데 공감하고, 이후 함께 살기 위해 인천의 검암 지역에 집을 구했다. 이것이 우동사의 시작이다. 이후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현재는 총 19명의 친구가 3곳의 집에서 함께 살고 있다. 함께 살다보면 자연스럽게 살림에 대한 분업이나 이를 둘러싼 갈등이 자연스럽게 생기기 마련인데, 우동사에서는 공동체 구성원 간의 갈등을 어떻게 풀어 가는지... 성별 비율은 남녀 반반 정도이다. 같이 살다보면 가사노동에 대한 분업은 자 연스럽게 일어나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요리는 여자가 더 많이 하고 설거지나 고장 난 것을 고치는 일은 남자가 더 많이 하는 식이다. 역할을 고정해서 분담 하고 있지는 않지만 각자 살아온 습관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처음 자급의 삶을 고민하는 마을공동체활동가, 까페오공 조정훈 님을 만나다 우동사에서 공동체 주거를 시작하면서 가장 잘 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규칙을 만들지 않은 것이다. 살림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 어떤 규칙이 공평한지 논 의하고 고민하는 시간에 상대를 이해하는데 에너지를 쏟는 것이 현명하다는 결론에 모두가 동의했다. 그래서 우동사는 갈등이 생겨도 화를 내지 않거나 관계가 틀어지지 않는 것을 전제하고,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분위기 이다. 여전히 최종 종착지는 귀촌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우동사에 살면서 귀촌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하나의 이상적인 형태가 존재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게 되었다. 귀촌이 궁극적인 방향이 아니라 어떤 귀촌인 가, 왜 귀촌을 하는가라는 질문이 더 중요하다. 이것은 결국 어떻게 살 것인가 의 문제이고, 그 공간이 도시인지 시골인지는 부차적인 문제이다. 곰곰이 생 각해보니 귀촌을 고민하는 가장 큰 이유는 관계 속에서 안정적으로 살고 싶은 인터뷰 | 복코, 펭동 정리∙편집 | 복코 욕구 때문인 것 같다. 이 욕구가 형태보다 우선한다면 반드시 귀촌을 할 필요 는 없다. 현재는 서울에 기반을 두고 있는 청년이 많으니, 적게 벌어도 적게 쓰 면서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넓히기 위해 검암에 주거 공동체를 만 들게 되었다. 그 대안적 고민을 할 수 있는 연장선에서 카페 오공도 운영하고 있다. 10
  • 11. 에코피플 카페오공은 어떻게 운영 되나요 떨어지기 쉽다고 생각하는데 협동, 신뢰, 나눔, 돌봄 등의 오공이라는 이름은 100만원씩 50명이 출자금을 마련하자 공동체 정신을 구현하면 실제 삶의 질은 더 높아질 수 있 는 목표로 붙어진 이름이다. 우동사의 친구들과 독서모임, 다. 적게 벌어도, 적게 소비하기 때문에 오히려 하고 싶은 재능 나눔, 일자리를 상시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공간을 마 것들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늘려가는 일을 우동사와 카페오 련하자는 단순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카페를 시작하기 공을 통해 실험하고 있다. 이런 토대가 탄탄해진다면 개인 전에 3개월 정도 준비하면서 대안화폐, 기본소득, 협동조합 은 가난하지만, 사회는 풍요롭기 때문에 자원을 어떻게 조 등에 대해 공부했다. 지난 2012년 4월, 처음에는 2명으로 합할 것인가가 중요해 질 것이다. 시작해 지금은 43명의 출자자와 함께 하고 있다. 모집과정 에서 우여곡절이 있긴 했지만, 50명의 출자자를 채우는 것 마지막으로 여성환경연대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 급선무는 아니다. 먼저 삶의 방식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 카페오공과 여성환경연대는 큰 가치와 지향이 다르지 않 를 나누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다고 생각한다. 카페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관계가 없 경험이 없다보니 주위의 프랜차이즈 카페보다 잘 해야 한다 는 불특정 다수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비효율 는 압박감이 있었다. 그러나 당연히 잘 될 리는 없었고(웃 적인 비용이 생긴다는 것을 깨달았다. 신뢰와 관계가 없는 음), 우리가 왜 카페를 하려고 했는지를 다시 점검하게 되었 상황에서 발생하는 사회적인 낭비를 줄이는 것도 중요한 다. 그 때부터 심야식당, 재능 나눔을 거의 하루에 한 번씩 환경활동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성환경연대도 함께 고민 열게 되었고 ‘적게 소비하며 삶의 질 높이는 법’ 대한 구 에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체적인 대안을 카페에 오는 사람들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카페오공의 다양한 활동이 알려지면서 현재는 은평구 청년 일자리허브의 카페를 위탁 운영하는 기회도 만났다. 4년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카페오공을 하면서 잘했다 고 느끼는 순간이 언제냐는 질문에‘늘’이라고 답하는 그 카페오공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는 살고 싶은 방향을 일상에서 구현하고 있어서 늘 좋고 편 카페오공은‘대안적인 삶을 꿈꾸는 청년의 실험지’ 이다. 안하다고 했습니다. 마치 저전력 냉장고처럼 에너지를 쓸데 카페오공의 가장 큰 키워드는 주거, 의료, 식량, 교육의 영 없는 곳에 쓰지 않고 필요한 곳에 집중하는 그의 모습에서 역을 아우르는 ‘자립’ 이다. 적게 소비하면 보통 삶의 질이 일과 삶이 즐거움으로 하나 되는 장면이었습니다. Korean Women’s Environmental Network 11
  • 12. 핫이슈 _ 도시와 생태건축 도시에서 생태적으로 살기를 원한다면 - 도시와 생태건축- 아프리카 개미집과 아랍의 전통양식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된 신재생에너지 전문연구대학원 마스다르 과학기술원(MIST) 글 | 조윤석 10년 후 연구소 활동,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제공해드리려 고민하는 제공건축에서 일을 하고 있고 얼마 전 2집이 나온 아나킨프로젝트에서 베이스를 치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건축 일을 하고 음악도 하고 십년 후에는 이지요. 생태적이지 않을 방법이 없습니다. 원래부터 그런 것이 어떻게 살까 고민하고 있는 조윤석입니다. 지금까지 6장의 음 었으니까요. ‘자연’ 이라는 단어처럼요. 하지만 도시에서 살면서 반에 참여했으니 음악가라고 소개하는 것은 그나마 자신 있는 생태적으로 살기를 원한다면 이야기는 많이 어려워집니다. 데, 건축가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생 도시란 무엇일까요? 도시라는 단어의 어원은 중국의 도성 태건축을 하겠다며 직접 설계해서 지은 건물은 딱 2채 밖에 (都城)에서 왔습니다. 여기서 도(都)란 천자(天子)가 거주하는 안 되거든요. 보통 건축가들은 내가 어떤 건물과 누구의 집을 궁성을 의미하고, 성(城)은 공간의 경계가 되는 성벽을 의미합 지었다라고 하잖아요. 그러니 제가 건축가라고 하기에는 매우 니다. 이후 도성의 도와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市場)의 시가 부끄럽지요. ‘건축가는 많이 건물을 지은 사람이 아니라 건축 합쳐진 도시(都市)라는 단어가 되었습니다. 즉, 도시는 정치, 에 대해서 오래 고민한 사람’ 이라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대 행정기능과 공업, 상업을 기반으로 하는 경제활동의 중심지역 선배님의 말씀에 용기를 내어 이야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을 의미합니다. 