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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18       2008년   1월   1일 화요일   나                                                                                                                    제27065호         조선일보 신년특집



 조선일보-경희대 공동기획

새로운
문명이 온다
                                                  국경과 이념 가로질러 共生의 북소리를 울려라
 참여교수 프로필                           교수 12명 세계 곳곳에 파견‐ 이달 중순부터 10회 연재
         김용학 교수(55)              새로운 문명이 온다. 갈등과 반목, 무절제한 자유와 획일적인 평등을 넘어 인류의 평화와 공존을 이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루는 신(新)문명은 21세기 우리에게 곧 다가온다. 종교₩국가₩종족₩언어의 차이를 넘어 인간 모두가 행
         미국 시카고대 박사
                                복한 삶의 공동체를 만들고 있는 새 문명의 징후들은 이미 세계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경
         조직사회학
                                희대(총장 조인원)와 공동으로 신년기획‘새로운 문명이 온다’ 연재한다. 정치₩경제, 사회₩문화, 과
                                                                    를
                                학₩예술 등 다양한 분야를 전공한 교수 12명을 새해 벽두 세계 구석구석에 집중 파견, 지구촌에서 벌
         김학민 교수(46)
                                어지고 있는 새로운 문명의 현장을 직접 답사한다. 1월 중순 첫 보고를 시작으로 10회에 걸쳐 독자 여
         경희대 예술학부 교수
         미국 텍사스 오스틴대 박사
                                러분들을 새 문명의 현장으로 안내한다.
         오페라 연출
                                새로운 문명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 발상의 전환과     식민통치를 받은 핀란드는 모든 사람을 공동체의 일
         박용승 교수(44)
                              실천적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서로 의존하는 인       원으로 받아들이고 자기 역할을 다할 수 있는 사람으
         경희대 경영학부 교수          간’ 발견, 사회통합을 지향하는
                                 의                 ‘공화민주주의’ ,
                                                            ‘사  로 만들어야 했다. 서로 의존적인 공동운명체를 건설
         미국 미네소타대 박사          회적 책임’ 다하는 자본주의, 사회문화적 차이들의
                                      을                         하기 위해 복지가 필요했으며, 이것이 상호협력을 통
         인적자원관리              ‘가로지르기’    와‘융합’ 통해 새 문명은 피어난다.
                                              을                 한 성장을 가능하게 했던 것이다.
                              ◆’ 호모 레시프로쿠스’ 탄생 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자본주의
         염재호 교수(53)             새로운 문명은 새로운 인간의 탄생을 전제로 한다.      자본주의는 20세기 들어 심대한 도전을 겪었다. 자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신으로부터 인간의 해방을 부르짖은 근대는 생각하        본의 지배는 빈부격차를 더욱 벌려, 못 가진 자들의
         미국 스탠퍼드대 박사          는 인간, 즉‘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에서  전체적인 거부를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평등을 강조
         산업·통상정책              인간의 주체성을 찾았다. 그러나 이는 자기중심적 사      하는 사회주의(공산주의) 또한 인간의 본성과 역사
                              고의 팽배, 이기심의 발호, 타인에 대한 지배와 같은     의 동력을 잘못 이해한 나머지 결국 1990년대 최후
         이관수 교수(42)           부작용을 낳았다. 19세기엔 노동과 실천행위가 중요      를 맞이하고 말았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폐해는 여전
         동국대 교양학부 교수          하다는 인식이 퍼졌다. 노동하는 인간‘호모 파베르       히 심각하다.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었고, 국가간의 격
         서울대 박사
                              (Homo Faber)’ 생각하는 인간에 대한 반성에서
                                           는                    차는 날로 확대되고 있다.
         과학기술사
                              나왔다. 그러나 노동하는 인간 역시 그 성과를 타인과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빌 게이츠는 사회적 책임을
                              공유하기보다 자신의 이기심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다하는 자본주의를 강조한다. 세계 제일의 갑부인 게
         이동수 교수(48)
                              전개됐다.‘호모 사피엔스’     와‘호모 파베르’모두 타  이츠는 2000년 부인 멜린다와 함께 게이츠재단을 만
         경희대 NGO대학원장
                              인에 대한 배려와 공생에 대                                  들어 자신이 번 돈을 사회에
         미국 밴더빌트대 박사
                              한 생각이 부족했다. 21세기                                 환원하고 있다. 처음 1000억
         정치사상
                              새로운 문명은 무엇보다 서
                                                    지난 세기                      원의 출연금으로 시작된 게

          이상욱 교수(39)
                              로 의존하는 인간, 즉‘호모       배려와 공생의식 부족‐               이츠재단은 그 후 2년 만에 2
          한양대 철학과 교수
                              레시프로쿠스(Homo Reci-                                조원, 그리고 또 다른 세계적
          영국 런던정경대 박사         procus)’ 탄생을 필요로
                                      의             다른 문화 긍정하는                 갑부인 워런 버핏으로부터
          과학철학                한다.‘호모 레시프로쿠스’                                   30조원을 기부받아 이제 무
                              는 상대와 경쟁하지만 상대        창의적인 융합의 길 나서야             려 34조원의 재원을 갖고 있
          장인성 교수(51)          에 의존하고 협력하지 않고                                   다. 오늘날 자본가들은 이윤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         는 자신도 존재할 수 없는 인간을 말한다. 근대는 인     을 극대화하면서도 그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여 자본
          일본 도쿄대 박사           간을 해방시켰다. 하지만‘자기중심적 휴머니즘’       만 주의의 건강성을 회복시키고 있다.
          국제정치                으로 인류의 해방은 요원하다.‘호모 레시프로쿠스’ ◆서로 다른 문화의 가로지르기와 융합
                              가 요구되는 이유이다.                       새로운 문명은 종교와 예술 분야도 비켜가지 않는
         전영백 교수(44)           ◆민주주의를 넘어 공화주의로                   다. 지금까지 20세기 문명은 자기 문명권 내에 안주하
         홍익대 예술학과 교수            한국은 1948년 건국 이래 9번의 헌법개정을 거치    면서 다른 생활방식을 이해하지 않고 자신의 우월함
         영국 리즈대 박사            면서도‘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라는 제1조 제 만 주장했다. 기독교와 이슬람 문명처럼 극단적으로
         미술사
                              1항의 규정을 바꾼 적이 없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상  충돌하거나, 서구문명의 보편성을 전제로 다른 문화
                              당한 정도의 민주주의를 성취했지만, 여전히 자신의       권을 정복하는 문화제국주의 양상을 띠었다. 하지만
         정윤재 교수(55)           권리만 주장하고 공동체를 파괴하는 이기적인 민주        이젠 다양한 문화의 가로지르기와 융합만이 풍요로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주의에 머물러 있다. 계층간₩노사간₩지역간₩세대간       운 삶을 가져온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공연
         미국 하와이대 박사
                              갈등은 오히려 증폭되었다. 민주화는 정치발전의 필       예술 분야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현대 공연예술은 장
         정치리더십
                              요조건이기는 하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충분조건        르들을 섞는‘종합예술’ 지향한다. 그 첨단에 프랑
                                                                               을
                              은 민주를 바탕으로 사회통합과 공동체 조화를 이루       스‘태양극단’ 설립자이자 아방가르드 연출가인
                                                                          의
         최재천 교수(54)
                              는‘공화(共和)’   에서 이루어진다. 한국은 그동안 헌   아리안느 므누슈킨이 있다. 러시아계인 그녀는 서양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
         미국 하버드대 박사
                              법에 적시된‘민주’ 이념은 충분히 반영했지만,
                                             의                  과 동양문화의 융합을 시도하고 있다. 그녀는“서양
         사회생물학               ‘공화’ 덕목을 실천하는 데는 미숙했다.
                                   의                            연극의 형태로는 더 이상 관객을 감동시킬 수 없다”
                                핀란드는 복지를 통해‘공화’ 추구하고 있는 대
                                                   를            고 말한다. 뮤지컬 ‘라이온 킹’ 연출한 줄리 테이머
                                                                                   을                                                                                        새로운 문명이 다가온다. 갈등과 반목을 넘
                              표적인 나라다. 헬싱키대 파트리크 스케이닌 행태과       역시 서구전통 양식인 뮤지컬에 인도네시아 인형극                                                                                  어 인간 모두가 행복한 삶의 공동체를 만
         홍성욱 교수(47)                                                                                                                                                         들고 있는 새 문명의 징후들은 이미 세계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학대학 학장은“모든 사람이 서로 협력하지 않으면        과 아프리카 민속음악 등을 창의적으로 융합함으로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세계 최대 공연
         서울대 박사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인식이 복지제도를 만들었       써 대성공을 거두고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다.                                                                                기업‘태양의 서커스’공연에서 출연자들
         과학기술사                으며, 이것이 바탕이 되어 고도성장을 가져왔다”      고 새로운 문명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우리 곁에                                                                                이 하늘로 비상하는 몸짓을 하고 있다.

                              말했다. 척박한 토지에 오랜 기간 스웨덴과 러시아의      와 있다.   이동수 경희대 NGO대학원장₩정치사상
                   <가나다 순>




                                                                                                                                                                                       21세기
12인 학자들이                                                                                                                                                                               호모 레시프로쿠스
                                                                                                                                                                                       Homo Reciprocus
                             인간 종류의 진화                                                                      100

진단하는                                                      고대                   중세            17세기                   18세기                19세기               20세기                        상호 의존하는 인간
                                                          호모 루덴스               호모 아베우        호모 사피엔스                호모 에코노미쿠스           호모 파베르             호모 폴리티쿠스                    호모 심비우스
                                                          Homo Ludens          Homo Aveu     Homo Sapiens           Homo Economicus     Homo Faber         Homo Politicus              Homo Symbious

문명의 새 물결                                                  놀이하는 인간              고백하는 인간       생각하는 인간                경제적 인간              노동하는 인간            권력적 인간                      공생하는 인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새로운 문명’        새로운 기업의 모습을 진단한다. 김용학 연
의 징후를 탐색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전      세대 교수(사회학)는 수많은 네티즌이 만들
                                                                        인류는 지구 생태계의 막둥이‐          거대한 혼혈인종으로 거듭난다
공 교수 12명이 1월 초 집중적으로 세계를     고 있는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 작    의
누비고 독자 여러분께‘새로운 문명’ 현 의      업을 통해‘집단 협동’ 이라는 생산방식이 새                    ‘거의 모든 것의 역사’ 저자 브라이슨은 46억년 지
                                                                                         의                          이 같은 혁명의 시대를 거치며 역사의 헤게모니는 어느         후반부터 일기 시작한 세계화의 물결이 거대한 파도가
장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로운 문명의 씨앗이 될 가능성을 탐색한다.                    구의 역사에서 우리 인류가 얼마나 최근에 등장했는가를             덧 동양에서 서양으로 이동했고, 제국주의와 민족주의 그          되어 21세기를 삼킬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예측을
 이동수 경희대 교수(정치사상)는 개인의        이제 과학기술은 단순히 경제동력을 얻기                     이렇게 설명한다.“두 팔을 완전히 펴고, 그것이 지구의            리고 자유민주주의가 때론 차례로 또 때론 한데 뒤엉켜           문화와 문명의 차이로 분석해본다. 문화는 원래 문명보
자유를 존중하면서도 공동체의 조화를 추구       위해 발전시켜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                   역사 전체를 나타낸다고 생각해보는 것이다…. 인간의              일어난 격동의 19세기와 20세기를 거친다. 역사학자들은         다 더 큰 개념이었다. 예전에 이 세계는 몇 개의 거대 문
하는 공화주의 현장을 찾아간다. 핀란드의       을 위한 과학이어야 한다는 패러다임으로 전                    모든 역사는 손톱줄로 손톱을 다듬을 때 떨어져 나오는             흔히 1905년‘피의 일요일’사건으로 촉발된 1917년 러        화권으로 나뉘어 있었고 각각의 문화권마다 크고 작은
의회 및 교육현장을 통해‘공화’ 가능성
                    의        환하는 순간에 있다. 홍성욱 서울대 교수(과                   중간 크기의 손톱 가루 한 알 속에 들어가버린다.”              시아혁명에서 1989년 베를린장벽의 붕괴와 1991년 소련        문명들이 흥망성쇠의 역사를 거쳐왔다. 하지만 나는 이
을 발견하고, 공화주의 철학자 모리지오 비      학기술사)와 이상욱 한양대 교수(과학철학)                     지구 생태계의 막둥이 우리 인간을 만물의 영장으로 만            의 해체에 이르는 20세기를‘이념의 세기’ 규정하지
                                                                                                                                             로            제 전세계가 하나의 거대문명 또는 메타문명(meta-civ-
롤리 프린스턴대 교수 인터뷰를 통해 공화       는 시민을 위한 과학을 연구하고 실천하는 네                   들어준 두 사건으로 흔히 농업혁명과 산업혁명을 꼽는다.            만, 과학자인 나는 이 두 세기를 애써 구별하지 않는다.         ilization)으로 묶이고 그 안에 수없이 다양한 문화 유형
의 진정한 의미를 전달한다. 정윤재 한국학      덜란드 라테나우 연구소를 찾아가 과학기술                     지금부터 약 1만년 전에 일어난 농업혁명은 우리 인간에            왜냐하면 궁극적으로 탈이념의 근거를 마련해준 과학은            들이 탄생과 죽음을 거듭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앙연구원 교수(정치리더십)는 북아일랜        발전의 방향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 최재                    게 부의 축적을 허락하며 폭발적인 인구 증가의 발판을 마           19세기와 20세기를 거치며 꾸준히 발전해왔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 시대를‘혼화(混和)의 시대’ 정의한다.
                                                                                                                                                                                      로
드 벨파스트의 종교분쟁현장을 탐방하고,        천 이화여대 교수(사회생물학)와 이관수 동                    련해 주었다. 그러나 거의 800년 동안이나 이어온 농경의            철도와 증기선의 발명으로‘80일간의 세계 일주’ 가 가        모든 게 섞이고 있다. 서로 다른 과학과 기술이 섞이고
장인성 서울대 교수(국제정치)는 일본의 공      국대 교수(과학기술사)는 분과학문의 경계를                    역사는 18세기 중반 산업혁명에 의해 급격한 도시화로 이           능해지더니 1895년에 자동차, 그리고 1903년에 비행기가       문화가 섞이고 피가 섞이고 있다. 나는 이러한 변화를 매
동체 연구자들을 만나 동아시아‘트랜스 내       넘어 ‘통합 학문’ 추구하는 미국의 학문 현
                                       을                                어진다. 약 5만년 전 비교적 정교한 도구를 제작하기 시작          발명되면서 세계는 더 작아졌고, 1837년 모스 통신, 1876     우 긍정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어느
셔널’공동체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장을 찾는다. 전영백 홍익대 교수(미술사), 김                 한 인간이 드디어 제품의 대량생산에 성공한 사건인 산업            년 전화와 1890년대 무선통신의 개발로 이제 세상은 아         한 국가가 독자적으로 거대한 문명을 일으켜 세울 필요가
 염재호 고려대 교수(행정학)는 기업의 사      학민 경희대 교수(오페라연출)는 미술과 오                    혁명은 표면적으로는 제조업의 혁명이었다. 하지만 이어             예 하나가 되었다. 일군의 사회학자들이 제3의 혁명으로          없어졌다. 이미 세계는 하나의 거대한 문명네트워크로 연
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는 미국  ‘게이츠 재    페라₩뮤지컬 등 예술분야에서 서로 다른 장                    서 벌어진 두 정치혁명, 즉 미국혁명(1775년)과 프랑스혁         규정하는 정보혁명은 급기야 그 최근 발명품인 휴대전화           결되고 있다. 게임의 법칙은 이제 그 속에서 누가 더 독특
단’ 방문하고, 박용승 경희대 교수(경영학)
  을                          르가 관통하는 새로운 예술의 흐름을 진단한                    명(1789)에 비춰볼 때 산업혁명은 사실 영국식 사회혁명이         와 인터넷으로 북한의 고립 문명 체제마저 무너뜨리기            하고 전염성 높은 문화를 만들어내는가를 묻고 있다. 열
는 인간의 가치를 경영에 응용하고 있는 기      다.       이한수 기자 hslee@chosun.com           었다. 그래서  ‘인간 등정의 발자취’ 저자 브로노우스키
                                                                                              의                   일보직전이다.                                 린 마음으로 새로운 문명을 품어야 한다.
업인 미국‘멘스 웨어하우스’ 찾아 21세기
                 를                          ☞ 동영상 chosun.com            는 이 세 혁명을 한데 묶어‘삼각 혁명’  이라 부른다.             우리는 이미 21세기의 첫 7년을 보냈다. 나는 20세기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
조선일보 신년특집            제27065호                                                                                                     2008년    1월   1일 화요일   나          A19

