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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이 피어나는 나무

세상을 사는 인간들의 운명이 잎사귀로 피어나는 이 나무는 운명 가지치기 요정들의 철저한
관리와 보살핌 속에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없이 자라나고 있었다.


헌데, 그 곳에서 일어난 작은 사건으로 한 사람의 인생이 송두리째 뒤흔들리고 만다.


     신참 운명 가지치기 요정 : 선배님, 운명나무의 나뭇잎은 왜 투명한 겁니까?


     고참 운명 가지치기 요정 : 그래, 좋은 질문이다. 너도 기본적 인건 알지? 이 나
                      무의 나뭇잎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들의 인
                      생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지, 나뭇잎이 투명한 덕분에
                      우린 그 속을 들여다보고, 운명이 다한 사람은 나
                      뭇 잎을 때어내고, 또 가지치기도 하는 거다.


     신참 운명 가지치기 요정 : 아, 그래서 나뭇잎이 투명한 것이군요... 어디...


신참 가지치기 요정이 무심코 나뭇잎 하나를 손가락으로 집어서는 빈대떡 뒤집듯이 뒤집어
버렸다.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고참 가지치기 요정은 상기된 표정으로 소리를 지르며 머리
를 감싸 쥐었다.


         고참 운명 가지치기 요정 : 이 자식!! 너 뭐하는 거야!! 왜 잎사귀를 건드려!! 왜!!
                             왜!!


         신참 운명 가지치기 요정 : 네? 아니 전.. 그냥,,


         고참 운명 가지치기 요정 : 네가 지금 무슨 짓을 했는지 알기나 해?


         신참 운명 가지치기 요정 : .......?


고참 가지치기 요정은 겨우 마음을 진정시키며 뒤집혀진 나뭇잎 안을 조심스레 드려다 보았
다.


         고참 운명 가지치기 요정 : 난리 났다...난리 났어... 지금껏 이런 적이 없었는데...
                            이 잎사귀 하나하나는 사람의 인생을 표현해. 그리고
                            그들에게는 두 개의 인생이 존재하지. 앞면과 뒷면...
                            그런데 뒷면은 너무나 고생스럽고 험난한 시련의 인생
                            이기 때문에, 우린 언제나 잎사귀가 앞면을 보도록 관
                            리 하지...


         신참 운명 가지치기 요정 : 아, 그러면 모든 사람들은 더 험난한 인생이 아닌 그
                            보다는 나은 삶을 살고 있는 것이군요? 잠깐! 그럼 저
                            때문에 이 사람은 시련의 인생을 살아야 하겠구나...
                            그냥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으면 안 될 까요?


         고참 운명 가지치기 요정 : 안 돼! 한번 돌려진 나뭇잎은 연결부위가 약해져서
                             다시 만졌다가는 잎사귀가 나무에서 떨어져 운명을
                             다하게 돼... 죽게 된단 말이다!!


         신참 운명 가지치기 요정 : 에휴...어쩌죠. 이 사람은 저 때문에 험난한 인생을
                             살아야 하는 거잖아요?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요?


고참 가지치기 요정은 한참 그 잎사귀를 안을 들여다보다, 이내 나직하게 입술을 깨물며 말
을 받았다.


         고참 운명 가지치기 요정 : 다시 인생을 돌릴 방법은 없어, 단지, 새로운 인생에
                             적응하기 쉽도록 도와줄 수는 있지... 저 사람은 21
                             세기 상상마당 밴드 팀원에서 난데없이 무협 세상에
                             떨어져 살게 되었으니... 뛰어난 무공 비급이라도 하
나 주면, 어떻게든 잘 살 거야...


두 가지치기 요정은 한참동안 그 나뭇잎을 주시하다가, 이내 시말서(始末書) 작성을 위해
어디 론가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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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뒤, 섬서성(陝西省) 화음현(華陰縣)



        [띠잉 띵 띠잉]



늦은 시간, 하늘을 수놓는 청아한 가야금 소리.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마력(魔力)을 지닌 음률에 외상(外傷)객잔을 지나치던 이들의 걸
음이 절로 멈춰지고 있었다.



        주    민1 : 대체 이런 소리는 처음 들어봐, 하늘의 선녀가 내려와서 연주라도
                 하고 있는 건가?


        주   민2 : 이 사람, 아무것도 모르는구먼, 선녀는 무슨 선녀, 사내놈이 치는 거
                 네. 못 들어봤나? 저 외상객잔에 새로 온 점소이 말일세.


        주   민1 : 점소이(店小二) 라고?


        주   민2 : 그래, 젊은 점소이가 가야금을 기가 막히게 친다더군,


        주   민1 : 점소이라면, 그 객잔에서 주문이나 받는 녀석 아닌가?


        주   민2 : 이 사람이 지금 직업 폄하하는 건가? 모든 직업은 평등 한 거야, 이
                 거 위험한 사람일세...



두 사람 대화에 귀 기울이던 검은 두건의 무리가 멈춰 섰다. 이내 대장으로 보이는 한 남
자가 무리를 이끌고 외상객잔 안으로 들어섰다.


객잔내부는 상당히 넓었는데, 2층이 1층을 둘러싼 구조여서 중앙에 마련된 무대에 시선을
던지기 쉬웠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 만큼이나 많은 탁자에 둘러 앉아 저마다 주문한 음식을
먹으며, 흥겨운 가야금소리에 취해 이리저리 몸을 흔들고 있었다.


그때, 두루뭉술한 체격에 계산적인 인상의 사내가 손 사례를 치며 새로 등장한 검은 두건
의 일행 앞을 막아섰다.



      외상객잔 주인 최씨 : 아이구!! 손님 어떡합니까? 더 이상 자리가 없는데요...



검은 두건 일행은 정확히 다섯 명이었는데, 그중 가운데 위치한 날카로운 인상의 사내가
대장인 듯싶었다. 그는 객잔주인을 쳐다보지도 않고 가야금 연주에 몰두하고 있는 사내만을
뚫어질듯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인영하나가 대신 말을 받았다.


      사 혈 수 : (소맷자락에서 두툼한 뭉치를 꺼내며) 시끄럽다. 자리로 안내해라.


객잔주인은 두툼한 주머니에서 세상 밖으로 머리를 내민 금자1냥을 보자, 얼굴이 뻘겋게
상기되어서는 떨리는 손으로 금자를 받아들었다.


      외상객잔 주인 최씨 : 어..어서 이쪽으로... 위...윗자리가 좋습니다!!


금자1냥이면 객잔에서 10년을 벌어야 모을 수 있는 어마어마한 액수였다. 2냥이면 이 객
잔을 통째로 살 정도였으니, 이들의 정체가 심히 범상치 않다.


      삼 혈 수 : 교주님, 저자의 기교가 참으로 대단합니다.


      천   추 : 기교뿐만이 아니다. 저자의 내공이 이미 화경(花堍)에 경지에 달하지
             아니하고는 저리 깊은 소리로 현을 튕길 수 없을 터... 엄청난 고수가
             틀림없다.


      사 혈 수 : 네? 방금 화경라고 하셨습니까? 화경의 경지라면 무림 10대고수안에
             드는 고수가 아닙니까? 아까 들어보니, 저자는 이 객잔의 점소이라고
             하던데요...


      천   추 : 나도 그 부분은 무척 의아하지만, 이 깊은 음률은 예전에 일월음공(日
             月音功) 노파가 죽기 전에 들려준 곡조와 비슷한 느낌이다. 단지 기
             교만으로 이런 연주가 가능할 성 싶으냐?


일행은 간단히 소채와 닭볶음을 주문하고는 서서히 연주에 심취해갔는데, 갑작스레 객잔을
메우는 고함소리가 밖에서부터 터져 들어왔다.
악 일 인 : 어느 자식이 시끄럽게 내 심기를 건드리는 것이냐!!!!!!!!


     [꽈과과과광!!]


곧 외상객잔 정문이 터져서 나가며 그 파편이 사방으로 튀어 나갔다.


괴상한 무기를 저마다 손에 쥐고 등장한 십여 명의 불청객은 거친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장
내를 둘러보았다. 그들은 산해진미가 가득한 객잔 탁자를 뒤엎으며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했
다.


     악 삼 인 : 이 자식들 빨리 꺼지지 못해?


험악한 인상의 사내들은 섬서성(陝西省)에서 꽤나 악명 높은 광견십견(狂犬十犬) 십대 악인
으로 그 악명이 무림전체에 뻗쳐 있을 정도로 한명 한명이 무서운 고수였다. 오랜만에 즐거
운 시간을 갖던 천마신교 교주 천추의 얼굴에 작은 핏줄이 곤두섰으나 금세 사라졌다.


     일 혈 수 : 교주님, 제가 처리할까요?


     천     추 : 가만있어라, 저자의 진짜 실력을 볼 수 있을지 모르니.


객잔 내부에 광견십견(狂犬十犬) 십대 악인을 막아설 자는 아무도 없었다. 명색에 무림인
이라는 칭호가 붙은 자들도 더러 있었으나, 말 그대로 급이 다른 악인들의 행포에 괜히 나
섰다가 그날로 초상 밥을 얻어먹는 신세가 되기 때문이었다.


     [스윽 스윽]


저마다 몸을 일으키며 객잔을 떠나가기 시작하자, 외상객잔 주인 최씨는 울상을 지으며 서
둘러 십대악인에게 다가갔다. 그리곤 두툼한 돈 뭉치를 건네려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받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돈을 밝혀 “미친개”라는 수식이 붙은 별호를 생각할 때 이해할 수
없는 처사였다.


     악 일 인 : 다 필요 없으니, 저 자식을 내놔라. 내 요절을 내야겠다.


     외상객잔 주인 최씨 : 아이구, 왜 그러십니까? 저 애가, 뭘 그리 잘못했다고.


     악 일 인 : 잘못 했지, 내 심기가 불편하니까!!


아무 연유 없이 이리 행패를 벌이다니? 아무리 광견십견(狂犬十犬) 십대악인이라도 이건
뭔가 이상했다. 그 해답은 객잔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사태를 주시하던 음침한 인상의 중
년사내에게 있었다. 외상객잔의 경쟁 객잔인 선불(先拂)객잔 주인은 낯선 점소이의 가야금
때문에 모든 손님을 잃고 파산위기에 처하자 모든 자력을 끌어 모아 십대악인을 고용한 것
이었다.


멀뚱히 가야금에 손을 올린 채, 아직 가시지 않은 음률의 여운을 손끝으로 느끼던 혁은 이
내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히 허리를 굽혀 십대악인에게 사과의 인사를 건넸다.


       혁   이 : 심기가 불편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제가 아직 실력이 미비하여 그렇사
              오니, 용서해 주시지요.


       악 일 인 : 웃기지마라, 내 살다 살다 이리 기분이 나쁜 적이 없었다. 네놈은 오
              늘 찢겨 죽던지, 맞아 죽던지 내손에 죽을 것이다.


생떼를 부리며 무조건 혁을 죽이려는 악일인은 허리춤에서 자신의 애도 광천쌍도(狂天雙
刀)를 꺼내들었다. 이제 말리기도 무서운지 객잔주인 최씨도 급히 몸을 추슬러 밖으로 도망
쳤다.


       혁   이 : 이런 사소한 일로 사람을 죽이려고 하다니... 너무 지나친 처사가 아닌
              가 싶습니다. 그리고 전 죽기에는 무척 젊은데다가, 아직 장가도 가지
              않았는데, 이점 참작(參酌) 해 주실 순 없겠습니까?


       악 일 인 : 뭐야? 장가를 안 갔어?... 흠 나도 사십이 넘도록 장가를 못 간 노총
              각으로서 무척 안타깝지만,,, 이쪽도 사정이 있으니, 장가는 다음 생에
              가도록해라.


조금은 누그러진 태도였지만, 여전히 살기등등한 악 일인이 혀로 칼날을 날름 핥으며 서서
히 다가왔다. 점소이 혁은 머리를 긁적거리며 다른 핑계를 모색했다.


       혁   이 : 그러고 보니, 만날 사람이 있어서 지금 죽기는 그렇군요. 일다경(약 15
             분)만 봐주실 수 없겠습니까?


       악 일 인 : 일다경? 흠... 뭐, 정 그렇다면 그 정도는 기다려 줄 수 있지.


       악 칠 인 : 아이 구, 형님. 그냥 후딱 처리하고 돌아가시지요.


       악 구 인 : 네, 맞습니다. 괜히 관아(官衙)에서 사람 나오면 귀찮아 지잖아요.


       악 일 인 : 시끄럽다. 이놈들아. 네놈들은 일찍부터 장가가서 아이들도 있으니 나
              같은 노총각에 마음을 알 리가 없다. 난 마지막 아량으로 저놈을 잠시
              살려두겠다!!


생각과는 다르게 일이 진행되자, 2층에서 상황을 관망하던 천추 일행은 답답함을 느꼈다.
어서 저 점소이의 진짜 실력을 보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그들은 십대악인보다 훨씬 더 뛰어
난 고수였지만 점소이 혁의 내력은 도무지 파악이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혁은 십대악인을
넘어 대체 얼마나 뛰어난 고수란 말인가?


         악 일 인 : 일다경 다 되간다.


         혁   이 : 네, 다행히 시간 맞춰 왔군요.


         [터벅 터벅]


부셔진 객잔 기물 파편을 피해 조심히 들어온 호리한 몸매의 인영. 새로 등장한 인물의 얼
굴을 확인한 악일인과 남은 구인은 경악하고 만다. 상대는 천하 제4대 미녀에 일인인 화산
파의 진 화령 이였다.


         진 화 령 : 객잔이 엉망이네, 이래서 장사가 되겠어?


         혁   이 : 오랜만에 보는데, 꼬투리부터 잡기야?


         진 화 령 : 훗, 미안 미안.


꽤나 친해 보이는 두 사람 간의 대화에 객잔내부가 전에 없이 화사해지는 듯하다.


         진 화 령 : 이 덩치들은 왜 여기서 어슬렁어슬렁 되는 거야?


         악 삼 인 : 뭐시야? 이 잡것이 아무리 그래도 우릴 무시해!!!


         악 오 인 : 이봐, 조심해, 괜히 화산파(華山派)를 건드렸다간 무사하지 못한다고,
                   게다가 진화령 뒤에는 백조협려(白雕俠侶) 양과일이 있어,


         악 삼 인 : 알게 모야, 제기랄, 난 내일 일 생각 안한다고!!


         악 일 인 : 아그들아...조...조용히 좀 해봐...


웬 모기 옆구리 긁는 부드러운 목소리에 십대 악인들은 저마다 솟구치는 닭살을 잠재우며
간신히 소리의 근원지를 파악했다. 그곳에는 악 일인이 수줍게 몸을 꼬으며, 얼굴을 붉히고
서 있었다.


         혁   이 : 이거 실례구나, 자 소개 해줄게.


         진 화 령 : (엎어진 음식물을 피해 조심히 혁에게 다가오며) 소개?


         혁   이 : 저 사람 얼굴은 좀 우락부락 하지만, 아직 장가도 안가고 약간의 인정
은 있어. 그런데, 날 죽이려고 드는 게 좀 흠이야.


악일인은 자신을 향하는 진 화령의 눈빛을 느끼고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얼굴을 더욱 붉혔
다.


      악 일 인 : 정 춘삼이라 하오...


      진 화 령 : 화산에 진 화령이에요. 당신... “혁이를 죽이려 드는” 사람 맞죠?


      악 일 인 : (급히 손 사례 치며) 무...무슨 말씀이십니까? 그런 무서운 말씀을,,,
               전 사람 못 죽여요. 어릴 적부터 간이 작아서 벌레도 무서워하죠, 하
               하, 전 단지... 친구를 사귈 때 약간 거칠게 다가가는데, 그 때문에 오
               해가....


      진 화 령 : (지긋이 눈뜨며) 친구?


      악 일 인 : 예...예!! 친구요. 제가 좀 사람 사귀는 게 서툴러요. 하하.. 근데....정
               말... 이쁘시네요..


진 화령은 당연한 소리를 왜 하냐? 라는 듯 새침스런 표정을 지으며 혁을 바라본다.


      진 화 령 : 봤지? 저게 보통남자들 반응이라고, 넌 감사한줄 알아야 돼!! 흥, 약
               속은 약속이지, 오늘 말해준다고 했잖아. 말해봐!! 나랑 만날 거야 안
               만 날거야?


당돌한 진 화령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낯 뜨거운 고백을 내뱉었다. 전부터 인연이 있
어 만나왔던 혁에게 마음을 전한지 1달째 되는 날이 바로 오늘이었다. 그 고백에 대한 대답
을 오늘, 그리고 바로 지금 듣기로 한 것이다.