또, 인구 규모로도 도시를 구분할 수 있습니 생태적으로 산다는 것은 어떻게 사는 것일까요? 우선 생태(生 다. 국가와 지역, 도시학자마다 다르지만 프랑스와 독일은 도 態)라는 단어를 들여다보면 생명 할 때 生, 모양 態를 사용하니 시의 최소 인구규모를 2,000명으로 보고 있고, 미국은 2,500 사는 모습, 사는 모양 정도겠네요. 잠시 농촌에서 살아보니 사 명, 영국은 10,000명, 한국과 일본은 20,000명, 중국은 람이나 소나 사는 것은 별반 차이가 없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100,000명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1개의 특별시(서 서 밥 먹고 일하다가 집에 돌아와서 씻고 잔다. 대대로 물려받은 울), 6개의 광역시(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울산), 1개의 특 땅에서 농사짓고 자신이 태어난 집에서 삽니다. 그 집은 아버지 별자치시(세종)와 75개의 자치시가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 생 나 할아버지가 주변의 나무와 돌과 흙으로 지었습니다. 생태적 긴 시는 2013년 9월 23일자로 시가 된 경기도 여주시입니다. 12
  • 13. 핫이슈 _ 도시와 생태건축 인구별로 보면 1위 서울 1024만, 2위 부산 354만, 3위 인 저도 너무너무 배가 아픕니다. 천 281만, 4위 대구 250만, 5위 대전 152만, 6위 광주 146 농촌이 아니면 생태도시에 사는 행운이라도 누릴 수 있 만, 7위 울산 113만, 8위 수원 110만, 9위 창원 109만, 10위 다면 참 좋겠지만, 자원의 한계 때문에 그런 기회가 누구에 성남 97만 명이고 인구가 가장 적은 시는 충남 계룡시로 4 게나 일반적으로 돌아오지 않지요. 하지만 내가 사는 집, 만 명이 조금 넘게 삽니다. 주거환경을 생태적으로 만드는 것은 작은 노력과 의지로도 지금까지 알려진 최초의 도시는 9000년 전 이스라엘 사 가능합니다. 처음부터 주변환경, 입지, 설계, 재료까지 선 람들이 고함쳐서 무너뜨린 여리고성입니다. 세계 인구에 택하여 생태적인 건물을 지을 수도 있고, 이미 살고 있는 대한 도시인구의 비율은 서기 100년에는 1% 미만이었는 집의 채광, 통풍, 에너지 손실 등을 점검하여 에너지효율을 데, 1800년에는 5%, 그리고 1965년에는 50%의 비율로 급 높이도록 개선할 수도 있습니다. 생태건축이라고 하면 혹 격하게 증가하였으며, 지금부터 17년 후 2030년에는 세계 시 친환경 고급 자재만을 사용한 건물이라고 여길 수 있는 인구의 67% 50억이 도시에 살게 될 것이라고 유엔 인간정 데,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건물 안에 재료, 설계, 공간, 주위원회 보고서는 예측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1960 배치 등에 지속가능한 관점과 지향이 있는가, 또 자연 환경 년 39.1%에 불과하던 도시화율은 이미 2005년 도시화율은 뿐 아니라 지역 공동체와 어울리는가 중요하다고 생각됩니 90.1%를 기록한 뒤 매년 0.1%~0.2%p 가량 상승하고 있습 다. 친환경주택이 아무리 생태적으로 의미 있다 하더라도 니다. 도시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고 그것이 우리나라의 지역사회, 공동체에 기여하지 못한다면 (주변 부동산 가격 문제만이 아니라 전 지구적 문제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 을 높이는)상품일 뿐이니까요. 습니다. 그리고 건축적으로는 어느 정도 해결방법이 있다 이제 마무리를 짓겠습니다. 도시에서 생태적으로 사는 는 것도 알려드립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브라질의 꾸리 방법! 소비를 줄이고 안 쓰는 물건은 지역장터에서 바꿔 쓰 찌바, 독일의 프라이부르크, 스웨덴의 알메르, 미국의 렉스 고, 가까운 거리는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집의 단열을 보강 턴과 같은 도시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계획되고 만들어지 해서 에너지를 아껴씁니다. 목공 등 간단한 기술을 배워 집 고 있으며 노만 포스터라는 영국의 건축가가 설계한 아랍 수리는 내가 합니다. 가까운 곳에 텃밭을 만들어 주위 분들 에미리트(UAE)의 세계최초의 탄소제로도시‘마스다르’ 과 나눠 먹습니다. 함께 모여 살며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아 (화석연료 사용에 의한 탄소 배출이 없고 폐기물과 자동차 이들과 함께 캠핑이나 농촌 방문 등으로 자연과 생명에 대 가 없는 도시, http://masdarcity.ae/en)가 곧 준공을 앞 한 경험과 감수성을 일깨워줍니다. 생태적인 삶에 대한 이 두고 있다고 하더군요. 상주인구 4만, 통근인구 5만의 그 야기를 나눌만한 모임이나 소식지를 만듭니다. 그리고 선거 도시를 만드는 데 사용한 예산이 4대강 사업비보다 2조 2 때는 투표를 잘하고 할 수만 있다면 생태적인 도시를 만들 천억 원이나 적은 20조원이랍니다. 여러분, 약 오르시죠. 겠다는 후보를 우리 손으로 내보냅니다. 이상입니다. �난방보다 온수를 사용할 때 보일러연비가 더 들어간다는 사실! 가스비를 절약하려면, 따뜻 한 물을 아껴쓰세요. �보일러 전원을 껐다 켰다하면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어, 잠깐 외출하신다면 약하게 켜놓는 것이 좋아요. �창문에 스프레이로 물뿌리고 뽁뽁이를 갖다 대면, 저절로 붙어요! 찬바람 들어오는 것을 막아, 열손실을 줄일 수 있답니다. �다양한 종류의 문풍지(물먹는 항균테이프, P 형, V형, 투명테이프형)를 사용해보세요. �단열벽지는 효과는 있으나, PVC재질이라는 게 흠이네요. (환경과 건강을 동시에 생각한 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Korean Women’s Environmental Network 시린 겨울 ‘따숩게’ 보내고 싶은 이들을 위한 ‘워크샵’ 배운 노하우를 전해드려요~ 에서 13
  • 14. [with U 캠페인] 여성환경 리더를 찾아서 2013년 유한킴벌리와 함께 하는 with U 캠페인은, 다양한 세대와 분야, 지역에 걸쳐 생명과 돌봄 가치를 실현하고 있는 여성환경 분야 리더들을 만나 소개하고 사회적으로 확산하려 합니다. 문명의 전환, 생명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따뜻한 울림을 만나다 윤정숙 선생님 전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지난 11월 여성들의 유쾌한 사회상상 워크숍에서, 윤정숙 선생님을 모시고 기조발제를 들었습니다. 그 때 선생님에 대한 인상을 한 마디로 한다면, 있는 그대로 자신 앞에 정직하게 서 있는 ‘겸손’ 자기 질문에 대한 답을 간절한 마음으로 찾는 과 ‘열정’ 이었 습니다. 30년 가까이 여성운동을 하셨고, 이제 한 숨 돌리며 인생의 전환을 맞고 있으신 윤정숙 선생님을 다시 만났습니다. 인터뷰 | 이안 정리∙편집 | 있슈 요즘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의 과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자연을 착취하며 자연과 사귀 작년 3월에 아름다운재단 일을 그만두고, 잘 쉬고 있다. 1년 는 방법을 잊어버리고 자폐증이 걸린 우리는, 자연을 친교와 10개월 정도 됐는데, 쉬면서 이 편안함이 어디서 오는 걸까 사귐의 대상으로 만나야 한다는 그 분의 책을 작년에 몇 번 생각했다. 시간과 관계를 나의 의지에 의해서 결정할 수 있 이나 읽으며 줄을 그었다. 다는 것이 이렇게 자유롭구나 싶다.‘바쁜 것=열정’ 이라고 여겼는데, 지금은 바쁜 것의 속박에서 벗어난 셈이다. 요즘은 바쁠 때는 엄두도 못냈던 책을 읽으면서 전율을 느끼 듣고 싶어요 곤 한다. 프리초프 카프라의‘생명의 그물’ ,‘히든 커넥션’ 운동을 5년 했든, 10년 했든, 새롭게 다른 식으로 운동을 하 이라는 책을 읽었다. 과학자이지만 생태적 감수성의 눈으로 고 싶다. 운동이 내 삶에 생동감을 주는 걸까. 이 방식이 세 우리의 삶, 시민운동, 기업과 조직을 바라보는 것. 생명 간에 상에 변화를 주는 걸까. 운동 속에 있지 않고, 개인의 생동감 숨겨진 커넥션이 있다는 이야기였다. 토마스 베리의 위대한 과 변화를 줄 수는 없는 걸까. 과업(Great work)은 우리가 생태대로 가게 하는 것이 우리 14 문명 전환 시대에 여성운동의 방향과 전망에 대한 고민을 나의 20대는‘좌충우돌’ ,‘첩첩산중’ ,‘암중모색’ 30대는 ,