                                                                                                                                                              경희대-조선일보 공동기획

                                                                                                                                                             새로운
             21세기는 경계 없는 통합 학문3의 시대                                                                                                                         문명이 온다
                                                     새로운 문명 모색하는 세계의 연구 기관들
                                                       “새로운 문명은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그 속에서 새로운 휴머니
                                                                                                                                     1스스로를 비평하는 자세에서
                                                     즘을 발견하려는 인간의 노력 여부에 달려 있다.”
                                                        지난달 19일 독일 에센 문명연구소(KWI₩Kulturwissenschaftliches                              새로운 인간성이 만들어진다2
                                                     Institut)에서 만난 요른 뤼젠(70₩Joern Ruesen) 연구소장은“지금 지구
                                                     는 갈등과 반목에 있다. 열쇠는 인간이다. 우리는 모두 인간이기 때문에 종
                                                     교₩지역₩국가₩종족의 차이를 뛰어넘는‘타협할 수 없는 것의 타협 가능                     요른 뤼젠 독일 에센 문명연구소장                    —너무 당위적인 말이다. 현실적으로 어떻게 가
                                                     성’ 가지고 있다” 말했다.
                                                         을            고                                                                               능한가.
                                                        에센 문명연구소는 1998년 공산주의가 최종적으로 몰락한 이후, 다가올                “‘우분투(ubuntu)’   라는 말이 있다. 휴머니즘        “독일은 역사적으로 인류문명에 내놓을 훌륭한
                                                     새로운 문명을 연구하기 위해 설립됐다. 보쿰대, 도르트문트대, 에센-두                  에 해당하는 아프리카 말이다. 우리 모두 인간이              작가와 철학자들이 있다. 그러나 동시에 제국주의
                                                     이스부르크대 등 3개 대학이 연합해 설립했지만, 연구재원은 모두 독일                   라는‘인간의 가치’ 전제되지 않으면 새로운
                                                                                                                              가                       와 제2차 세계대전의 학살을 저질렀다. 독일은 교
                                                     정부에서 지원을 받는다. 1920년대 세워진 3층짜리 전기회사 건물을 개조                문명은 결코 오지 않는다”                          과서에 이런 사실을 기록했다. 그 결과 더 많은 것
                                                     해 연구실과 콘퍼런스룸, 방문 연구자들의 숙소를 마련했다. 지금은 중국                    독일 에센 문명연구소를 창립 때부터 10년간 이            을 얻었다. 일본은 자신의 어두운 그림자를 스스
                                                     ₩일본₩인도₩남아공₩멕시코 등 여러 나라의 학자들과 함께‘문명 간 협력                  끌고 있는 요른 뤼젠 소장은      ‘새로운 휴머니즘’   을     로 감추고 바꾸려 하지 않으니까 갈등을 변화시
                                                     하는 인류’    ‘유럽 휴머니즘 비판’     ‘휴머니즘과 종교’  ‘휴머니즘과 경제’        인터뷰 내내 강조했다. 그는      “다른 것을 다르다는        키지 못한다. (일제 식민지로 고통을 겪었지만) 그
                                                     ‘휴머니즘과 교육’      ‘탈휴머니즘의 도전’등 6개 주제로 연구를 진행하고             시각으로 보기 때문에 갈등이 비롯된다. 인간성의              래도 한국이 해야 할 일은 일본의 범죄를 용서하
                                                     있다. 상주 연구원은 25명 안팎이지만, 콘퍼런스와 학술회의에 참여하며                  본질을 제대로 알고 문화적 차이를 새로운 것으로              는 것이다. 용서할 때 새로운 관계를 정립할 수 있
                                                     공동 연구하는 학자는 100여명에 달한다. 뤼젠 소장은“세계 각국의 석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하다” 말했다.   고                다. 북한이라는 곳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
                                                     학들을 6개월간 초빙해서 공동연구를 진행한다. 단순히 학술 연구에 그                   —새로운 문명은 어떤 모습인가.                       는 전체주의 국가이며 감옥과도 같은 곳이다. 하
                                                     치는 것이 아니라 강연회와 심포지엄, 교육과 출판을 통해 세계적인 네트                   “먼저 새로운 인간성을 발견해야 한다. 학술대              지만 한국은 북한과 물리적 접촉뿐만 아니라 정
                                                     워크 형성에 노력하고 있다” 말했다.    고                                회 같은 곳에서는 보통 동양과 서양의 차이만을               신적으로 가까이 하려는 시도를 해야 한다. 그것
                                                        세계는 지금 공존과 공영을 위해 협력하는 인간의 새로운 문명을 모색                 이야기한다. 동양은 전체를 추구하고 서양은 개               이 정치적인 휴머니즘이다.”
                                                     하고 있는 중이다. 미국 뉴멕시코주 산타페 연구소(Santa Fe Institute)는         인주의이며, 서양은 물질주의인 반면 동양은 그               —종교 간의 갈등은 새로운 문명의 걸림돌 아닌가.
                                                     근대 분과학문의 경계를 넘는‘통합 학문’ 연구를 통해 새로운 문명의
                                                                                     의                        렇지 않다는 식이다. 그러나 우리는 같은 인간이              “일본에서 10여 년간 선불교를 공부하고 깨달
                                                     가능성을 탐색한다. 물리학₩생물학₩컴퓨터학 같은 과학 및 기술분야, 환                  라는 공통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스스로를 비              음을 얻은 70세 된 독일 가톨릭 신자 이야기가 독
                                                     경₩정치₩경제 같은 인문사회과학 영역을 아우르는 통합 학문의 정립을                    평하지 않고 남만을 비평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               일 신문에 난 적이 있다.‘당신은 이제 불교도가
                                                     위해 40여명 연구진이 공동연구를 펼치고 있다. 물고기 무리의 행동 양                  생한다. 스스로를 비평하면 자기 안의 미개함을               되었는가’ 라고 묻자 그는 ‘선불교를 통해 진정한
                                                     태에 대한 연구를 통해 주식 투자가들의 행동에 대한 통찰을 제공하고,                   발견할 수 있다.”                              가톨릭 신자가 됐다’ 했다. 나는 이것이 서로
                                                                                                                                                                   고
                                                     개미의 행동 양태를 분석하여 새로운 노사관계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식                    —당신이 말하는‘새로운 인간성’ 어떻게 만     은           다른 종교를 극복한 사례로 본다. 독일 마인츠 성
                                                     이다.                                                      들 수 있나.                                 당의 한 성직자는‘무슬림에게 말하는 그리스도
                                                        2000년 남아공에 설립된 스텔렌보쉬 연구소(The Stellenbosch Insti-       “인간의 어두운 면을 확연히 밝혀놓지 않으면               인들’ 이란 주제로 설교를 했다. 오케스트라가 연
                                                     tute for Advanced Study)도 자연과학과 인문사회과학을 통합하는 연구          새로운 인간성을 발견할 수 없다. 내 안에 인간성             주할 때 한 가지 악기만 연주한다면 음악이 될 수
                                                     를 진행하고 있다. 빈곤과 보건위생 같은 아프리카의 지역적 문제에 실질                  이 있는 것과 동시에 비인간적인 인간성(Die un-           있겠는가, 다양한 악기가 연주될 때 훌륭한 음악
                                                     적으로 도움이 될 연구를 하면서도 각 분야 첨단지식의 교류와 융합으로                   menschliche Menschlichkeit)이 있다는 인식     이 되지 않느냐 하는 내용이다. 종교의 다양성은
                                                     ‘새롭고 종합적인 학문’ 탐색한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라테나우
                                                                          을                                   을 가져야 한다. 인간의 어두운 그림자를 드러낼              결코 새로운 문명의 적이 아니다.”
                                                      연구소(Rathenau Institute)는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우리의 일상적인           때 새로운 인간성이 드러난다. 그래야만 새로운                              에센(독일)=이한수 기자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는 대표적인 연구소다. 급격한 기술변                  문명을 이야기할 수 있다.”                                         ☞ 동영상 chosun.com
                                                      화가 인간의 삶의 양식과 사회구조 전반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분석
                                                      한다. 1986년 설립된 이후 매년 세계에서 주목하는 각종 보고서를 내고
                                                      있다.
                                                        미래의 전망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는 국가의 실질적인 발전을 가져오
                                                      기도 한다. 복지와 성장을 동시에 달성하고 있는 북유럽 국가 핀란드는
                                                      새로운 환경에 대처하는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의회 산하에‘미래 위원
                                                                                                               시작 단계에 들어선 국내의 문명 연구
                                                      회’ 두고 있다. 목재를 팔던 기업‘노키아’ 세계적인 IT기업으로 발
                                                         를                             를
                                                      전시킨 동력은 미래위원회의‘선택과 집중’전략 때문이다. 부(富)의 편                   국내의 문명 연구는 이제 시작 단계에 들어서고            진행 중이다. 올해에는 새로운‘미래 대학’ 디       을
                                                      중과는 관계없이 동등한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핀란드의 명품 교육 역시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2005년부터 3년째‘문           자인하는 데 역점을 둔다는 계획이다.
                                                      미래 진단을 통해 인재를 활용하는 전략에 입각해 있다. 석사학위를 주고                 명과 평화’국제 포럼을 개최하고 있는 중이다.              경희대는 2005년‘네오 르네상스 문명원’ 설      을
                                                      교사가 될 자격을 부여하는 헬싱키대 응용교육학과는 인기가 높아 매년                  “다양한 문명 간의 대화를 통해 지구 위의 모두가            립하고 민주화₩산업화₩과학화라는 근대 문명의
                                                      경쟁률이 10대1을 넘는다. 지난해에도 2061명 지원자 중 10%에 불과한              평화롭게 더불어 사는 방안을 모색한다” 취지
                                                                                                                                     는              바탕 위에서‘평화와 공영’ 새로운 문명을 연
                                                                                                                                                                          의
                                                      211명만이 합격했다. 그러나 누구도 교육불평등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를 내세웠다. 세계석학 초청강연, 국제 포럼 개최           구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핀란드 헬싱키대 연구실에서 만난 유하니 히토넨(Juhani                등을 통해 평화로운 공존의 문명을 탐구하고 있다.            매년‘UN 평화의 날 학술회의’ 개최하고 세 를
                                                      Hytonen) 학과장은“핀란드는 누구나 동등한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지                 서울대는 김광웅 교수(행정학)를 중심으로 지             계 NGO(비정부기구) 단체들과의 네트워크를 만
종교와 민족, 국가와 언어의 차이는 더 이상 갈등의 요소가 아니다. 문화의 다양성은 새로운    만 결과의 평등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 떨어진 사람도 시스템 때문에 떨                 난해‘미래학문을 위한 범대학 콜로키엄’ 4차을             들어가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 2009년에는‘세계
문명의 적이 아니라 삶의 가치를 풍요롭게 해주는 자원이다. 수많은 익명의 프로그래머들       어졌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말했다. 경쟁에서 실패하더라도 필요한
                                                                              고                               례 개최했다. 과거의 분과학문은 융합학문으로 발            시민 포럼’ (World Civic Forum)을 열고 세계 석
이‘집단 협동’ 통해 만든 컴퓨터 운영체제 리눅스(위), 종교분쟁으로 도심에서 자동차가
         을
불타고 있는 북아일랜드 벨파스트(가운데), 신기술을 실험하고 있는 핀란드 기업 노키아의
                                                      곳에 다시 인재를 활용하는 공생의 사회체제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전한다는 점, 융합학문은 미래의 일이지만 과거에            학들이 참여하는 학술원을 구성한다는 원대한 계
연구실(아래).                                                           에센(독일)₩헬싱키(핀란드)=이한수 기자 hslee@chosun.com    도 사례가 발견된다는 점에 중점을 두고 연구를             획도 짜놓고 있다.                  이한수 기자
조선일보              제27088호                                                                                                                               2008년   1월 28일 월요일   다         A21