      혁   이 : 참 이거 곤란하게 댔네, 뭐, 오늘 내가 살아남는다면 대답해줄게.


      진 화 령 : 살아남아? 뭐가 걱정이야? 저 아저씨가 무서워? 후후, 걱정 마! 내가
               지켜줄게.


      혁   이 : ....... 아니..... 무서운 건... 따로 있어.


      [섬뜩]


뒤늦게 살기를 눈치 챈 진 화령과 십대악인은 급히 신형을 낮추며 경계 태세를 갖췄다.


      삼 혈 수 : 화산에 진 화령을 여기서 만나다니, 하늘이 우릴 돕는군. 구대정파 놈
들을 자극할 수 있는 좋은 제물이 제 발로 걸어 들어오다니...크크


      이 혈 수 : 진 화령을 없앤다면, 화산 도사들이 미쳐 날뛰겠지?


      사 혈 수 : 그럼 밖에 있는 화산 문하들은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일 혈 수 : 오늘 우리를 본 자가 아무도 없도록 처리해라.


그들은 자기들끼리 대화를 주고받더니, 이내 한 사람이 연기처럼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들
려오는 일단의 비명소리


      [꺄아아아아악]


살초가 시전 되자, 검이 공기를 가르는 파공음과 비명이 난무하며 사방이 순식간에 아수라
장으로 변한다. 아직 객잔 안은 조용했지만, 십대악인과 진 화령의 등 뒤로는 식은땀이 쉴
새 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상대는 신분조차 파악되지 않는 고수들이였다, 거기다 구대정
파(九大正派)를 들먹거리는 것으로 보아 사파무리들이 틀림없다.


      [휘익]


바람이 스쳐지나가나 싶었는데, 어느새 다가온 이 혈수의 대도가 진 화령의 허리춤을 스쳐
지나갔다. 마지막에 몸을 날리지 않았다면, 허리가 두 동강 날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진 화 령 : 말도 안 돼!!, 대사형 보다 빠르다고?


이 혈수는 대도 끝에 걸린 진 화령의 옷자락을 떼어내며 사악하게 미소 지었다.


      이 혈 수 : 화산의 백조협려(白雕俠侶) 양과일이라면 내 상대로 적당 할 텐데...
              시시하군.


십대악인들에게도 살수가 펼쳐졌다. 삼 혈수라는 자의 채찍이 객잔을 가득 채우며 쉴 새
없이 그들에게 쇄도해 들어갔다. 너무나 빠르고 잔인한 술수에 악인들의 몸은 칼자루와 함
께 찢기기에 바빴다.


      악 일 인 : 젠장, 은자 10냥에 죽기에는 너무 아깝잖아!!


      악 사 인 : 이상스레 이번일 맡기 싫더니만...


십대악인은 십견대진(十犬大陳)을 구축하며 겨우 겨우 삼 혈수의 채찍 세례를 막아내고 있
었다. 그때까지도 혁은 관망만 하고 있었다. 헌데, 형세가 점점 불리해지자, 내키지 않는 입
맛을 다시며 할 수 없이 가야금 현에 손을 가져갔다.
그리고 현 한 가닥을 힘껏 잡아당겼다.


      [띵]


청아한 소리가 울렸다 사라지는 가,,, 싶더니, 점차 공명되며 객잔을 쾅쾅 울려 된다.


      [크악!!]


엄청난 공명음에 살수를 펼치던 삼 혈수와 이 혈수가 귀를 잡고 바닥을 나뒹군다. 진 화령
과 십대악인도 귀를 막긴 했으나, 그리 괴로워 보이진 않았다.


      [휘이익]


어디선가 내력을 머금은 젓가락 한 쌍이 가야금을 가루로 환골탈퇴(換骨奪胎) 시키려는
듯, 맹렬한 기세로 날아왔다. 혁은 어렵지 않게 젓가락을 잡아챘는데, 그와 동시에 검은 인
영이 달려들며, 번개보다 빠른 속도로 검의 환영이 덮쳐왔다.


      일 혈 수 : 멸살검법(滅殺劍法) 제 12기 살(煞)!!!


상대방의 전신 사혈을 노리는 일 혈수의 검법은 가히 극한의 잔인성과 고도의 정밀도를 지
닌 빠르고 무시무시한 공격이었다. 이 한 번의 초식만으로 그가 절정 고수의 반열에 있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퍽 퍽퍽]


어찌된 영문인지, 공격을 퍼부은 이는 분명 일 혈수였으나 나자빠지는 이 또한 일 혈수였
다. 한 뭉큼의 선혈을 토해내며 바닥에 주저 않은 일 혈수는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
었다. 전력을 다해 검을 적중시켰음에도 오히려 혁의 호신강기(護身剛氣)에 밀려 자신이 깊
은 내상을 입은 것이다.


      천     추 : 과연 내 예상대로군.


      혁     이 : 꼭 이리 살수를 펼치셔야 했습니까?


      천     추 : 흐흐, 우리 편이 아니라면 죽여 놓는 게 편할 테니 말이야. 또...


천추는 자리에 일어나며 운기를 시작했는데, 그 마기가 어찌나 강한지, 일 혈수를 포함한
객잔 내부에 있던 모든 이들의 몸이 두려움에 떨 정도였다.


      천     추 : 강한 나무는 꺾어야 직성이 풀리거든.
혁   이 : 자연을 사랑할 줄 모르는 군요. 강한 나무는 잘 보전 해야지요.


      천   추 : 크크크크... 극악혈마검(極惡血魔劍)!!!


천추의 몸에서 수천 개의 마기가 검의 모형을 뛰며 뻗어 나오자 혁도 웃음기를 없앤 채,
전력으로 대응한다.


      혁   이 : 상상신검(想像神檢) 비기 제 14장 진상신벽(眞想神壁)


      [콰과과과    과과광]


막대한 진기가 서로 부딪치고 엉키며 엄청난 진기의 회오리가 객작을 부시고 사방 15장
(약45m)을 초토화 시켰다. 그 뒤로도 이 두 절세 고수는 일각(약 15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수천 합을 겨루며 조금의 양보도 없이 맹렬히 경합을 벌였다.


멀찍한 곳으로 피신한 채, 사태를 주시하던 진 화령과 악 일인은 넋이 나간 채 작게 중얼거
렸다.


      진 화 령 : 말도 안 돼... 혁이가 저런 절세 고수라니?


      악 일 인 : 세상에... 저런 자를 죽이는 데 고작 은자10냥을 걸어? 내 이 미친 선
      불 객잔 영감 자식을 그냥...


      [콰과 쾅쾅 쾅 콰콰쾅]


천지를 울리는 천둥처럼 사방에서 굉음을 울리고 땅이 갈라지며 하늘이 조각 날듯 구름이
형체를 잃고 있었다. 이 두 절세 고수의 기경이 상호 충돌하면서 엄청난 여파를 주변에 뿌
려 되고 있는 것이다.


      천   추 : 과연 무림은 숨은 고수가 많구나. 내 이런 적수는 처음이다.


      혁   이 : 저도 전력을 다해 싸워본 적은 처음이군요.


      천   추 : 크크, 그래. 조심해라. 이번엔 진짜 끝을 내줄테니.


      혁   이 : 글쎄요. 끝을 마음대로 정하면 곤란하죠.




구극혈마공(九極血魔功) 수라천검(修羅千劍)
vs



                           상상신검(想像神檢) 제 17장 상상명상신검(想像冥想神檢)




     [콰콰콰콰콰콰콰         쾅쾅   쾅 콰콰콰콰콰콰쾅 쾅 콰콰콰쾅]


대지를 집어 삼기는 굉음과 가공할 위력의 폭발력이 주변 토지의 형질 변경까지 일으켜 되
었다. 뒤죽박죽 땅들이 솟구치며 커다란 바위들이 계란마냥 터져나갔다.


     [스으으으으윽]


상공 20장까지 퍼져 올라간 먼지구름들이 조금씩 잦아들자 승패의 갈림이 보이기 시작한다.


     진 화 령 : 혁...혁아!! 괜찮아??


그곳에 서있는 이는 오직 혁뿐이었다. 천마신교 교주 천추는 마지막 대결에서 큰 내상을
입고 그대로 도주해 버린 것이다.


     혁     이 : 정말 뛰어난 절세고수야, 그 순간 내 견정혈(肩井穴)를 치고 달아나
              다니...


섬서성(陝西省) 화음현(華陰縣)을 난장판으로 만든 혁은 더 이상 이곳에 머물 수 없다는 사
실을 깨닫고   호북성(湖北省) 균현(均縣)로     떠난다. 혁의 뛰어난 무공실력에 더 마음이 동한
진 화령의 성화를 피해서, 또 자신을 찾아 나설 의문의 고수를 피해서 기루(妓樓)에 들어가
는 혁, 이 기루에서도 철저히 무공을 감추고 단지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음악, 가야금 연주
에만 몰두한다.


     [띵 띵 띠딩]


신비로운 연주소리에 취한 많은 이들이 또다시 이 기루를 찾아 몰려왔다. 연주 후에 몰려드
는 구경꾼들의 지나친 관심과 수많은 여인들의 추태(醜態)를 피해 뒷문으로 나온 혁은 험악
한 장면을 목격한다.


     연     희 : 이거 놔요!! 여긴 집으로 가는 길이 아니잖아요!!


     인신매매1 : 걱정 마, 여기가 지름길이라니까?
인신매매2 : 크크, 날 믿어 날, 이 우락부락한 자식 말고 크크...


한눈에 인신매매 단임을 알아챈 혁은 가볍게 그들을 제압한다.


         [퍽퍽퍽퍽]


순식간에 인사불성상태에 빠진 인신 매매단이 바닥을 기며, 세상과 잠시 작별을 고한다.
겨우 마음을 진정시킨 연희는 옷을 추스르며 힘겹게 인사를 건넸다.


         연   희 : 아,,, 정말 고마워요.


혁이 보니, 여인의 미모가 참으로 아름다웠다. 천하4대 미녀 진 화령에게도 결코 뒤지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일찍이 여자와 담을 쌓은 혁은 벌써 몸을 돌린 채, 가야금을 등에 걸
쳐 매었다.


         혁   이 : 위험한 골목길로 다니지 말고, 큰길로 다니도록 하세요.


         연   희 : 그...그렇군요. 여기가 으슥한 길인가 보군요?


불안하게 자리에 선 연희는 엉뚱한 방향으로 시선을 던지며 힘겹게 걸음을 내딛었다. 그녀
는 장님이었던 것이다. 마음이 동한 혁은 연희를 집까지 데려다 주기로 하고 같이 저잣거리
로 나간다.


         연   희 : 아까 그 사람들도 길을 알려준다고 했다가 이리 댔어요... 당신은 자상
                  한 분이니까 다르겠죠?


         혁   이 : 사람을 믿는 다는 게 참 어렵지요. 믿어야 할 때, 믿지 말아야 할 때...
                  흠흠, 물론 지금 저는 믿으셔도 되고요.


         연   희 : 네... 앗!...


연희는 작은 돌에 걸려 넘어 질 뻔 한다. 그 후, 지지대 삼아 잡은 혁의 팔을 더욱 세게
끌어안는 연희. 그리고는 풀이 죽은 채, 힘겹게 나아간다. 삶의 의미를 잃은 듯 초점 없는
눈빛과 걸음걸이... 혁은 이런 상황이 너무나 안쓰럽고 안타까웠다. 앞으로도 이 처자의 길
이 순탄치 않을 것이 분명하기에...


         혁   이 :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어서는 안 됩니다.


         연   희 : 글쎄요.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이 하는 말은 위로로 들리지가 않네요.
혁   이 : 제가 다 가진 것처럼 보이...아니 느껴지나요?


연희는 수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연   희 : 네, 사실 전 요즘 기루에서 울리는 가야금 소리가 좋아서 주변을 배회
            하곤 했어요, 근데 당신 등 뒤에 매어있는 두툼한 기구를 만져보니 가
            야금이 틀림없군요. 또 가야금 소리가 끊긴 뒤, 기루 근처에서 만난
            것으로 보아 당신이 바로 그 연주자가 틀림없어요.


혁은 흠칫 놀라며 놀란 마음에 볼을 긁적였다.


     혁   이 : 볼 수는 없어도 더 뛰어난 통찰력(洞察力)을 지녔군요.


     연   희 : 어쨌든 제 말이 맞죠? 당신은 다 가진 사람이라는 거...


혁과 연희는 인적 드문 대나무 숲 사이로 들어선다. 연희의 집은 대나무 숲 너머 개울가에
있었는데, 그곳은 극히 가난한 자들만 머무는 빈민촌(貧民村)이었다.


     혁   이 : 지금까지 이런 애기 한 적이 없지만... 사실 저도 모든 걸 잃고 희망
            없이 낯선 곳에 떨어진 낙오자였어요.


     연   희 : 정말요?


     혁   이 : 어차피 믿지도 않을 테지만,,, 전 사실 이 시대 사람이 아니랍니다.


     연   희 : 네? 거짓말 마세요. 보지 못한다고 우습게보면 곤란해요.


     혁   이 : 거짓말이 아닙니다. 휴... 전 미래에서 왔어요. 그곳에서 기타라는 악
            기를 연주했었죠.


     연   희 : 기타? 그게 뭐에요?


     혁   이 : 설명하기 어려우니, 그냥 가야금과 비슷한 현악기라고 해두죠. 아무튼
            그곳에서 갑자기 이곳에 오게 댔는데, 눈을 떠보니 상상신검이라는 무
            공비급이 보이더군요.


     연   희 : 비급이라니... 기연이네요? 그것도 아주 요상한... 그 요상한 비급을 아
            직 가지고 있는 건가요?


     [우뚝]
혁은 한 번도 말한 적 없는 비밀을 낯선 여인에게 털어놓고 있다는 사실에 잠시 경각심을
일으켜 세우며 연희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그녀의 눈은 초점 없이 대나무 숲 저 멀리 어딘
가를 보는 듯 했다.


      혁    이 : 휴... 언젠가 현실로 돌아갈 열쇠가 될 것 같아 가지고 다닌답니다.


      연    희 : 그 말이 거짓이 아니라면 저도 한번 만져 봐도 될까요? 그것만으로도
               당신처럼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거 같아요.


한 사람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면 이보다 더한 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혁은 망설임 없이
연희에게 비급을 건넸다. ‘하루 동안 품고 자도 되겠냐?’는 그녀의 제안에 고개를 끄덕인다.


      혁    이 : 대신 희망을 잃지 않는 겁니다. 볼 수 없어도, 볼 수 있는 사람보다 더
               귀하단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연    희 : 네?... 아...네... 고마워요. 제게 그리 말해주는 사람은 처음이에요...


      혁    이 : 원한다면 언제나 그리 말해줄 수 있으니, 종종 기루로 절 찾아와요.


      연    희 : 네...


이후로도 연희와 혁은 자주 맞나 오붓한 시간을 가지며, 서로에게 고민과 진심을 털어놓았
다. 서로의 솔직한 매력에 빠져들며 사랑을 느끼는 두 사람. 하지만 그들의 마음과는 달리
무림의 정세가 심상치 않았다. “천마신교가 사파를 통합하고 정사대전을 일으키려 한다.”는
소문이 자자하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정도무림에서도 무림맹(武林盟)을 구성하며 정사대전
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정사대전이 일어나면 수십만의 희생자가 나올 것은 불 보듯
뻔했기에 그 불길한 기운이 섬서성(陝西省) 화음현(華陰縣)의 빈민촌까지 침범해 들어왔다.
불길한 기운이 능글거리던 어느 날, 혁이 일하는 기루로 한 첩의 초청장이 날라 온다.




                            초   청   장



          귀하와의 대결이 도저히 잊혀 지지 않소. 내 일전에는 말도 없이


      자리를 떠나 그대에게 무척 송구스럽소, 내 이번에 혼례를 치르는데,


                      꼭 자리에 참석해서 축하를 받고 싶소.
혼례 후에는 정사대전을 벌이기 위해 출전할 것인데 만약


           그대와 겨뤄서 진다면, 전쟁을 벌일 가치도 없는 실력이니


          조용히 폐관수련이나 하려고 하오. 그러니 꼭 참석해주기 바라오.




                                            천마신교 교주 천추




초청을 받은 혁은 고민 끝에 참석하기로 마음먹는다. 한 번의 결투로 수십만의 목숨을 구
할 수 있다면?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천마신교가 위치한 십만대산(十萬大山)으로 향하기
전, 연희를 만나 사정을 설명한다.