  • 15. [with U 캠페인] 여성환경 리더를 찾아서 한 마디로 ‘열정과 불안’ 이었다. 운동가는 가치를 선택한 삶 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된다. 인데, 내가 선택한 가치가 맞는 것인지, 그 가치를 구현하는 방법은 어떠한지, 끊임없이 질문하는 힘, 상상력, 용기가 필 살면서 ‘이건 내가 참 잘했다’ 여기는 것이 있으신가요? 요하다. 두 트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여성운동했던 것 참 잘했다고 생각한다. 보수적인 집안에서 제도화가 절박하고 시급했던 시절을 지난 이 때에, 제도 안 자라 가부장적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왔는데, 여성운동은 내 에서 제도를 바꾸는 한 트랙이 있다면, 다른 하나는 제도 바 인생의 네비게이션같은 역할을 했다. 자신감 없을 때도 의미 깥에서 주눅들지 않은 언어와 상상력으로 하는 운동이다. 있게 잘 살아야겠다고 힘이 되었던 것이 페미니즘이었다. 운 독일 정부가 노후화된 원자력발전소를 연장하는데 항의해 동이 진부하다고 느꼈을 때 거리를 둔 것도 잘했다. 민우회 독일 시민이 120km의 인간띠를 이어 발전소를 에워쌌던 사무처장 하다가 영국 2년 정도 공부하러 갔던 것, 재단 있 일이나, 96년 인도네시아가 영국에서 수입한 무기로 동티 을 때 1년 휴식, 지금이 세 번째 휴식이다. 숨을 크게 쉬면 자 모르 살상이 벌어졌을 때, 4명의 여성 활동가(Seeds of 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된다. 내게 쉼이 없었다면, 바쁜 Hope)가 가정용 망치를 가지고 격납고에 몰래 들어가 컴퓨 게 열정인줄로 착각하며 살지 않았을까 싶다. 터를 망가뜨려 살상 무기를 파괴했던 사건은 정말 충격이 고, 감동이었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으세요 여성운동가들과 당장이라도 고리원전 둘러싸고 싶은 마음이 김종철선생님이 생태는 ‘지식’ 아니라 이 ‘감수성’ 이라고 하 다. 고리원전, 송전탑 주변의 발암 문제, 농작물 피해... 무슨 셨다. 생태문맹에서 벗어나 생태적 감수성을 갖는 것, 개인 논쟁이 필요한가. 독일하고 한국을 비교하니 햇빛의 여건이 의 삶과 세상을 보는 패러다임이 옮겨가는 것에 대해 그동안 한국이 더 좋다는 기사를 읽었다. 생명을 위한 최소한의 안 무지하고 막연했다가, 후쿠시마사고 이후 생각하게 됐다. 전장치를 뒤로 하고, 원전수급, 대체에너지 경제성 문제 말 생각의 구조에 균열을 낼 수 있는 작업, 내년에는 ‘TED 에 하는 사기극같은 패러다임에 속지 말자. 코페미니즘’ 여성환경연대나 여성단체들, 관심 있는 친구 을 들과 해보고 싶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에코페미니스트가 ‘여성주의 관점’ 생태적 삶이란 무엇이고, 어떤 차 에서 된다는 것은 뭘까. 젊은 에코페미니스트들의 이야기를 모으 고, 듣고 나누다보면, 통찰도 생기고, 상상력, 실천의 방법도 남성활동가였다면 아마도 Seeds of Hope 4명의 여성활동 얻게 될 것 같다. 차일드세이브 같은 엄마들이 풀뿌리에 많 가들처럼, 집에 있는 작은 망치로 수조원이 넘는 살상무기 이 생겼으면 좋겠고, 개인적으로 동네 생협에서 만나는 아줌 컴퓨터를 망가뜨리는 발상 못했을 거다. 여성과 남성은 생명 마들을 집에 초대해서 같이 놀고 싶다. 에 대한 감수성이 참 다른 것 같다. 생태적 삶, 반핵, 이런 걸 4가지 정도 정리된 생각을 기억하며 살기로 결심했다. 하나, 여성주의 관점으로 하는 것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나도 고민 살아 있는 것들에 대한 경외감을 잊지 말자. 둘, 인간이 자연 이다. 질문의 떨림도 중요하다. 그런데 운동을 하든, 개인으 과 137억년 된 우주의 일부라는 귀속감을 잊지 말자. 셋, 살 로 살든, 우리 사회는 여성에게 질문과 떨림에 대면할 수 없 아 있는 것에 대한 모든 폭력에 대한 저항감을 잊지 말자. 게 하는 사회라는 거다. 이제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 넷, 나의 인생에서 이분법, 도구적 사고 분절적 사고, 제도화 에 대해서 근원적인 질문을 해야하지 않을까. 에콜로지가 가 된 사고를 뛰어넘겠다. 장 기초적인 질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에콜로지와 페 미니즘이 만났을 때 거기서 분노와 사랑이 나오는 것이 아닐 마지막으로 여성환경연대나 회원, 활동가들에게 한 말 까. 국제원자력 기구의 기만적 통계, 원자산업국가 마피아들 씀 부탁드려요 의 결탁, 반생명적 가부장적 세력과 연결되는 것을 보면서, 특별한 것은 없고... 자기 인생과 사회에 질문을 멈추지 않는 한국에서 에코페미니즘은 어떤 담론을 형성하며, 어떤 실천 Korean Women’s Environmental Network 별성이 있을까요? 삶, 용기 있고 아름다운 삶을 기대하고 응원한다. 15
  • 16. 슬로워크Ⅰ_ 땅의 여자들 4 ‘함께’ 농사짓는다는 건, 옆을 보지 않으면서 옆을 보는 일 글 | 혜성 어려운 시골살이를 튼튼한 몸과 맘으로 버티며 부모님께 새삼 감사함을 느끼고 있는 초보농부 한동안 가을을 겪었습니다. 꿈꾸던 봄을 보냈고, 무더위 싶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의 한해는 아직 끝나지 않았 를 견디려 노력했던 여름이 지나 결실의 계절인 가을이 되 고 그 결실이 어떤 식으로 맺어질 지는 여전히 진행중입니 고 보니 제게는 그동안 그렇게 애써 보지 않으려고 했던 어 다. 려움과 미움, 불만과 같은 어려운 감정들이 풀씨처럼 묻혀 저희의 가을은 대략 고구마와 배추로 꼽아볼 수 있습니다. 있다 문득문득 고개를 내밀곤 했습니다. 그런 마음이 당황 올해 봄에 심었던 고구마를 ‘구마구마 에오라’ 라는 이름 스러워 다시 묻어도 보고, 잘라도 보고 파내어보기도 했지 으로 축제를 열어 친구들을 초대해서 함께 캤습니다. 거의 만 한동안은 더 이상 대화하려 시도하지 않는 굳어진 마음 열흘이 걸렸습니다. 미세마을의 보름달은 정말 아름다워서 과 감정들이 남아 있었습니다. 아직도 정리되지 않은 거친 친구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어 수확 날짜도 일부러 보름을 마음으로 다시 시도하고, 부딪히고 어려워하면서 그렇게 한 염두에 두고 잡았습니다. 발 한발 나아가는 중입니다. 그 환한 보름달을 조명삼아 배추밭을 위한 음악회도 열었 한해의 삶의 결실을 이런 식의 맺을 수는 없다는 절박함 습니다. 고구마를 위한 살풀이 무용과 무반주 샹송, 시골 인 과 올해의 농사로 삶이 판가름나지 않는다는 희망을 붙잡고 디가수를 꿈꾸는 떨리는 무대를 비롯해 급하게 결성한 미세 16
  • 17. 슬로워크Ⅰ_ 땅의 여자들 4 밴드의 공연까지 저희만 보기 아까운 음악회였습니다. 서 친구들과 농사일을 함께한다는 것이 큰 힘이 됩니다. 울에서 해남까지 다섯 시간, 왕복 열 시간을 들여서 이곳 넓은 밭은 우선 눈으로 압도당하기 때문에 이 넓은 밭을 까지 일하러 온 (저희 엄마 말로는 이상한) 친구들과 함께 언제 다 끝내랴 하는 마음은 사람의 맥을 빠지게 합니다. 한 음악회와 고구마 캐기는 잘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러나 내 옆에 함께하는 다른 사람이 있다면 얘기가 달 그중에서 가장 고마웠던 것은 고구마 캐랴, 초대받고 라집니다. 우선 이 많은 일을 내가 다하지 않아도 되고 옆 온 친구들 밥해주랴 평소보다 두 배 세 배의 능력을 발휘 사람을 따라(혹은 함께) 가다보면 어느새 일은 쑥쑥 줄어 해준 함께 사는 다섯 명의 친구들의 마음씀이었던 것 같 들어 있습니다. 함께하는 것에 어려움도 있습니다. 당연 습니다. 히 있어야 할(혹은 있어야한다고 생각하는) 옆 사람이 보 이지 않을 때, 옆 사람이 자신이 맡은 바를 제대로 하지 못 배추농사는 그야말로 드라마틱했습니다. 배추모종은 해 내가 짊어질 짐이 늘어난다고 생각(!)될 때 내 마음에는 이렇게 약한 애들이 어떻게 이 세상의 모진 풍파를 딛고 여러 가지 감정들이 올라옵니다. 아직 서투른 초보 농사 살아갈 지 걱정스러울 정도로 여리여리했습니다. 그리고 꾼인 우리들에게는 자기 한 몸 추스르기도 벅차 옆 사람 그 모종을 심을 때 저는 사정상 조금밖에 함께하지 못하 의 무게까지 감당할 여유는 아직 많지 않나봅니다. 