             조선일보-경희대 공동기획

             새로운
             문명이 온다                   1핀란드, 복지와 성장의 균형 통해 사회통합 만들어가2
       [1] 민주주의의 위기, 이제는 공화주의다
                                                                                                                        민주주의       평등 중시하고 민중의 정치참여 강조
   조선일보는 경희대학교와 공동으로 기획한‘새로운 문명이 온다’시
  리즈를 연재한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이화여대, 홍익대, 동국대, 한
  국학중앙연구원 등 유수 대학에서 정치₩경제, 사회₩문화, 과학₩예술 등
                                                                                                                        공화주의       공동체 조화위해 소수의 권익도 관심
  다양한 분야를 전공하고 있는 학자 12명이 취재진이 됐다. 이들은 새로
  운 문명의 도래를 보여주고 있는 현장을 직접 찾아가 그곳에서 벌어지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3                   의’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면서 개인의 권익 보
                                                                                                                                                           는
  신(新)문명의 징후를 생생한 르포와 인터뷰를 통해 중계한다. 대학교수                                                                              헌법 제1조 제1항의 규정이다. 한국은 1948년 건      호에 집중했다. 반면‘민주주의’ 평등을 중시하
                                                                                                                                                                             는
  들이 신개념 르포기사를 선보인다.                                                                                                 국헌법에서부터   ‘민주’ ‘공화’ 최고의 정치적
                                                                                                                                   와    를                면서 민중의 정치 참여를 강조했다. 하지만 오늘날
                                                                                                                     가치로 여겨왔다. 그동안 9차례의 헌법 개정을 거         왜곡된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는 방종하고 자기 자
                                                                                                                     치면서도 이 조항은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여기         신만 위하는 자유로 타락하거나 획일적인 평등으
  헬싱키(핀란드)=이동수 경희대 NGO대학원장
                                                                                                                     서‘민주’  란‘인민 주권’‘권력 분립’‘다수의 지        로 전락하여 공동체의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과거에 집착하지 않                                                                                       배’ 말한다. 반면‘공화’ 시민의 자유를 존중
                                                                                                                       를             는                    ‘공화’ ‘레스 푸블리카(res publica)’ ‘공적
                                                                                                                                                               는                       즉
              습니다. 핀란드가 추구하는 목표                                                                                      하고, 그들 모두를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하며, 권력        인 것’ 중시하는 개념이다. 개인은 자유를 추구하
                                                                                                                                                             을
              는 경제적으로 풍요한 사회만이                                                                                       분립 속에서도 사회 통합을 어떻게 이룰지, 또 다         되 그것이 공적인 자유가 되기 위해 타인의 자유를
              아닙니다. 더 좋은 미래를 위해                                                                                      수의 지배 속에서도 소수의 권익을 어떻게 보호할          존중해야 하며, 또한 나의 자유를 공적으로 보장해
              온 국민이 참여하고 협력하는 사                                                                                      지에 관심을 둔다. 그동안 우리는‘민주’ 너무에          주는 공동체에 대한 애정과 법에 대한 신뢰를 가져
              회입니다.”                                                                                                 집중한 나머지‘공화’ 잊어버렸다.
                                                                                                                                  를                      야 한다. 평등도 사회 유지를 위해서는 단순히 획일
   지난달 말 핀란드 헬싱키대학에서 만난 파트릭
                                      실패하더라도                                                                          역사적으로 볼 때 신(神) 중심에서 벗어나 인간         적 평등이 아니라 각자 부분으로서의 역할을 다한
 스케이닌(Patrik Scheinin) 행태과학대학 학장은 1   누구든 다시 서는                                                                      중심의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근대의 출발 원리는          다는 의미에서 중층적 평등이어야 한다. 공화주의
 시간 넘게 대화하는 동안“협력”       “균형”“통합” 이                                                                                 ‘공화’ 강조하는‘공화주의’
                                                                                                                          를            였다. 중세 봉건제        이론가 모리지오 비롤리(Maurizio Viroli) 프린스턴
                                      유연한 사회 목표
 란 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복지와 성장은                                                                                         도하의 왕정(王政)이나 귀족정(貴族政)을 타파하          대 교수에 따르면 공화정은 개인의 자유를 공적으
 서로 상충하는 개념이 아니다. 사회 통합을 위해서                                                                                         고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인 자유도시를 건설하여           로 보장하기 위해 공동선과 공동체에 대한 애정, 그
 는 두 가지 가치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 말했다. 고        국가경쟁력                                                                          타인에 대한 존중과 공동체에 대한 애정을 통해 사         리고 법치에 의존하는 정치체제3이다.
   핀란드는 지금까지 우리에게 알려진 것처럼 평                                                                                          회를 유지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후‘공화주의’    는       ‘공화’ 관점은 고대 로마, 근대 초기(14~15세
                                                                                                                                                               의
 등과 분배를 강조하는     ‘사회민주주의’혹은     ‘복지
                                      OECD 1위 도약                                                                    ‘자유주의’   와‘민주주의’ 나뉘었는데,‘자유주
                                                                                                                                     로                   기) 이탈리아 도시국가들, 미국 건국 그리고 현대
 국가’ 설명할 수 없다. 인구 530만명의 이 소국
     로                                                                                                                                                   핀란드에서 발견된다. 로마 공화정은 이방인조차
 (小國)은 자유와 평등, 복지와 성장의 균형을 통해                                                                                                                            로마를 사랑하고 시민권을 획득하면 동료로 받아
                                                                                                             AP
 사회 통합으로 나아가는‘공화’        체제를 지향하고                                                                                                                        들였다. 원로원과 행정관 그리고 민중의회와 호민
                                                       2006년 재선한 타르야 할로넨 핀란드 대통령이 지지자들 앞에서 환호하고 있다. 그녀
 있다.‘공화’ 타인에 대한 존중, 공동 세계의 구
          는                                            가 이끄는 핀란드는 분배와 성장의 균형을 통해‘공화(共和)’ 지향하고 있다.
                                                                                         를                                                               관의 적절한 역할 분담을 통해 사회 통합과 발전을
성, 법치의 구현, 자유와 평등의 균형을 특징으로                                                                                                                              극대화했다. 르네상스기(期) 피렌체와 베네치아 같
한다. 특히 자신이 속한 공동체(국가)에 대한 내면          다는 것을 배웠다. 스케이닌 학장은“인간은 망각          지구 반대편에서 온 동양 학자에게 중국 녹차를                                                      은 이탈리아 도시국가들도 영주에 예속되지 않은
으로부터의 인정과 충성심이 핵심이다.                  에 익숙한 동물이다. 핀란드는 과거 갈등의 기억에        연방 따라주던 스케이닌 학장은 대화를 마치고 일                                                      자유민들이 모여 만든 공동체다. 사회 유지를 위해
   핀란드는 특히 교육을 통해 공동체에 대한 국민          집착하지 말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어서기 직전 말했다.“핀란드는 사람이 전부입니                                                       소수의 행정관으로 구성된 시뇨라 위원회와 시민
의 애정을 끌어내고 있었다. 스케이닌 학장은“공            형성되어 있다” 말했다. 그는 ‘공화’ 서로 다
                                                 고         “     란       다. 누구든 사회의 일원으로 역할을 다해야 살 수                                                     들로 구성된 민회가 각각 역할을 분담하고 상업의
정한 교육시스템이야말로 국민으로 하여금 국가              른 의견의 존중과 타협에서 나온다” 덧붙였다.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복지와 교육을 통해 사회를 통                                                     장려를 통해 국가를 발전시켰다. 건국기(期) 미국
에 대한 애정과 충성심을 갖게 할 수 있는 가장 중            갈등과 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90년대 초     합하고, 그 바탕 위에서 경쟁과 창의력으로 발전을                                          조선일보 DB    도 개인의 자유를 공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연방국
요한 방법”   이라고 말했다. 그는    “핀란드는 정부 정    경제의 20%를 의존하던 소련이 붕괴하고 금융위         추구합니다. 누구든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1948년 7월‘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규정한 제      가를 이뤄 하나의 공화체제를 만들었다.
                                                                                                                     헌헌법에 서명하고 있는 이승만 초대 국회의장.
책의 최우선 순위를 항상 교육에 두고 있다”         면서   기가 닥치자 배급제를 실시할 정도로 경제 공황에         있는 유연한 사회를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이동수 경희대 교수
“교육은 미래에 대한 투자이기 때문이다” 했다.     고      직면했다. 1991년 실시된 선거에선 복지와 평등을
유하니 히토넨(Juhani Hytonen) 헬싱키대 응용       강조하는 사회민주당이 참패하고 복지 축소와 임
교육학과 교수 이야기도 비슷했다. 그는“핀란드             금 감축을 실시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실업이 증         참여교수 명단
의 평등 교육이란‘결과의 평등’        까지 말하는 것이    가하고 소비가 위축되면서 경제위기가 더욱 가중                                                               한국 학계에서도 공화주의3 논의 활발
                                                                          김용학 연세대(사회학과₩55) e미국 시카고대 박사
아니다. 다만 우리는 사회적 지위나 금전적 차이에           되었다. 그후 핀란드는 좌우세력이 타협하여 복지
                                                                          김학민 경희대(예술학부₩46) e미국 텍사스 오스틴대 박사
관계없이 질 높은 교육을 받을 기회를 제공하면서            와 성장을 동시에 추구하는 전략을 택했다.                                                       최근 한국 학계에서도 공화주의에 대한 논의가 활발          논의했다. 임혁백(고려대 정외과) 교수는‘공공성의 붕
                                                                          박용승 경희대(경영학부₩44) e미국 미네소타대 박사
국민을 통합하고 있다” 자랑스러워 했다.
                   고                    정치제도상으로도 타협과 협력은 두드러진다.           염재호 고려대(행정학과₩58) e미국 스탠퍼드대 박사
                                                                                                                   하다.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는 지난 24일 연구소          괴인가, 공공성의 미발달인가: 한국에서의 허약한 공
   OECD 통계 국가투명성 1위, 국가경쟁력 1위, 1      2000년 제정된 신헌법은 대통령과 총리의 권한을         이관수 동국대(교양학부₩42) e서울대 박사                 대회의실에서  ‘공화주의 토론회’ 열었다. 곽준혁(고
                                                                                                                                      를                  화주의’논문에서  “최근의 개헌 논의 와중에서 우리는
인당 국민소득 4만650달러인 핀란드는 사실 20세          나누는 이원집정부제를 채택하고 있다. 2006년 선        이동수 경희대(NGO대학원장₩48) e미국 밴더빌트대 박사         려대 정외과) 교수가‘왜 그리고 어떤 공화주의인가’          대한민국의 헌법 제1조 1항인‘대한민국은 민주공화
기 초반까지만 해도 유럽에서 가장 뒤떨어진 나라            거에서 사회민주당 타르야 할로넨(Tarja Halo-       이상욱 한양대(철학과₩39) e영국 런던정경대 박사             를 발표했고, 안병진(경희사이버대 영미학과) 교수가          국이다’ 라는 조항이 아홉 번의 헌법 개정에도 불구하
였다. 600년에 걸친 스웨덴 지배, 이후 100년 가까       nen)이 여성 대통령으로 재선되었고, 중도당의 반        장인성 서울대(외교학과₩51) e일본 도쿄대 박사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와 공화주의 이론의 현실적 의           고 유지되었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였다”     면서“우
운 러시아 지배를 받고 1917년 겨우 독립한 북유          하넨(Matti Vanhanen)은 우파 연합을 이뤄 의회    전영백 홍익대(예술학과₩44) e영국 리즈대 박사              미’ 발표했다. 곽 교수는“최근 공화주의에 대한 관
                                                                                                                     를                                   리가 추구했던 정치체제는 국민들이 주인이 되는 민주
럽의 후진국이었다. 그러나 고난이 오히려 발전의            를 장악하고 다수당 당수가 차지하는 총리가 되었          정윤재 한국학중앙연구원(55) e미국 하와이대 박사             심이 증폭되고 있다” 면서“일상생활에서 미래에 대한          주의일 뿐만 아니라 시민적 덕성을 갖춘 시민들이 공적
바탕이 됐다. 오랜 식민 통치 때문에 귀족 중심의           다. 타협과 균형은‘탈코트(talkoot)’  라는 가치를    최재천 이화여대(에코과학부₩54) e미국 하버드대 박사           불안을 갖는 개인과 민족주의에 발목 잡힌 한국적 세계         영역에 참여하고 나아가 공적 업무에 책임을 지는‘민
                                                                          홍성욱 서울대(생명과학부₩47) e서울대 박사
봉건제도나 절대 왕정이 없었다. 민주주의를 정착            지향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핀란드말로‘함께 일                                                    화의 배타성을 극복하는 방안을 공화주의를 통해 모색          주공화국’ 이었다” 주장한다.
                                                                                                                                                                    고
                                                                          〈가나다순〉
시키기가 오히려 용이했다는 것이다. 독립 후 내전           한다’ 뜻의 이 말은 서로 주장하는 강력한 이념
                                          는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이 발행하는 계간지‘정신문화연
(內戰)과 좌우 대립도 겪었지만 다시 예전으로 돌           보다 서로 함께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를          후원:                                       최근 출간된 계간지‘사회비평’2007년 겨울호는           구’ 2007년 봄호에서‘공화주의’특집으로 다섯 편
                                                                                                                                                           는
아가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타협과 통합이 중요하             갖고 있다.                                                                      ‘공공성(公共性)’특집을 다루면서 공화주의를 집중            의 논문을 실었다.    이한수 기자 hslee@chosun.com
조선일보              제27095호                                                                                                                 2008년   2월   5일 화요일   다   A17


                조선일보-경희대 공동기획

               새로운                                                         [2] 사람중심 경영이 기업을 살린다
               문명이 온다
     21세기 새로운 문명은 결국 사람을 통해 구현될 것이다. 이번 기획취재팀이 선각               다에 650여 개 영업점과 1만 명이 넘는 종업원을 거느린 대규모 남성정장 의류소
   적 기업 경영에서 그 징후를 읽어내려 시도한 이유도‘새로운 사람 경영’ 읽고    을              매 체인점으로 성장했다. 1999년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포천’  지가 선정하는 가
   싶었기 때문이다. 일례로 미국 의류소매업체‘멘스 웨어하우스(Men’ Wear- s                장 일하고 싶은 100대 기업에 들고 있다. 제프리 페퍼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21
   house)’는‘사람 중심 경영’ 이라는 새 문명의 현상을 보여주는 기업이다. 직원에              세기 지식기반 경제환경에서는 사람에 대한 투자, 직원들의 업무경험에서 나오는
   대한 과감한 투자, 개인 실적보다 팀을 중시하는 독특한 보상체계로 업계 1위를 기                지식과 노하우가 기업의 성공을 좌우한다” 말한다. 박용승 경희대 경영대학 교
                                                                                          고
   록하고 있다.                                                      수가 미국 캘리포니아 프리몬트에 있는‘멘스 웨어하우스’ 찾아가 기업에 나타
                                                                                                   를
     1973년 자본금 7000달러로 시작한 이 회사는 30여 년이 지난 지금 미국과 캐나            나는 새 문명의 징후를 르포했다.           이한수 기자 hslee@chosun.com




                                                                                                                        멘스 웨어하우스 제공
‘동료에 대한 배려’와‘팀 정신’ 강조하는 미국 의류업체‘멘스 웨어하우스’ 사내 교육기관‘수트 대학’ 참여한 직원들이 즐거운 표정으로 교육을 받고 있다.
                  을                     의               에



                            8년간 일하고 싶은 100대 기업3 美 의류업체 멘스 웨어하우스3


        1스타보다 팀워크‐ 기업은 행복 창출해야2
 프리몬트=박용승 경희대 경영대학 교수           다” 말했다. 그는“모든 구성원들이 회
                                  고                             러나 멘스 웨어하우스는 직원에 대한 신
                                                                                              멘스 웨어하우스 5년간 영업실적
                                사의 핵심가치와 문화에 대해 강한 연대의          뢰가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낳고, 직원의
                                                                                                          2002 2003 2004 2005 2006
             “우리의 사명은 고객에       식을 가지고 큰 의미와 보람으로 삼도록           충성심은 고객의 회사 제품에 대한 신뢰
            게 최상의 품질과 서비스       하고 있다” 했다. 그는“따뜻한 배려를
                                       고                        와 서비스에 대한 믿음으로 이어진다는 믿        매출액
                                                                                                           1295 1393 1547 1725 1882
                                                                                              (백만달러)
            를 제공하는 데 있다. 우      통해 일궈내는 인간의 에너지가 궁극적으           음을 갖고 있다. 비용이 다소 증가하더라
                                                                                              매출총이익률(%) 35.1 36.9 39.0 40.4 43.3
            리는 이것이 우리 스스로       로 기업의 성공을 가져온다” 덧붙였다. 고         도 매출이 더 큰 폭으로 증가할 때 수익도
            즐겁게 일하고 우리가 믿        직원들의 복지는 동종업계와 비교할 때           따라서 증가하기 때문이다. 비용과 수익이        영업이익률(%)     5.4   5.9   7.6   9.6   11.9

            는 가치를 계속 유지함으       파격적이다. 모든 직원들은 입사 후 6개월         제로섬 관계일 필요는 없는 것이다.                자료:멘스웨어하우스 2006년 영업보고서
로써 가능하다고 믿는다. 우리가 믿는 가          에서 1년 사이에 이 회사 교육시설인‘수           직원 평가는 두 가지 차원에서 이뤄진
치는 창의성, 함께하는 성장, 실수를 통한         트 대학(Suits University)’에서 교육을   다. 하나는 직원 개인의 영업실적이고, 다       났기 때문”   이라고 설명했다. 마치 미국 프
학습, 행복의 추구, 건강한 인생, 공동체의        받는다. 직원에 대한 훈련과 투자가 거의          른 하나는 동료에 대한 배려와 팀 중심의        로야구에서‘수퍼스타’ 즐비한 팀이 오
                                                                                                              가
식, 자아실현을 위한 노력이다.”              없는 미국 의류소매업계에서‘멘스 웨어            활동이다. 이 중 더 중요한 것은‘개인 실       히려 우승하지 못하는 역설과도 비슷하다.
  지난 8일 찾은 미국 캘리포니아 프리몬                                                                        ‘멘스 웨어하우스’ 회사의 업종이 의
                                                                                                             는
트에 있는 의류업체‘멘스 웨어하우스’                                                                          류업이 아니라 사람들의 행복을 창출하는
(Men’ Wearhouse) 로비 벽면에는 회사
      s                          개인 실적 좋아도 팀워크 해치면 해고‐ 동료 배려 중시                               것을 목적으로 하는‘사람 산업(people
의 사훈(社訓)이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business)’이라고 말한다. 한 회사 직원
걸려 있었다. 직원들이 즐겁게 일하고 자           개인 가치관이 회사와 일치하는가가 중요 선발 기준                                  은“내가 코디한 정장을 입고 기뻐하는 고
아실현을 해야 고객에게 최상의 품질과 서                                                                        객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가장 큰 보람”
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                                                                         이라고 했다. 이들은 인간의 행복은 전염
신선했다.                           하우스’ 전략은 놀라운 일이다. 인적자
                                      의                         적’ 보다‘팀 정신’이다. 고용관계부문 부       되는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물건을
  새 문명 출현의 징후는 기업의 생산관          원 개발부문 부사장 슐로모 마오르(Shlo-        사장인 줄리 레이시(Julie Lacy)씨는“어    사고팔기 전에 고객과 깊은 인간적인 교
리, 직원관리 부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mo Maor)씨는“직원 훈련은 입사 면접을        느 한 직원이 다른 직원과 협력하지 않고        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생산성 제고를 위해서 사람을 소모품으로           치르는 시점부터 시작된다. 지원자 개인의          혼자서만 높은 성과를 올렸을 경우 해당          “우리 회사의 핵심가치는 열정과 배려,
쓰고 버리는 산업혁명 이후의 보편적인 기          가치관이 회사의 가치와 일치하는가가 가           종업원은 매장 매니저와 상담을 해야 하         그리고 사업적 성공이 균형을 이루는 것
업문화는 이제 종언을 알리고 있는 것이           장 중요한 선발 기준이다”  라고 말했다. 그       며, 그래도 행동이 교정되지 않으면 해고        입니다. 재정적 고려와 인간적 고려 사이
다. 멘스 웨어하우스는 직원 관리에서부터          는“일하는 기술보다 정신이 중요하기 때           될 수 있다” 했다. 실제로 최근 최고 수
                                                                       고                      의 균형 말이죠. 회사 사장의 가장 중요한
새 문명 시대를 맞이하는 미래 기업의 징          문”이라고 했다.                       준의 영업 실적을 보인 미시간 주 한 영업       역할은 이런 균형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후를 엿보도록 해주고 있다. 창업자 조지           멘스 웨어하우스는 정규직 직원 고용을           점의 직원을 이런 이유로 해고시켰다고 했        정신적인 가치체계는 한 번 무너지면 다
지머(George Zimmer)의 뒤를 이어 이 회    고집한다. 시간제(파트타임) 근로자는 극          다. 레이시 부사장은“그가 떠난 후 해당        시 회복하기 어렵습니다.”상담심리학 박
사 사장에 오른 찰리 브레슬러(Charlie        히 일부에 불과하다. 각 매장의 매니저 이         영업점 전체의 성과는 오히려 30% 증가했       사 출신인 브레슬러 사장은“멘스 웨어하
Bresler)씨는“회사의 성공 요인 중 가장       상 관리직은 내부승진으로만 이뤄진다. 한          다” 면서“스타는 떠났지만 평균적으로는         우스에서는 두 가치의 균형이 현실화되고
중요한 것은 직원에 대한 존중과 투자였           마디로 비용이 많이 드는 시스템이다. 그          회사의 활력과 팀 정신이 이전보다 살아         있다” 말했다.
                                                                                                   고