      혁    이 : 당신을 구했던 것처럼, 다른 사람도 구할 테니, 조금만 기다려줘, 그리
             고 다시 만났을 때, 그때, 우리 혼례를 치릅시다.


      연    희 : 저...정말이죠? 그..그럼, 다음번에 말고 또 그 다음에 만나면 혼례를
              치르는 것으로 해요!!. 야...약속하는 거죠?


혁은 연희의 미심적은 말에 의문이 갔지만 굳이 문제 삼지 않았다. 그녀의 눈에 차오른 눈
물 때문이었다. 연희의 눈은 멍하니, 마치 벌써 죽은 사람을 대하는 듯했다. 혁은 그녀를 안
심시키며 집을 나선다.


      혁    이 : 걱정 마요. 난 그자와 겨뤄본 적 있으니, 절대 패하지 않아요.




20일 뒤, 십만대산(十萬大山) 천마신교(天魔神敎) 백운마관(白雲魔觀)
뒤로는 멋스러운 절벽과 산세가 하나가 된 모습이었는데, 그 절벽의 깊이가 너무 깊어서
감히 측량하는 자가 없을 정도였다.


백운마관(白雲魔觀)에 들어선 천마신교 교주 천추의 사악한 미소가 장내에 군중을 향하자,
모든 군중이 자리에 엎드리며 큰소리로 외쳤다.




      [천하제일 천마신교 교주님!! 혼례를 경하 드리옵니다!!]




그들은 피가 나도록 바닥에 머리를 박으며 충성심을 내보이고 있었다. 한쪽 상전에 마련된
초대석에는 혁이 가야금 현을 뜯으며 혼례를 위한 연주를 하고 있었다.


      [띵 띠딩 띠띵]


      천      추 : 허허, 역시 그대의 가야금 소리는 천상의 음률이요, 언제 들어도 사람
                   을 빨려들게 만드는 구료.


      혁      이 : 하하, 과찬이십니다. 아무쪼록 기분 좋은날 즐겁게 보내시고, 전쟁 없
                   이 평온한 나날을 보내셨으면 좋겠군요.


      천      추 : 그거야, 잠시 후에 있을 결전에 달렸잖소? 후훗, 아참 그리고 말을 안
                   했는데, 사실 난 아내가 있소, 단지 아직 혼례를 치루지 않아서 지금
                   식을 올리는 것이라오.


      혁     이 : 그렇습니까? 뭐, 어찌되었던 축하할 날임에는 변화가 없군요. 하하하.



식이 진행되고 모든 이들의 주목을 받으며 입장하는 천마신교 교주 부인. 그녀의 자태는
우화했고, 한걸음 한 걸음이 절도 있고 품위가 있어서 어려서부터 많은 교육을 받고 자란
여자임을 알 수 있었다.


혁은 더욱 간 들어지는 곡조로 분위기를 고조시키며 흥을 돋웠다. 그리고 서서히 들어나는
그녀의 모습에 혁의 신형이 우직 허니 멈춰 선다.


      [띵...........]


경쾌하게 울리던 가야금소리가 뚝 그쳐버렸다.
혁   이 : 여.....연희...네가 왜...?


     연   희 : ......


더욱 의아한 것은 “연희의 시선이 수시로 혁을 향 한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장님이 아니
었으며, 수줍음 많고 애교 많던 연희의 모습이 아니었다.


     천   추 : 아니 왜 그러십니까? 남의 아내와 바람이라도 난 사람마냥?


혁의 속에서 전에 없던 분노가 치밀어 올라왔다. 그렇다면 지금껏 이 작자의 손아귀에서
놀아난 것이란 말인가?


순식간에 백운마관(白雲魔觀)의 혼례식 분위기가 엄청난 살기에 사로잡혔다. 혁이 처음으
로 살기를 내뿜어 내는 것이었다.


     천   추 : 크크, 그 보기 싫은 미소가 사라지니 아주 좋군.


     혁   이 : 으으아아앗!!!!!!!!!!!


무시무시한 대결이 다시 펼쳐졌다.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 천마신교 수하들은 재빨리 장
내를 벗어나 안전지대로 피했다. 그와 함께 진기의 회오리가 일며 일대 큰 파동을 일으켜
백운마관을 갈기갈기 찢어놓기 시작했다.


     천   추 : 크크크, 여전히 강하군, 오늘 그 나무를 꺾어 분질러 버리겠어!!


     혁   이 : 으아아아아아!!!!


엄청난 대결 속에서도 천추의 움직임에는 왠지 모를 여유가 묻어나오고 있었다.


     천   추 : 자 그만 끝내지. 나중에 저승에서 보자고!!


     혁   이 : 으아아아 죽 어 랏!!!!!!




구극혈마공(九極血魔功) 수라천검(修羅千劍)



                                   vs



                         상상신검(想像神檢) 제 17장 상상명상신검(想像冥想神檢)
일전에 부딪쳤던 천하제일 신공들이 또다시 부딪쳤다, 엄청난 휘오리 바람이 파생되며 십
만 대산의 천년 먹은 고목들까지 뿌리 채 뽑혀 나갔다. 참으로 가공할 파괴력에 멀찍이 관
망하던 마교인들의 수의가 미친 듯이 펄럭였다. 그리고 또다시 피어오르는 먼지구름,,,


전과 같이 이번에도 승자만이 그 자리에 서있었다.


      천   추 : 크크, 과연 뛰어난 무공이군, 18장까지 연성했다면, 내가 패했을지도
               모르겠어....


바닥에 널브러진 혁, 그의 전신에서 엄청난 양의 출혈이 일고 있었다.


      혁   이 : 어떻게 파해법(破解法)을...


      천   추 : 크크크, 이번에 톡톡히 깨닫게나, 앞으론 “항상 여자를 조심해야 한
               다.”는 거. 아참? 자넨 앞으로가 없지... 하하하하하,


      혁   이 : 여...연..희....


혁은 간신히 몸을 일으켰는데, 백운마관(白雲魔觀) 뒤에 위치한 절벽에서 불어오는 강풍에
몸이 휘청거린다. 깎아 지르는 절벽의 높이는 100장(약300미터)에 달하는 무시무시한 높이
였다.


마지막으로 천추가 살수를 펼치려는데 연희가 급히 그를 막아선다.


      연   희 : 교주님 잠깐만요!!


천추와 혁의 눈이 그녀를 향한다.


      천   추 : 왜 그러느냐? 혹시 이놈에게 연민이나 동정이라도 느끼는 것이냐?


      연   희 : 아..아닙니다. 그럴 리가 없지요. 그동안 만난 게 지긋지긋 해서 그렇습
              니다.


연희의 말은 혁에게 천추의 살수보다 더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심장에 꽂히고 있었다.


      연   희 : 교주님만 허락하신다면 제가 마무리를 하고 싶습니다.


      천   추 : 크크, 그래? 그거 재밌겠구나.
너무나 당당히 앞으로 걸어오는 연희에 모습에 혁은 간신히 몸을 추스르며 힘겹게 눈을 맞
췄다.


          혁   이 : 난 진심이었소. 당신은... 진심이었소?


그녀의 눈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다.


          연   희 : 이것만 알아요. 지금 제 행동이 진짜 제 진심이라는 거...


          [퍼억]


연희는 있는 힘을 다해 혁이의 가슴을 치며 그를 100장이 넘는 까마득한 절벽 아래로 떨
어뜨렸다. 이정도 높이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거기다 큰 내상까지
입었으니,,,


          천추 & 연희 : 하하하하하하 & 호호호호호호


두 사람의 웃음소리는 백운마관(白雲魔觀)을 둘러싼 산세로 퍼지며 메아리가 되어 쩌렁쩌
렁 하게 오랫동안 울려 되었다.




10년 뒤, 울릉도 동쪽 뱃길 따라 200 리, 독도(獨島)




          혁   이 : 상상신검(想像神檢) 비기 제 18장!! 상상망상신검(想像妄想神檢)!!!”


          [콰콰과과과 광]
천지를 뒤흔드는 굉음과 함께 사납게 용솟음치던 파도가 사방으로 갈라졌다. 또 주변 20장
(약 60미터)에 달하는 구역이 하늘위로 물줄기를 솟구쳐 올려 되며 가공할 위력을 내뿜었
다.


     혁   이 : .......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바다 안개 사이, 암초위에 서서 말없이 먼 바다를 응시하는 혁의 눈
에 다부진 결심이 서려있다. 어찌된 영문인지 암초에 부딪쳐 파쇄 된 파도 방울들이 감히
혁의 곁에 다가서지 못하고, 기화된 채 바다안개에 동화되었다.


     연 평강 : 결국 완성 했구먼...”


뒤에서 불쑥 나타난 독도 토박이 연 평강, 모습은 칠순을 넘긴 노인의 모습이었지만, 어딘
지 모를 고수의 풍모가 묻어나오고 있었다. 낡다 못해 다 헤이해진 소맷자락을 펄럭이며 겨
드랑이를 긁던 연 평강은 씁쓸히 입맛을 다시며 다시 주름진 입술을 벌렸다.


     연 평강 : 하지만 그 정도로 천마신교 교주 “천추”를 이길 수 있을 것이란 착각
               은 말게.


     [꿈틀]


조용히 감겨져있던 혁의 눈꺼풀이 한차례 떨렸다. 이곳 독도에서 10년 넘게 미친 듯이 수
련에 매진해온 이유, 오직 천추를 없애기 위해서였다.


     연 평강 : 자네가 처음 이곳 독도에 왔을 때, 자네 몸은 폐인과 다를 바가 없었
               지. 겨우 10년 동안 이정도 까지 회복한 것만으로도 인간의 경지가 아
               닌 게 분명해. 하지만 마교 교주 천추는 더욱 많은 수련을 통해 10년
               전보다 강해져 있네.


     [철썩 철썩]


미친 듯이 활기 치던 파도가 서서히 안정을 되찾으며 암초에 부딪쳤다. 약하게 부셔진 파
도 방울들은 전과는 다르게 혁에게 달려들어 그의 옷을 흠뻑 적셔놓았다.


     연 평강 : 그건 더 이상 좁힐 수 없는 차이야. 자네가 아무리 수련에 매진해도,
               그 또한 더 발전할 것이기에 자넨 절대 그를 이길 수 없어.


     혁   이 : ...... 녀석을 없앨 수 없다면, 전 더 이상 살 가치가 없을 테니, 둘 중
               하나는 얻을 수 있겠군요.
살기를 내뿜는 혁의 태도에는 한 점의 망설임도 느껴지지 않았다. 연 평강은 안타까운 마
음에 혀를 차며 회상하듯 한숨을 내쉬었다.


      연 평강 : 자그마치 10년이네... 난 자네가 이 아름다운 섬에서 조용히 자신을 내
             다 보다보면 모든 원한(怨恨)을 떨쳐낼 수 있을 거라 여겼는데... 자네
             에 생각이 정 그렇다면, 내 선택권을 주지. 자 골라보게.


난데없는 선택권이라니? 혁은 섬에서 자신을 아들처럼 보살펴준 연 평강에게 무척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가슴속에 비수로 꽂혀진 응어리, 천추와 자신을 속여
상상신검의 비급을 빼돌린 연희에 대한 복수심을 도저히 떨쳐낼 수 없었다.


      연 평강 : 하나는 자넨 강한 무공을 지닌 멋진 사나이네, 이제 나이가 어느덧 마
             흔을 넘었지만, 아직 한참일 나이지. 자넨 새롭게 시작할 수 있고, 그
             길은 화(禍)보다 복(福)이 넘칠게 틀림없네.


혁이는 연 평강을 존중하는 마음에서 주의 깊게 이야기를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연 평강 : 자 또 다른 하나는 자넨 무공을 쓸 수 없는 폐인이네, 단순히 내공과
             무공을 잃은 정도가 아니라, 신체적 장애를 갖게 되네, 하지만 복수에
             는 성공하여 자네의 오랜 염원(念願)을 풀 수 있지. 새로운 시작이 아
             닌 과거의 인생에 매여 남은 세월도 허비하게 되는 길이네.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 혁이는 주먹을 불끈 말아 쥐며 정말 마지막으로 스스로에게
묻고 있었다.


      [번뜩]


      혁   이 : 아무리 제 자신에게 다시 물어도, 대답은 하나입니다. 폐인이 되더라
             도, 장애를 갖게 되더라도, 또 제 인생 자체를 허비한다 해도, 전 복
             수를 해야 합니다.


연 평강은 대답을 듣고는 입을 굳게 다물며, 묵묵히 혁을 외진 암초사이로 데려간다. 미지
의 섬 독도, 독특하고 기괴한 바위들만 즐비할 것 같은 이 섬에는 다른 곳에 없는 신비한
아름다운이 여기저기 묻어나오고 있었다. 헌데 연 평강이 이끈 작은 동굴은 혁이가 독도에
머문 10년 동안 단 한 번도 발을 디딘 적 없던 곳이었다.


      혁   이 : 이런 곳이 있다니, 왜 말씀 안하셨습니까? 정말 놀랍군요. 형용할 수
             없는 미지의 힘이 동굴 안을 강하게 휘몰아치고 있어요.


      연 평강 : 자넨 몰랐겠지만, 사실 이 독도에는 뛰어난 자원과 각종 영단, 신비한
             약초가 가득한 곳이네. 그 때문에 예로부터 분쟁이 끊이질 않았고...
옳지, 다 왔군.


동굴 끝에는 두 개의 신비로운 꽃송이가 피어있었다. 한눈에도 범상치 않은 정기를 내뿜는
약초로 보는 이의 심장을 멎게끔 만드는 강력한 마력과 큰 힘이 느껴졌다.


      혁   이 : 설마... 이것은 전설로만 내려오는 독도신선초(讀圖神仙草)? 이럴 수
                가... 이게 실제 존재하다니...


      연 평강 : 보통사람이 복용하면 10갑자에 해당하는 막대한 내공을 쌓게 만드는
                영약 중에 영약일세. 오직 독도의 정기를 받아 자라는 게 특징 이지.
                사실 우리 집안은 대대로 이 독도신선초를 지키고, 가꾸는 것이라네.


      혁   이 : 제게 이걸 주시는 겁니까?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동굴 밖으로 향하던 연 평강은 흘리듯이 조언을 남긴다.


      연 평강 : 한 송이만 복용하게, 그리고 절대 “운기조식”을 하지 말고 가만히 기
                다리게.


      혁   이 : 이 은혜! 죽을 때까지, 아니 죽어서도 잊지 않겠습니다!!


멀어져가는 연 평강의 발소리가 잦아들자, 떨리는 손으로 독도신선초를 꺾어든 혁이. 입안
에 넣고 아직 씹지도 않았는데, 엄청난 기운이 목을 타고 안으로 솟구쳐 들어온다.


가부좌를 틀고 앉은 혁은 무심코 “운기조식”을 시전하며, 몸 안에 들어온 정기를 더욱 증
폭시키려고 한다. 운기를 거듭할수록 독도신선초의 막대한 정기가 더욱 거대해지며, 더 이
상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어떤 통제도 먹히지가 않는다.


혁이의 코와 귀, 눈에서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하며,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려온다. 주화
입마(走火入魔)가 오고 있었다. 그토록 오랫동안 수련했지만, 독도신선초의 정기는 통제하기
에 너무나 거대한 것이었다.


      혁   이 : ‘틀렸어... 연 평강이 운기조식을 하지 말라는 이유가 있었어... 독도신
                선초는 기본적인 정기가 너무 강하기에, 욕심을 부리면 그 욕심의 대
                가로....컥..’


의식이 점점 희미해지는데, 등에 위치한 11사 폐공 혈(廢武穴)에서 전율스러운 전기가 파
고 들어온다.


      [팍팍 팍!]
폐공 혈은 그 사람의 쌓아온 내공과 선천 진기를 모두 앗아가는 무서운 혈 자리였다. 그뿐
만 아니라, 폐공 혈을 “금기”시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당하는 자의 신체에 일부 “마비”까지
도 초래하기 때문이었다.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오긴 했지만, 모든 무공과 장애를 얻은 혁, 힘겹게 눈을 뜬다.


      혁   이 : 큭..., 차리리... 그냥 죽게...


말을 끝까지 잇지 못하고 정신을 잃은 혁은 한 참 후에야 깨어나는데, 눈앞에 맑고 높디
높은 가을 하늘이 끝도 없이 펼쳐져 들어온다.


      연 평강 : 정신이 드는가?