그래 여 그 넓은 밭의 무게를 더 딛고 견뎌야 했을 친구의 원망 서 자꾸 옆을 보게 되는 시선을 막고 싶을 때도 많습니다. 을 받았습니다. 그만큼 농사는 녹록치 않은 일이었습니 다. 비교적 날씨가 좋았던 올해 이 여린 배추 모종들에게 동네 할머니들과 마늘을 심은 적이 있습니다. 마늘은 닥친 가장 큰 장애물은 배추를 공격하는 각종 벌레들이었 보통 13-16개의 구멍이 뚫린 비닐을 깔고 그 구멍에 마늘 습니다. 을 한 알씩 찔러 넣어가며 심습니다. 비닐의 넓이가 한 사 람이 감당하기에는 조금 넓기에 두 명이 반씩 맡아 심으 배추가 보이지 않게 만드는 거세미 나방 애벌레의 공격을 며 앞으로 나아갑니다. 우리 같으면 정확히 여섯 구멍만 받았습니다. 점차 사라지는 배추들이 늘어나자 더 이상 넣고 앞으로 나아갔을 텐데 할머니들은 당신들이 조금 빠 참을 수 없게 된 저희는 며칠간 배추를 하나하나 샅샅이 르면 옆의 구멍으로 침범하여 가차 없이 찔러 넣어주고 뒤졌습니다. 애벌레를 발견하고 죽이는 건 그리 유쾌한 앞으로 가며 속도를 맞추십니다. 그런 얼굴에 불편한 기 일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한 포기의 배추가 구원받을 수 색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그만큼 익숙한 일이고 있다는 것에 희열을 느끼며 벌레를 잡았습니다. 여유가 있어서겠지요. 아마도 내가 조금 더 성장해야, 때 그렇게 몸살의 성장기를 거치고 힘겨운 가을 가뭄을 거 친 배추들은 가을의 막바지가 되자 부쩍 쑥쑥 자라났습니 론 모자란 옆을 보고서도 때론 나보다 잘하는 옆을 보고 서도 불편함이 생기지 않을 수 있을 듯합니다. 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요즘은 배추를 수확해서 포장하고 그런 면에서 우리의 갈 길은 아직 먼 것 같습니다. 뭐 절이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배추는 무거워서 허리도 아프 내년은 올 해보다는 조금 더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만 고 힘도 좀 들지만, 이 배추가 김치가 되어 많은 사람들의 품을 뿐입니다. 그리고 아주 조금이겠지만, 꼭 옆사람의 겨울 밥상에 함께 하리라고 생각하니 조금 더 힘을 내야 요청에 응답하기 위한 여력을 남겨두고 싶습니다. 그것이 되겠다는 생각입니다. Korean Women’s Environmental Network 저희 집 배추들은 작은 잎을 하나하나를 똑똑 따먹어서 제가 지금 이곳에서 살고 있는 이유일 것 같습니다. 17
  • 18. 슬로워크Ⅱ 피스 & 그린보트1)에서 만난 사람들 글 | 있슈 ‘진지’ ‘주책’ 넘나들며, 중간 지대를 모색 중 와 을 여성환경연대 활동가 해외여행이 전면자유화 된지 20년도 넘은 요즘같은 세상 춤추는 정적 속에서 나도 어쩌지 못하는 상념이 튀어나왔다. 에도, 바다 건너 남의 땅을 밟아본 일 별로 없는 순수 국내파 그러다가 오래 씹어 입에서 녹아내린 껌처럼, 솟아난 생각이 역마. 돈 한푼 없이 떠난다는 배낭여행은 오랜 옛말~ 내게는 수평선과 만나 사라지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그 자리에는 배 돈이 없으면 몸으로 때울 시간이라도 넉넉해야 가능한 것이 를 타기 전에 읽었던 신영복 선생님의 글이, 바다 위 그려진 여행이었다. 정념과 한숨이 피고지는 찌질한(?) 생활 속에서 배의 자국처럼 남았다. 觀於海者難爲水(관어해자난위수)2) 단념을 그대로 실천할 수 있다면, 그 틈으로 여행하듯 일상 을 보낼 수 있으련만... 나는 어느 때라도 생각이 참 많다. 그 세계 일주에서 피스&그린보트까지, 재일교포 3세 ‘이화’ 러던 어느 날 내게도 뜻밖의 기회가 주어졌다. 지난 10월, 여 넷째날 같은 방 우정씨를 통해서 이화라는 친구를 알게 됐 성, 환경 분야 활동가 20명과 함께 9박 10일 동안 피스&그 다. 이화는 일본에서 조선학교 교사로 있다가 올해 그만 두 린보트를 타게 된 것이다. 고, 3개월 동안 피스보트로 세계 일주를 했다. 이어서 다시 이 배를 탔다고 했다. 긴 시간 배 안에서 지내면서 지루하거 배 멀미 너머 바다명상 나 힘들지 않았을까, 다시 배를 탄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 부산 영도터미널에서 아파트보다도 큰 배(크루즈)와 정면 화는 앞으로 한국에서 살고 싶다고 했다. 할아버지부터 아버 으로 마주친 순간! 고래 뱃 속으로 들어가는 피노키오처럼 선 지, 어머니, 동생들도 그렇지 않은데, 자기는 왠지 모르게 한 상에서 보낼 낯선 재미를 기대하고 있었다. 부산으로 오는 버 국이 좋고, 한국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몇 해전 조선학교를 스에서 핸드폰을 잃어버리고 오줌 눌 곳 찾는 강아지처럼 쫄 배경으로 한 ‘우리학교’ 영화 이야기를 나누면서, 영화 라는 쫄거리긴 했지만, 숙소에 짐을 풀고 아홉 밤을 함께 지낼 우 에서 흐르던 노래‘하나’ 이화와 함께 불렀다. 마주앉아 를 정씨(환경정의), 민영샘(사이버또래상담센터)과 인사하며 설 노래하며 드문드문 잊어버린 가사의 공백을 허밍으로 대신 레는 마음을 나누었다. 갑판 위에서 출항을 축하하는 폭죽을 하는 사이, 붉어진 얼굴엔 어느새 투명한 눈물이 흐르고 있 터뜨릴 때까지도, 앞으로 닥칠 나의 상태를 예상하지 못했다. 배 위에서 올려다 본 달빛은 참 그윽하고 은은했다. 달달한 첫날밤의 낭만은 간 데 없고, 다음날부터 시작된 나의 울렁증 은 난간에 붙어버린 자석으로 바꿔놓았다. 휴가철이면 비박 하며 산행할 만큼 단단한 체력이라고 나름 자부했는데, 저질 몸뚱이(?)로 역전된 시간이었다. 어지러운 속을 달래려 바다 끝 하늘과 닿는 데까지 시선을 두었다. 출렁이는 바다와 나, 1 피스&그린보트는 아시아의 화해와 화합을 가로막고 있는 역사 문제를 비롯하여, 동북아시아의 사회, 문화, 환경 문제를 열린 시민사회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그 대 안을 찾기 위하여 만들어졌다. 한국과 일본의 대표적 NGO인 환경재단과 피스보트가 공동으로 주최하여 ‘배’ 특수한 공간에서 한국과 일본의 각계 인사와 시 라는 민들이 함께 어울리며 서로를 이해하고, 고민하며, 토론할 수 있는 특별한 여행이다. 2 바다를 본 사람은 물을 말하기 어려워합니다. 큰 것을 깨달은 사람은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함부로 이야기하지 못합니다. 18
  • 19. 슬로워크Ⅱ 었다. 힘겨운 상황에서 학교를 사랑하고 지켜가는 선생님 큰 언니 정미례 선생님의 이야기 들과 학생들을 떠나온 것에 대한 미안함, 빚진 마음 같은 작은 체구에 거침없는 말투, 카랑카랑한 목소리. 같은 것을 이화에게서 느낄 수 있었다. 건물에 있으면서도 인사만 했지, 잘 알지 못했다. 성매매 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정미례 선생님. 20명의 활동가 여성들의 공감의 연대, 이용수 할머니 그리고 일본의 들과 함께 워크샵하고 교제하면서, 우리나라 성매매의 역 중년 여성들 사, 정미례 선생님의 30년 운동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환경운동 내에서 탈핵운동이 대중화되기 어려웠던 것처 럼(후쿠시마 사고가 있기 전까지는), 여성운동 안에서도 성매매문제는 관점이나 입장이 조금씩 다르기도 하고, 가 시적인 변화나 성과가 드러나지 않는 영역이었다. 봉건제 에서 근대화되는 과정에서 국가에 예속된 기생이 개인 신 분으로 바뀌고, 일제강점기 공창제를 거치면서, 우리나라 성매매 역사가 국가, 식민화, 근대, 여성의 문제가 다층적 피스&그린보트에는 유명 인사들을 게스트로 초청하기 으로 얽혀있다는 점도 나의 무지를 깨웠다. 도 하는데, 일본 측에서 이용수 할머니(위안부 피해자)를 모셨다. 그 때를 떠올리면 아직도 피가 거꾸로 솟는다고 하시며, 다소 격앙되고 떨리는 목소리로 경험을 증언해주 셨다. 증언을 통해 알 수 있는 진실과 무관하게 여성들의 언어는, 겪었던 사건, 상황에 자신이 밀착되었다는 생각 이 들었다. 그래서 어떤 맥락이나 배경을 모르는 이들이 그 이야기를 처음 듣게 된다면, 혹여 ‘주관적이고 감정적’ 이라는 반응이 돌아올 수 있을까 기우 섞인 슬픔과 미묘 하고 복잡한 마음이었다. 2002년 군산 개복동 화재로 윤락업소 여성 15명이 사 망한 사건이 있었다. 정미례 선생님은 81학번, 광주 출신 으로 학생운동, 노동 현장에서 자기의 삶을 빚어가던 분 테이블에 앉게 되었다. 그 분들도 이용수 할머니 증언의 이셨다. 그러던 중, 군산 화재 사건이 자신을 여성운동으 자리에 함께 있었다고. 