              1성공하는 회사들은 직원 해고에 신중2
                                “많은 기업들이 여전히 임금을 적게 주           항공은 2001년 이후 동종업계에서 유일하
● 제프리 페퍼 스탠퍼드大 교수               고 비용을 절약하는 것이 기업 효율성을           게 단 한 사람의 직원도 해고하지 않았다.
                                극대화하는 것이라 믿고 있다. 일부 기업          하지만 이들의 시장점유율은 괄목할 만큼
 “21세기 지식기반 경제환경에서 사람           은 고용 안정이 매우 비효율적이라고 생           상승했다. 유럽의 항공군수산업 납품업체
중심의 전략이야말로 진정한 기업 경쟁력           각한다. 그 이유는 (사람 중심 경영에 대         EADS도 같은 기간 직원을 한 명도 해고
의 원천이다.”                        한) 믿음이 없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고용         하지 않았는데, 미국 보잉사를 압도하는
 제프리 페퍼(Jeffrey Pfeffer) 미국 스   과 정리해고는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성과를 이뤄냈다. 정리해고와‘다운사이
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단호하게 말           좋지 않은 방법이다. 사람들은 언제 떠날          징’ 기업의 주식시세와 생산성에 긍정
                                                                   이
했다. 그는 벌써 10년 전부터‘휴먼 이퀘         지 모를 직장을 위해 동료와 지식을 공유          적인 영향을 준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         가능성을 더욱 낮춘다. 집단 성과 시스템
이션(The Human Equation)’이란 책에    하려 하지 않는다.”                     다.”                           이 개인 성과 시스템보다 조직의 성과 제
서‘인간 중심의 경영’ 주장하면서 경
                을               —어떻게‘신뢰’ 만들 수 있는가.
                                          를                     —당신은 개인보다 팀 중심의 보상시스템         고를 위해 훨씬 바람직한 제도다. 만약 직
영학의 새로운 지평을 시도했다. 이 책은          “쉬운 문제다. 회사가 직원에게 거짓말           을 강조한다. 그러나 집단 성과를 강조하        원 간 업무 상호의존성이 없고, 서로 지식
멘스 웨어하우스의 기업이념의 학문적 기           을 하지 않고 진실로 대하면 된다. 직원들         면‘무임승차(free rider)’문제가 생기지    공유와 학습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라면 개
반을 제공하고 있다. 그는 전화선 너머에          에게 진실을 말하는 행동이 신뢰를 쌓게           않나.                           인 성과급제도도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
서“회사 구성원 간의 신뢰가 기업의 성           한다. 어려운 것이 아니다. 간단한 것이           “인간이 무임승차를 지향한다는 증거는         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오늘날 지식기
공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라고 말   다.”                             어디에도 없다. 무임승차란 용어는 조직경        반사회의 작업장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했다.                             —비정규직 고용, 정리해고 같은 고용 유          제학자들의 학문적인 용어일지는 몰라도                      박용승 경희대 교수
—당신은 인적자원이 경쟁력의 핵심요소            연화가 기업에 도움을 주는 측면도 있다.          실제 현실과는 무관하다. 사람 중심의 조
라고 했다. 하지만 기업들은 그렇게 생각          “그렇지 않다. 회사는 직원 해고에 매우          직문화와 구성원 간의 신뢰는 동료들 사
하는지는 몰라도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는           신중해야 한다. 성공하는 회사들은 한결같          이에 일정한 통제기제(peer monitoring
                                                                                                후원:
것 같다.                           이 직원 해고에 신중하다. 사우스웨스트           pressure)를 형성하게 되어 무임승차의
A18          2008년   2월 11일 월요일       나                                                                                                                          제27098호         조선일보




                 조선일보-경희대 공동기획                [3]동아시아 트랜스내셔널 공동체                                                                      히라노 겐이치로           와세다大 교수 인터뷰

                새로운
                문명이 온다
                                                   “동아시아도 EU처럼 지역공동체 모색할 때”
 국민국가와 산업화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도쿄=장인성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
근대문명을 출현시켰듯, 오늘날 전 세계적인 지
구화와 정보화는 새 문명 출현의 바탕이 되고 있                                                                                   일본 도쿄 신주쿠(新宿) 와세다대
다. 국민국가의 경계가 사라지고 정치와 경제, 사                                                                                학 정문에서 오쿠마 시게노부(大一
회와 문화가 통합되는 트랜스내셔널(초국가적)                                                                                   重信₩두 차례 총리를 지낸 와세다대
공동체는 그 유력한 전망의 하나다. 아직 전 지                                                                                 설립자) 동상이 서 있는 법학대학 앞
구적 공동체의 형성은 요원하지만, 지역을 통합                                                                                  까지 이어진 캠퍼스 중앙로에는 살을
하는 트랜스내셔널 공동체는 이미 실현되고 있                                                                                   스미는 한기에도 불구하고 여러 나라
다. 유럽은 국민국가의 틀을 지키면서 지역적 삶                                                                                 학생들이 재잘대는 소리로 화사했다.
을 공유하는 유럽연합(EU)이라는 지역공동체를                                                                                  100년 전 이곳에 유학한 젊은 최남선
성공적으로 정착시켰다.                                                                                               과 이광수는 이 길을 걸으며‘민족’
 동아시아지역의 초국가적 공동체에 대한 연구                                                                                   과‘근대’ 고민했을 것이다. 지금
                                                                                                                  를                                                                   장인성 교수 제공
는 일본이 앞서가고 있다. 히라노 겐이치로(平野                                                                                 이라면 두 지식인도 유럽연합(EU)을        히라노 겐이치로 와세다대 교수(오른쪽)와 장인성 서울대 교수가 동아시아 공동체의
                                                                                                                                       전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健一郞₩71) 와세다대 교수는 연구자 120명과 함                                                                               떠올리며‘동아시아 공동체’      와‘탈
께 동아시아 공동체 형성에 관한 연구를 지난 5                                                                                 (脫)근대 문명’ 상상할지 모른다.
                                                                                                                     을                일한 세계문명을 지향하면 문명충돌          주의(regionalism)에의 대항뿐 아니
년간 진행해 왔다. 장인성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                                                                                   와세다대는 지금 동아시아‘트랜         이 야기될 수 있습니다. 일상생활에         라 지역문화가 출현하는 지역형성
가 동아시아 트랜스내셔널 공동체를 주창하는 히                                                                                  스내셔널(Transnational₩초국적)’   서 문화의 양식이 바뀌어야 문명도          (regionalization)의 현실을 반영합니
라노 교수를 심층 인터뷰했다. 이를 통해 과거 일                                                                                공동체를 모색하는 연구의 중심에          바뀝니다. 트랜스내셔널 국제관계에          다. 동아시아 지역형성은 동아시아의
본 제국주의 침략이 가져온‘대동아공영’       이라는                                                                            있다. 도쿄대 명예교수이기도 한 히        서는 사람들의 이동범위와 생활권이          발전과 공생의 필요성에서 나왔고, 지
역사적 상처를 극복하고, 국가 간 소통과 협력을                                                                                 라노 겐이치로 와세다대 정경학부          지역으로 확대되어 지역적 공통성과          역공동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바탕으로 하는 동아시아 트랜스내셔널 공동체가                                                                                   교수는 지난 5년간 중국 전문가 모리       지역문화가 생성됩니다. 국가₩지역          —일제의‘대동아공영권’ 떠올리      을
가능할 수 있을 것인지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가즈코(毛里和子) 교수와 함께‘현         ₩지구 레벨의 문화의 중층성(重層          는 사람도 있습니다. 동아시아 공동
            이한수 기자 hslee@chosun.com                                                                        대 아시아학의 창생’프로젝트를 이         性)을 인정하는 다문화주의적 자세          체 형성에는 장애요인이 많습니다.
                                                                                                           끌며‘트랜스내셔널 공동체’ 주창   를      와 관용의 정신이 필요합니다.”            “일본은 국익 우선의 지역주의론,
                                                                                                           해 왔다. 교수 20여 명과 대학원생                                   편협한 내셔널리즘에 현혹되지 말고
   후원:                                                                                            구글 이미지
                                                                                                           100여 명이 참여한 이 연구는 동아                                   지역형성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위성에서 본 동아시아 위성에서 바라본 동아시아 지역이 지구의 반을 차지하고 있다. 동아시아 공동체의 형성을 주
                                          창하는 히라노 겐이치로 교수는“내셔널리즘을 완화하고 지역공동체를 만들어야 평화와 공생이 가능하다” 말했다.
                                                                                               고           시아의 지역연구와 공동체론, 그리고         세계 경쟁 체제에서                 역사인식과 전후 처리 문제는 공동체
                                                                                                           동아시아학 교육 프로그램의 수준을                                     형성 과정에서 논의될 수 있을 것입
                                                                                                           한 단계 끌어올린 대사업으로 평가          국민 보호할 수 있어                니다. 전전(戰前) 일본의 아시아 공동
                                                                                                           되고 있다. 히라노 교수는   “트랜스내                                 체 구상도 반성해야 합니다. 동아시아
                                                                                                           셔널 공동체의 형성만이 동아시아의          각국 문화 인정하는                 정체성도 다중정체성의 하나여야 합
                                                                                                           희망이자,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할                                    니다. 일본 지식인들 사이에는 교류
                                                                                                           수 있는 방법” 이라고 결연하게 말했        관용과 이해 필요                  접촉이 늘면서 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다.‘트랜스내셔널 공동체’ 동아  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단 아시아 회귀는
                                                                                                           시아지역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아니고, 서구에 대한 관심이 반감한
                                                                                                           그에게 따져 물었다.
                                                                                                                                       일본의 미국 의존이                 것도 아닙니다. 동아시아 공동체 형
                                                                                                           —트랜스내셔널 현상이란 무엇입니           공동체 설립 걸림돌                 성에 가장 큰 장애요인은 현재 일본
                                                                                                           까. 그것이 국가와 인간의 삶에 어떤                                   의 미국 의존입니다. 중국 경계심도
                                                                                                           변화를 가져옵니까.                                             우려됩니다. 미₩일 관계와 일본₩아시
                                                                                                            “트랜스내셔널 현상은 사람₩재화         —트랜스내셔널 영역은 지구시민사           아 관계는 공존관계여야 합니다.”
                                                                                                           ₩정보의 국제이동과 국경의 다공화         회도 있습니다. 굳이 동아시아 공동         —동아시아에서 평화와 공생의 길을
                                                                                                           (多孔化₩국경의 침투성이 높아지는         체를 주장하는 이유는 뭡니까.            어떻게 찾을 수 있겠습니까.
                                                                                                           현상)로 특징지울 수 있습니다. 이미        “지구시민사회는 먼 미래의 일입니          “동아시아 공동체를 형성해서 내
                                                                                                           국가의 개인 구속력은 약해졌고 국민        다.‘지역’ 세계와 국가 중간의 느
                                                                                                                                             은                    셔널리즘을 완화하고 지역주의를 강
                                                                                                           경제는 세계시장에, 국민생활은 지구        슨한 문화권으로서 지구화로부터 인          화해야 평화와 공생이 가능합니다.
                                                                                                           적 경쟁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간의 삶을 보호해줄 수 있습니다. 사        동아시아 시민의식과 토론의 장이
                                                                                                           상위의 국제기구나 지역조직, 하위의        람의 월경(越境)과 국경의 다공화를         마련되어야 합니다. 동아시아의 정체
                                                                                                           지방제도나 민간조직이 국가를 대체         통해 가까운 사회들끼리 공통성을 찾         성은 동아시아 공동체 형성의 결과
                                                                                                           할 정도는 아닙니다. 국가는 복지와        고 지혜를 교환하고 해결책을 모색해         생겨날 것입니다. 다문화주의 관점과
                                                                                                           인권을 확충하는 역할이 있습니다.”        야 합니다. 지역공동체는 지리적 근접        관용의 태도가 필요합니다. 문화의
                                                                                                           —국제관계에서 문명과 문화는 어떤         성, 문화의 상대적 공통성, 운명의 공       작은 공통점이라도 찾아내 키우고
                                                                                                           의미를 갖습니까.                  동성, 문제의 공통성을 지닙니다. 지        문화의 차이점은 서로 존중해야 합
                                                                                                            “문화는 인간의 삶과 생활에 불가        역문화도 필요합니다. 다만 국민국가         니다. 이(異)문화와 공생하려면 상호
                                                                                                           결한 모든 요소입니다. 문명은 단순        와 국민문화의 존속, 문화와 정체성의        이해와 관용이 필요합니다. 국민국가
                                                                                                           히 문화의 총합이 아니라 다양한 문        중층성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지역들         와 문화를 존중하면서 지역공동체를
                                                                                                           화요소 중 타 지역에도 통하는 범용        이 결합해 세계국가를 이룰 수는 없         만들어갈 때 안전과 평화는 보장될
                                                                                                           성(汎用性)을 획득한 문화입니다. 단       습니다. 동아시아 공동체는 다른 지역        수 있습니다.”