      혁   이 :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연 평강은 능숙하게 노를 저으며 대답했다.


      연 평강 : 복수를 하고 싶다고 했지 않는가? 내 그 뜻대로 해준 것이지, 마교 교
                주 천추는 이미 인간의 무공경지를 뛰어넘은 절대고수가 되었어. 이미
                무공으로는 그를 당해낼 적수가 천하에 없단 말일세.


      혁   이 : .......


      연 평강 : 자네가 직접 체험했듯이, 독도신선초는 일반인에게는 최고의 영약이지
                만, 내공이 뛰어난 고수들에게는 주화입마를 불러일으키는 무서운 독
                약이네. 천추를 없애고 싶다고 했잖은가? 방법은 이것뿐일세, 이 하나
                남은 독도신선초를 그에게 복용시키면, 녀석은 절대 살아남지 못해.


      혁   이 : ....... 그렇다고 저까지 폐인으로 만들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연 평강 : 모르는 소리!, 그는 사람의 기를 잃고 그 사람의 내력과 생각까지 읽어
                내는 절대고수네. 자네가 그냥 가면, 그 정체를 쉽게 눈치 채고, 뜻대
                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야. 하지만, 지금 자네는 폐인에, 진기가 엉망이
                되었어. 이제 자네를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단 말이지.


      혁   이 : ........ 그렇군요. 복수.... 좋습니다. 제가 바라던 바에요. 헌데, 어떻게
                독도에만 사시는 분이 이 모든 걸 다 알고 계신 겁니까?


      연 평강 : 흠흠, 내 소식통이 있지, 헌데 그 소식통도 5년 전부터는 연락이 없군,
                마교의 정보를 알아내는 게 쉬울 리가 없지. 자자, 이제 곧 육지에 도
                착하네, 아무쪼록 자네의 선택에 후회가 없길 바라네...
육지에 오른 혁이는 마비가 온 오른쪽 다리와 왼쪽 손을 겨우 갈무리 하며 천마신교가 뿌
리내린 십만대산(十萬大山)을 향한 긴 여정에 나선다. 장애를 가진 혁은 보통사람 이하의
취급을 받으며 각은 수모와 핍박을 받으면서도 꿋꿋이 걸음을 재촉했다. 헌데 끈질기게 괴
롭히던 허기가 결국 그의 발걸음을 막아서고 말았다. 가슴속에 숨겨둔 독도신선초 때문에
섣불리 사람들에게 모습을 보이지 않고 숨어다니라 더 고생한 것이다.


     혁   이 : ....여...여기서... 아...안...돼...


거리에 널브러진 혁을 돌아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헌데, 한 객잔에서 나온 덩치 좋은
중년사내가 재빨리 혁에게 다가와, 어깨에 짊어지고는 다시 객잔 안으로 들어간다.


객실로 들어와 치료를 받는 혁, 다행히 허기로 인해 기력이 쇠한 것뿐이어서, 어렵지 않게
기운을 차린다. 자신을 도와준 이는 이 객잔의 점소이 인 듯싶었다.


     혁   이 : 정말 감사합니다. 당신이 아니었으면 지금쯤 저는... 성함을 알려 주시
              겠습니까?


     정 춘 삼 : 저는 춘삼이라고 합니다. 이 외상 객잔의 점소이지요. 뭐 은혜를 갚으
              려는 생각일랑 마십시오, 다 돕고 사는 것이니까요.


혁은 크게 놀라며 이 덩치 좋은 점소이를 다시 바라보았는데, 이제 보니 10년 전 자신을
죽이기 위해 고용되었던 광견십견(狂犬十犬) 십대 악인의 악일인 이었다.


     혁   이 : 당신은 무림고수였지 않습니까? 어째서 점소이가...?


     정 춘 삼 : 허허, 아직도 절 알아보는 이가 있군요. 그래요, 전 한때 악명 높은
               무림인이었으나, 한 점소이에게 큰 깨달음을 얻었소. 절세의 무공을
               지닌 점소이였죠... 어떻게 그런 절세 무공을 지니고 점소이를 할 수
               있을까...? 전 이 의문을 풀기위해 무작정 취직했지요. 흐흐, 다른 건
               몰라도 원한도 다 정리하고, 혼례도 치렀으니, 마음이 홀가분하오.


     혁   이 : 혹시 화산파의 진화령 소식도 알고 계십니까?


     정 춘 삼 : 화산의 진화령이라... 그녀는 오래전에 서역 이방인과 눈이 맞아서 무
               림을 떠났죠. 쳇, 한 남자만 볼 것 같더니,,,


혁은 자신의 처지가 부끄럽게 여겨져서, 신분을 속인 채, 객잔에서 나왔다. 춘삼이가 싸준
음식과 약간의 은자를 바탕으로 천신만고 끝에 도착한 천마신교 본거지 십만대산, 그곳에
발을 들이자, 절정무공의 마교인이 귀신같이 앞에 나타난다. 그에게 교주를 뵐 것을 청한다.
천   추 : 뭐야? 웬 놈이 독도신선초를 가지고 왔다고? 그게 정말이냐?


소식을 들은 천마신교 교주 천추는 더욱 막대한 내공을 얻을 수 있다는 욕심에 눈을 게걸스
레 붉히며 서둘러 혁을 불러들인다.


      [절뚝 절뚝]


다리를 절뚝이며 겨우 겨우 천추에게 다가선 혁이, 한순간도 잊지 못한 철천지원수 천추가
바로 눈앞에 있었다.


      천   추 : 흠, 기특하도다. 짐에게 신비의 영약을 주기위해 힘든 몸을 이끌고 여
                기까지 오다니. 당연히 상을 내려야겠구나.


천추는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한쪽에 힘겹게 앉아있던 미모의 여인을 바라보았다. 혁이의
눈에 그 여인이 들어왔는데, 다름 아닌 연희였다.


      천   추 : 이봐, 연희 어떤 상을 주어야겠느냐?


      연   희 : ....... 독도신선초는 세상에 둘도 없는 영약 중에 영약이니, 그의 소원
                이 무엇이든지 들어줄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옵니다.


혁은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연희의 두 눈이 찔끔 감긴 채, 조금도 미동하지 않는 것이다.
무언가가 이상했다. 단순히 눈을 감고 있는 것이 아니라, 눈을 뜰 수 없는 것만 같았다.


      혁   이 : 어째서 눈이....?


      천   추 : 응? 아 하하하하. 이 여인의 눈 말이냐? 괘씸하게도 10년 전, 잠깐 만
               나게 했던 사내놈을 잊지 못하고, 매일같이 먼 바다만을 응시하기에
               내 5년 전쯤에 두 눈을 진짜 장님으로 만들어 버렸지. 으흐흐흐 이제,
               그 놈이 돌아와도 다신 볼 수 없게 말이야.


      혁   이 : .......


혁은 자신을 제어했다. 절대고수 천추의 앞에서 조금의 살기라도 내보였다간 모든 것이 수
포로 돌아갈 것이 뻔했기에... 다행히(?) 혁은 이곳 마교까지 오면서 수많은 사람에게 모진
수모와 천대를 받았다. 때문에 혁의 자제력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해져있었다.


천마신교 교주 천추는 독도신선초를 받아들고는 미친 듯이 웃어젖혔다.


      천   추 : 크크, 이로써 난 무적의 고수다. 무림 정복도 코앞이구나. 크하하하하.
                오냐, 상을 줘야지? 그래, 무슨 소원이듯 말해봐라. 뭐든지 들어주마.
교주 천추, 아니 무적신검(無敵新劍) 천추의 이름을 걸고 말이다. 크크


       혁   이 : 그럼....... 제게 저 여인을 주십시오.


       천   추 : ........?


잠시 무시무시한 살기를 내뿜은 천추는 이내 사악한 미소를 머금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천   추 : 크크, 그래, 좋다. 안 그래도 이제 지겨워지던 차였다. 한쪽은 눈이 안
                 보이고, 한쪽은 몸이 불편하니, 서로 도우면 되겠군, 크크크 , 가라. 이
                 제 연희는 네 것이다.


그 후, 천추는 독도신선초를 들고 자신의 무공 연마실(硏磨室)에 들어가서 운기조식에 들
어갔다. 그리고는 다시는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혁은 연희를 데리고, 세상으로 나가지만, 각박한 세상 사람들의 천대는 그들에게 가혹한
시련의 연속일 뿐이었다. 결국 독도로 돌아가기로 한 혁. 아직 그의 정체를 모르는 연희를
자상하게 대하며, 속에 남아있던 애틋한 마음을 전한다.


       [출렁 출렁 철썩 철썩]


하늘을 뒤덮은 어두운 먹구름의 장막 때문인지, 성난 파도의 몸부림은 더욱 거세져만 갔
다. 그 속에서 어렵사리 다시 돌아온 독도, 멀리서 연 평강이 급히 다가오며 반갑게 그들을
맞는다.


       연 평강 : 자네가 다시 돌아오다니, 정말 기쁘군, 아니? 이 여인은....


함께 도착한 연희를 뒤늦게 발견한 연 평강의 눈빛이 심상치가 않다. 소개시켜주려던 혁은
그 낯선 태도에 의아한 질문을 되돌려준다.


       혁   이 : 왜 그러세요?


       연 평강 : 허허, 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건가? 어떻게 진짜 자네의 은인을 이리 데
                 려 온 거지?


       연   희 :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아버지...


혁이는 너무 놀라서 균형을 잃고 휘청거린다.


10년 전, 천마신교 교주 천추와의 결전이 있던 날, 천추에게 모든 상상신검의 비급을 알려
준 연희는 뒤늦게 자신이 진짜 사랑한 사람이 혁이란 것을 알게 된다. 그 후, 서둘러 독도
의 친 아버지인 연 평강을 호출하여, 비밀리에 절벽아래에서 혁을 빼돌린 것이다. 그 때문
에 마교 교주 천추를 대신해 혁을 절벽 밑으로 밀어버린 것이었다.


절대 찾을 수 없는 미지의 섬 독도. 연희는 그동안 연 평강과 수시로 연락하며 혁이와 마
교의 소식을 서로 주고받다가, 5년 전 천추에 의해 실명하면서 모든 연락이 끊겨져 버린 것
이었다.


         혁   이 : ..... 그렇군요. 제가 벼랑에서 떨어져서 독도에서 눈을 뜰 수 있었던
                것은.... 아니, 그럼 연희! 당신은 내가 천추에게 갔을 때부터 이미 내
                정체를 알고 있었던 거야?


         연   희 : 훗, 그럼요. 어디 독도신선초가 그리 흔한가요? 눈을 잃었을지 몰라도
                당신의 목소리까지 잃어버리진 않았었답니다. 그리고 전에 약속처럼
                다시 만나게 되었으니, 이제 정말 혼례를 치르는 거죠?


혁은 여기까지 내다본 연희의 깊은 통찰력에 다시 한 번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기 바빴다.


         연 평강 : 이 애가 섬 밖으로 나가 고생하더니, 결국 다시 돌아왔군, 허허 이거
                두 배로 기쁜 날일세, 그렇지 않은가?


모두가 활기차게 웃던 중 이내 혁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혁   이 : 항상 죄송했던 건데,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독도신선초 두 송이를
                모두 제가 써버렸으니, 어떻게 그 은혜를 보답해야 할지...


연 평강은 밝게 웃으며 혁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담담히 입을 열었다.


         연 평강 : 흠흠, 걱정 말게. 그래, 우린 대대로 독도신선초를 지키는 집안이었지
                만, 사실 진짜 가치 있는 것은 이 독도 자체라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네, 혼자가 아니라, 자네와 우리 연희 그리고 후손들이 함께 이 독도
                를 지킨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게지, 자 어서 들어가지 날이 추워지네.


오른 손으론 연희의 곱고 하얀 손을 움켜지고, 왼쪽 손은 연 평강의 부축을 받으며 혁의
발이 독도에 안착하려는 찰나, 우중충한 하늘이 크게 요동치더니 굉음과 함께 번개가 떨어
져 내렸다.


         [콰과과과과 광!!]




--------------------------------------------------------------------
번개의 번쩍거림 속에서 다시 주변을 살펴보자, 양손에 웬 기괴한 기구가 들려있다.


     [번뜩 번뜩 짠]


눈앞에 형광등이 아직도 번뜩인다. 아무래도 수명이 다한 듯싶다. 합주실에 들어선 낯익은
인영이 혁이를 보면 혀를 찬다.


     연   희 : 뭐야? 여기서 잔거야? 대단하다. 간밤에 비도 많이 오고 으스스 했을
             텐데...


     혁   이 : 연희야... 이게 무슨... 아야....


혁이는 걸상사이에 낀 오른쪽 다리와 기타에 짓눌려 마비직전 상태까지 간 자신의 왼손을
힘겹게 갈무리하며, 계속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끼이익]


또다시 합주실의 문이 열리고 모습을 드러낸 칠순정도의 남자.


     연 선생 : 음? 너희들 아침 일찍 왔구나. 허, 참나, 그럼 그렇지. 혁이 너는 여기
             가 여관방인줄 아냐? 집나두고 왜 여기서 자?


     연   희 : 선생님, 혁이 때문에 이번 독도사랑 상상마당 입상 놓치는 거 아니에
             요?


     연 선생 : 그런 소리마라, 안 그래도 그 “마교 대학교 천추” 팀에서 이 악물고
             준비하고 있다더라.


     혁   이 : ........이럴 수가 여긴 설마?


     [번뜩 번뜩]


형광불빛이 연신 번뜩이며, 장내의 모든 이의 눈을 아프게 하는 범죄를 계속해서 일삼았다.


     연 선생 : 연희야, 눈 아프다. 스위치 끄고, 창문에 커튼 다 쳐라.


     연   희 : 네, 선생님.
[탈칵]



--------------------------------------------------------------------



다시 불이 꺼지자 장내가 어두워진다. 그리고 커튼이 쳐졌는지, 밝은 불빛이 혁의 눈 안으
로 쏟아져 들어온다.


        혁   이 : 앗... 눈부셔...


        연   희 : 아,,, 이제 정신이 들어요? 아버지. 아버지!! 깨어났어요.


눈에 익은 오두막에서 눈을 뜬 혁이는 불편한 몸을 가까스로 일으키며 주변을 살폈다.


        연 평강 : 오, 자네, 이제 괜찮은 건가? 방금 전에 번개에 놀라 정신을 잃었었어.


        혁   이 : 잘은 모르겠지만, 현실에 잠깐 다녀온 거 같아요.


        연 평강 : 현실이라니? 여기가 현실이지... 자네 괜찮나?


        혁   이 : 그래요, 이제 제게 현실은 지금뿐이죠.


        연   희 : ... 당신... 혹시, 전해 말했던 미래를 말하는 거군요? 그렇죠?


걱정스레 혁을 둘러싼 연희와 연 평강, 혹시 “정신 이상”이라도 온 것은 아닌지, 걱정이
태산이다.


        연 평강 : 그래, 그곳은 어떻던가?


        혁   이 : 글쎄요...너무 잠깐이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저흰 여전히 같이 있었습
                니다. 그리고...


        연   희 : 그리고요?


혁은 전에 보인 적 없는 화사한 미소를 머금으며 대답했다.


        혁   이 : 저흰 여전히 독도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p,s =================================================================




운명이 싹트는 나무




        고참 운명 가지치기 요정 : 이봐 신참!! 설마, 또 그 나뭇잎에 손 된 거 아니지?


        신참 운명 가지치기 요정 : 아니!!, 저도 이제 20년이나 일했는데, “신참”이란 말
                            은 좀 빼주시죠!!
고참 운명 가지치기 요정 : 웃기지마!, 500년은 일 해야 “신참” 딱지 땔 수 있어.


      신참 운명 가지치기 요정 : 에휴~, 알겠습니다. 선배님!!


고참 가지치기 요정이 한참동안 잔소리를 늘어놓다가 겨우 사라지자, 신참 가지치기 요정
은 그제야 가슴을 쓸어내리며 놀란 마음을 진정시켰다.


      신참 운명 가지치기 요정 : 이야, 어떻게 내가 그 나뭇잎 살짝 들춰본 걸 알지?
                           흐흐, 그래도 더 아는 이는 없을 거야?


잡생각에 빠진 채, 운명 나뭇잎의 표면을 부드러운 민들레 수건으로 닦아주던 가지치기 요
정은 이내 잡고 있던 손에 힘이 들어가 버린다.


      [찌지직]


      신참 운명 가지치기 요정 : ........!!!