그 중 한 분은 국제사회에서 한 로 호명했다고 하셨다. 암울한 시대를 통과하여 이름을 일 간 어떤 이슈가 생길 때마다, 위안부 문제를 마음에 날리는 훌륭한 어른들은 참 많지만, 자신에게 어떤 것도 서 잊은 적 없다고 하셨다. 순간 울컥했다. ‘가해국-피 남기지 않으시면서 마르지 않는 열정으로 걸어오신 선생 해국, 민족을 넘어 일본의 여성들도 같은 심정이구나, 님의 인생에 대해 존경하는 마음이 들었다. 여성으로의 공감은 실처럼 연결되어 있구나, 상황을 잘 성난 파도와 태풍은 기대했던 기항지 오키나와를 지나 설명하는 언어보다 삶과 존재가 중요하구나’복잡한 슬 , 치게 했지만, 춤추는 배 안에서 때로는 거머리가 되고 싶 픔은 금세 잊혀졌다.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 피해자를 었지만, 바다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이야기에 피어난 감 기리며 평화의 마음으로 사람들과 종이학을 접으신다 동은 아쉬움을 상쇄하고도 진한 여운으로 남아 있다. 소 고, 자신들의 방으로 초대해서 유인물과 색종이를 나눠 중한 만남과 추억으로 지금 여기에서, 더 깊고, 더 가뿐한 주기도 하셨다. Korean Women’s Environmental Network 그날 저녁 식사 때 일본의 중년 여성 4명과 함께 같은 내가 되고 싶다. 19
  • 20. 달팽이 식당 51호 소식지에는 농부와 요리사, 수공예작가와 함께 만드는 도시형 음식장터 마르쉐@혜화에 참여하는 음식팀의 레시피를 싣습니다. 하미현님의 텃밭 스프 글 | 하미현 도시텃밭과 시골텃밭으로 제철 밥상을 짓는 도시녀 “선생님, 텃밭 채소 뭐가 있어요? 허브는요? 감자 있나요?” “허브도 있고, 감자도 조금 있어요.” “그럼 땅콩은요?” “땅콩은 한,,. 두 줌 정도 될 거에요.” “네. 그럼 되는대로 다 주세요.” “호박은 필요 없어요? OO텃밭에서 나왔는데, 이번에 음식 에 한번 써 보세요.” “좋지요! 그럼 2시에 텃밭에서 뵈요. 허브도 수확해 갈게요.” 이렇게 텃밭에서 채소를 살 때는 이런저런 이야기가 곁들 여지다 보니 주문이 길어집니다. 때로는 텃밭에 직접 가서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지 않으니, 가을에 수확해 둔 채소와 수확을 해야 하니 그 과정도 간편한 건 아니지요. 가까운 겨울 배추 등으로 밥상을 준비합니다. 사계절에 이모작이 마트에서 예쁘게 포장된 채소를 살 수도 있는데 굳이 텃밭 쉽지 않은 한국의 농업 상황에 다채로운 한국 음식들이 발 채소를 고집하는 데는, 밥상 차리는 사람의 마음도 포함되 달한 걸 보면, ‘결핍’ ‘창의력’ 풍부하게 만들어 낸 게 이 을 어 있습니다. 음식 맛이 손맛이니, 재료부터 정성이 깃든 아닌가 싶습니다. 생산물이 넉넉하지 않은 제철 채소로 식 채소를 쓰고 싶은 사심(私心)이랄까요? 텃밭에서 나는 채소 단을 차리다 보면, 온갖 정보와 상상력으로 식단을 개발해 는, 사람들과 일상을 나누고 음식을 나누는 즐거움이 있어, 가게 되는데 의외로 많은 조리법을 생각해 내어 즐거울 때 음식의 맛뿐만 아니라 인생의 맛을 더해 주는 재료가 되기 가 많습니다. 도 합니다. 그 중 많은 사람들과 나누기에 좋은 음식이 텃밭 스프입니 도시 텃밭은 옥상과 공원 언저리를 밭으로 사용하다 보니 다. 각종 채소와 허브를 넣어 푸욱 끓어 빵과 함께 곁들이 수확물이 적을 수밖에 없지요. 그래서 텃밭 채소로 밥상을 면 그만한 일용할 양식도 없답니다. 만들기도 간단하니 제 차릴 때는, 완성된 음식이 아닌 작물 위주로 메뉴를 정하게 철 채소로 한 솥 끓여 ‘내 영혼을 위한 텃밭 스프’ 즐겨 로 됩니다. 겨울에 만들 수 있는 텃밭 밥상은 제한적이니까요. 보세요. 20
  • 21. 텃밭 스프 레시피 1 양파를 잘게 썰어 기름을 둘러(보통은 버터를 쓰 준비 재료 (10인분) 는데 저는 포도씨유나 카놀라유를 사용합니다.) 양파가 투명하게 변할 때까지 볶습니다. 양파를 감자, 고구마, 호박, 브로컬리, 양파, 시금치 등 제 볶다가 마늘 다진 것을 넣어 조금 더 볶습니다. 철 채소, 올리브유 1스푼, 포도씨유나 카놀라유 2 스푼, 조청(맛을 본 후 원하는 만큼 더하세요.), 견 과류(호두, 땅콩, 호박씨 등 견과류면 다 좋습니 2 다른 모든 채소는 찜기에 쪄서 갈아서 준비해 둡 니다. 다.) 간 것으로 5스푼, 우유 혹은 두유 1000ml, 파 3 양파가 다 익었다면 냄비에 우유나 두유를 붓습 마산 치즈 3스푼, 허브 잘게 다진 것이나 말린 허 니다. 갈아둔 모든 채소와 견과류와 허브를 넣고 브로 3스푼, 감귤즙 5스푼, 레몬즙 3스푼, 레몬껍 함께 끓입니다. 채소 스톡(혹은 생수)을 넣어 뻑 질 1개, 간 마늘 1과 1/2스푼, 생강 1스푼, 후추 한 뻑한 스프를 부드럽게 마실 수 있는 농도로 조절 꼬집, 소금 1/2스푼, 표고버섯, 다시마, 파, 양파, 합니다. 통후추 및 기타 채소를 넣고 끓인 국물(채소 스톡) ※ 채소 스톡을 준비하기 어려우면, 생수도 괜찮 아요. 4 끓기 시작하면 감귤즙과 소금으로 박박 문지른 후 뜨거운 물로 헹구어 낸 레몬 껍질을 넣습니다. 물론 레몬도 즙을 내어 넣습니다. 충분히 끓여 채 소 맛들이 어우러지면 생강과 올리브유, 후추, 치 즈를 넣어 저어 끓이면 완성입니다. Korean Women’s Environmental Network 600ml 21
  • 22. 화장품 읽어주는 녀자 화장품에 들이는 돈 ‘지극히 적게’ 글 | 금자 설탕에 켜켜이 절인 이 차를 다 마시고 봄날로 가자~‘브로콜리 너마저’ 노래 의 ‘유자차’ 들으며 봄날을 기다리는 녀자 를 여성환경연대 환경건강팀장 『지극히 적게』 책이 잘 나가고 있다. 바로 화장품에 라는 진실’ 적나라하게 밝혔지만 여전히‘립스틱 탑 파이브’ 이 목돈을 들이는 분들께 들려드리고 싶은 제목이다. 지극히 는 고가의 제품이 차지한다. 특히 한국에서 비싼 미국 화장 적게! 품 4위로 뽑힌 맥(MAC)의 매트 립스틱은 여기서는 올해 초 미국의 환경보건학술지에 시중에 판매되는 립스 27,000원이었는데, 미국에서는 17,000원이라는 사실! 틱과 립글로스를 검사한 결과가 나왔다. 검사한 32개의 모 허영과 브랜드를 버리면, 값도 저렴하고 건강에 좋은 화 든 제품에서 중금속이 나왔고 75%는 납을 포함하고 있었 장품이 눈에 들어온다. 예를 들면, 생활협동조합에서 판매 다. 이 중 절반은 사탕에 허용되는 납 기준인 0.1ppm을 초 하는 ‘자연의 벗’ 립스틱 ‘연지(고구마색)’ 보자. 촌스러 을 과했는데, 화장품의 납 기준은 20ppm으로 이보다 훨씬 높 운 이름과 패키지를 넘어서면 식물성 성분과 천연 성분으 다. 입술은 점막이 얇아 유해물질이 흡수될 수 있고 립스틱 로 노력한 립스틱을 만날 수 있다. 이나 립글로스를 바르고 지우면서 직접 먹기도 한다. 그래 서 피부에 바르는 화장품의 중금속 기준보다 립제품의 기 연지의 전성분: 유기농피마자오일, 유기농코코넛오일, 유기농호 준은 더 강화되어야 하지만 아직까지 그런 소식은 들리지 호바씨오일, 유기농쉐어버터, 쌀겨왁스, 칸데릴라왁스, 적색산 화철, 코치닐추출색소/정제수/폴리글리세릴-3리시놀리에이트, 않는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립스틱에 중금속이 들어있는지 검출 카나우바왁스, 티타늄디옥사이드, 흑색산화철, 토코페롤, 비사 볼올, 알란토인, 당근씨오일, 라벤더오일 시험을 준비하면서 백화점 1층 화장품 코너를 산책했다. 모 든 립스틱을 검사할 수는 없으니 2013년에 가장 많이 팔린 상위 5개 제품을 구입했는데, 모두 백화점에서만 살 수 있 P.S 해피빈에서 립스틱 중금속 검출시험비를 모금하고 있어요. 검출결과는 한 달 후 발표됩니다. 는 고급 브랜드였다. 그 중 1개만 빼고 모두 해외 브랜드였 으며, 손가락 한마디보다 작은 용량의 립스틱이 30,000원 을 넘었다. 헉스! 7,000원짜리 저가 립스틱과 37,000원짜 리 고가 립스틱 전성분을 살펴보았다. 한 영문의 화학성분과 인공 색소가 듬뿍 써져 있고 그 사이에 간혹 천 연오일이나 왁스가 보인다. 포장과 가격의 태평양 같은 차 이에 비해 성분 차이는 크지 않았다. 올해 초 자석팩, 성형 화장품으로 불리며 돌풍을 일으킨 고가의 수입 화장품에서 도 중금속 크롬이 다량 검출되었다. 비싸다고 좋은 화장품 이 아니라는 사실은 KBS의 ‘화장품회사가 알려주지 않는 22 여성들의 유해물질 없는 만점 환경 만들기 ‘여유만만’ ‘여유만만’ 여성이 일상생활에서 노출되는 유해화학물질과 은 건강 영향을 알리고 화장대, 욕실∙세탁실, 부엌, 방∙거실 별로 유해물질 노출 저감 방법을 소개하고 있어요! 여성환경연대와 이화여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과가 작업하고, 환경부, 국립환경과 학원에서 편찬했답니다. 여성환경연대 홈페이지(www.ecofem.or.kr) 자료실에서 파일 로 보실 수 있어요.