                                                                                                           ● 동아시아공동체 연구                一國主義 넘어서 동아시아 전체를 하나로 파악
                                                                                                              트랜스내셔널 공동체의 이상형          문화₩사회의 다중적 결합‐ 정치영역은 독립
                                                                                                           (ideal type)은 지구시민사회의 실현
                                                                                                           일 것이다. 일부 진보지식인과 비정부                                  내는 관계망에 주목하는 한편, 동아
                                                                                                           단체들은 지구시민사회를 이야기하고                                    시아인들이 관용과 포용력뿐 아니라
                                                                                                           있다. 일본에서도 오사카에 있는 장래                                  ‘아시아성(asian-ness)’ 가져야 을
                                                                                                           세대협동연구소의 김태창 소장과 야                                    한다고 역설한다.
                                                                                                           마와키 나오시(山脇直司) 도쿄대 교                                     프로젝트의 연구성과인‘동아시아
                                                                                                           수 등은 지구적 공공성을 모색하는 연                                  공동체의 구축’     (전4권₩이와나미 서
                                                                                                           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지구시민사회                                  점, 2007)과‘새로운 동아시아: 지역
                                                                                                           의 실현은 아직 이르다. 국민국가와                       장인성 교수 제공   공동체를 향하여’ New East Asia:
                                                                                                                                                                               (A
                                                                                                           국민문화가 아직 강고하며 내셔널리         일본에서 출간된 동아시아 공동체 관련       Toward a Regional Community,
                                                                                                                                      연구서들.
                                                                                                           즘도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에키                                  Singapore: NUS Press, 2007)는 각
                                                                                                           게이시(佐伯啓思) 교토대 교수는 오         갈등요소를 억지할 공통의 정체성과        종 자료와 분석 기법을 동원해‘동아
                                                                                                           히려 경제적 자유주의(글로벌리즘)에         공공성도 요구된다는 것이다. 히라노       시아’ 여러 분야의 복합 네트워크
                                                                                                                                                                      가
                                                                                                           대항할 정치적 보수주의(내셔널리즘)         교수는 말했다.“현대 아시아학은 종       로서 경제활동을 중심으로 다중화와
                                                                                                           와 국민국가의 재생을 주장한다.           래의 일국주의적인 동아시아 연구를        일체화의 경향을 보이고 있음을 보여
                                                                                                              반면 지역공동체는 지구화의 맥락        극복하고 동아시아를 전체로서 파악        준다. 특히 사회문화 관련 네트워크가
                                                                                                           에 부응할 트랜스내셔널 공동체의           하는 시도다. 연구 대상 지역을‘한       특이한 교류 패턴을 보이면서 상관성
                                                                                                           유력한 형태다. 동아시아는 내셔널리         국 연구’‘중국 연구’식으로 단면        을 높이는 반면, 정치교류 영역은 독
                                                                                                           즘의 발현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상          적₩고정적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립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경제통합이
                                                                                                           호의존을 높여가고 있다. 사람₩재화        ‘한국’ ‘중국’이라는 평면적 구분의       정치통합을 유도한다는 기능주의적
                                                                                                           ₩정보가 역동적으로 환류하는 공간          위에도 아래에도 다양한 지역이 중        접근과는 다른 방식으로 다중적 복합
                                                                                                           으로서 지역성도 강화하고 있다.           층적으로 존재함을 상정한다.”          네트워크가 동아시아 지역형성을 추
                                                                                                              히라노 교수의‘현대아시아학의           모리 교수도 동아시아학은 특정         동한다는 발견이다. 획기적인 연구로
                                                                                                           창생’프로젝트는 중요한 변환을 상          국가와 사회를 분석하는‘타자 연         평가될 만하다. 프로젝트를 뒤이어 신
                                                                                                           징한다. 동아시아를 보는 시선과 방         구’ 아니라 일본 스스로를 포함한
                                                                                                                                         가                       설된‘아시아 연구기구(OAS)’ 짧        도
                                                                                                           법이 눈에 띈다.‘지역’     에는 경제와   ‘자기 연구’ 여야 한다고 말한다. 아      은 시간에 동아시아 공동체에 관한 지
                                                                                                           같은 물질적 토대만이 아니라‘국          울러 동아시아 공동체의 조건으로서         식과 언설을 열정적으로 생산하고 있
                                                                                                           가’ ‘내셔널리즘’     ‘역사’‘문화’등   동아시아의 초국가적 활동이 만들어         다.           장인성 서울대 교수
2008 새로운문명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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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새로운문명이 온다