운명 나뭇잎 일부분이 찢겨져 나가자, 신참 가지치기 요정은 들고 있던 민들레 수건을 떨
어뜨리며 경악한다. 그리고 멀리서 들려오는 고참 가지치기 요정의 목소리... 그 소리는 희
미하게 신참 가지치기 요정의 귓전으로 파고들고 있었다.




예고)


에피소드 제 2 화 !!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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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운명이 피어나는 나무 세상을 사는 인간들의 운명이 잎사귀로 피어나는 이 나무는 운명 가지치기 요정들의 철저한 관리와 보살핌 속에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없이 자라나고 있었다. 헌데, 그 곳에서 일어난 작은 사건으로 한 사람의 인생이 송두리째 뒤흔들리고 만다. 신참 운명 가지치기 요정 : 선배님, 운명나무의 나뭇잎은 왜 투명한 겁니까? 고참 운명 가지치기 요정 : 그래, 좋은 질문이다. 너도 기본적 인건 알지? 이 나 무의 나뭇잎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들의 인 생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지, 나뭇잎이 투명한 덕분에 우린 그 속을 들여다보고, 운명이 다한 사람은 나 뭇 잎을 때어내고, 또 가지치기도 하는 거다. 신참 운명 가지치기 요정 : 아, 그래서 나뭇잎이 투명한 것이군요... 어디... 신참 가지치기 요정이 무심코 나뭇잎 하나를 손가락으로 집어서는 빈대떡 뒤집듯이 뒤집어
  • 2. 버렸다.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고참 가지치기 요정은 상기된 표정으로 소리를 지르며 머리 를 감싸 쥐었다. 고참 운명 가지치기 요정 : 이 자식!! 너 뭐하는 거야!! 왜 잎사귀를 건드려!! 왜!! 왜!! 신참 운명 가지치기 요정 : 네? 아니 전.. 그냥,, 고참 운명 가지치기 요정 : 네가 지금 무슨 짓을 했는지 알기나 해? 신참 운명 가지치기 요정 : .......? 고참 가지치기 요정은 겨우 마음을 진정시키며 뒤집혀진 나뭇잎 안을 조심스레 드려다 보았 다. 고참 운명 가지치기 요정 : 난리 났다...난리 났어... 지금껏 이런 적이 없었는데... 이 잎사귀 하나하나는 사람의 인생을 표현해. 그리고 그들에게는 두 개의 인생이 존재하지. 앞면과 뒷면... 그런데 뒷면은 너무나 고생스럽고 험난한 시련의 인생 이기 때문에, 우린 언제나 잎사귀가 앞면을 보도록 관 리 하지... 신참 운명 가지치기 요정 : 아, 그러면 모든 사람들은 더 험난한 인생이 아닌 그 보다는 나은 삶을 살고 있는 것이군요? 잠깐! 그럼 저 때문에 이 사람은 시련의 인생을 살아야 하겠구나... 그냥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으면 안 될 까요? 고참 운명 가지치기 요정 : 안 돼! 한번 돌려진 나뭇잎은 연결부위가 약해져서 다시 만졌다가는 잎사귀가 나무에서 떨어져 운명을 다하게 돼... 죽게 된단 말이다!! 신참 운명 가지치기 요정 : 에휴...어쩌죠. 이 사람은 저 때문에 험난한 인생을 살아야 하는 거잖아요?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요? 고참 가지치기 요정은 한참 그 잎사귀를 안을 들여다보다, 이내 나직하게 입술을 깨물며 말 을 받았다. 고참 운명 가지치기 요정 : 다시 인생을 돌릴 방법은 없어, 단지, 새로운 인생에 적응하기 쉽도록 도와줄 수는 있지... 저 사람은 21 세기 상상마당 밴드 팀원에서 난데없이 무협 세상에 떨어져 살게 되었으니... 뛰어난 무공 비급이라도 하
  • 3. 나 주면, 어떻게든 잘 살 거야... 두 가지치기 요정은 한참동안 그 나뭇잎을 주시하다가, 이내 시말서(始末書) 작성을 위해 어디 론가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갔다. =================================================================== 10년 뒤, 섬서성(陝西省) 화음현(華陰縣) [띠잉 띵 띠잉] 늦은 시간, 하늘을 수놓는 청아한 가야금 소리.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마력(魔力)을 지닌 음률에 외상(外傷)객잔을 지나치던 이들의 걸 음이 절로 멈춰지고 있었다. 주 민1 : 대체 이런 소리는 처음 들어봐, 하늘의 선녀가 내려와서 연주라도 하고 있는 건가? 주 민2 : 이 사람, 아무것도 모르는구먼, 선녀는 무슨 선녀, 사내놈이 치는 거 네. 못 들어봤나? 저 외상객잔에 새로 온 점소이 말일세. 주 민1 : 점소이(店小二) 라고? 주 민2 : 그래, 젊은 점소이가 가야금을 기가 막히게 친다더군, 주 민1 : 점소이라면, 그 객잔에서 주문이나 받는 녀석 아닌가? 주 민2 : 이 사람이 지금 직업 폄하하는 건가? 모든 직업은 평등 한 거야, 이 거 위험한 사람일세... 두 사람 대화에 귀 기울이던 검은 두건의 무리가 멈춰 섰다. 이내 대장으로 보이는 한 남 자가 무리를 이끌고 외상객잔 안으로 들어섰다. 객잔내부는 상당히 넓었는데, 2층이 1층을 둘러싼 구조여서 중앙에 마련된 무대에 시선을
  • 4. 던지기 쉬웠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 만큼이나 많은 탁자에 둘러 앉아 저마다 주문한 음식을 먹으며, 흥겨운 가야금소리에 취해 이리저리 몸을 흔들고 있었다. 그때, 두루뭉술한 체격에 계산적인 인상의 사내가 손 사례를 치며 새로 등장한 검은 두건 의 일행 앞을 막아섰다. 외상객잔 주인 최씨 : 아이구!! 손님 어떡합니까? 더 이상 자리가 없는데요... 검은 두건 일행은 정확히 다섯 명이었는데, 그중 가운데 위치한 날카로운 인상의 사내가 대장인 듯싶었다. 그는 객잔주인을 쳐다보지도 않고 가야금 연주에 몰두하고 있는 사내만을 뚫어질듯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인영하나가 대신 말을 받았다. 사 혈 수 : (소맷자락에서 두툼한 뭉치를 꺼내며) 시끄럽다. 자리로 안내해라. 객잔주인은 두툼한 주머니에서 세상 밖으로 머리를 내민 금자1냥을 보자, 얼굴이 뻘겋게 상기되어서는 떨리는 손으로 금자를 받아들었다. 외상객잔 주인 최씨 : 어..어서 이쪽으로... 위...윗자리가 좋습니다!! 금자1냥이면 객잔에서 10년을 벌어야 모을 수 있는 어마어마한 액수였다. 2냥이면 이 객 잔을 통째로 살 정도였으니, 이들의 정체가 심히 범상치 않다. 삼 혈 수 : 교주님, 저자의 기교가 참으로 대단합니다. 천 추 : 기교뿐만이 아니다. 저자의 내공이 이미 화경(花堍)에 경지에 달하지 아니하고는 저리 깊은 소리로 현을 튕길 수 없을 터... 엄청난 고수가 틀림없다. 사 혈 수 : 네? 방금 화경라고 하셨습니까? 화경의 경지라면 무림 10대고수안에 드는 고수가 아닙니까? 아까 들어보니, 저자는 이 객잔의 점소이라고 하던데요... 천 추 : 나도 그 부분은 무척 의아하지만, 이 깊은 음률은 예전에 일월음공(日 月音功) 노파가 죽기 전에 들려준 곡조와 비슷한 느낌이다. 단지 기 교만으로 이런 연주가 가능할 성 싶으냐? 일행은 간단히 소채와 닭볶음을 주문하고는 서서히 연주에 심취해갔는데, 갑작스레 객잔을 메우는 고함소리가 밖에서부터 터져 들어왔다.
  • 5. 악 일 인 : 어느 자식이 시끄럽게 내 심기를 건드리는 것이냐!!!!!!!! [꽈과과과광!!] 곧 외상객잔 정문이 터져서 나가며 그 파편이 사방으로 튀어 나갔다. 괴상한 무기를 저마다 손에 쥐고 등장한 십여 명의 불청객은 거친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장 내를 둘러보았다. 그들은 산해진미가 가득한 객잔 탁자를 뒤엎으며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했 다. 악 삼 인 : 이 자식들 빨리 꺼지지 못해? 험악한 인상의 사내들은 섬서성(陝西省)에서 꽤나 악명 높은 광견십견(狂犬十犬) 십대 악인 으로 그 악명이 무림전체에 뻗쳐 있을 정도로 한명 한명이 무서운 고수였다. 오랜만에 즐거 운 시간을 갖던 천마신교 교주 천추의 얼굴에 작은 핏줄이 곤두섰으나 금세 사라졌다. 일 혈 수 : 교주님, 제가 처리할까요? 천 추 : 가만있어라, 저자의 진짜 실력을 볼 수 있을지 모르니. 객잔 내부에 광견십견(狂犬十犬) 십대 악인을 막아설 자는 아무도 없었다. 명색에 무림인 이라는 칭호가 붙은 자들도 더러 있었으나, 말 그대로 급이 다른 악인들의 행포에 괜히 나 섰다가 그날로 초상 밥을 얻어먹는 신세가 되기 때문이었다. [스윽 스윽] 저마다 몸을 일으키며 객잔을 떠나가기 시작하자, 외상객잔 주인 최씨는 울상을 지으며 서 둘러 십대악인에게 다가갔다. 그리곤 두툼한 돈 뭉치를 건네려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받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돈을 밝혀 “미친개”라는 수식이 붙은 별호를 생각할 때 이해할 수 없는 처사였다. 악 일 인 : 다 필요 없으니, 저 자식을 내놔라. 내 요절을 내야겠다. 외상객잔 주인 최씨 : 아이구, 왜 그러십니까? 저 애가, 뭘 그리 잘못했다고. 악 일 인 : 잘못 했지, 내 심기가 불편하니까!! 아무 연유 없이 이리 행패를 벌이다니? 아무리 광견십견(狂犬十犬) 십대악인이라도 이건 뭔가 이상했다. 그 해답은 객잔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사태를 주시하던 음침한 인상의 중 년사내에게 있었다. 외상객잔의 경쟁 객잔인 선불(先拂)객잔 주인은 낯선 점소이의 가야금 때문에 모든 손님을 잃고 파산위기에 처하자 모든 자력을 끌어 모아 십대악인을 고용한 것
  • 6. 이었다. 멀뚱히 가야금에 손을 올린 채, 아직 가시지 않은 음률의 여운을 손끝으로 느끼던 혁은 이 내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히 허리를 굽혀 십대악인에게 사과의 인사를 건넸다. 혁 이 : 심기가 불편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제가 아직 실력이 미비하여 그렇사 오니, 용서해 주시지요. 악 일 인 : 웃기지마라, 내 살다 살다 이리 기분이 나쁜 적이 없었다. 네놈은 오 늘 찢겨 죽던지, 맞아 죽던지 내손에 죽을 것이다. 생떼를 부리며 무조건 혁을 죽이려는 악일인은 허리춤에서 자신의 애도 광천쌍도(狂天雙 刀)를 꺼내들었다. 이제 말리기도 무서운지 객잔주인 최씨도 급히 몸을 추슬러 밖으로 도망 쳤다. 혁 이 : 이런 사소한 일로 사람을 죽이려고 하다니... 너무 지나친 처사가 아닌 가 싶습니다. 그리고 전 죽기에는 무척 젊은데다가, 아직 장가도 가지 않았는데, 이점 참작(參酌) 해 주실 순 없겠습니까? 악 일 인 : 뭐야? 장가를 안 갔어?... 흠 나도 사십이 넘도록 장가를 못 간 노총 각으로서 무척 안타깝지만,,, 이쪽도 사정이 있으니, 장가는 다음 생에 가도록해라. 조금은 누그러진 태도였지만, 여전히 살기등등한 악 일인이 혀로 칼날을 날름 핥으며 서서 히 다가왔다. 점소이 혁은 머리를 긁적거리며 다른 핑계를 모색했다. 혁 이 : 그러고 보니, 만날 사람이 있어서 지금 죽기는 그렇군요. 일다경(약 15 분)만 봐주실 수 없겠습니까? 악 일 인 : 일다경? 흠... 뭐, 정 그렇다면 그 정도는 기다려 줄 수 있지. 악 칠 인 : 아이 구, 형님. 그냥 후딱 처리하고 돌아가시지요. 악 구 인 : 네, 맞습니다. 괜히 관아(官衙)에서 사람 나오면 귀찮아 지잖아요. 악 일 인 : 시끄럽다. 이놈들아. 네놈들은 일찍부터 장가가서 아이들도 있으니 나 같은 노총각에 마음을 알 리가 없다. 난 마지막 아량으로 저놈을 잠시 살려두겠다!! 생각과는 다르게 일이 진행되자, 2층에서 상황을 관망하던 천추 일행은 답답함을 느꼈다. 어서 저 점소이의 진짜 실력을 보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그들은 십대악인보다 훨씬 더 뛰어
  • 7. 난 고수였지만 점소이 혁의 내력은 도무지 파악이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혁은 십대악인을 넘어 대체 얼마나 뛰어난 고수란 말인가? 악 일 인 : 일다경 다 되간다. 혁 이 : 네, 다행히 시간 맞춰 왔군요. [터벅 터벅] 부셔진 객잔 기물 파편을 피해 조심히 들어온 호리한 몸매의 인영. 새로 등장한 인물의 얼 굴을 확인한 악일인과 남은 구인은 경악하고 만다. 상대는 천하 제4대 미녀에 일인인 화산 파의 진 화령 이였다. 진 화 령 : 객잔이 엉망이네, 이래서 장사가 되겠어? 혁 이 : 오랜만에 보는데, 꼬투리부터 잡기야? 진 화 령 : 훗, 미안 미안. 꽤나 친해 보이는 두 사람 간의 대화에 객잔내부가 전에 없이 화사해지는 듯하다. 진 화 령 : 이 덩치들은 왜 여기서 어슬렁어슬렁 되는 거야? 악 삼 인 : 뭐시야? 이 잡것이 아무리 그래도 우릴 무시해!!! 악 오 인 : 이봐, 조심해, 괜히 화산파(華山派)를 건드렸다간 무사하지 못한다고, 게다가 진화령 뒤에는 백조협려(白雕俠侶) 양과일이 있어, 악 삼 인 : 알게 모야, 제기랄, 난 내일 일 생각 안한다고!! 악 일 인 : 아그들아...조...조용히 좀 해봐... 웬 모기 옆구리 긁는 부드러운 목소리에 십대 악인들은 저마다 솟구치는 닭살을 잠재우며 간신히 소리의 근원지를 파악했다. 그곳에는 악 일인이 수줍게 몸을 꼬으며, 얼굴을 붉히고 서 있었다. 혁 이 : 이거 실례구나, 자 소개 해줄게. 진 화 령 : (엎어진 음식물을 피해 조심히 혁에게 다가오며) 소개? 혁 이 : 저 사람 얼굴은 좀 우락부락 하지만, 아직 장가도 안가고 약간의 인정