  • 23. 나의 아날로그 이야기 _ 추억의 편지 글 | 김은령 여성환경연대 회원, 똘이(강아지)가 받는 아빠의 사랑이 부러워 다음 생은 강아지로 태어나고 싶은 행복할 수밖에 없는 코스모스 이제는 직접 펜을 들고 글을 쓰는 것조차 귀찮을 만큼 디지털 기기들이 보급되어 있지만 유 선전화와 손 편지로만 연락이 가능했던 시절이 있었다. 불과 30년 전, 그때 나는 주로 방바닥 에 엎드려 친구들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편지를 썼고, 받는 것이 참 즐거움이고 기다림이었 다. 모든 것이 바쁘게만 변한 요즘 그런 추억들이 새록새록 그리워지곤 한다. 연말이 다가오면 혹시 통화를 못하면 어쩌나, 어른들이 받으면 어쩌지, 겁내고 설레면서 상 대의 집에 전화를 했던 그때를 기억하십니까? 그리고 나는 군대 간 애인(지금의 남편)에게 봉 투에 번호를 매겨 가며 날마다 안부 편지를 보내곤 했었다. 지금은 처리 곤란한(?!) 아련한 30 년 전의 연애편지를 무려 라면상자 한 박스 분량으로 간직하고 있지만... 문자나 △톡이 아닌 이 겨울 누군가에게 정성스런 손 편지를 받고 싶다. 아!! 기다리기 전에 올 연말 먼저 정성스레 쓴 사랑을 담은 손 카드를 먼저 보내보리라. 회원님들의 <나의 아날로그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내 용 : 오래 사용한 물건 등에 얽힌 추억, 소소한 이야기 등 짧은 사연과 사진 2장 �분 량 : A4 용지 10-15줄, 글자 크기 10포인트 �마 감 : 2014년 2월 20일까지(홈페이지 추후 공지) �주 소 : kwen@ecofem.or.kr 채택되시면 52호 소식지 <나의 아날로그 이야기>에 사연이 실리고, 감사의 마음을 담은 작은 선물을 보내드려요. Korean Women’s Environmental Network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며... 23
  • 24. 밑줄 긋는 여자 <플라스틱 바다>를 읽고 글 | 미오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점점 더 많은 플라스틱을 소비하는 것이 불편하던 중, 이 불편한 진실을 회피하지 않을 결심을 하게 됐다. 2011년 청소년들에게 제시할 교육 자 섭식 때문에 죽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료를 조사하다가,‘플라스틱 아일랜드’ 해양 동물의 플라스틱 섭식 문제 외에도 를 알게 되었다. 바다에 플라스틱이 군 플라스틱 쓰레기에서 발생하는 잔류성 락을 이루며 둥둥 떠다니는데, 크기가 유기오염물질 문제도 있다. 그 중 이 잔 호주만한 것도 몇 개나 있다는 것이었 류성 유기오염물질이 생산 공장 근로자 다. 인터넷에서 한 다국적 청소기업체의 의 노출에 맞먹을 만한 수준으로, 오염물 광고를 보았는데, 지속적으로 바다의 플 질과 관계없는 북서 그린란드 및 캐나다 라스틱을 수거하는 내용이었다. 당시에 의 토착민 거주지이라는 사실이다. 이 지 는‘효과적인 공익활동이다’ 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돌아보니 일 역은 눈에 띄게 남녀아 출산 비율이 편향되어 있는데 그린란드 종의 친환경을 표방한 마케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정보들을 북서부에서는 남아 1명 당 2명의 여아가 출생하고, 이는 모성의 알게 됐으면서도 바다에 왜 플라스틱이 있는지, 바다에 떠다니는 PCB오염과 상관성을 보인다고 한다. 산업화된 지역에서 가장 멀 플라스틱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다지 궁금하지 않았다. <플 리 떨어진 곳에 사는 사람들, 산업지역 주민들보다 더 오염된 원 라스틱 바다>를 읽고 보니, 지금까지 나는 플라스틱이 무엇인지 인은 바다에 있다. 이들은 플랑크톤으로 시작되는 바다 먹이사슬 도 몰랐구나 싶다. 의 최상단에 위치하기 때문에 플라스틱과 화학물질로 오염된 바 책의 저자는 친구들과 유유자적 항해를 즐기던 어느 날, 바람 다의 생물 축적을 여과 없이 드러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한 점 없는 무풍지대에 플라스틱 수프(저자는 수프 속에 있는 건 ‘플라스틱 아일랜드’ 처음 알았을 때 나의 소감은, 저자가 를 더기와 같다고 플라스틱 수프라고 표현했다)를 발견했다. 이를 플라스틱 바다의 문제를 파헤치고 드러내는 과정에서 만났던 수 계기로 플라스틱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플라스틱이 해양생태계 많은 사람들과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엄청나군요. 슬픈 일이네 에 미치는 영향, 플라스틱의 탄생배경부터 경제, 산업, 화학, 환경 요.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에 버려지지 않도록 노력해야겠어 을 넘나들며 광범위한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그의 활동기를 엿 요.’이 책을 읽고 난 후의 소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엄청나다. 보면서 미래 세대들이 겪게 될 현실과 불안을 가늠해볼 수 있었 슬프다. 한 가지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 쓰레기를 만드는 삶의 고, 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의 책임감이 느껴져 감사했다. 경제에서 벗어나야겠다는 다짐이다. 마지막으로 저자의 글을 인 플라스틱 문제는 일회용시대의 개막과 그 시작을 같이 한다. 용하며 마무리 하고자 한다. 저자는 일회용 시대 개막의 표상으로 우유배달을 이야기하고 있 는데, 내가 어릴 때도 우유는 유리병에 담겨 배달되었던 것으로 우리는 근본적인 모순에 직면해 있다. 기억한다. 우유병은 우유회사에서 다시 수거했는데, 저자의 말처 엄청난 부와 예상 못한 성장을 가져다준 이 경제 시스템은 삶과 노 럼 지금 보니 혁신적이고 친환경적인 시스템이라는 생각이다. 플 동, 충성심을 투자한 우리에게 건강한 지구를 되돌려주지 못한다. 라스틱은 심지어 종이로 보이는 시리얼 상자 안쪽에도, 분리수거 세계 무역은 현실이지만 우리가 지역 거래를 늘릴수록 일회용 포장 때마다 고민하면서 종이와 함께 버렸던 두유팩(테트라팩)도 포함 도 덜 필요하다. 되어 있다는 것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오염을 유발하며 성공을 누리고 있지만 멸망 직전에 놓여 있는 일회 플라스틱은 석유에서 유래한 탄화수소. 이 말은 플라스틱이 용 경제를 바꾸는 실용적 방법은 지역별 자립도를 높이는 것이다. 잠재적으로 유독성을 가진다는 뜻이다. 매년 약 10만 마리의 레 24 플라스틱 오염을 멈추는 세대는 끝없이 쓰레기를 넣어 쓰레기는 만 이산앨버트로스 새끼가 죽어간다. 그 중 40퍼센트가 플라스틱 드는 경제로부터 멀어진 세대일 것이다.