  • 1. A18 2008년 1월 1일 화요일 나 제27065호 조선일보 신년특집 조선일보-경희대 공동기획 새로운 문명이 온다 국경과 이념 가로질러 共生의 북소리를 울려라 참여교수 프로필 교수 12명 세계 곳곳에 파견‐ 이달 중순부터 10회 연재 김용학 교수(55) 새로운 문명이 온다. 갈등과 반목, 무절제한 자유와 획일적인 평등을 넘어 인류의 평화와 공존을 이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루는 신(新)문명은 21세기 우리에게 곧 다가온다. 종교₩국가₩종족₩언어의 차이를 넘어 인간 모두가 행 미국 시카고대 박사 복한 삶의 공동체를 만들고 있는 새 문명의 징후들은 이미 세계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경 조직사회학 희대(총장 조인원)와 공동으로 신년기획‘새로운 문명이 온다’ 연재한다. 정치₩경제, 사회₩문화, 과 를 학₩예술 등 다양한 분야를 전공한 교수 12명을 새해 벽두 세계 구석구석에 집중 파견, 지구촌에서 벌 김학민 교수(46) 어지고 있는 새로운 문명의 현장을 직접 답사한다. 1월 중순 첫 보고를 시작으로 10회에 걸쳐 독자 여 경희대 예술학부 교수 미국 텍사스 오스틴대 박사 러분들을 새 문명의 현장으로 안내한다. 오페라 연출 새로운 문명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 발상의 전환과 식민통치를 받은 핀란드는 모든 사람을 공동체의 일 박용승 교수(44) 실천적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서로 의존하는 인 원으로 받아들이고 자기 역할을 다할 수 있는 사람으 경희대 경영학부 교수 간’ 발견, 사회통합을 지향하는 의 ‘공화민주주의’ , ‘사 로 만들어야 했다. 서로 의존적인 공동운명체를 건설 미국 미네소타대 박사 회적 책임’ 다하는 자본주의, 사회문화적 차이들의 을 하기 위해 복지가 필요했으며, 이것이 상호협력을 통 인적자원관리 ‘가로지르기’ 와‘융합’ 통해 새 문명은 피어난다. 을 한 성장을 가능하게 했던 것이다. ◆’ 호모 레시프로쿠스’ 탄생 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자본주의 염재호 교수(53) 새로운 문명은 새로운 인간의 탄생을 전제로 한다. 자본주의는 20세기 들어 심대한 도전을 겪었다. 자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신으로부터 인간의 해방을 부르짖은 근대는 생각하 본의 지배는 빈부격차를 더욱 벌려, 못 가진 자들의 미국 스탠퍼드대 박사 는 인간, 즉‘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에서 전체적인 거부를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평등을 강조 산업·통상정책 인간의 주체성을 찾았다. 그러나 이는 자기중심적 사 하는 사회주의(공산주의) 또한 인간의 본성과 역사 고의 팽배, 이기심의 발호, 타인에 대한 지배와 같은 의 동력을 잘못 이해한 나머지 결국 1990년대 최후 이관수 교수(42) 부작용을 낳았다. 19세기엔 노동과 실천행위가 중요 를 맞이하고 말았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폐해는 여전 동국대 교양학부 교수 하다는 인식이 퍼졌다. 노동하는 인간‘호모 파베르 히 심각하다.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었고, 국가간의 격 서울대 박사 (Homo Faber)’ 생각하는 인간에 대한 반성에서 는 차는 날로 확대되고 있다. 과학기술사 나왔다. 그러나 노동하는 인간 역시 그 성과를 타인과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빌 게이츠는 사회적 책임을 공유하기보다 자신의 이기심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다하는 자본주의를 강조한다. 세계 제일의 갑부인 게 이동수 교수(48) 전개됐다.‘호모 사피엔스’ 와‘호모 파베르’모두 타 이츠는 2000년 부인 멜린다와 함께 게이츠재단을 만 경희대 NGO대학원장 인에 대한 배려와 공생에 대 들어 자신이 번 돈을 사회에 미국 밴더빌트대 박사 한 생각이 부족했다. 21세기 환원하고 있다. 처음 1000억 정치사상 새로운 문명은 무엇보다 서 지난 세기 원의 출연금으로 시작된 게 이상욱 교수(39) 로 의존하는 인간, 즉‘호모 배려와 공생의식 부족‐ 이츠재단은 그 후 2년 만에 2 한양대 철학과 교수 레시프로쿠스(Homo Reci- 조원, 그리고 또 다른 세계적 영국 런던정경대 박사 procus)’ 탄생을 필요로 의 다른 문화 긍정하는 갑부인 워런 버핏으로부터 과학철학 한다.‘호모 레시프로쿠스’ 30조원을 기부받아 이제 무 는 상대와 경쟁하지만 상대 창의적인 융합의 길 나서야 려 34조원의 재원을 갖고 있 장인성 교수(51) 에 의존하고 협력하지 않고 다. 오늘날 자본가들은 이윤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 는 자신도 존재할 수 없는 인간을 말한다. 근대는 인 을 극대화하면서도 그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여 자본 일본 도쿄대 박사 간을 해방시켰다. 하지만‘자기중심적 휴머니즘’ 만 주의의 건강성을 회복시키고 있다. 국제정치 으로 인류의 해방은 요원하다.‘호모 레시프로쿠스’ ◆서로 다른 문화의 가로지르기와 융합 가 요구되는 이유이다. 새로운 문명은 종교와 예술 분야도 비켜가지 않는 전영백 교수(44) ◆민주주의를 넘어 공화주의로 다. 지금까지 20세기 문명은 자기 문명권 내에 안주하 홍익대 예술학과 교수 한국은 1948년 건국 이래 9번의 헌법개정을 거치 면서 다른 생활방식을 이해하지 않고 자신의 우월함 영국 리즈대 박사 면서도‘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라는 제1조 제 만 주장했다. 기독교와 이슬람 문명처럼 극단적으로 미술사 1항의 규정을 바꾼 적이 없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상 충돌하거나, 서구문명의 보편성을 전제로 다른 문화 당한 정도의 민주주의를 성취했지만, 여전히 자신의 권을 정복하는 문화제국주의 양상을 띠었다. 하지만 정윤재 교수(55) 권리만 주장하고 공동체를 파괴하는 이기적인 민주 이젠 다양한 문화의 가로지르기와 융합만이 풍요로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주의에 머물러 있다. 계층간₩노사간₩지역간₩세대간 운 삶을 가져온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공연 미국 하와이대 박사 갈등은 오히려 증폭되었다. 민주화는 정치발전의 필 예술 분야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현대 공연예술은 장 정치리더십 요조건이기는 하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충분조건 르들을 섞는‘종합예술’ 지향한다. 그 첨단에 프랑 을 은 민주를 바탕으로 사회통합과 공동체 조화를 이루 스‘태양극단’ 설립자이자 아방가르드 연출가인 의 최재천 교수(54) 는‘공화(共和)’ 에서 이루어진다. 한국은 그동안 헌 아리안느 므누슈킨이 있다. 러시아계인 그녀는 서양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 미국 하버드대 박사 법에 적시된‘민주’ 이념은 충분히 반영했지만, 의 과 동양문화의 융합을 시도하고 있다. 그녀는“서양 사회생물학 ‘공화’ 덕목을 실천하는 데는 미숙했다. 의 연극의 형태로는 더 이상 관객을 감동시킬 수 없다” 핀란드는 복지를 통해‘공화’ 추구하고 있는 대 를 고 말한다. 뮤지컬 ‘라이온 킹’ 연출한 줄리 테이머 을 새로운 문명이 다가온다. 갈등과 반목을 넘 표적인 나라다. 헬싱키대 파트리크 스케이닌 행태과 역시 서구전통 양식인 뮤지컬에 인도네시아 인형극 어 인간 모두가 행복한 삶의 공동체를 만 홍성욱 교수(47) 들고 있는 새 문명의 징후들은 이미 세계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학대학 학장은“모든 사람이 서로 협력하지 않으면 과 아프리카 민속음악 등을 창의적으로 융합함으로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세계 최대 공연 서울대 박사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인식이 복지제도를 만들었 써 대성공을 거두고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다. 기업‘태양의 서커스’공연에서 출연자들 과학기술사 으며, 이것이 바탕이 되어 고도성장을 가져왔다” 고 새로운 문명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우리 곁에 이 하늘로 비상하는 몸짓을 하고 있다. 말했다. 척박한 토지에 오랜 기간 스웨덴과 러시아의 와 있다. 이동수 경희대 NGO대학원장₩정치사상 <가나다 순> 21세기 12인 학자들이 호모 레시프로쿠스 Homo Reciprocus 인간 종류의 진화 100 진단하는 고대 중세 17세기 18세기 19세기 20세기 상호 의존하는 인간 호모 루덴스 호모 아베우 호모 사피엔스 호모 에코노미쿠스 호모 파베르 호모 폴리티쿠스 호모 심비우스 Homo Ludens Homo Aveu Homo Sapiens Homo Economicus Homo Faber Homo Politicus Homo Symbious 문명의 새 물결 놀이하는 인간 고백하는 인간 생각하는 인간 경제적 인간 노동하는 인간 권력적 인간 공생하는 인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새로운 문명’ 새로운 기업의 모습을 진단한다. 김용학 연 의 징후를 탐색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전 세대 교수(사회학)는 수많은 네티즌이 만들 인류는 지구 생태계의 막둥이‐ 거대한 혼혈인종으로 거듭난다 공 교수 12명이 1월 초 집중적으로 세계를 고 있는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 작 의 누비고 독자 여러분께‘새로운 문명’ 현 의 업을 통해‘집단 협동’ 이라는 생산방식이 새 ‘거의 모든 것의 역사’ 저자 브라이슨은 46억년 지 의 이 같은 혁명의 시대를 거치며 역사의 헤게모니는 어느 후반부터 일기 시작한 세계화의 물결이 거대한 파도가 장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로운 문명의 씨앗이 될 가능성을 탐색한다. 구의 역사에서 우리 인류가 얼마나 최근에 등장했는가를 덧 동양에서 서양으로 이동했고, 제국주의와 민족주의 그 되어 21세기를 삼킬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예측을 이동수 경희대 교수(정치사상)는 개인의 이제 과학기술은 단순히 경제동력을 얻기 이렇게 설명한다.“두 팔을 완전히 펴고, 그것이 지구의 리고 자유민주주의가 때론 차례로 또 때론 한데 뒤엉켜 문화와 문명의 차이로 분석해본다. 문화는 원래 문명보 자유를 존중하면서도 공동체의 조화를 추구 위해 발전시켜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 역사 전체를 나타낸다고 생각해보는 것이다…. 인간의 일어난 격동의 19세기와 20세기를 거친다. 역사학자들은 다 더 큰 개념이었다. 예전에 이 세계는 몇 개의 거대 문 하는 공화주의 현장을 찾아간다. 핀란드의 을 위한 과학이어야 한다는 패러다임으로 전 모든 역사는 손톱줄로 손톱을 다듬을 때 떨어져 나오는 흔히 1905년‘피의 일요일’사건으로 촉발된 1917년 러 화권으로 나뉘어 있었고 각각의 문화권마다 크고 작은 의회 및 교육현장을 통해‘공화’ 가능성 의 환하는 순간에 있다. 홍성욱 서울대 교수(과 중간 크기의 손톱 가루 한 알 속에 들어가버린다.” 시아혁명에서 1989년 베를린장벽의 붕괴와 1991년 소련 문명들이 흥망성쇠의 역사를 거쳐왔다. 하지만 나는 이 을 발견하고, 공화주의 철학자 모리지오 비 학기술사)와 이상욱 한양대 교수(과학철학) 지구 생태계의 막둥이 우리 인간을 만물의 영장으로 만 의 해체에 이르는 20세기를‘이념의 세기’ 규정하지 로 제 전세계가 하나의 거대문명 또는 메타문명(meta-civ- 롤리 프린스턴대 교수 인터뷰를 통해 공화 는 시민을 위한 과학을 연구하고 실천하는 네 들어준 두 사건으로 흔히 농업혁명과 산업혁명을 꼽는다. 만, 과학자인 나는 이 두 세기를 애써 구별하지 않는다. ilization)으로 묶이고 그 안에 수없이 다양한 문화 유형 의 진정한 의미를 전달한다. 정윤재 한국학 덜란드 라테나우 연구소를 찾아가 과학기술 지금부터 약 1만년 전에 일어난 농업혁명은 우리 인간에 왜냐하면 궁극적으로 탈이념의 근거를 마련해준 과학은 들이 탄생과 죽음을 거듭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앙연구원 교수(정치리더십)는 북아일랜 발전의 방향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 최재 게 부의 축적을 허락하며 폭발적인 인구 증가의 발판을 마 19세기와 20세기를 거치며 꾸준히 발전해왔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 시대를‘혼화(混和)의 시대’ 정의한다. 로 드 벨파스트의 종교분쟁현장을 탐방하고, 천 이화여대 교수(사회생물학)와 이관수 동 련해 주었다. 그러나 거의 800년 동안이나 이어온 농경의 철도와 증기선의 발명으로‘80일간의 세계 일주’ 가 가 모든 게 섞이고 있다. 서로 다른 과학과 기술이 섞이고 장인성 서울대 교수(국제정치)는 일본의 공 국대 교수(과학기술사)는 분과학문의 경계를 역사는 18세기 중반 산업혁명에 의해 급격한 도시화로 이 능해지더니 1895년에 자동차, 그리고 1903년에 비행기가 문화가 섞이고 피가 섞이고 있다. 나는 이러한 변화를 매 동체 연구자들을 만나 동아시아‘트랜스 내 넘어 ‘통합 학문’ 추구하는 미국의 학문 현 을 어진다. 약 5만년 전 비교적 정교한 도구를 제작하기 시작 발명되면서 세계는 더 작아졌고, 1837년 모스 통신, 1876 우 긍정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어느 셔널’공동체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장을 찾는다. 전영백 홍익대 교수(미술사), 김 한 인간이 드디어 제품의 대량생산에 성공한 사건인 산업 년 전화와 1890년대 무선통신의 개발로 이제 세상은 아 한 국가가 독자적으로 거대한 문명을 일으켜 세울 필요가 염재호 고려대 교수(행정학)는 기업의 사 학민 경희대 교수(오페라연출)는 미술과 오 혁명은 표면적으로는 제조업의 혁명이었다. 하지만 이어 예 하나가 되었다. 일군의 사회학자들이 제3의 혁명으로 없어졌다. 이미 세계는 하나의 거대한 문명네트워크로 연 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는 미국 ‘게이츠 재 페라₩뮤지컬 등 예술분야에서 서로 다른 장 서 벌어진 두 정치혁명, 즉 미국혁명(1775년)과 프랑스혁 규정하는 정보혁명은 급기야 그 최근 발명품인 휴대전화 결되고 있다. 게임의 법칙은 이제 그 속에서 누가 더 독특 단’ 방문하고, 박용승 경희대 교수(경영학) 을 르가 관통하는 새로운 예술의 흐름을 진단한 명(1789)에 비춰볼 때 산업혁명은 사실 영국식 사회혁명이 와 인터넷으로 북한의 고립 문명 체제마저 무너뜨리기 하고 전염성 높은 문화를 만들어내는가를 묻고 있다. 열 는 인간의 가치를 경영에 응용하고 있는 기 다. 이한수 기자 hslee@chosun.com 었다. 그래서 ‘인간 등정의 발자취’ 저자 브로노우스키 의 일보직전이다. 린 마음으로 새로운 문명을 품어야 한다. 업인 미국‘멘스 웨어하우스’ 찾아 21세기 를 ☞ 동영상 chosun.com 는 이 세 혁명을 한데 묶어‘삼각 혁명’ 이라 부른다. 우리는 이미 21세기의 첫 7년을 보냈다. 나는 20세기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
  • 2. 조선일보 신년특집 제27065호 2008년 1월 1일 화요일 나 A19 경희대-조선일보 공동기획 새로운 21세기는 경계 없는 통합 학문3의 시대 문명이 온다 새로운 문명 모색하는 세계의 연구 기관들 “새로운 문명은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그 속에서 새로운 휴머니 1스스로를 비평하는 자세에서 즘을 발견하려는 인간의 노력 여부에 달려 있다.” 지난달 19일 독일 에센 문명연구소(KWI₩Kulturwissenschaftliches 새로운 인간성이 만들어진다2 Institut)에서 만난 요른 뤼젠(70₩Joern Ruesen) 연구소장은“지금 지구 는 갈등과 반목에 있다. 열쇠는 인간이다. 우리는 모두 인간이기 때문에 종 교₩지역₩국가₩종족의 차이를 뛰어넘는‘타협할 수 없는 것의 타협 가능 요른 뤼젠 독일 에센 문명연구소장 —너무 당위적인 말이다. 현실적으로 어떻게 가 성’ 가지고 있다” 말했다. 을 고 능한가. 에센 문명연구소는 1998년 공산주의가 최종적으로 몰락한 이후, 다가올 “‘우분투(ubuntu)’ 라는 말이 있다. 휴머니즘 “독일은 역사적으로 인류문명에 내놓을 훌륭한 새로운 문명을 연구하기 위해 설립됐다. 보쿰대, 도르트문트대, 에센-두 에 해당하는 아프리카 말이다. 우리 모두 인간이 작가와 철학자들이 있다. 그러나 동시에 제국주의 이스부르크대 등 3개 대학이 연합해 설립했지만, 연구재원은 모두 독일 라는‘인간의 가치’ 전제되지 않으면 새로운 가 와 제2차 세계대전의 학살을 저질렀다. 독일은 교 정부에서 지원을 받는다. 1920년대 세워진 3층짜리 전기회사 건물을 개조 문명은 결코 오지 않는다” 과서에 이런 사실을 기록했다. 그 결과 더 많은 것 해 연구실과 콘퍼런스룸, 방문 연구자들의 숙소를 마련했다. 지금은 중국 독일 에센 문명연구소를 창립 때부터 10년간 이 을 얻었다. 일본은 자신의 어두운 그림자를 스스 ₩일본₩인도₩남아공₩멕시코 등 여러 나라의 학자들과 함께‘문명 간 협력 끌고 있는 요른 뤼젠 소장은 ‘새로운 휴머니즘’ 을 로 감추고 바꾸려 하지 않으니까 갈등을 변화시 하는 인류’ ‘유럽 휴머니즘 비판’ ‘휴머니즘과 종교’ ‘휴머니즘과 경제’ 인터뷰 내내 강조했다. 그는 “다른 것을 다르다는 키지 못한다. (일제 식민지로 고통을 겪었지만) 그 ‘휴머니즘과 교육’ ‘탈휴머니즘의 도전’등 6개 주제로 연구를 진행하고 시각으로 보기 때문에 갈등이 비롯된다. 인간성의 래도 한국이 해야 할 일은 일본의 범죄를 용서하 있다. 상주 연구원은 25명 안팎이지만, 콘퍼런스와 학술회의에 참여하며 본질을 제대로 알고 문화적 차이를 새로운 것으로 는 것이다. 용서할 때 새로운 관계를 정립할 수 있 공동 연구하는 학자는 100여명에 달한다. 뤼젠 소장은“세계 각국의 석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하다” 말했다. 고 다. 북한이라는 곳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 학들을 6개월간 초빙해서 공동연구를 진행한다. 단순히 학술 연구에 그 —새로운 문명은 어떤 모습인가. 는 전체주의 국가이며 감옥과도 같은 곳이다. 하 치는 것이 아니라 강연회와 심포지엄, 교육과 출판을 통해 세계적인 네트 “먼저 새로운 인간성을 발견해야 한다. 학술대 지만 한국은 북한과 물리적 접촉뿐만 아니라 정 워크 형성에 노력하고 있다” 말했다. 고 회 같은 곳에서는 보통 동양과 서양의 차이만을 신적으로 가까이 하려는 시도를 해야 한다. 그것 세계는 지금 공존과 공영을 위해 협력하는 인간의 새로운 문명을 모색 이야기한다. 동양은 전체를 추구하고 서양은 개 이 정치적인 휴머니즘이다.” 하고 있는 중이다. 미국 뉴멕시코주 산타페 연구소(Santa Fe Institute)는 인주의이며, 서양은 물질주의인 반면 동양은 그 —종교 간의 갈등은 새로운 문명의 걸림돌 아닌가. 근대 분과학문의 경계를 넘는‘통합 학문’ 연구를 통해 새로운 문명의 의 렇지 않다는 식이다. 그러나 우리는 같은 인간이 “일본에서 10여 년간 선불교를 공부하고 깨달 가능성을 탐색한다. 물리학₩생물학₩컴퓨터학 같은 과학 및 기술분야, 환 라는 공통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스스로를 비 음을 얻은 70세 된 독일 가톨릭 신자 이야기가 독 경₩정치₩경제 같은 인문사회과학 영역을 아우르는 통합 학문의 정립을 평하지 않고 남만을 비평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 일 신문에 난 적이 있다.