  • 8. 은 있어. 그런데, 날 죽이려고 드는 게 좀 흠이야. 악일인은 자신을 향하는 진 화령의 눈빛을 느끼고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얼굴을 더욱 붉혔 다. 악 일 인 : 정 춘삼이라 하오... 진 화 령 : 화산에 진 화령이에요. 당신... “혁이를 죽이려 드는” 사람 맞죠? 악 일 인 : (급히 손 사례 치며) 무...무슨 말씀이십니까? 그런 무서운 말씀을,,, 전 사람 못 죽여요. 어릴 적부터 간이 작아서 벌레도 무서워하죠, 하 하, 전 단지... 친구를 사귈 때 약간 거칠게 다가가는데, 그 때문에 오 해가.... 진 화 령 : (지긋이 눈뜨며) 친구? 악 일 인 : 예...예!! 친구요. 제가 좀 사람 사귀는 게 서툴러요. 하하.. 근데....정 말... 이쁘시네요.. 진 화령은 당연한 소리를 왜 하냐? 라는 듯 새침스런 표정을 지으며 혁을 바라본다. 진 화 령 : 봤지? 저게 보통남자들 반응이라고, 넌 감사한줄 알아야 돼!! 흥, 약 속은 약속이지, 오늘 말해준다고 했잖아. 말해봐!! 나랑 만날 거야 안 만 날거야? 당돌한 진 화령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낯 뜨거운 고백을 내뱉었다. 전부터 인연이 있 어 만나왔던 혁에게 마음을 전한지 1달째 되는 날이 바로 오늘이었다. 그 고백에 대한 대답 을 오늘, 그리고 바로 지금 듣기로 한 것이다. 혁 이 : 참 이거 곤란하게 댔네, 뭐, 오늘 내가 살아남는다면 대답해줄게. 진 화 령 : 살아남아? 뭐가 걱정이야? 저 아저씨가 무서워? 후후, 걱정 마! 내가 지켜줄게. 혁 이 : ....... 아니..... 무서운 건... 따로 있어. [섬뜩] 뒤늦게 살기를 눈치 챈 진 화령과 십대악인은 급히 신형을 낮추며 경계 태세를 갖췄다. 삼 혈 수 : 화산에 진 화령을 여기서 만나다니, 하늘이 우릴 돕는군. 구대정파 놈
  • 9. 들을 자극할 수 있는 좋은 제물이 제 발로 걸어 들어오다니...크크 이 혈 수 : 진 화령을 없앤다면, 화산 도사들이 미쳐 날뛰겠지? 사 혈 수 : 그럼 밖에 있는 화산 문하들은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일 혈 수 : 오늘 우리를 본 자가 아무도 없도록 처리해라. 그들은 자기들끼리 대화를 주고받더니, 이내 한 사람이 연기처럼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들 려오는 일단의 비명소리 [꺄아아아아악] 살초가 시전 되자, 검이 공기를 가르는 파공음과 비명이 난무하며 사방이 순식간에 아수라 장으로 변한다. 아직 객잔 안은 조용했지만, 십대악인과 진 화령의 등 뒤로는 식은땀이 쉴 새 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상대는 신분조차 파악되지 않는 고수들이였다, 거기다 구대정 파(九大正派)를 들먹거리는 것으로 보아 사파무리들이 틀림없다. [휘익] 바람이 스쳐지나가나 싶었는데, 어느새 다가온 이 혈수의 대도가 진 화령의 허리춤을 스쳐 지나갔다. 마지막에 몸을 날리지 않았다면, 허리가 두 동강 날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진 화 령 : 말도 안 돼!!, 대사형 보다 빠르다고? 이 혈수는 대도 끝에 걸린 진 화령의 옷자락을 떼어내며 사악하게 미소 지었다. 이 혈 수 : 화산의 백조협려(白雕俠侶) 양과일이라면 내 상대로 적당 할 텐데... 시시하군. 십대악인들에게도 살수가 펼쳐졌다. 삼 혈수라는 자의 채찍이 객잔을 가득 채우며 쉴 새 없이 그들에게 쇄도해 들어갔다. 너무나 빠르고 잔인한 술수에 악인들의 몸은 칼자루와 함 께 찢기기에 바빴다. 악 일 인 : 젠장, 은자 10냥에 죽기에는 너무 아깝잖아!! 악 사 인 : 이상스레 이번일 맡기 싫더니만... 십대악인은 십견대진(十犬大陳)을 구축하며 겨우 겨우 삼 혈수의 채찍 세례를 막아내고 있 었다. 그때까지도 혁은 관망만 하고 있었다. 헌데, 형세가 점점 불리해지자, 내키지 않는 입 맛을 다시며 할 수 없이 가야금 현에 손을 가져갔다.
  • 10. 그리고 현 한 가닥을 힘껏 잡아당겼다. [띵] 청아한 소리가 울렸다 사라지는 가,,, 싶더니, 점차 공명되며 객잔을 쾅쾅 울려 된다. [크악!!] 엄청난 공명음에 살수를 펼치던 삼 혈수와 이 혈수가 귀를 잡고 바닥을 나뒹군다. 진 화령 과 십대악인도 귀를 막긴 했으나, 그리 괴로워 보이진 않았다. [휘이익] 어디선가 내력을 머금은 젓가락 한 쌍이 가야금을 가루로 환골탈퇴(換骨奪胎) 시키려는 듯, 맹렬한 기세로 날아왔다. 혁은 어렵지 않게 젓가락을 잡아챘는데, 그와 동시에 검은 인 영이 달려들며, 번개보다 빠른 속도로 검의 환영이 덮쳐왔다. 일 혈 수 : 멸살검법(滅殺劍法) 제 12기 살(煞)!!! 상대방의 전신 사혈을 노리는 일 혈수의 검법은 가히 극한의 잔인성과 고도의 정밀도를 지 닌 빠르고 무시무시한 공격이었다. 이 한 번의 초식만으로 그가 절정 고수의 반열에 있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퍽 퍽퍽] 어찌된 영문인지, 공격을 퍼부은 이는 분명 일 혈수였으나 나자빠지는 이 또한 일 혈수였 다. 한 뭉큼의 선혈을 토해내며 바닥에 주저 않은 일 혈수는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 었다. 전력을 다해 검을 적중시켰음에도 오히려 혁의 호신강기(護身剛氣)에 밀려 자신이 깊 은 내상을 입은 것이다. 천 추 : 과연 내 예상대로군. 혁 이 : 꼭 이리 살수를 펼치셔야 했습니까? 천 추 : 흐흐, 우리 편이 아니라면 죽여 놓는 게 편할 테니 말이야. 또... 천추는 자리에 일어나며 운기를 시작했는데, 그 마기가 어찌나 강한지, 일 혈수를 포함한 객잔 내부에 있던 모든 이들의 몸이 두려움에 떨 정도였다. 천 추 : 강한 나무는 꺾어야 직성이 풀리거든.
  • 11. 이 : 자연을 사랑할 줄 모르는 군요. 강한 나무는 잘 보전 해야지요. 천 추 : 크크크크... 극악혈마검(極惡血魔劍)!!! 천추의 몸에서 수천 개의 마기가 검의 모형을 뛰며 뻗어 나오자 혁도 웃음기를 없앤 채, 전력으로 대응한다. 혁 이 : 상상신검(想像神檢) 비기 제 14장 진상신벽(眞想神壁) [콰과과과 과과광] 막대한 진기가 서로 부딪치고 엉키며 엄청난 진기의 회오리가 객작을 부시고 사방 15장 (약45m)을 초토화 시켰다. 그 뒤로도 이 두 절세 고수는 일각(약 15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수천 합을 겨루며 조금의 양보도 없이 맹렬히 경합을 벌였다. 멀찍한 곳으로 피신한 채, 사태를 주시하던 진 화령과 악 일인은 넋이 나간 채 작게 중얼거 렸다. 진 화 령 : 말도 안 돼... 혁이가 저런 절세 고수라니? 악 일 인 : 세상에... 저런 자를 죽이는 데 고작 은자10냥을 걸어? 내 이 미친 선 불 객잔 영감 자식을 그냥... [콰과 쾅쾅 쾅 콰콰쾅] 천지를 울리는 천둥처럼 사방에서 굉음을 울리고 땅이 갈라지며 하늘이 조각 날듯 구름이 형체를 잃고 있었다. 이 두 절세 고수의 기경이 상호 충돌하면서 엄청난 여파를 주변에 뿌 려 되고 있는 것이다. 천 추 : 과연 무림은 숨은 고수가 많구나. 내 이런 적수는 처음이다. 혁 이 : 저도 전력을 다해 싸워본 적은 처음이군요. 천 추 : 크크, 그래. 조심해라. 이번엔 진짜 끝을 내줄테니. 혁 이 : 글쎄요. 끝을 마음대로 정하면 곤란하죠. 구극혈마공(九極血魔功) 수라천검(修羅千劍)
  • 12. vs 상상신검(想像神檢) 제 17장 상상명상신검(想像冥想神檢) [콰콰콰콰콰콰콰 쾅쾅 쾅 콰콰콰콰콰콰쾅 쾅 콰콰콰쾅] 대지를 집어 삼기는 굉음과 가공할 위력의 폭발력이 주변 토지의 형질 변경까지 일으켜 되 었다. 뒤죽박죽 땅들이 솟구치며 커다란 바위들이 계란마냥 터져나갔다. [스으으으으윽] 상공 20장까지 퍼져 올라간 먼지구름들이 조금씩 잦아들자 승패의 갈림이 보이기 시작한다. 진 화 령 : 혁...혁아!! 괜찮아?? 그곳에 서있는 이는 오직 혁뿐이었다. 천마신교 교주 천추는 마지막 대결에서 큰 내상을 입고 그대로 도주해 버린 것이다. 혁 이 : 정말 뛰어난 절세고수야, 그 순간 내 견정혈(肩井穴)를 치고 달아나 다니... 섬서성(陝西省) 화음현(華陰縣)을 난장판으로 만든 혁은 더 이상 이곳에 머물 수 없다는 사 실을 깨닫고 호북성(湖北省) 균현(均縣)로 떠난다. 혁의 뛰어난 무공실력에 더 마음이 동한 진 화령의 성화를 피해서, 또 자신을 찾아 나설 의문의 고수를 피해서 기루(妓樓)에 들어가 는 혁, 이 기루에서도 철저히 무공을 감추고 단지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음악, 가야금 연주 에만 몰두한다. [띵 띵 띠딩] 신비로운 연주소리에 취한 많은 이들이 또다시 이 기루를 찾아 몰려왔다. 연주 후에 몰려드 는 구경꾼들의 지나친 관심과 수많은 여인들의 추태(醜態)를 피해 뒷문으로 나온 혁은 험악 한 장면을 목격한다. 연 희 : 이거 놔요!! 여긴 집으로 가는 길이 아니잖아요!! 인신매매1 : 걱정 마, 여기가 지름길이라니까?
  • 13. 인신매매2 : 크크, 날 믿어 날, 이 우락부락한 자식 말고 크크... 한눈에 인신매매 단임을 알아챈 혁은 가볍게 그들을 제압한다. [퍽퍽퍽퍽] 순식간에 인사불성상태에 빠진 인신 매매단이 바닥을 기며, 세상과 잠시 작별을 고한다. 겨우 마음을 진정시킨 연희는 옷을 추스르며 힘겹게 인사를 건넸다. 연 희 : 아,,, 정말 고마워요. 혁이 보니, 여인의 미모가 참으로 아름다웠다. 천하4대 미녀 진 화령에게도 결코 뒤지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일찍이 여자와 담을 쌓은 혁은 벌써 몸을 돌린 채, 가야금을 등에 걸 쳐 매었다. 혁 이 : 위험한 골목길로 다니지 말고, 큰길로 다니도록 하세요. 연 희 : 그...그렇군요. 여기가 으슥한 길인가 보군요? 불안하게 자리에 선 연희는 엉뚱한 방향으로 시선을 던지며 힘겹게 걸음을 내딛었다. 그녀 는 장님이었던 것이다. 마음이 동한 혁은 연희를 집까지 데려다 주기로 하고 같이 저잣거리 로 나간다. 연 희 : 아까 그 사람들도 길을 알려준다고 했다가 이리 댔어요... 당신은 자상 한 분이니까 다르겠죠? 혁 이 : 사람을 믿는 다는 게 참 어렵지요. 믿어야 할 때, 믿지 말아야 할 때... 흠흠, 물론 지금 저는 믿으셔도 되고요. 연 희 : 네... 앗!... 연희는 작은 돌에 걸려 넘어 질 뻔 한다. 그 후, 지지대 삼아 잡은 혁의 팔을 더욱 세게 끌어안는 연희. 그리고는 풀이 죽은 채, 힘겹게 나아간다. 삶의 의미를 잃은 듯 초점 없는 눈빛과 걸음걸이... 혁은 이런 상황이 너무나 안쓰럽고 안타까웠다. 앞으로도 이 처자의 길 이 순탄치 않을 것이 분명하기에... 혁 이 :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어서는 안 됩니다. 연 희 : 글쎄요.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이 하는 말은 위로로 들리지가 않네요.
  • 14. 이 : 제가 다 가진 것처럼 보이...아니 느껴지나요? 연희는 수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연 희 : 네, 사실 전 요즘 기루에서 울리는 가야금 소리가 좋아서 주변을 배회 하곤 했어요, 근데 당신 등 뒤에 매어있는 두툼한 기구를 만져보니 가 야금이 틀림없군요. 또 가야금 소리가 끊긴 뒤, 기루 근처에서 만난 것으로 보아 당신이 바로 그 연주자가 틀림없어요. 혁은 흠칫 놀라며 놀란 마음에 볼을 긁적였다. 혁 이 : 볼 수는 없어도 더 뛰어난 통찰력(洞察力)을 지녔군요. 연 희 : 어쨌든 제 말이 맞죠? 당신은 다 가진 사람이라는 거... 혁과 연희는 인적 드문 대나무 숲 사이로 들어선다. 연희의 집은 대나무 숲 너머 개울가에 있었는데, 그곳은 극히 가난한 자들만 머무는 빈민촌(貧民村)이었다. 혁 이 : 지금까지 이런 애기 한 적이 없지만... 사실 저도 모든 걸 잃고 희망 없이 낯선 곳에 떨어진 낙오자였어요. 연 희 : 정말요? 혁 이 : 어차피 믿지도 않을 테지만,,, 전 사실 이 시대 사람이 아니랍니다. 연 희 : 네? 거짓말 마세요. 보지 못한다고 우습게보면 곤란해요. 혁 이 : 거짓말이 아닙니다. 휴... 전 미래에서 왔어요. 그곳에서 기타라는 악 기를 연주했었죠. 연 희 : 기타? 그게 뭐에요? 혁 이 : 설명하기 어려우니, 그냥 가야금과 비슷한 현악기라고 해두죠. 아무튼 그곳에서 갑자기 이곳에 오게 댔는데, 눈을 떠보니 상상신검이라는 무 공비급이 보이더군요. 연 희 : 비급이라니... 기연이네요? 그것도 아주 요상한... 그 요상한 비급을 아 직 가지고 있는 건가요? [우뚝]
  • 15. 혁은 한 번도 말한 적 없는 비밀을 낯선 여인에게 털어놓고 있다는 사실에 잠시 경각심을 일으켜 세우며 연희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그녀의 눈은 초점 없이 대나무 숲 저 멀리 어딘 가를 보는 듯 했다. 혁 이 : 휴... 언젠가 현실로 돌아갈 열쇠가 될 것 같아 가지고 다닌답니다. 연 희 : 그 말이 거짓이 아니라면 저도 한번 만져 봐도 될까요? 그것만으로도 당신처럼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거 같아요. 한 사람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면 이보다 더한 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혁은 망설임 없이 연희에게 비급을 건넸다. ‘하루 동안 품고 자도 되겠냐?’는 그녀의 제안에 고개를 끄덕인다. 혁 이 : 대신 희망을 잃지 않는 겁니다. 볼 수 없어도, 볼 수 있는 사람보다 더 귀하단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연 희 : 네?... 아...네... 고마워요. 제게 그리 말해주는 사람은 처음이에요... 혁 이 : 원한다면 언제나 그리 말해줄 수 있으니, 종종 기루로 절 찾아와요. 연 희 : 네... 이후로도 연희와 혁은 자주 맞나 오붓한 시간을 가지며, 서로에게 고민과 진심을 털어놓았 다. 서로의 솔직한 매력에 빠져들며 사랑을 느끼는 두 사람. 하지만 그들의 마음과는 달리 무림의 정세가 심상치 않았다. “천마신교가 사파를 통합하고 정사대전을 일으키려 한다.”는 소문이 자자하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정도무림에서도 무림맹(武林盟)을 구성하며 정사대전 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정사대전이 일어나면 수십만의 희생자가 나올 것은 불 보듯 뻔했기에 그 불길한 기운이 섬서성(陝西省) 화음현(華陰縣)의 빈민촌까지 침범해 들어왔다. 불길한 기운이 능글거리던 어느 날, 혁이 일하는 기루로 한 첩의 초청장이 날라 온다. 초 청 장 귀하와의 대결이 도저히 잊혀 지지 않소. 내 일전에는 말도 없이 자리를 떠나 그대에게 무척 송구스럽소, 내 이번에 혼례를 치르는데, 꼭 자리에 참석해서 축하를 받고 싶소.