  • 25. 밑줄 긋는 여자 너에게 보내는 편지 - 영화 <노라노>를 보고글 | 잇지 나를 소개하는 게 늘 낯선, 자기소개서 기고가 길이 아닌 길을 가는 사람을 동경해 여성은 더 드물었을 테니까. 나를 이 왔어. 잘 닦인 길을 뿌리치고 험난한 해해주는 사람도 없고, 나도 나를 이 그곳으로 몸을 내던지는 사람들 말야. 해하기 힘든 상황. 이륙하는 미국행 사실 지금 가는 길이 내 길이 아니라고 비행기 안에서 20대 노라노는 어떤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잖아. 하지만 없 기분이 들었을까. 망망대해에 떨어진 는 길을 자신의 길로 만들어 가는 사람 기분, 사막을 홀로 걷는 기분, 혹시 들은 드물지. 그들은 어떻게 길을 낼 불안이라는 터널을 지나는 너와 나의 수 있었을까? 며칠 전 <노라노>라는 다 기분과 비슷하진 않았을까. 큐멘터리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생각 했어. 아직 질문은 대답을 찾지 못했 영화는 어린시절의 노라노부터 여 고, 대신 너와 나, 우리를 응시하고 있 든을 훌쩍 넘긴 현재의 노라노까지 었어. 보여주고 있어. 유독 초창기의 노라노 를 생각하게 되는 건, 그때 그녀와 내 이혼. 미국 유학. 패션디자이너. 모습이 자꾸 겹쳐보이기 때문일 거야. 1940년대 여성을 떠올렸을 때 저 단어 요즘 내 길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 들은 상상조차 못했어. 영화<노라노>를 보기 전까지는. 주인공 고 있거든. 훌륭하게 멋지게 자신의 길을 닦아온 노라노가 대단 노라노는 실존하는 한국 여성이야. 그녀는 1940년대 이혼을 했 하기도 하면서, 위인전의 어느 인물처럼 보이기도 했어. 불안, 고 패션을 배우러 미국 유학길에 올랐어. 귀국 후엔 한국에서 두려움, 주춤거리는 모습이 없는 영화 속 노라노에게서 자기계 숍을 내고 여성복을 만들었지. 여배우, 고관들의 부인, 여대생을 발서에 나올 법한 ‘성공한 여성’ 보는 듯한 느낌도 들었어. 영 을 비롯해 많은 여성들이 노라노의 옷을 입고 싶어했대. 영화 속 화의 특성상 연출자 기획에 맞춰 노라노의 삶 일부를 편집해 영 그녀는 진정 희대의 패션디자이너였어. 그런데 어떻게, 우린 여 화에 담았기 때문이겠지. 그래도 그녀를 동경의 시선으로 바라 태 노라노를 몰랐던 걸까. 시대를 앞선 그녀의 파격적인 삶보다 보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나봐. 그녀를 기록한 역사가 없다는 사실이 더 놀라웠어. 왜 아무도 그녀를 기록하지 않았을까. 한 여성의 삶은 역사라는 무게를 지 너는 어떤 노라노를 보게 볼까? 네가 옷에 관심이 많다면 멋 닐 수 없다고 본 시대 탓일까. 자칫 잃어버릴 수도 있었던 역사 쟁이 노라노를 보고 올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흘러도 어색하지 를 지금에라도 알게 돼서 참 다행이야. 않을 만큼 세련된 노라노의 메이크업에 놀랄지도 모르겠네. 옷 을 통해 욕망을 표현하고자 했던 발칙한 언니들을 만나 한바탕 노라노는 그 시대 여성에게 주어진 길을 뿌리쳤어. 그렇다고 웃게 될지도 모르겠고. 영화를 보고 입이 간질간질거리면 내게 그녀가 쉽사리 다른 길을 찾을 수 있었을 것 같진 않아. 노라노 연락해.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너와 함께 <노라노>에 대해 얘기 는 자신을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변명할 언어조차 갖지 못했을 하고 싶어. 영화를 빌미로 우리의 길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싶어. 거야. 그땐 여성주의라는 개념 자체가 한국에 없는 거나 마찬가 바람이 제법 날카로워졌어. 감기 조심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만 지였으니까. 그녀에게 다른 길을 보여줄 멘토나 롤모델도 없었 나길 바래. 을 거야. 이혼하는 여성이 드물거니와,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는 25
  • 26. 달팽이뉴스 여성환경연대 마을이야기_서울동북여성환경연대 초록상상 아빠 요리 대회_ 아빠들 요리솜씨 대박!! 글 | 도정아 신현초 에코맘 얘들아, 배추 뽑자! 글 | 박정남 면동초 에코맘 에코맘 모임에서 아빠 요리대회를 한다 해서 신랑을 설득설득(?)해서, 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상품인 압력밥솥이 탐나서 신랑에게 부탁했어 요.^^ 메뉴는 두부피자! 신랑이랑 딸을 협박해 연습도 시키고, 재료도 준 비했지요. 대망의 요리대회 날, 아침부터 치과에 다녀와서 진통제에 취해서 자고 있는 남편을 깨우면서, 가지 말까 하는 생각도 살짝 들었으나, 결심했으 니 출발! 중랑 여성인력개발센터가 동부시장 안에 있어 찾아가기가 어려 웠어요. 15분전에 도착했는데 다른 팀들은 벌써 거의 다 온 것 같았어요. 신랑과 딸을 격려해주고 재료도 정리해주고 드디어 시작! 요리대회가 진 행되는 동안 불안했어요. 남편이랑 딸아이가 요리를 거의 안 해봐서 다치 지는 않을까? 잘 끝낼 수는 있을까? 다른 아빠들의 요리 솜씨가 다들 장 난이 아니어서 은근히 걱정도 됐구요. 종료시간 다 되어서야 요리를 완성 했어요. 얼마나 다행스러웠는지... 심사위원 선생님들이 먼저 시식하고 그 이후에는 참가한 팀들이 서로 가을 텃밭의 매력은 이런 것인가 봅니다. 커다란 장미다발마냥 피어 있는 배추를 보며 탄성을 지르고 요리한 것을 먹어보고 투표를 해서 순위를 결정했어요. 두구두구두구~ 촉촉한 흙 사이로 살포시 나와 있는 발표 시간! 기대도 안했는데 울 신랑이랑 딸이 ‘건강아빠상’ 대상을 받았 무를 보며 그 속은 어떨까 궁금해지고 어요! 완전 대박! 사춘기인지, 오학년 되면서 부쩍 예민해진 딸아이가 이 번 대회를 통해서 조금은 아빠랑 가까워진 것 같아 좋았어요. 대회를 기 배추 잎의 따가운 감촉을 느끼면서도 획하고 준비해주신 많은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해요. 아이들이 자랄 줄서서 수확한 배추를 신나게 나르고 수록 아빠와 보내는 시간이 부족해서, 더 멀어지는 것 같았는데, 이런 기 땅에 박힌 무를 뽑으며 회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어요. 호기심과 탄성에 재잘 재잘~ 한껏 신이 난 아이들 가져온 봉지 가득 배추와 무를 담아 가는 뒷모습을 보니 가을걷이를 시작한 이후 가장 풍성한 하루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26
  • 27. 여성환경연대 마을이야기_서울남서지역모임 더초록 더, 초록과 함께한 3년, 그리고 2013년.... 우연히 지인의 소개로 함께 하게 된 오류초 천연화장품 만들기 수업, 그리고 이어진 만남으로 시작되어 달팽이뉴스 나에게 더, 초록은 더, 초록 개소에서부터 지켜보고 있다!가 에코맘 교육 프로그램을 계기로 (나의 시선이 느껴지는가? 흐흐흐~) 회원가입을 하고 한걸음 더 들여놓고 2년여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 시간의 흐름 속에서 나도 변화하고 주변도 변화하고 있었다. 그리고 2013년의 더 초록은 흡사 해빙기의 강물에 비유해도 될 듯하다. 글 | 조은아 얼어붙어 멈춰버린 듯 보이는 해빙기의 강물이 사실은 얼음 밑에서 봄을 준비하고 여전히 흐르고 있듯이, 우아한 백조의 자태를 유지하기 위해 물 속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는 두 다리처럼 숨 가쁜 한걸음 한걸음이었고, 잡고 걷던 엄마 손을 놓친 어린아이의 빈 손아귀 마냥 허전함을 움켜진 그런 시간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안다. 우리 모두가 그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변화하고 성장해왔다는 것을. 회의를 위해 커피숍을 점령하고, 건강팀 선생님들과 도서관에 모여 책을 찾아보고 정리하고, 에코리더팀과 공부하고, 이제 보따리안과 함께 공부하면서 조금씩 여물어가고 있음을... 그 정점은 뭐니뭐니해도 오류역 캔들나이트 행사가 아니었을까 싶다.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리 선생님들과의 공동작업, 그리고 장이정수샘과 지역단체들의 협조 등 일련의 과정 속에서 부족함을 넘어 훌쩍 성장한 우리를, 이제 일보후퇴 후 전진을 가늠해야 할 때이고, 늘 정답 없는 삶을 사는 것이 인생이라지만 그래서 늘 묻고 고민하고 헤맬지라도 바람직한 성장을 꿈꾸며 함께 걸어갈... 나에게 더, 초록이란 그렇게 더불어 손잡고 걸어갈 친구이다. Korean Women’s Environmental Network 또한 그렇게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바라볼 수 있었다. 27