‘당신은 이제 불교도가 위해 40여명 연구진이 공동연구를 펼치고 있다. 물고기 무리의 행동 양 생한다. 스스로를 비평하면 자기 안의 미개함을 되었는가’ 라고 묻자 그는 ‘선불교를 통해 진정한 태에 대한 연구를 통해 주식 투자가들의 행동에 대한 통찰을 제공하고, 발견할 수 있다.” 가톨릭 신자가 됐다’ 했다. 나는 이것이 서로 고 개미의 행동 양태를 분석하여 새로운 노사관계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식 —당신이 말하는‘새로운 인간성’ 어떻게 만 은 다른 종교를 극복한 사례로 본다. 독일 마인츠 성 이다. 들 수 있나. 당의 한 성직자는‘무슬림에게 말하는 그리스도 2000년 남아공에 설립된 스텔렌보쉬 연구소(The Stellenbosch Insti- “인간의 어두운 면을 확연히 밝혀놓지 않으면 인들’ 이란 주제로 설교를 했다. 오케스트라가 연 tute for Advanced Study)도 자연과학과 인문사회과학을 통합하는 연구 새로운 인간성을 발견할 수 없다. 내 안에 인간성 주할 때 한 가지 악기만 연주한다면 음악이 될 수 를 진행하고 있다. 빈곤과 보건위생 같은 아프리카의 지역적 문제에 실질 이 있는 것과 동시에 비인간적인 인간성(Die un- 있겠는가, 다양한 악기가 연주될 때 훌륭한 음악 적으로 도움이 될 연구를 하면서도 각 분야 첨단지식의 교류와 융합으로 menschliche Menschlichkeit)이 있다는 인식 이 되지 않느냐 하는 내용이다. 종교의 다양성은 ‘새롭고 종합적인 학문’ 탐색한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라테나우 을 을 가져야 한다. 인간의 어두운 그림자를 드러낼 결코 새로운 문명의 적이 아니다.” 연구소(Rathenau Institute)는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우리의 일상적인 때 새로운 인간성이 드러난다. 그래야만 새로운 에센(독일)=이한수 기자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는 대표적인 연구소다. 급격한 기술변 문명을 이야기할 수 있다.” ☞ 동영상 chosun.com 화가 인간의 삶의 양식과 사회구조 전반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분석 한다. 1986년 설립된 이후 매년 세계에서 주목하는 각종 보고서를 내고 있다. 미래의 전망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는 국가의 실질적인 발전을 가져오 기도 한다. 복지와 성장을 동시에 달성하고 있는 북유럽 국가 핀란드는 새로운 환경에 대처하는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의회 산하에‘미래 위원 시작 단계에 들어선 국내의 문명 연구 회’ 두고 있다. 목재를 팔던 기업‘노키아’ 세계적인 IT기업으로 발 를 를 전시킨 동력은 미래위원회의‘선택과 집중’전략 때문이다. 부(富)의 편 국내의 문명 연구는 이제 시작 단계에 들어서고 진행 중이다. 올해에는 새로운‘미래 대학’ 디 을 중과는 관계없이 동등한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핀란드의 명품 교육 역시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2005년부터 3년째‘문 자인하는 데 역점을 둔다는 계획이다. 미래 진단을 통해 인재를 활용하는 전략에 입각해 있다. 석사학위를 주고 명과 평화’국제 포럼을 개최하고 있는 중이다. 경희대는 2005년‘네오 르네상스 문명원’ 설 을 교사가 될 자격을 부여하는 헬싱키대 응용교육학과는 인기가 높아 매년 “다양한 문명 간의 대화를 통해 지구 위의 모두가 립하고 민주화₩산업화₩과학화라는 근대 문명의 경쟁률이 10대1을 넘는다. 지난해에도 2061명 지원자 중 10%에 불과한 평화롭게 더불어 사는 방안을 모색한다” 취지 는 바탕 위에서‘평화와 공영’ 새로운 문명을 연 의 211명만이 합격했다. 그러나 누구도 교육불평등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를 내세웠다. 세계석학 초청강연, 국제 포럼 개최 구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핀란드 헬싱키대 연구실에서 만난 유하니 히토넨(Juhani 등을 통해 평화로운 공존의 문명을 탐구하고 있다. 매년‘UN 평화의 날 학술회의’ 개최하고 세 를 Hytonen) 학과장은“핀란드는 누구나 동등한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지 서울대는 김광웅 교수(행정학)를 중심으로 지 계 NGO(비정부기구) 단체들과의 네트워크를 만 종교와 민족, 국가와 언어의 차이는 더 이상 갈등의 요소가 아니다. 문화의 다양성은 새로운 만 결과의 평등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 떨어진 사람도 시스템 때문에 떨 난해‘미래학문을 위한 범대학 콜로키엄’ 4차을 들어가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 2009년에는‘세계 문명의 적이 아니라 삶의 가치를 풍요롭게 해주는 자원이다. 수많은 익명의 프로그래머들 어졌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말했다. 경쟁에서 실패하더라도 필요한 고 례 개최했다. 과거의 분과학문은 융합학문으로 발 시민 포럼’ (World Civic Forum)을 열고 세계 석 이‘집단 협동’ 통해 만든 컴퓨터 운영체제 리눅스(위), 종교분쟁으로 도심에서 자동차가 을 불타고 있는 북아일랜드 벨파스트(가운데), 신기술을 실험하고 있는 핀란드 기업 노키아의 곳에 다시 인재를 활용하는 공생의 사회체제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전한다는 점, 융합학문은 미래의 일이지만 과거에 학들이 참여하는 학술원을 구성한다는 원대한 계 연구실(아래). 에센(독일)₩헬싱키(핀란드)=이한수 기자 hslee@chosun.com 도 사례가 발견된다는 점에 중점을 두고 연구를 획도 짜놓고 있다. 이한수 기자
  • 3. 조선일보 제27088호 2008년 1월 28일 월요일 다 A21 조선일보-경희대 공동기획 새로운 문명이 온다 1핀란드, 복지와 성장의 균형 통해 사회통합 만들어가2 [1] 민주주의의 위기, 이제는 공화주의다 민주주의 평등 중시하고 민중의 정치참여 강조 조선일보는 경희대학교와 공동으로 기획한‘새로운 문명이 온다’시 리즈를 연재한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이화여대, 홍익대, 동국대, 한 국학중앙연구원 등 유수 대학에서 정치₩경제, 사회₩문화, 과학₩예술 등 공화주의 공동체 조화위해 소수의 권익도 관심 다양한 분야를 전공하고 있는 학자 12명이 취재진이 됐다. 이들은 새로 운 문명의 도래를 보여주고 있는 현장을 직접 찾아가 그곳에서 벌어지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3 의’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면서 개인의 권익 보 는 신(新)문명의 징후를 생생한 르포와 인터뷰를 통해 중계한다. 대학교수 헌법 제1조 제1항의 규정이다. 한국은 1948년 건 호에 집중했다. 반면‘민주주의’ 평등을 중시하 는 들이 신개념 르포기사를 선보인다. 국헌법에서부터 ‘민주’ ‘공화’ 최고의 정치적 와 를 면서 민중의 정치 참여를 강조했다. 하지만 오늘날 가치로 여겨왔다. 그동안 9차례의 헌법 개정을 거 왜곡된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는 방종하고 자기 자 치면서도 이 조항은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여기 신만 위하는 자유로 타락하거나 획일적인 평등으 헬싱키(핀란드)=이동수 경희대 NGO대학원장 서‘민주’ 란‘인민 주권’‘권력 분립’‘다수의 지 로 전락하여 공동체의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과거에 집착하지 않 배’ 말한다. 반면‘공화’ 시민의 자유를 존중 를 는 ‘공화’ ‘레스 푸블리카(res publica)’ ‘공적 는 즉 습니다. 핀란드가 추구하는 목표 하고, 그들 모두를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하며, 권력 인 것’ 중시하는 개념이다. 개인은 자유를 추구하 을 는 경제적으로 풍요한 사회만이 분립 속에서도 사회 통합을 어떻게 이룰지, 또 다 되 그것이 공적인 자유가 되기 위해 타인의 자유를 아닙니다. 더 좋은 미래를 위해 수의 지배 속에서도 소수의 권익을 어떻게 보호할 존중해야 하며, 또한 나의 자유를 공적으로 보장해 온 국민이 참여하고 협력하는 사 지에 관심을 둔다. 그동안 우리는‘민주’ 너무에 주는 공동체에 대한 애정과 법에 대한 신뢰를 가져 회입니다.” 집중한 나머지‘공화’ 잊어버렸다. 를 야 한다. 평등도 사회 유지를 위해서는 단순히 획일 지난달 말 핀란드 헬싱키대학에서 만난 파트릭 실패하더라도 역사적으로 볼 때 신(神) 중심에서 벗어나 인간 적 평등이 아니라 각자 부분으로서의 역할을 다한 스케이닌(Patrik Scheinin) 행태과학대학 학장은 1 누구든 다시 서는 중심의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근대의 출발 원리는 다는 의미에서 중층적 평등이어야 한다. 공화주의 시간 넘게 대화하는 동안“협력” “균형”“통합” 이 ‘공화’ 강조하는‘공화주의’ 를 였다. 중세 봉건제 이론가 모리지오 비롤리(Maurizio Viroli) 프린스턴 유연한 사회 목표 란 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복지와 성장은 도하의 왕정(王政)이나 귀족정(貴族政)을 타파하 대 교수에 따르면 공화정은 개인의 자유를 공적으 서로 상충하는 개념이 아니다. 사회 통합을 위해서 고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인 자유도시를 건설하여 로 보장하기 위해 공동선과 공동체에 대한 애정, 그 는 두 가지 가치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 말했다. 고 국가경쟁력 타인에 대한 존중과 공동체에 대한 애정을 통해 사 리고 법치에 의존하는 정치체제3이다. 핀란드는 지금까지 우리에게 알려진 것처럼 평 회를 유지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후‘공화주의’ 는 ‘공화’ 관점은 고대 로마, 근대 초기(14~15세 의 등과 분배를 강조하는 ‘사회민주주의’혹은 ‘복지 OECD 1위 도약 ‘자유주의’ 와‘민주주의’ 나뉘었는데,‘자유주 로 기) 이탈리아 도시국가들, 미국 건국 그리고 현대 국가’ 설명할 수 없다. 인구 530만명의 이 소국 로 핀란드에서 발견된다. 로마 공화정은 이방인조차 (小國)은 자유와 평등, 복지와 성장의 균형을 통해 로마를 사랑하고 시민권을 획득하면 동료로 받아 AP 사회 통합으로 나아가는‘공화’ 체제를 지향하고 들였다. 원로원과 행정관 그리고 민중의회와 호민 2006년 재선한 타르야 할로넨 핀란드 대통령이 지지자들 앞에서 환호하고 있다. 그녀 있다.‘공화’ 타인에 대한 존중, 공동 세계의 구 는 가 이끄는 핀란드는 분배와 성장의 균형을 통해‘공화(共和)’ 지향하고 있다. 를 관의 적절한 역할 분담을 통해 사회 통합과 발전을 성, 법치의 구현, 자유와 평등의 균형을 특징으로 극대화했다. 르네상스기(期) 피렌체와 베네치아 같 한다. 특히 자신이 속한 공동체(국가)에 대한 내면 다는 것을 배웠다. 스케이닌 학장은“인간은 망각 지구 반대편에서 온 동양 학자에게 중국 녹차를 은 이탈리아 도시국가들도 영주에 예속되지 않은 으로부터의 인정과 충성심이 핵심이다. 에 익숙한 동물이다. 핀란드는 과거 갈등의 기억에 연방 따라주던 스케이닌 학장은 대화를 마치고 일 자유민들이 모여 만든 공동체다. 사회 유지를 위해 핀란드는 특히 교육을 통해 공동체에 대한 국민 집착하지 말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어서기 직전 말했다.“핀란드는 사람이 전부입니 소수의 행정관으로 구성된 시뇨라 위원회와 시민 의 애정을 끌어내고 있었다. 스케이닌 학장은“공 형성되어 있다” 말했다. 그는 ‘공화’ 서로 다 고 “ 란 다. 누구든 사회의 일원으로 역할을 다해야 살 수 들로 구성된 민회가 각각 역할을 분담하고 상업의 정한 교육시스템이야말로 국민으로 하여금 국가 른 의견의 존중과 타협에서 나온다” 덧붙였다.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복지와 교육을 통해 사회를 통 장려를 통해 국가를 발전시켰다. 건국기(期) 미국 에 대한 애정과 충성심을 갖게 할 수 있는 가장 중 갈등과 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90년대 초 합하고, 그 바탕 위에서 경쟁과 창의력으로 발전을 조선일보 DB 도 개인의 자유를 공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연방국 요한 방법” 이라고 말했다. 그는 “핀란드는 정부 정 경제의 20%를 의존하던 소련이 붕괴하고 금융위 추구합니다. 누구든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1948년 7월‘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규정한 제 가를 이뤄 하나의 공화체제를 만들었다. 헌헌법에 서명하고 있는 이승만 초대 국회의장. 책의 최우선 순위를 항상 교육에 두고 있다” 면서 기가 닥치자 배급제를 실시할 정도로 경제 공황에 있는 유연한 사회를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이동수 경희대 교수 “교육은 미래에 대한 투자이기 때문이다” 했다. 고 직면했다. 1991년 실시된 선거에선 복지와 평등을 유하니 히토넨(Juhani Hytonen) 헬싱키대 응용 강조하는 사회민주당이 참패하고 복지 축소와 임 교육학과 교수 이야기도 비슷했다. 그는“핀란드 금 감축을 실시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실업이 증 참여교수 명단 의 평등 교육이란‘결과의 평등’ 까지 말하는 것이 가하고 소비가 위축되면서 경제위기가 더욱 가중 한국 학계에서도 공화주의3 논의 활발 김용학 연세대(사회학과₩55) e미국 시카고대 박사 아니다. 다만 우리는 사회적 지위나 금전적 차이에 되었다. 그후 핀란드는 좌우세력이 타협하여 복지 김학민 경희대(예술학부₩46) e미국 텍사스 오스틴대 박사 관계없이 질 높은 교육을 받을 기회를 제공하면서 와 성장을 동시에 추구하는 전략을 택했다. 최근 한국 학계에서도 공화주의에 대한 논의가 활발 논의했다. 임혁백(고려대 정외과) 교수는‘공공성의 붕 박용승 경희대(경영학부₩44) e미국 미네소타대 박사 국민을 통합하고 있다” 자랑스러워 했다. 고 정치제도상으로도 타협과 협력은 두드러진다. 염재호 고려대(행정학과₩58) e미국 스탠퍼드대 박사 하다.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는 지난 24일 연구소 괴인가, 공공성의 미발달인가: 한국에서의 허약한 공 OECD 통계 국가투명성 1위, 국가경쟁력 1위, 1 2000년 제정된 신헌법은 대통령과 총리의 권한을 이관수 동국대(교양학부₩42) e서울대 박사 대회의실에서 ‘공화주의 토론회’ 열었다. 곽준혁(고 를 화주의’논문에서 “최근의 개헌 논의 와중에서 우리는 인당 국민소득 4만650달러인 핀란드는 사실 20세 나누는 이원집정부제를 채택하고 있다. 2006년 선 이동수 경희대(NGO대학원장₩48) e미국 밴더빌트대 박사 려대 정외과) 교수가‘왜 그리고 어떤 공화주의인가’ 대한민국의 헌법 제1조 1항인‘대한민국은 민주공화 기 초반까지만 해도 유럽에서 가장 뒤떨어진 나라 거에서 사회민주당 타르야 할로넨(Tarja Halo- 이상욱 한양대(철학과₩39) e영국 런던정경대 박사 를 발표했고, 안병진(경희사이버대 영미학과) 교수가 국이다’ 라는 조항이 아홉 번의 헌법 개정에도 불구하 였다. 600년에 걸친 스웨덴 지배, 이후 100년 가까 nen)이 여성 대통령으로 재선되었고, 중도당의 반 장인성 서울대(외교학과₩51) e일본 도쿄대 박사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와 공화주의 이론의 현실적 의 고 유지되었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였다” 면서“우 운 러시아 지배를 받고 1917년 겨우 독립한 북유 하넨(Matti Vanhanen)은 우파 연합을 이뤄 의회 전영백 홍익대(예술학과₩44) e영국 리즈대 박사 미’ 발표했다. 곽 교수는“최근 공화주의에 대한 관 를 리가 추구했던 정치체제는 국민들이 주인이 되는 민주 럽의 후진국이었다. 그러나 고난이 오히려 발전의 를 장악하고 다수당 당수가 차지하는 총리가 되었 정윤재 한국학중앙연구원(55) e미국 하와이대 박사 심이 증폭되고 있다” 면서“일상생활에서 미래에 대한 주의일 뿐만 아니라 시민적 덕성을 갖춘 시민들이 공적 바탕이 됐다. 오랜 식민 통치 때문에 귀족 중심의 다. 타협과 균형은‘탈코트(talkoot)’ 라는 가치를 최재천 이화여대(에코과학부₩54) e미국 하버드대 박사 불안을 갖는 개인과 민족주의에 발목 잡힌 한국적 세계 영역에 참여하고 나아가 공적 업무에 책임을 지는‘민 홍성욱 서울대(생명과학부₩47) e서울대 박사 봉건제도나 절대 왕정이 없었다. 민주주의를 정착 지향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핀란드말로‘함께 일 화의 배타성을 극복하는 방안을 공화주의를 통해 모색 주공화국’ 이었다” 주장한다. 고 〈가나다순〉 시키기가 오히려 용이했다는 것이다. 독립 후 내전 한다’ 뜻의 이 말은 서로 주장하는 강력한 이념 는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이 발행하는 계간지‘정신문화연 (內戰)과 좌우 대립도 겪었지만 다시 예전으로 돌 보다 서로 함께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를 후원: 최근 출간된 계간지‘사회비평’2007년 겨울호는 구’ 2007년 봄호에서‘공화주의’특집으로 다섯 편 는 아가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타협과 통합이 중요하 갖고 있다. ‘공공성(公共性)’특집을 다루면서 공화주의를 집중 의 논문을 실었다. 이한수 기자 hslee@chosun.com