  • 16. 혼례 후에는 정사대전을 벌이기 위해 출전할 것인데 만약 그대와 겨뤄서 진다면, 전쟁을 벌일 가치도 없는 실력이니 조용히 폐관수련이나 하려고 하오. 그러니 꼭 참석해주기 바라오. 천마신교 교주 천추 초청을 받은 혁은 고민 끝에 참석하기로 마음먹는다. 한 번의 결투로 수십만의 목숨을 구 할 수 있다면?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천마신교가 위치한 십만대산(十萬大山)으로 향하기 전, 연희를 만나 사정을 설명한다. 혁 이 : 당신을 구했던 것처럼, 다른 사람도 구할 테니, 조금만 기다려줘, 그리 고 다시 만났을 때, 그때, 우리 혼례를 치릅시다. 연 희 : 저...정말이죠? 그..그럼, 다음번에 말고 또 그 다음에 만나면 혼례를 치르는 것으로 해요!!. 야...약속하는 거죠? 혁은 연희의 미심적은 말에 의문이 갔지만 굳이 문제 삼지 않았다. 그녀의 눈에 차오른 눈 물 때문이었다. 연희의 눈은 멍하니, 마치 벌써 죽은 사람을 대하는 듯했다. 혁은 그녀를 안 심시키며 집을 나선다. 혁 이 : 걱정 마요. 난 그자와 겨뤄본 적 있으니, 절대 패하지 않아요. 20일 뒤, 십만대산(十萬大山) 천마신교(天魔神敎) 백운마관(白雲魔觀)
  • 17. 뒤로는 멋스러운 절벽과 산세가 하나가 된 모습이었는데, 그 절벽의 깊이가 너무 깊어서 감히 측량하는 자가 없을 정도였다. 백운마관(白雲魔觀)에 들어선 천마신교 교주 천추의 사악한 미소가 장내에 군중을 향하자, 모든 군중이 자리에 엎드리며 큰소리로 외쳤다. [천하제일 천마신교 교주님!! 혼례를 경하 드리옵니다!!] 그들은 피가 나도록 바닥에 머리를 박으며 충성심을 내보이고 있었다. 한쪽 상전에 마련된 초대석에는 혁이 가야금 현을 뜯으며 혼례를 위한 연주를 하고 있었다. [띵 띠딩 띠띵] 천 추 : 허허, 역시 그대의 가야금 소리는 천상의 음률이요, 언제 들어도 사람 을 빨려들게 만드는 구료. 혁 이 : 하하, 과찬이십니다. 아무쪼록 기분 좋은날 즐겁게 보내시고, 전쟁 없 이 평온한 나날을 보내셨으면 좋겠군요. 천 추 : 그거야, 잠시 후에 있을 결전에 달렸잖소? 후훗, 아참 그리고 말을 안 했는데, 사실 난 아내가 있소, 단지 아직 혼례를 치루지 않아서 지금 식을 올리는 것이라오. 혁 이 : 그렇습니까? 뭐, 어찌되었던 축하할 날임에는 변화가 없군요. 하하하. 식이 진행되고 모든 이들의 주목을 받으며 입장하는 천마신교 교주 부인. 그녀의 자태는 우화했고, 한걸음 한 걸음이 절도 있고 품위가 있어서 어려서부터 많은 교육을 받고 자란 여자임을 알 수 있었다. 혁은 더욱 간 들어지는 곡조로 분위기를 고조시키며 흥을 돋웠다. 그리고 서서히 들어나는 그녀의 모습에 혁의 신형이 우직 허니 멈춰 선다. [띵...........] 경쾌하게 울리던 가야금소리가 뚝 그쳐버렸다.
  • 18. 이 : 여.....연희...네가 왜...? 연 희 : ...... 더욱 의아한 것은 “연희의 시선이 수시로 혁을 향 한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장님이 아니 었으며, 수줍음 많고 애교 많던 연희의 모습이 아니었다. 천 추 : 아니 왜 그러십니까? 남의 아내와 바람이라도 난 사람마냥? 혁의 속에서 전에 없던 분노가 치밀어 올라왔다. 그렇다면 지금껏 이 작자의 손아귀에서 놀아난 것이란 말인가? 순식간에 백운마관(白雲魔觀)의 혼례식 분위기가 엄청난 살기에 사로잡혔다. 혁이 처음으 로 살기를 내뿜어 내는 것이었다. 천 추 : 크크, 그 보기 싫은 미소가 사라지니 아주 좋군. 혁 이 : 으으아아앗!!!!!!!!!!! 무시무시한 대결이 다시 펼쳐졌다.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 천마신교 수하들은 재빨리 장 내를 벗어나 안전지대로 피했다. 그와 함께 진기의 회오리가 일며 일대 큰 파동을 일으켜 백운마관을 갈기갈기 찢어놓기 시작했다. 천 추 : 크크크, 여전히 강하군, 오늘 그 나무를 꺾어 분질러 버리겠어!! 혁 이 : 으아아아아아!!!! 엄청난 대결 속에서도 천추의 움직임에는 왠지 모를 여유가 묻어나오고 있었다. 천 추 : 자 그만 끝내지. 나중에 저승에서 보자고!! 혁 이 : 으아아아 죽 어 랏!!!!!! 구극혈마공(九極血魔功) 수라천검(修羅千劍) vs 상상신검(想像神檢) 제 17장 상상명상신검(想像冥想神檢)
  • 19. 일전에 부딪쳤던 천하제일 신공들이 또다시 부딪쳤다, 엄청난 휘오리 바람이 파생되며 십 만 대산의 천년 먹은 고목들까지 뿌리 채 뽑혀 나갔다. 참으로 가공할 파괴력에 멀찍이 관 망하던 마교인들의 수의가 미친 듯이 펄럭였다. 그리고 또다시 피어오르는 먼지구름,,, 전과 같이 이번에도 승자만이 그 자리에 서있었다. 천 추 : 크크, 과연 뛰어난 무공이군, 18장까지 연성했다면, 내가 패했을지도 모르겠어.... 바닥에 널브러진 혁, 그의 전신에서 엄청난 양의 출혈이 일고 있었다. 혁 이 : 어떻게 파해법(破解法)을... 천 추 : 크크크, 이번에 톡톡히 깨닫게나, 앞으론 “항상 여자를 조심해야 한 다.”는 거. 아참? 자넨 앞으로가 없지... 하하하하하, 혁 이 : 여...연..희.... 혁은 간신히 몸을 일으켰는데, 백운마관(白雲魔觀) 뒤에 위치한 절벽에서 불어오는 강풍에 몸이 휘청거린다. 깎아 지르는 절벽의 높이는 100장(약300미터)에 달하는 무시무시한 높이 였다. 마지막으로 천추가 살수를 펼치려는데 연희가 급히 그를 막아선다. 연 희 : 교주님 잠깐만요!! 천추와 혁의 눈이 그녀를 향한다. 천 추 : 왜 그러느냐? 혹시 이놈에게 연민이나 동정이라도 느끼는 것이냐? 연 희 : 아..아닙니다. 그럴 리가 없지요. 그동안 만난 게 지긋지긋 해서 그렇습 니다. 연희의 말은 혁에게 천추의 살수보다 더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심장에 꽂히고 있었다. 연 희 : 교주님만 허락하신다면 제가 마무리를 하고 싶습니다. 천 추 : 크크, 그래? 그거 재밌겠구나.
  • 20. 너무나 당당히 앞으로 걸어오는 연희에 모습에 혁은 간신히 몸을 추스르며 힘겹게 눈을 맞 췄다. 혁 이 : 난 진심이었소. 당신은... 진심이었소? 그녀의 눈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다. 연 희 : 이것만 알아요. 지금 제 행동이 진짜 제 진심이라는 거... [퍼억] 연희는 있는 힘을 다해 혁이의 가슴을 치며 그를 100장이 넘는 까마득한 절벽 아래로 떨 어뜨렸다. 이정도 높이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거기다 큰 내상까지 입었으니,,, 천추 & 연희 : 하하하하하하 & 호호호호호호 두 사람의 웃음소리는 백운마관(白雲魔觀)을 둘러싼 산세로 퍼지며 메아리가 되어 쩌렁쩌 렁 하게 오랫동안 울려 되었다. 10년 뒤, 울릉도 동쪽 뱃길 따라 200 리, 독도(獨島) 혁 이 : 상상신검(想像神檢) 비기 제 18장!! 상상망상신검(想像妄想神檢)!!!” [콰콰과과과 광]
  • 21. 천지를 뒤흔드는 굉음과 함께 사납게 용솟음치던 파도가 사방으로 갈라졌다. 또 주변 20장 (약 60미터)에 달하는 구역이 하늘위로 물줄기를 솟구쳐 올려 되며 가공할 위력을 내뿜었 다. 혁 이 : .......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바다 안개 사이, 암초위에 서서 말없이 먼 바다를 응시하는 혁의 눈 에 다부진 결심이 서려있다. 어찌된 영문인지 암초에 부딪쳐 파쇄 된 파도 방울들이 감히 혁의 곁에 다가서지 못하고, 기화된 채 바다안개에 동화되었다. 연 평강 : 결국 완성 했구먼...” 뒤에서 불쑥 나타난 독도 토박이 연 평강, 모습은 칠순을 넘긴 노인의 모습이었지만, 어딘 지 모를 고수의 풍모가 묻어나오고 있었다. 낡다 못해 다 헤이해진 소맷자락을 펄럭이며 겨 드랑이를 긁던 연 평강은 씁쓸히 입맛을 다시며 다시 주름진 입술을 벌렸다. 연 평강 : 하지만 그 정도로 천마신교 교주 “천추”를 이길 수 있을 것이란 착각 은 말게. [꿈틀] 조용히 감겨져있던 혁의 눈꺼풀이 한차례 떨렸다. 이곳 독도에서 10년 넘게 미친 듯이 수 련에 매진해온 이유, 오직 천추를 없애기 위해서였다. 연 평강 : 자네가 처음 이곳 독도에 왔을 때, 자네 몸은 폐인과 다를 바가 없었 지. 겨우 10년 동안 이정도 까지 회복한 것만으로도 인간의 경지가 아 닌 게 분명해. 하지만 마교 교주 천추는 더욱 많은 수련을 통해 10년 전보다 강해져 있네. [철썩 철썩] 미친 듯이 활기 치던 파도가 서서히 안정을 되찾으며 암초에 부딪쳤다. 약하게 부셔진 파 도 방울들은 전과는 다르게 혁에게 달려들어 그의 옷을 흠뻑 적셔놓았다. 연 평강 : 그건 더 이상 좁힐 수 없는 차이야. 자네가 아무리 수련에 매진해도, 그 또한 더 발전할 것이기에 자넨 절대 그를 이길 수 없어. 혁 이 : ...... 녀석을 없앨 수 없다면, 전 더 이상 살 가치가 없을 테니, 둘 중 하나는 얻을 수 있겠군요.
  • 22. 살기를 내뿜는 혁의 태도에는 한 점의 망설임도 느껴지지 않았다. 연 평강은 안타까운 마 음에 혀를 차며 회상하듯 한숨을 내쉬었다. 연 평강 : 자그마치 10년이네... 난 자네가 이 아름다운 섬에서 조용히 자신을 내 다 보다보면 모든 원한(怨恨)을 떨쳐낼 수 있을 거라 여겼는데... 자네 에 생각이 정 그렇다면, 내 선택권을 주지. 자 골라보게. 난데없는 선택권이라니? 혁은 섬에서 자신을 아들처럼 보살펴준 연 평강에게 무척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가슴속에 비수로 꽂혀진 응어리, 천추와 자신을 속여 상상신검의 비급을 빼돌린 연희에 대한 복수심을 도저히 떨쳐낼 수 없었다. 연 평강 : 하나는 자넨 강한 무공을 지닌 멋진 사나이네, 이제 나이가 어느덧 마 흔을 넘었지만, 아직 한참일 나이지. 자넨 새롭게 시작할 수 있고, 그 길은 화(禍)보다 복(福)이 넘칠게 틀림없네. 혁이는 연 평강을 존중하는 마음에서 주의 깊게 이야기를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연 평강 : 자 또 다른 하나는 자넨 무공을 쓸 수 없는 폐인이네, 단순히 내공과 무공을 잃은 정도가 아니라, 신체적 장애를 갖게 되네, 하지만 복수에 는 성공하여 자네의 오랜 염원(念願)을 풀 수 있지. 새로운 시작이 아 닌 과거의 인생에 매여 남은 세월도 허비하게 되는 길이네.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 혁이는 주먹을 불끈 말아 쥐며 정말 마지막으로 스스로에게 묻고 있었다. [번뜩] 혁 이 : 아무리 제 자신에게 다시 물어도, 대답은 하나입니다. 폐인이 되더라 도, 장애를 갖게 되더라도, 또 제 인생 자체를 허비한다 해도, 전 복 수를 해야 합니다. 연 평강은 대답을 듣고는 입을 굳게 다물며, 묵묵히 혁을 외진 암초사이로 데려간다. 미지 의 섬 독도, 독특하고 기괴한 바위들만 즐비할 것 같은 이 섬에는 다른 곳에 없는 신비한 아름다운이 여기저기 묻어나오고 있었다. 헌데 연 평강이 이끈 작은 동굴은 혁이가 독도에 머문 10년 동안 단 한 번도 발을 디딘 적 없던 곳이었다. 혁 이 : 이런 곳이 있다니, 왜 말씀 안하셨습니까? 정말 놀랍군요. 형용할 수 없는 미지의 힘이 동굴 안을 강하게 휘몰아치고 있어요. 연 평강 : 자넨 몰랐겠지만, 사실 이 독도에는 뛰어난 자원과 각종 영단, 신비한 약초가 가득한 곳이네. 그 때문에 예로부터 분쟁이 끊이질 않았고...
  • 23. 옳지, 다 왔군. 동굴 끝에는 두 개의 신비로운 꽃송이가 피어있었다. 한눈에도 범상치 않은 정기를 내뿜는 약초로 보는 이의 심장을 멎게끔 만드는 강력한 마력과 큰 힘이 느껴졌다. 혁 이 : 설마... 이것은 전설로만 내려오는 독도신선초(讀圖神仙草)? 이럴 수 가... 이게 실제 존재하다니... 연 평강 : 보통사람이 복용하면 10갑자에 해당하는 막대한 내공을 쌓게 만드는 영약 중에 영약일세. 오직 독도의 정기를 받아 자라는 게 특징 이지. 사실 우리 집안은 대대로 이 독도신선초를 지키고, 가꾸는 것이라네. 혁 이 : 제게 이걸 주시는 겁니까?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동굴 밖으로 향하던 연 평강은 흘리듯이 조언을 남긴다. 연 평강 : 한 송이만 복용하게, 그리고 절대 “운기조식”을 하지 말고 가만히 기 다리게. 혁 이 : 이 은혜! 죽을 때까지, 아니 죽어서도 잊지 않겠습니다!! 멀어져가는 연 평강의 발소리가 잦아들자, 떨리는 손으로 독도신선초를 꺾어든 혁이. 입안 에 넣고 아직 씹지도 않았는데, 엄청난 기운이 목을 타고 안으로 솟구쳐 들어온다. 가부좌를 틀고 앉은 혁은 무심코 “운기조식”을 시전하며, 몸 안에 들어온 정기를 더욱 증 폭시키려고 한다. 운기를 거듭할수록 독도신선초의 막대한 정기가 더욱 거대해지며, 더 이 상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어떤 통제도 먹히지가 않는다. 혁이의 코와 귀, 눈에서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하며,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려온다. 주화 입마(走火入魔)가 오고 있었다. 그토록 오랫동안 수련했지만, 독도신선초의 정기는 통제하기 에 너무나 거대한 것이었다. 혁 이 : ‘틀렸어... 연 평강이 운기조식을 하지 말라는 이유가 있었어... 독도신 선초는 기본적인 정기가 너무 강하기에, 욕심을 부리면 그 욕심의 대 가로....컥..’ 의식이 점점 희미해지는데, 등에 위치한 11사 폐공 혈(廢武穴)에서 전율스러운 전기가 파 고 들어온다. [팍팍 팍!]
  • 24. 폐공 혈은 그 사람의 쌓아온 내공과 선천 진기를 모두 앗아가는 무서운 혈 자리였다. 그뿐 만 아니라, 폐공 혈을 “금기”시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당하는 자의 신체에 일부 “마비”까지 도 초래하기 때문이었다.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오긴 했지만, 모든 무공과 장애를 얻은 혁, 힘겹게 눈을 뜬다. 혁 이 : 큭..., 차리리... 그냥 죽게... 말을 끝까지 잇지 못하고 정신을 잃은 혁은 한 참 후에야 깨어나는데, 눈앞에 맑고 높디 높은 가을 하늘이 끝도 없이 펼쳐져 들어온다. 연 평강 : 정신이 드는가? 혁 이 :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연 평강은 능숙하게 노를 저으며 대답했다. 연 평강 : 복수를 하고 싶다고 했지 않는가? 내 그 뜻대로 해준 것이지, 마교 교 주 천추는 이미 인간의 무공경지를 뛰어넘은 절대고수가 되었어. 이미 무공으로는 그를 당해낼 적수가 천하에 없단 말일세. 혁 이 : ....... 연 평강 : 자네가 직접 체험했듯이, 독도신선초는 일반인에게는 최고의 영약이지 만, 내공이 뛰어난 고수들에게는 주화입마를 불러일으키는 무서운 독 약이네. 천추를 없애고 싶다고 했잖은가? 방법은 이것뿐일세, 이 하나 남은 독도신선초를 그에게 복용시키면, 녀석은 절대 살아남지 못해. 혁 이 : ....... 그렇다고 저까지 폐인으로 만들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연 평강 : 모르는 소리!, 그는 사람의 기를 잃고 그 사람의 내력과 생각까지 읽어 내는 절대고수네. 자네가 그냥 가면, 그 정체를 쉽게 눈치 채고, 뜻대 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야. 하지만, 지금 자네는 폐인에, 진기가 엉망이 되었어. 이제 자네를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단 말이지. 혁 이 : ........ 그렇군요. 복수.... 좋습니다. 제가 바라던 바에요. 헌데, 어떻게 독도에만 사시는 분이 이 모든 걸 다 알고 계신 겁니까? 연 평강 : 흠흠, 내 소식통이 있지, 헌데 그 소식통도 5년 전부터는 연락이 없군, 마교의 정보를 알아내는 게 쉬울 리가 없지. 자자, 이제 곧 육지에 도 착하네, 아무쪼록 자네의 선택에 후회가 없길 바라네...