  • 28. 달팽이뉴스 여성환경연대 교육활동가 이야기 환경건강 교육활동가모임 보따리안 모임지기 유정영 김민재, 이선임, 채은순, 함정희 ● 어려움 속에서도 빛을 발한, 어린이∙여성건강교육 ‘에코라이프로 건강을 지켜요!’ 첫째, ‘말랑말한 플라스틱 PVC’ 교육은 PVC 동영상도 제작되어 교육할 때 좀 더 쉽게 이 해시켜 반복의 효과도 있었어요. 중국집에서 쓰는 랩도 PVC에요. 흐르지 않도록 여러겹 으로 돌돌 말아서 오는 음식들 맛은 있을지 몰라도 건강에는 좋지 않아요. 그릇에 흠집이 나지 않게 살살 설거지하고 일단 플라스틱은 되도록 사용하지 않도록 주방에서 퇴출시켜 봐요. 두 번째, ‘달콤한 향의 비밀’ 향이란 엄마 뱃속부터 직접 맡지 않아도 엄마의 표정 로 느낌으로 아기는 전달받을 수 있으며 아기 때부터 인공향을 맡으면 위험성이 더 커지고, 특히 유아뿐만 아니라 성장단계의 청소년들은 많이 노출되면 아토피 피부염 뿐 아니라 비 염, 천식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요. 향 또는 냄새는 코하고도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인공향 을 많이 맡으면 예민한 코가 둔한 코가 되어 냄새를 못 맡을 수 있어요. 우리의 노력으로 향기송도 제작되었어요. 열심히 불러보고 전파시켜 주세요. 마지막 ‘머리가 나빠지는 전 자파’ 요즘 남녀노소 어디서든 쉽게 손에서 뗄 수 없는 핸드폰으로 많은 피해들이 속속 나 타나고 있어요. 핸드폰을 사용할 때 이것만은 꼭 지켜요. 되도록 통화는 짧게 하고, 전철, 버스 안,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사용을 자제해요. 다른 곳보다 7배 이상 전자파가 나옵니 다. 사업이 잘 진행될 수 있게 힘을 모은 보따리안 샘들 모두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12월의 문턱을 들어서는 마지막 2013년을 뒤돌아봅니다. 올해는 소통이라는 큰 의미로 서 로 알아가는 작업 등을 통해 다시 한 번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을 세심히 보려했고, 다가가려 했고, 틀린 것이 아닌 다름을 인정했던 기억이 지금도 기분 좋았던 일로 여겨집니다. 어린 이, 학무모, 교사들과의 만남으로 한층 더 성숙하고 발전했을 보따리안 샘들. 한 해 사업들 을 서로 이끌어주시고 보이지 않게 배려해주신 덕에 잘 마무리 되고 성과도 있던 해였습니 다. 보따리안 샘들~ 많이 고생하셨고, 깊이 감사해요! 생태텃밭 교육활동가모임 이랑고랑 모임지기 공경민 김미성, 노미진, 박영란, 조미순 ● 학교 텃밭 요상한 날씨! 배추 농사가 풍년이라는 기쁜 소식 뒤로 진딧물과 배추벌레까지 덩달아 풍년 이라는 사실에 바쁜 나날을 보냈습니다. 한 편으론 유기농 농사가 얼마나 힘든지 사람들이 알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아픈 허리를 붙들고 위안을 삼았으나 떠날 기미를 안 보이는 텃 밭의 벌레로 속 꽤나 태웠습니다. 언제나 풍년이여야 한다는 건 역시 욕심! 전교생들에게 배춧국을 먹이고 전도 부쳐 먹었으며 한 두 포기씩 집으로 가지고 갈 수 있었던 것만으로 도 만족! ● 공동체 텃밭 역시 요상시런 날씨! 쑥쑥 크는 배추가 쓰러질까 걱정한 것도 잠시 벌레가 슈퍼배추의 성장 을 멈추게 하는 사이. 부지런히 빗물 프로젝트 진행했습니다. 서울대 빗물 연구소 박사님께 강의도 듣고 머리 굴려 디자인도 해 보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옥상 계단식 상부 빗물 집수 시스템’ 이라고 이름 짓고 뿌듯했는데 그냥 ‘옥상 빗물통’ 이죠~ 시기상 ‘눈물통’ 될 가능 이 성이 큽니다. 김장의 계절! 문래동 옥상 텃밭 식구들과 주변 상인들, 예술가들이 모여 김장 잔치를 합니다. 이번 잔치의 하이라이트는 ‘김장독 묻기’ 입니다. 옥상에 김장독을 묻고 그 곳에 김치와 동치미를 저장할 계획입니다. 과연 성공 할 수 있을까요? 28
  • 29. 여성환경연대 교육활동가 이야기 달팽이뉴스 ● 병원 텃밭 11월 22일 텃밭 음식 나누기를 마지막으로 올 해 이대 목동 병원의 환우 텃밭을 마무리했 습니다. 3년 연속 함께하는 환우들과 의사, 간호사 선생님들이 함께 모여 마음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내년에는 좀 더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길 바라며. 대사증후군 건강안내자 애지중지 모임지기 공병향 김주희, 우선영, ● 찾아가는 건강교실 9월, 10월 건강교실 신청이 쇄도하여 무척 바빴습니다. 적은 수의 인원으로 각지에서 일 당백의 활약을 한 샘들 수고하셨습니다. 서대문 보건소 4회 연속, 생협 회원들, 젊은 엄 마들의 모임 등등. 북가좌 보건지소에서 연속 4회 진행된 수업에서는 들쑥날쑥한 출석 률이 아쉬웠으나 참가자들이 화학물질이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서는 이보라, 이선임, 처음 들었다는 반응에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채은순, 홍민자 조리실습 시간, 채식 재료만으로도 맛있는 김밥을 만들 수 있다는 것에 놀라워하고 그동 안 꼭 햄, 소시지, 계란, 어묵 등이 있어야만 김밥을 만들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며 실제로 만들며 즐거워했습니다. 자연요법도 아주 인기가 많은 실습이었는데, 사람들이 조금만 아프면 병원이나 약국으로 먼저 달려가기보다 내 몸의 자연치유력을 살려내서 스스로 이겨내기를 바라지만 방법을 몰라 그렇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가지라도 더 알려주고 싶어 항상 시간 초과를 멈추지 못하는 샘 들의 열정과 수업에 참여한 참여자들이 한 번의 교육이라도 각자의 삶의 자리에 돌아가 실천하여 달라지는 생활 습관으로 이어져서 보람으로 남기를 소망해 봅니다. ● 서대문 자활센터 애지중지 실천단, 도봉구 애지중지 실천단 하반기에는 서대문과 도봉구에서 2개의 실천단을 운영했는데 구성원에 따라 진행방식 을 달리 해야 하고 그 결과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을 배운 기회가 되었습니다. 실천단 진행을 하며 이론적인 접근보다 저희들과 같이 직접 실천을 해보는 것에 중점을 두고, 매회 같이 밥을 먹고, 운동을 하고, 화장품을 만들어 보는 시간을 가 졌습니다. 우리가 그들에게 주려고 했던 것은 물질적인 것보다 이제까지의 삶을 살펴 생 활습관이 있다면 바꿀 수 있도록 도와서 질병에 덜 노출되고 또한 이를 계기로 자신의 몸에 깊은 관심을 갖기를 바랐는데 예기치 못한 일에 부딪혀 안내자로서의 정체성에 대 해 깊은 고민이 들기도 했습니다. 다양한 경험이 모이고 체험으로 쌓인다면 더 좋은 길 자나 날로 여유로워진다는 느낌이 듭니다. 여성 건강에 대한 분명한 관점과 관심이 넓어 지고 깊어지고 있다는 증거일는지. ● 독서모임 바쁜 가운데서도 격주로 독서모임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를 올해 안으로 마무리하고 내년에 읽을 책을 미리 2권이나 정해 놓기까지 하는 열정을! 단 순히 진도를 나가기보다 그에 따른 실제 사례를 나누며 더욱 풍부한 삶의 지혜를 쌓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내용 없는 공허한 수다가 아니라 주제를 살리는 많은 이야기들이 피 Korean Women’s Environmental Network 잡이가 될 것이라 믿으며 두해 째 진행되고 있는 애지중지 활동을 통해 저희들이나 참여 와 살이 되어 나날이 성장하는 애지중지 샘들입니다. 29
  • 30. 달팽이뉴스 가을, 이렇게 보냈어요 서울의 유서깊은 텃밭 그리고 도심 속 텃밭공동 체를 찾아라! 텃밭비전투어 핸드메이드 소품들이 병원을 병원이 아닌 화사한 장터로 만 도봉산 자락의 무수골 오셨지요. :) 장을 보면서 노래도 듣고 가을 바람도 맞으며 주말농장, 먹골배로 유 행복한 순간을 보냈습니다. 이 날 마르쉐에서는 환우들께 명한 평화농장, 서울시 음식 재료와 조리방법에 대해 출전팀에서 친절하게 설명을 농업기술센터, 서초구 해주셨습니다. 물건보다 이야기와 사람의 얼굴이 오가는 마 의 화훼단지, 신정자연 르쉐 장터가 잘 만들어지고 있지요? 텃밭농원과 같은 서울 설거지와 행사부스, 안내 등을 도맡아주신 자원활동가 여러 의 유서깊은 텃밭 그리 분께 감사드립니다. 특별한 마르쉐는 이렇게 가을과 함께 고 옥상텃밭 홍대텃밭 깊어만 갑니다. 들었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쁘띠마르쉐@목동에 마실을 나 다리, 한강위 도시농업 공원 노들텃밭, 서울숲 “느리게걷기” 해방촌 커뮤니티 가든, 노원구 가을을 흠뻑 느끼 ‘한신에코팜 공동체’ 강동지역의 둔촌텃밭과 상일 공동체 , 기에도 좋은, 오랜 텃밭, 도시농업지원센터 안에 위치한 로컬푸드 매장까지. 다 기억을 담은 해방 양한 서울 한복판의 공동체텃밭들을 둘러보고 앞으로의 방 촌의 구석구석을 향도 모색해 보았습니다. 함께 걸은 사람들, 도시에서 농사를 짓는 이들은 텃밭농사를 통해 재주를 나누 삶의 이야기를 솔 며 새로운 상상력을 키우기도 하고, 이웃을 만나며 따뜻한 직하고 담백하게 공동체를 만들기도 하고 있었습니다. 이 모든 실천은 일상 전해준 순수청년 하람, 모든 것들이 이르게 시작한 주말 아 과 지구에 건강한 변화를 만들어내는 일이기도 합니다. 침을 보상해줍니다. 피란민들의 정착, 산업화 속에 일자리를 2013년 한해의 마지막 텃밭투어를 마치며. 각자의 자리에서 찾으러 온 사람들의 터전이 된 곳, 지금은 다양한 국적의 사 열심히 일상을 일구며 녹색 상상을 실천하고 계신 모든 분 람들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내는 해방촌. 그곳에서 피어 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나는 이야기들에 마음이 향하고 발걸음이 향합니다. 목적과 수단에서 해방되어 마음가는대로 골목길을 누비는 슬로우 옥상정원의 만추를 즐긴 쁘띠마르쉐@목동 ‘마르쉐@’ 이대목동병원에서 환우를 위한 특별한 마르쉐 가 라이프의 첫걸음, 혼자 걸어도 좋고 함께 걸어도 좋은 느리 게걷기로 초대합니다. 를 열었습니다. 총 13팀의 출전팀이 환우들에게 도움이 되 는 건강한 음식을 선보였으며, 오감을 자극하는 수공예팀의 학교텃밭활성화와 지속가능성을 위한 토론회 학교텃밭이 어떻게 하면 지속가능할 수 있을지 현장의 경험 과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듣고 나눌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토론회를 기획했던 취지는, 2007년부터 지금까지 학교텃밭 을 가꾸고 교육해왔는데 텃밭교육의 현장성, 장기성, 유동성 등으로 인해 들이는 품과 정성은 많지만 교사순환제, 예산 등 여러 이유로 해마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습니다. 그럼에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