  • 4. 조선일보 제27095호 2008년 2월 5일 화요일 다 A17 조선일보-경희대 공동기획 새로운 [2] 사람중심 경영이 기업을 살린다 문명이 온다 21세기 새로운 문명은 결국 사람을 통해 구현될 것이다. 이번 기획취재팀이 선각 다에 650여 개 영업점과 1만 명이 넘는 종업원을 거느린 대규모 남성정장 의류소 적 기업 경영에서 그 징후를 읽어내려 시도한 이유도‘새로운 사람 경영’ 읽고 을 매 체인점으로 성장했다. 1999년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포천’ 지가 선정하는 가 싶었기 때문이다. 일례로 미국 의류소매업체‘멘스 웨어하우스(Men’ Wear- s 장 일하고 싶은 100대 기업에 들고 있다. 제프리 페퍼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21 house)’는‘사람 중심 경영’ 이라는 새 문명의 현상을 보여주는 기업이다. 직원에 세기 지식기반 경제환경에서는 사람에 대한 투자, 직원들의 업무경험에서 나오는 대한 과감한 투자, 개인 실적보다 팀을 중시하는 독특한 보상체계로 업계 1위를 기 지식과 노하우가 기업의 성공을 좌우한다” 말한다. 박용승 경희대 경영대학 교 고 록하고 있다. 수가 미국 캘리포니아 프리몬트에 있는‘멘스 웨어하우스’ 찾아가 기업에 나타 를 1973년 자본금 7000달러로 시작한 이 회사는 30여 년이 지난 지금 미국과 캐나 나는 새 문명의 징후를 르포했다. 이한수 기자 hslee@chosun.com 멘스 웨어하우스 제공 ‘동료에 대한 배려’와‘팀 정신’ 강조하는 미국 의류업체‘멘스 웨어하우스’ 사내 교육기관‘수트 대학’ 참여한 직원들이 즐거운 표정으로 교육을 받고 있다. 을 의 에 8년간 일하고 싶은 100대 기업3 美 의류업체 멘스 웨어하우스3 1스타보다 팀워크‐ 기업은 행복 창출해야2 프리몬트=박용승 경희대 경영대학 교수 다” 말했다. 그는“모든 구성원들이 회 고 러나 멘스 웨어하우스는 직원에 대한 신 멘스 웨어하우스 5년간 영업실적 사의 핵심가치와 문화에 대해 강한 연대의 뢰가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낳고, 직원의 2002 2003 2004 2005 2006 “우리의 사명은 고객에 식을 가지고 큰 의미와 보람으로 삼도록 충성심은 고객의 회사 제품에 대한 신뢰 게 최상의 품질과 서비스 하고 있다” 했다. 그는“따뜻한 배려를 고 와 서비스에 대한 믿음으로 이어진다는 믿 매출액 1295 1393 1547 1725 1882 (백만달러) 를 제공하는 데 있다. 우 통해 일궈내는 인간의 에너지가 궁극적으 음을 갖고 있다. 비용이 다소 증가하더라 매출총이익률(%) 35.1 36.9 39.0 40.4 43.3 리는 이것이 우리 스스로 로 기업의 성공을 가져온다” 덧붙였다. 고 도 매출이 더 큰 폭으로 증가할 때 수익도 즐겁게 일하고 우리가 믿 직원들의 복지는 동종업계와 비교할 때 따라서 증가하기 때문이다. 비용과 수익이 영업이익률(%) 5.4 5.9 7.6 9.6 11.9 는 가치를 계속 유지함으 파격적이다. 모든 직원들은 입사 후 6개월 제로섬 관계일 필요는 없는 것이다. 자료:멘스웨어하우스 2006년 영업보고서 로써 가능하다고 믿는다. 우리가 믿는 가 에서 1년 사이에 이 회사 교육시설인‘수 직원 평가는 두 가지 차원에서 이뤄진 치는 창의성, 함께하는 성장, 실수를 통한 트 대학(Suits University)’에서 교육을 다. 하나는 직원 개인의 영업실적이고, 다 났기 때문” 이라고 설명했다. 마치 미국 프 학습, 행복의 추구, 건강한 인생, 공동체의 받는다. 직원에 대한 훈련과 투자가 거의 른 하나는 동료에 대한 배려와 팀 중심의 로야구에서‘수퍼스타’ 즐비한 팀이 오 가 식, 자아실현을 위한 노력이다.” 없는 미국 의류소매업계에서‘멘스 웨어 활동이다. 이 중 더 중요한 것은‘개인 실 히려 우승하지 못하는 역설과도 비슷하다. 지난 8일 찾은 미국 캘리포니아 프리몬 ‘멘스 웨어하우스’ 회사의 업종이 의 는 트에 있는 의류업체‘멘스 웨어하우스’ 류업이 아니라 사람들의 행복을 창출하는 (Men’ Wearhouse) 로비 벽면에는 회사 s 개인 실적 좋아도 팀워크 해치면 해고‐ 동료 배려 중시 것을 목적으로 하는‘사람 산업(people 의 사훈(社訓)이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business)’이라고 말한다. 한 회사 직원 걸려 있었다. 직원들이 즐겁게 일하고 자 개인 가치관이 회사와 일치하는가가 중요 선발 기준 은“내가 코디한 정장을 입고 기뻐하는 고 아실현을 해야 고객에게 최상의 품질과 서 객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가장 큰 보람” 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 이라고 했다. 이들은 인간의 행복은 전염 신선했다. 하우스’ 전략은 놀라운 일이다. 인적자 의 적’ 보다‘팀 정신’이다. 고용관계부문 부 되는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물건을 새 문명 출현의 징후는 기업의 생산관 원 개발부문 부사장 슐로모 마오르(Shlo- 사장인 줄리 레이시(Julie Lacy)씨는“어 사고팔기 전에 고객과 깊은 인간적인 교 리, 직원관리 부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mo Maor)씨는“직원 훈련은 입사 면접을 느 한 직원이 다른 직원과 협력하지 않고 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생산성 제고를 위해서 사람을 소모품으로 치르는 시점부터 시작된다. 지원자 개인의 혼자서만 높은 성과를 올렸을 경우 해당 “우리 회사의 핵심가치는 열정과 배려, 쓰고 버리는 산업혁명 이후의 보편적인 기 가치관이 회사의 가치와 일치하는가가 가 종업원은 매장 매니저와 상담을 해야 하 그리고 사업적 성공이 균형을 이루는 것 업문화는 이제 종언을 알리고 있는 것이 장 중요한 선발 기준이다” 라고 말했다. 그 며, 그래도 행동이 교정되지 않으면 해고 입니다. 재정적 고려와 인간적 고려 사이 다. 멘스 웨어하우스는 직원 관리에서부터 는“일하는 기술보다 정신이 중요하기 때 될 수 있다” 했다. 실제로 최근 최고 수 고 의 균형 말이죠. 회사 사장의 가장 중요한 새 문명 시대를 맞이하는 미래 기업의 징 문”이라고 했다. 준의 영업 실적을 보인 미시간 주 한 영업 역할은 이런 균형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후를 엿보도록 해주고 있다. 창업자 조지 멘스 웨어하우스는 정규직 직원 고용을 점의 직원을 이런 이유로 해고시켰다고 했 정신적인 가치체계는 한 번 무너지면 다 지머(George Zimmer)의 뒤를 이어 이 회 고집한다. 시간제(파트타임) 근로자는 극 다. 레이시 부사장은“그가 떠난 후 해당 시 회복하기 어렵습니다.”상담심리학 박 사 사장에 오른 찰리 브레슬러(Charlie 히 일부에 불과하다. 각 매장의 매니저 이 영업점 전체의 성과는 오히려 30% 증가했 사 출신인 브레슬러 사장은“멘스 웨어하 Bresler)씨는“회사의 성공 요인 중 가장 상 관리직은 내부승진으로만 이뤄진다. 한 다” 면서“스타는 떠났지만 평균적으로는 우스에서는 두 가치의 균형이 현실화되고 중요한 것은 직원에 대한 존중과 투자였 마디로 비용이 많이 드는 시스템이다. 그 회사의 활력과 팀 정신이 이전보다 살아 있다” 말했다. 고 1성공하는 회사들은 직원 해고에 신중2 “많은 기업들이 여전히 임금을 적게 주 항공은 2001년 이후 동종업계에서 유일하 ● 제프리 페퍼 스탠퍼드大 교수 고 비용을 절약하는 것이 기업 효율성을 게 단 한 사람의 직원도 해고하지 않았다. 극대화하는 것이라 믿고 있다. 일부 기업 하지만 이들의 시장점유율은 괄목할 만큼 “21세기 지식기반 경제환경에서 사람 은 고용 안정이 매우 비효율적이라고 생 상승했다. 유럽의 항공군수산업 납품업체 중심의 전략이야말로 진정한 기업 경쟁력 각한다. 그 이유는 (사람 중심 경영에 대 EADS도 같은 기간 직원을 한 명도 해고 의 원천이다.” 한) 믿음이 없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고용 하지 않았는데, 미국 보잉사를 압도하는 제프리 페퍼(Jeffrey Pfeffer) 미국 스 과 정리해고는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성과를 이뤄냈다. 정리해고와‘다운사이 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단호하게 말 좋지 않은 방법이다. 사람들은 언제 떠날 징’ 기업의 주식시세와 생산성에 긍정 이 했다. 그는 벌써 10년 전부터‘휴먼 이퀘 지 모를 직장을 위해 동료와 지식을 공유 적인 영향을 준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 가능성을 더욱 낮춘다. 집단 성과 시스템 이션(The Human Equation)’이란 책에 하려 하지 않는다.” 다.” 이 개인 성과 시스템보다 조직의 성과 제 서‘인간 중심의 경영’ 주장하면서 경 을 —어떻게‘신뢰’ 만들 수 있는가. 를 —당신은 개인보다 팀 중심의 보상시스템 고를 위해 훨씬 바람직한 제도다. 만약 직 영학의 새로운 지평을 시도했다. 이 책은 “쉬운 문제다. 회사가 직원에게 거짓말 을 강조한다. 그러나 집단 성과를 강조하 원 간 업무 상호의존성이 없고, 서로 지식 멘스 웨어하우스의 기업이념의 학문적 기 을 하지 않고 진실로 대하면 된다. 직원들 면‘무임승차(free rider)’문제가 생기지 공유와 학습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라면 개 반을 제공하고 있다. 그는 전화선 너머에 에게 진실을 말하는 행동이 신뢰를 쌓게 않나. 인 성과급제도도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 서“회사 구성원 간의 신뢰가 기업의 성 한다. 어려운 것이 아니다. 간단한 것이 “인간이 무임승차를 지향한다는 증거는 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오늘날 지식기 공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라고 말 다.” 어디에도 없다. 무임승차란 용어는 조직경 반사회의 작업장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했다. —비정규직 고용, 정리해고 같은 고용 유 제학자들의 학문적인 용어일지는 몰라도 박용승 경희대 교수 —당신은 인적자원이 경쟁력의 핵심요소 연화가 기업에 도움을 주는 측면도 있다. 실제 현실과는 무관하다. 사람 중심의 조 라고 했다. 하지만 기업들은 그렇게 생각 “그렇지 않다. 회사는 직원 해고에 매우 직문화와 구성원 간의 신뢰는 동료들 사 하는지는 몰라도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는 신중해야 한다. 성공하는 회사들은 한결같 이에 일정한 통제기제(peer monitoring 후원: 것 같다. 이 직원 해고에 신중하다. 사우스웨스트 pressure)를 형성하게 되어 무임승차의
  • 5. A18 2008년 2월 11일 월요일 나 제27098호 조선일보 조선일보-경희대 공동기획 [3]동아시아 트랜스내셔널 공동체 히라노 겐이치로 와세다大 교수 인터뷰 새로운 문명이 온다 “동아시아도 EU처럼 지역공동체 모색할 때” 국민국가와 산업화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도쿄=장인성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 근대문명을 출현시켰듯, 오늘날 전 세계적인 지 구화와 정보화는 새 문명 출현의 바탕이 되고 있 일본 도쿄 신주쿠(新宿) 와세다대 다. 국민국가의 경계가 사라지고 정치와 경제, 사 학 정문에서 오쿠마 시게노부(大一 회와 문화가 통합되는 트랜스내셔널(초국가적) 重信₩두 차례 총리를 지낸 와세다대 공동체는 그 유력한 전망의 하나다. 아직 전 지 설립자) 동상이 서 있는 법학대학 앞 구적 공동체의 형성은 요원하지만, 지역을 통합 까지 이어진 캠퍼스 중앙로에는 살을 하는 트랜스내셔널 공동체는 이미 실현되고 있 스미는 한기에도 불구하고 여러 나라 다. 유럽은 국민국가의 틀을 지키면서 지역적 삶 학생들이 재잘대는 소리로 화사했다. 을 공유하는 유럽연합(EU)이라는 지역공동체를 100년 전 이곳에 유학한 젊은 최남선 성공적으로 정착시켰다. 과 이광수는 이 길을 걸으며‘민족’ 동아시아지역의 초국가적 공동체에 대한 연구 과‘근대’ 고민했을 것이다. 지금 를 장인성 교수 제공 는 일본이 앞서가고 있다. 히라노 겐이치로(平野 이라면 두 지식인도 유럽연합(EU)을 히라노 겐이치로 와세다대 교수(오른쪽)와 장인성 서울대 교수가 동아시아 공동체의 전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健一郞₩71) 와세다대 교수는 연구자 120명과 함 떠올리며‘동아시아 공동체’ 와‘탈 께 동아시아 공동체 형성에 관한 연구를 지난 5 (脫)근대 문명’ 상상할지 모른다. 을 일한 세계문명을 지향하면 문명충돌 주의(regionalism)에의 대항뿐 아니 년간 진행해 왔다. 장인성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 와세다대는 지금 동아시아‘트랜 이 야기될 수 있습니다. 일상생활에 라 지역문화가 출현하는 지역형성 가 동아시아 트랜스내셔널 공동체를 주창하는 히 스내셔널(Transnational₩초국적)’ 서 문화의 양식이 바뀌어야 문명도 (regionalization)의 현실을 반영합니 라노 교수를 심층 인터뷰했다. 이를 통해 과거 일 공동체를 모색하는 연구의 중심에 바뀝니다. 트랜스내셔널 국제관계에 다. 동아시아 지역형성은 동아시아의 본 제국주의 침략이 가져온‘대동아공영’ 이라는 있다. 도쿄대 명예교수이기도 한 히 서는 사람들의 이동범위와 생활권이 발전과 공생의 필요성에서 나왔고, 지 역사적 상처를 극복하고, 국가 간 소통과 협력을 라노 겐이치로 와세다대 정경학부 지역으로 확대되어 지역적 공통성과 역공동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바탕으로 하는 동아시아 트랜스내셔널 공동체가 교수는 지난 5년간 중국 전문가 모리 지역문화가 생성됩니다. 국가₩지역 —일제의‘대동아공영권’ 떠올리 을 가능할 수 있을 것인지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가즈코(毛里和子) 교수와 함께‘현 ₩지구 레벨의 문화의 중층성(重層 는 사람도 있습니다. 동아시아 공동 이한수 기자 hslee@chosun.com 대 아시아학의 창생’프로젝트를 이 性)을 인정하는 다문화주의적 자세 체 형성에는 장애요인이 많습니다. 끌며‘트랜스내셔널 공동체’ 주창 를 와 관용의 정신이 필요합니다.” “일본은 국익 우선의 지역주의론, 해 왔다. 교수 20여 명과 대학원생 편협한 내셔널리즘에 현혹되지 말고 후원: 구글 이미지 100여 명이 참여한 이 연구는 동아 지역형성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위성에서 본 동아시아 위성에서 바라본 동아시아 지역이 지구의 반을 차지하고 있다. 동아시아 공동체의 형성을 주 창하는 히라노 겐이치로 교수는“내셔널리즘을 완화하고 지역공동체를 만들어야 평화와 공생이 가능하다” 말했다. 고 시아의 지역연구와 공동체론, 그리고 세계 경쟁 체제에서 역사인식과 전후 처리 문제는 공동체 동아시아학 교육 프로그램의 수준을 형성 과정에서 논의될 수 있을 것입 한 단계 끌어올린 대사업으로 평가 국민 보호할 수 있어 니다. 전전(戰前) 일본의 아시아 공동 되고 있다. 히라노 교수는 “트랜스내 체 구상도 반성해야 합니다. 동아시아 셔널 공동체의 형성만이 동아시아의 각국 문화 인정하는 정체성도 다중정체성의 하나여야 합 희망이자,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할 니다. 일본 지식인들 사이에는 교류 수 있는 방법” 이라고 결연하게 말했 관용과 이해 필요 접촉이 늘면서 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다.‘트랜스내셔널 공동체’ 동아 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단 아시아 회귀는 시아지역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아니고, 서구에 대한 관심이 반감한 그에게 따져 물었다. 일본의 미국 의존이 것도 아닙니다. 동아시아 공동체 형 —트랜스내셔널 현상이란 무엇입니 공동체 설립 걸림돌 성에 가장 큰 장애요인은 현재 일본 까. 그것이 국가와 인간의 삶에 어떤 의 미국 의존입니다. 중국 경계심도 변화를 가져옵니까. 우려됩니다. 미₩일 관계와 일본₩아시 “트랜스내셔널 현상은 사람₩재화 —트랜스내셔널 영역은 지구시민사 아 관계는 공존관계여야 합니다.” ₩정보의 국제이동과 국경의 다공화 회도 있습니다. 굳이 동아시아 공동 —동아시아에서 평화와 공생의 길을 (多孔化₩국경의 침투성이 높아지는 체를 주장하는 이유는 뭡니까. 어떻게 찾을 수 있겠습니까. 현상)로 특징지울 수 있습니다. 이미 “지구시민사회는 먼 미래의 일입니 “동아시아 공동체를 형성해서 내 국가의 개인 구속력은 약해졌고 국민 다.‘지역’ 세계와 국가 중간의 느 은 셔널리즘을 완화하고 지역주의를 강 경제는 세계시장에, 국민생활은 지구 슨한 문화권으로서 지구화로부터 인 화해야 평화와 공생이 가능합니다. 적 경쟁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간의 삶을 보호해줄 수 있습니다. 사 동아시아 시민의식과 토론의 장이 상위의 국제기구나 지역조직, 하위의 람의 월경(越境)과 국경의 다공화를 마련되어야 합니다. 동아시아의 정체 지방제도나 민간조직이 국가를 대체 통해 가까운 사회들끼리 공통성을 찾 성은 동아시아 공동체 형성의 결과 할 정도는 아닙니다. 국가는 복지와 고 지혜를 교환하고 해결책을 모색해 생겨날 것입니다. 다문화주의 관점과 인권을 확충하는 역할이 있습니다.” 야 합니다. 지역공동체는 지리적 근접 관용의 태도가 필요합니다. 문화의 —국제관계에서 문명과 문화는 어떤 성, 문화의 상대적 공통성, 운명의 공 작은 공통점이라도 찾아내 키우고 의미를 갖습니까. 동성, 문제의 공통성을 지닙니다. 지 문화의 차이점은 서로 존중해야 합 “문화는 인간의 삶과 생활에 불가 역문화도 필요합니다. 다만 국민국가 니다. 이(異)문화와 공생하려면 상호 결한 모든 요소입니다. 문명은 단순 와 국민문화의 존속, 문화와 정체성의 이해와 관용이 필요합니다. 국민국가 히 문화의 총합이 아니라 다양한 문 중층성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지역들 와 문화를 존중하면서 지역공동체를 화요소 중 타 지역에도 통하는 범용 이 결합해 세계국가를 이룰 수는 없 만들어갈 때 안전과 평화는 보장될 성(汎用性)을 획득한 문화입니다. 단 습니다. 동아시아 공동체는 다른 지역 수 있습니다.” ● 동아시아공동체 연구 一國主義 넘어서 동아시아 전체를 하나로 파악 트랜스내셔널 공동체의 이상형 문화₩사회의 다중적 결합‐ 정치영역은 독립 (ideal type)은 지구시민사회의 실현 일 것이다. 일부 진보지식인과 비정부 내는 관계망에 주목하는 한편, 동아 단체들은 지구시민사회를 이야기하고 시아인들이 관용과 포용력뿐 아니라 있다. 일본에서도 오사카에 있는 장래 ‘아시아성(asian-ness)’ 가져야 을 세대협동연구소의 김태창 소장과 야 한다고 역설한다. 마와키 나오시(山脇直司) 도쿄대 교 프로젝트의 연구성과인‘동아시아 수 등은 지구적 공공성을 모색하는 연 공동체의 구축’ (전4권₩이와나미 서 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지구시민사회 점, 2007)과‘새로운 동아시아: 지역 의 실현은 아직 이르다. 국민국가와 장인성 교수 제공 공동체를 향하여’ New East Asia: (A 국민문화가 아직 강고하며 내셔널리 일본에서 출간된 동아시아 공동체 관련 Toward a Regional Community, 연구서들. 즘도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에키 Singapore: NUS Press, 2007)는 각 게이시(佐伯啓思) 교토대 교수는 오 갈등요소를 억지할 공통의 정체성과 종 자료와 분석 기법을 동원해‘동아 히려 경제적 자유주의(글로벌리즘)에 공공성도 요구된다는 것이다. 히라노 시아’ 여러 분야의 복합 네트워크 가 대항할 정치적 보수주의(내셔널리즘) 교수는 말했다.“현대 아시아학은 종 로서 경제활동을 중심으로 다중화와 와 국민국가의 재생을 주장한다. 래의 일국주의적인 동아시아 연구를 일체화의 경향을 보이고 있음을 보여 반면 지역공동체는 지구화의 맥락 극복하고 동아시아를 전체로서 파악 준다. 특히 사회문화 관련 네트워크가 에 부응할 트랜스내셔널 공동체의 하는 시도다. 연구 대상 지역을‘한 특이한 교류 패턴을 보이면서 상관성 유력한 형태다. 동아시아는 내셔널리 국 연구’‘중국 연구’식으로 단면 을 높이는 반면, 정치교류 영역은 독 즘의 발현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상 적₩고정적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립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경제통합이 호의존을 높여가고 있다. 사람₩재화 ‘한국’ ‘중국’이라는 평면적 구분의 정치통합을 유도한다는 기능주의적 ₩정보가 역동적으로 환류하는 공간 위에도 아래에도 다양한 지역이 중 접근과는 다른 방식으로 다중적 복합 으로서 지역성도 강화하고 있다. 층적으로 존재함을 상정한다.” 네트워크가 동아시아 지역형성을 추 히라노 교수의‘현대아시아학의 모리 교수도 동아시아학은 특정 동한다는 발견이다. 획기적인 연구로 창생’프로젝트는 중요한 변환을 상 국가와 사회를 분석하는‘타자 연 평가될 만하다. 프로젝트를 뒤이어 신 징한다. 동아시아를 보는 시선과 방 구’ 아니라 일본 스스로를 포함한 가 설된‘아시아 연구기구(OAS)’ 짧 도 법이 눈에 띈다.‘지역’ 에는 경제와 ‘자기 연구’ 여야 한다고 말한다. 아 은 시간에 동아시아 공동체에 관한 지 같은 물질적 토대만이 아니라‘국 울러 동아시아 공동체의 조건으로서 식과 언설을 열정적으로 생산하고 있 가’ ‘내셔널리즘’ ‘역사’‘문화’등 동아시아의 초국가적 활동이 만들어 다. 장인성 서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