  • 25. 육지에 오른 혁이는 마비가 온 오른쪽 다리와 왼쪽 손을 겨우 갈무리 하며 천마신교가 뿌 리내린 십만대산(十萬大山)을 향한 긴 여정에 나선다. 장애를 가진 혁은 보통사람 이하의 취급을 받으며 각은 수모와 핍박을 받으면서도 꿋꿋이 걸음을 재촉했다. 헌데 끈질기게 괴 롭히던 허기가 결국 그의 발걸음을 막아서고 말았다. 가슴속에 숨겨둔 독도신선초 때문에 섣불리 사람들에게 모습을 보이지 않고 숨어다니라 더 고생한 것이다. 혁 이 : ....여...여기서... 아...안...돼... 거리에 널브러진 혁을 돌아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헌데, 한 객잔에서 나온 덩치 좋은 중년사내가 재빨리 혁에게 다가와, 어깨에 짊어지고는 다시 객잔 안으로 들어간다. 객실로 들어와 치료를 받는 혁, 다행히 허기로 인해 기력이 쇠한 것뿐이어서, 어렵지 않게 기운을 차린다. 자신을 도와준 이는 이 객잔의 점소이 인 듯싶었다. 혁 이 : 정말 감사합니다. 당신이 아니었으면 지금쯤 저는... 성함을 알려 주시 겠습니까? 정 춘 삼 : 저는 춘삼이라고 합니다. 이 외상 객잔의 점소이지요. 뭐 은혜를 갚으 려는 생각일랑 마십시오, 다 돕고 사는 것이니까요. 혁은 크게 놀라며 이 덩치 좋은 점소이를 다시 바라보았는데, 이제 보니 10년 전 자신을 죽이기 위해 고용되었던 광견십견(狂犬十犬) 십대 악인의 악일인 이었다. 혁 이 : 당신은 무림고수였지 않습니까? 어째서 점소이가...? 정 춘 삼 : 허허, 아직도 절 알아보는 이가 있군요. 그래요, 전 한때 악명 높은 무림인이었으나, 한 점소이에게 큰 깨달음을 얻었소. 절세의 무공을 지닌 점소이였죠... 어떻게 그런 절세 무공을 지니고 점소이를 할 수 있을까...? 전 이 의문을 풀기위해 무작정 취직했지요. 흐흐, 다른 건 몰라도 원한도 다 정리하고, 혼례도 치렀으니, 마음이 홀가분하오. 혁 이 : 혹시 화산파의 진화령 소식도 알고 계십니까? 정 춘 삼 : 화산의 진화령이라... 그녀는 오래전에 서역 이방인과 눈이 맞아서 무 림을 떠났죠. 쳇, 한 남자만 볼 것 같더니,,, 혁은 자신의 처지가 부끄럽게 여겨져서, 신분을 속인 채, 객잔에서 나왔다. 춘삼이가 싸준 음식과 약간의 은자를 바탕으로 천신만고 끝에 도착한 천마신교 본거지 십만대산, 그곳에 발을 들이자, 절정무공의 마교인이 귀신같이 앞에 나타난다. 그에게 교주를 뵐 것을 청한다.
  • 26. 추 : 뭐야? 웬 놈이 독도신선초를 가지고 왔다고? 그게 정말이냐? 소식을 들은 천마신교 교주 천추는 더욱 막대한 내공을 얻을 수 있다는 욕심에 눈을 게걸스 레 붉히며 서둘러 혁을 불러들인다. [절뚝 절뚝] 다리를 절뚝이며 겨우 겨우 천추에게 다가선 혁이, 한순간도 잊지 못한 철천지원수 천추가 바로 눈앞에 있었다. 천 추 : 흠, 기특하도다. 짐에게 신비의 영약을 주기위해 힘든 몸을 이끌고 여 기까지 오다니. 당연히 상을 내려야겠구나. 천추는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한쪽에 힘겹게 앉아있던 미모의 여인을 바라보았다. 혁이의 눈에 그 여인이 들어왔는데, 다름 아닌 연희였다. 천 추 : 이봐, 연희 어떤 상을 주어야겠느냐? 연 희 : ....... 독도신선초는 세상에 둘도 없는 영약 중에 영약이니, 그의 소원 이 무엇이든지 들어줄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옵니다. 혁은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연희의 두 눈이 찔끔 감긴 채, 조금도 미동하지 않는 것이다. 무언가가 이상했다. 단순히 눈을 감고 있는 것이 아니라, 눈을 뜰 수 없는 것만 같았다. 혁 이 : 어째서 눈이....? 천 추 : 응? 아 하하하하. 이 여인의 눈 말이냐? 괘씸하게도 10년 전, 잠깐 만 나게 했던 사내놈을 잊지 못하고, 매일같이 먼 바다만을 응시하기에 내 5년 전쯤에 두 눈을 진짜 장님으로 만들어 버렸지. 으흐흐흐 이제, 그 놈이 돌아와도 다신 볼 수 없게 말이야. 혁 이 : ....... 혁은 자신을 제어했다. 절대고수 천추의 앞에서 조금의 살기라도 내보였다간 모든 것이 수 포로 돌아갈 것이 뻔했기에... 다행히(?) 혁은 이곳 마교까지 오면서 수많은 사람에게 모진 수모와 천대를 받았다. 때문에 혁의 자제력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해져있었다. 천마신교 교주 천추는 독도신선초를 받아들고는 미친 듯이 웃어젖혔다. 천 추 : 크크, 이로써 난 무적의 고수다. 무림 정복도 코앞이구나. 크하하하하. 오냐, 상을 줘야지? 그래, 무슨 소원이듯 말해봐라. 뭐든지 들어주마.
  • 27. 교주 천추, 아니 무적신검(無敵新劍) 천추의 이름을 걸고 말이다. 크크 혁 이 : 그럼....... 제게 저 여인을 주십시오. 천 추 : ........? 잠시 무시무시한 살기를 내뿜은 천추는 이내 사악한 미소를 머금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천 추 : 크크, 그래, 좋다. 안 그래도 이제 지겨워지던 차였다. 한쪽은 눈이 안 보이고, 한쪽은 몸이 불편하니, 서로 도우면 되겠군, 크크크 , 가라. 이 제 연희는 네 것이다. 그 후, 천추는 독도신선초를 들고 자신의 무공 연마실(硏磨室)에 들어가서 운기조식에 들 어갔다. 그리고는 다시는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혁은 연희를 데리고, 세상으로 나가지만, 각박한 세상 사람들의 천대는 그들에게 가혹한 시련의 연속일 뿐이었다. 결국 독도로 돌아가기로 한 혁. 아직 그의 정체를 모르는 연희를 자상하게 대하며, 속에 남아있던 애틋한 마음을 전한다. [출렁 출렁 철썩 철썩] 하늘을 뒤덮은 어두운 먹구름의 장막 때문인지, 성난 파도의 몸부림은 더욱 거세져만 갔 다. 그 속에서 어렵사리 다시 돌아온 독도, 멀리서 연 평강이 급히 다가오며 반갑게 그들을 맞는다. 연 평강 : 자네가 다시 돌아오다니, 정말 기쁘군, 아니? 이 여인은.... 함께 도착한 연희를 뒤늦게 발견한 연 평강의 눈빛이 심상치가 않다. 소개시켜주려던 혁은 그 낯선 태도에 의아한 질문을 되돌려준다. 혁 이 : 왜 그러세요? 연 평강 : 허허, 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건가? 어떻게 진짜 자네의 은인을 이리 데 려 온 거지? 연 희 :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아버지... 혁이는 너무 놀라서 균형을 잃고 휘청거린다. 10년 전, 천마신교 교주 천추와의 결전이 있던 날, 천추에게 모든 상상신검의 비급을 알려 준 연희는 뒤늦게 자신이 진짜 사랑한 사람이 혁이란 것을 알게 된다. 그 후, 서둘러 독도
  • 28. 의 친 아버지인 연 평강을 호출하여, 비밀리에 절벽아래에서 혁을 빼돌린 것이다. 그 때문 에 마교 교주 천추를 대신해 혁을 절벽 밑으로 밀어버린 것이었다. 절대 찾을 수 없는 미지의 섬 독도. 연희는 그동안 연 평강과 수시로 연락하며 혁이와 마 교의 소식을 서로 주고받다가, 5년 전 천추에 의해 실명하면서 모든 연락이 끊겨져 버린 것 이었다. 혁 이 : ..... 그렇군요. 제가 벼랑에서 떨어져서 독도에서 눈을 뜰 수 있었던 것은.... 아니, 그럼 연희! 당신은 내가 천추에게 갔을 때부터 이미 내 정체를 알고 있었던 거야? 연 희 : 훗, 그럼요. 어디 독도신선초가 그리 흔한가요? 눈을 잃었을지 몰라도 당신의 목소리까지 잃어버리진 않았었답니다. 그리고 전에 약속처럼 다시 만나게 되었으니, 이제 정말 혼례를 치르는 거죠? 혁은 여기까지 내다본 연희의 깊은 통찰력에 다시 한 번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기 바빴다. 연 평강 : 이 애가 섬 밖으로 나가 고생하더니, 결국 다시 돌아왔군, 허허 이거 두 배로 기쁜 날일세, 그렇지 않은가? 모두가 활기차게 웃던 중 이내 혁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혁 이 : 항상 죄송했던 건데,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독도신선초 두 송이를 모두 제가 써버렸으니, 어떻게 그 은혜를 보답해야 할지... 연 평강은 밝게 웃으며 혁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담담히 입을 열었다. 연 평강 : 흠흠, 걱정 말게. 그래, 우린 대대로 독도신선초를 지키는 집안이었지 만, 사실 진짜 가치 있는 것은 이 독도 자체라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네, 혼자가 아니라, 자네와 우리 연희 그리고 후손들이 함께 이 독도 를 지킨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게지, 자 어서 들어가지 날이 추워지네. 오른 손으론 연희의 곱고 하얀 손을 움켜지고, 왼쪽 손은 연 평강의 부축을 받으며 혁의 발이 독도에 안착하려는 찰나, 우중충한 하늘이 크게 요동치더니 굉음과 함께 번개가 떨어 져 내렸다. [콰과과과과 광!!] --------------------------------------------------------------------
  • 29. 번개의 번쩍거림 속에서 다시 주변을 살펴보자, 양손에 웬 기괴한 기구가 들려있다. [번뜩 번뜩 짠] 눈앞에 형광등이 아직도 번뜩인다. 아무래도 수명이 다한 듯싶다. 합주실에 들어선 낯익은 인영이 혁이를 보면 혀를 찬다. 연 희 : 뭐야? 여기서 잔거야? 대단하다. 간밤에 비도 많이 오고 으스스 했을 텐데... 혁 이 : 연희야... 이게 무슨... 아야.... 혁이는 걸상사이에 낀 오른쪽 다리와 기타에 짓눌려 마비직전 상태까지 간 자신의 왼손을 힘겹게 갈무리하며, 계속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끼이익] 또다시 합주실의 문이 열리고 모습을 드러낸 칠순정도의 남자. 연 선생 : 음? 너희들 아침 일찍 왔구나. 허, 참나, 그럼 그렇지. 혁이 너는 여기 가 여관방인줄 아냐? 집나두고 왜 여기서 자? 연 희 : 선생님, 혁이 때문에 이번 독도사랑 상상마당 입상 놓치는 거 아니에 요? 연 선생 : 그런 소리마라, 안 그래도 그 “마교 대학교 천추” 팀에서 이 악물고 준비하고 있다더라. 혁 이 : ........이럴 수가 여긴 설마? [번뜩 번뜩] 형광불빛이 연신 번뜩이며, 장내의 모든 이의 눈을 아프게 하는 범죄를 계속해서 일삼았다. 연 선생 : 연희야, 눈 아프다. 스위치 끄고, 창문에 커튼 다 쳐라. 연 희 : 네, 선생님.
  • 30. [탈칵] -------------------------------------------------------------------- 다시 불이 꺼지자 장내가 어두워진다. 그리고 커튼이 쳐졌는지, 밝은 불빛이 혁의 눈 안으 로 쏟아져 들어온다. 혁 이 : 앗... 눈부셔... 연 희 : 아,,, 이제 정신이 들어요? 아버지. 아버지!! 깨어났어요. 눈에 익은 오두막에서 눈을 뜬 혁이는 불편한 몸을 가까스로 일으키며 주변을 살폈다. 연 평강 : 오, 자네, 이제 괜찮은 건가? 방금 전에 번개에 놀라 정신을 잃었었어. 혁 이 : 잘은 모르겠지만, 현실에 잠깐 다녀온 거 같아요. 연 평강 : 현실이라니? 여기가 현실이지... 자네 괜찮나? 혁 이 : 그래요, 이제 제게 현실은 지금뿐이죠. 연 희 : ... 당신... 혹시, 전해 말했던 미래를 말하는 거군요? 그렇죠? 걱정스레 혁을 둘러싼 연희와 연 평강, 혹시 “정신 이상”이라도 온 것은 아닌지, 걱정이 태산이다. 연 평강 : 그래, 그곳은 어떻던가? 혁 이 : 글쎄요...너무 잠깐이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저흰 여전히 같이 있었습 니다. 그리고... 연 희 : 그리고요? 혁은 전에 보인 적 없는 화사한 미소를 머금으며 대답했다. 혁 이 : 저흰 여전히 독도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 31. p,s ================================================================= 운명이 싹트는 나무 고참 운명 가지치기 요정 : 이봐 신참!! 설마, 또 그 나뭇잎에 손 된 거 아니지? 신참 운명 가지치기 요정 : 아니!!, 저도 이제 20년이나 일했는데, “신참”이란 말 은 좀 빼주시죠!!
  • 32. 고참 운명 가지치기 요정 : 웃기지마!, 500년은 일 해야 “신참” 딱지 땔 수 있어. 신참 운명 가지치기 요정 : 에휴~, 알겠습니다. 선배님!! 고참 가지치기 요정이 한참동안 잔소리를 늘어놓다가 겨우 사라지자, 신참 가지치기 요정 은 그제야 가슴을 쓸어내리며 놀란 마음을 진정시켰다. 신참 운명 가지치기 요정 : 이야, 어떻게 내가 그 나뭇잎 살짝 들춰본 걸 알지? 흐흐, 그래도 더 아는 이는 없을 거야? 잡생각에 빠진 채, 운명 나뭇잎의 표면을 부드러운 민들레 수건으로 닦아주던 가지치기 요 정은 이내 잡고 있던 손에 힘이 들어가 버린다. [찌지직] 신참 운명 가지치기 요정 : ........!!! 운명 나뭇잎 일부분이 찢겨져 나가자, 신참 가지치기 요정은 들고 있던 민들레 수건을 떨 어뜨리며 경악한다. 그리고 멀리서 들려오는 고참 가지치기 요정의 목소리... 그 소리는 희 미하게 신참 가지치기 요정의 귓전으로 파고들고 있었다. 예고) 에피소드 제 2 화 !!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서... -끝-